직책에 따른 대구 짓기
(長句酬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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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관찰사로 부임하여,
여러 하리(下吏)를 거느리고
각 고을 순시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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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봄철이라
산과 들에는 많은 꽃들이
만발해 있었다.
이런 경치를 보자니
시흥(詩興)이 일어,
관찰사는 뒤따르는
심약(審藥)과 검률(檢律)을
돌아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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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라는 것은 '언지(言志)',
곧 속마음을 표현해
.드러내는 것이기에
의미를 중시하는 것이요,
표현을 아름답게 꾸미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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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금
장구(長句) 하나를 지을 테니,
모두들 대구를
지어 볼 수 있겠는가?“
이에 따르는 사람들이
모두 그러겠노라고 대답하자,
관찰사는 다음과 같이 읊었다.
花千片 水一帶 無盡風光
(화천편 수일대 무진풍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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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들 일천 조각에
하나의 강물 띠를 둘러 흐르니
다함이 없는 풍경이로다. "
여기에 심약이 자신의 직분인
약과 연관을 지어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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薑三片 棗一枚 不拘時飮
(강삼편 조일매 불구시음)
생강 세 조각 대추 하나는
때때로 술 마시는데
구애되지 않는다.
이어서 검률이 받으니,
법률을 집행하는 사람답게
다음과 같이 읊는 것이었다.
杖一百 徒三年 勿揀赦前
(장일백 도삼년 물간사전)
장형(杖刑) 일백 대와
도형(徒刑) 삼 년은
지난날 사면에
상관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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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대구를 지으니
관찰사가 흐뭇하여 웃는데,
이 때 뒤를 따르던 군관(軍官) 하나가
뛰어나오면서 아뢰는 것이었다.
"이 무식한 무부(武夫) 또한
잘 짓지는 못하오나,
한 구절 지어 보겠사옵니다."
하면서 대구를 읊는데,
역시 자신의 직분과 관계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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槍三中 革五中 序俱三中
(창삼중 혁오중 서구삼중)
창던지기에 세 번 명중,
말타고 활쏘기에 다섯 살 명중,
차례로 갖추어
세 번 다 명중이로다.
이에 관찰사는
잘 지었다고 칭찬했더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