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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 시인의 시 창작 특강 6>
몸으로 시를 상상하다, ‘세탁기’라는 상징,
사월의 찢어진 벽 틈 사이로 상상이 스며들다
송 진 (시인)
제 六, 말세의 바른 신심 희유하다
수보리가 부처님께 사뢰었다.『세존이시여, 어떤 중생이 이와 같은 말씀이나 글귀를 듣고 실다운 신심을 낼 수 있겠나이까.』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그런 말은 하지 말라. 여래가 가신지(滅度멸도) 이천 오백년(後五百歲후오백세) 뒤에도 계를 받아 지니고 복을 닦는 자가 있어서 능히 이와 같은 말과 글귀에 신심을 내어 이것을 진실하게 여기리라. 마땅히 알라. 이 사람은 한 부처님이나 두 부처님이나 셋 ‧ 넷 ‧ 다섯 부처님께만 착한 마음의 바탕(善根선근)을 튼튼히 심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한량없는 천만 부처님의 처소에서 거룩한 마음의 바탕을 튼튼히 한 사람이니, 이 글귀를 듣고 한 생각에 거룩한 믿음을 내느니라. 수보리야, 여래는 이 모든 중생들이 이와 같이 한량없는 복덕을 얻는 것을 다 알고 다 보느니라. 왜 그러냐 하면 이 모든 중생들은 다시는 <나라는 생각>(我相아상) ‧ 남이라는 생각(人相인상) ‧ <중생이라는 생각>(衆生相중생상) ‧ <오래 산다는 생각>(壽者相수자상)이 없으며 , 진리라는 생각(法相법상)도 없고 , 그릇된 법이라는 생각(非法相비법상)도 없기 때문이니라. 왜냐하면 이 모든 중생이 만일 마음에 어떤 상을 취하면 곧 <나라는 생각> ‧ <남이라는 생각> ‧ <중생이라는 생각> ‧ <오래 산다는 생각>에 집착하게 되는 때문이니, 왜냐하면 만일 진리란 생각을 취하여도 <나라는 생각> ‧ <남이라는 생각> ‧ <중생이라는 생각> ‧ <오래 산다는 생각>에 걸리게 되며, <그릇된 법>이란 생각을 취하여도 곧 <나라는 생각> ‧ <남이라는 생각> ‧ <중생이라는 생각> ‧ <오래 산다는 생각>에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바른 진리(正法정법)를 지키지도 말고 그릇된 법을 지키지도 말 것이니,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이 항상 말씀하시기를 「너희들 비구는 내가 말한 바 법이 뗏목과 같은 줄을 알라.」하였으니 진리도 오히려 놓아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그릇된 법이랴.』
*금강반야바라밀경/요진 삼장법사 구마라습 역/선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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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는 몸에 대한 감각을 열어두는 것이기도 합니다.
몸에 대한 알아차림에 익숙해지면 몸속 기관들의 부름에 시로 답할 수 있습니다
*오감의 교차와 생각/행위
1. 손
- 칼국수를 먹는 손, 구두끈을 매는 손, 횡단보도를 뛰어가는 손, 휘파람을 부는 손, 구절초를 꺾는 손, 책을 넘기는 손, 강아지를 쓰다듬는 손, 죽은 새를 들어 올리는 손, 키보드를 치는 손, 타일을 만지는 손, 변기를 부수는 손, 파도를 바라보는 손, 수평선을 들어 올리는 손, 생강을 생각하는 손, 고양이의 꼬리에 빨간 리본을 묶는 손, 황금 숟가락을 잡는 손, 태양을 삼키는 손, 거울을 보는 손, 키스를 하는 손, 방충망을 닫는 손, 팬티스타킹을 신는 손, 비누를 삼키는 손, 블루마운틴 커피를 마시는 손, 지하실에서 와인을 꺼내는 손, 수갑을 채우는 손, 브라더미싱을 박는 손, 엄마는 외계인 아이스크림을 먹는 손, 솜사탕을 들고 셀카를 찍는 손
2. 발
-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는 거리를 걸어가는 발, 발바닥에 티눈이 박힌 발, 카약을 타는 발, 안경을 고르는 발, 철조망 옆에 서있는 발, 하얀 눈 속에 푹푹 빠지는 발, 포도를 으깨는 발, 공중에 걸려있는 발, 웅덩이에 빠진 발, 문턱을 넘어서는 발, 검은 모래 위에 서 있는 발, 짚신을 신은 상주의 발, 비석을 새기는 발, 빗속을 뛰어다니는 메밀묵 소년의 발, 염전에서 뛰어노는 영광이의 발, 늦은 밤 학원에서 돌아오는 발, 쇠사슬에 묶인 발, 지하철에 서 있는 발, 쌍무지개 계단을 오르내리는 발, 붓을 쥐고 그림을 그리는 발, 못에 박힌 예수의 발
3. 눈
- 눈부처가 들어있는 눈, 지우개를 찾는 눈, 불이 뿜어져 나오는 눈, 신불산 공룡능선을 바라보는 눈, 실핏줄이 터진 눈, 잃어버린 아기를 찾는 전단지의 눈, 한우 스테이크를 먹고 있는 눈, 노래를 부르는 눈, 용두산 공원 비에 젖은 노란 은행잎을 바라보는 눈, 대학등록금을 세는 눈, 휴지를 돌돌 감는 눈, 병아리 부리를 만지는 눈, 첼로 연주를 듣고 있는 눈, 떡볶이를 먹는 눈, 창가에 앉아 비를 바라보는 눈, 수로왕릉을 더듬는 눈, 시내버스 번호를 보는 눈, 금강경을 읽는 눈, 눈 없는 인형을 선물상자에 넣는 눈, 손가락에 달린 눈, 단추를 고르는 눈,
4. 코
- 빨갛게 얼어붙은 노숙자의 코, 까만 사마귀가 붙어있는 뱀의 코, 참치김치찌개 냄새를 맡고 킁킁거리는 고슴도치의 코, 세 번 껍질을 벗는 코알라의 코, 동전을 삼킨 코, 비염으로 훌쩍이는 코, 혀를 기다리는 코, 하이힐을 신은 코, 여우털이 가까이 가면 재채기를 하는 코, 코피가 분수처럼 치솟는 세 살 여자아이의 코, 김장김치를 담는 코, 권투글러브가 찾아오는 코, 미역냄새를 맡는 코, 잠이 별똥별처럼 쏟아져서 엎드린 코, 외로움과 이야기를 나누는 코
5. 입
-가수 나얼과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는 입, 씨앗호떡을 한입 베어 먹는 입, 이별통보에 슬피 우는 입. 엄마 돌아가실 때 엄마엄마 엄마를 흔들어 깨우는 입, 망고젤리를 쳐다보는 입, 휘파람을 부는 입, 이 브래지어 치수 얼마예요? 물어보는 입, A와 B의 대화에 밥 먹듯이 끼어드는 입, 가위바위보를 외치는 개구리의 입, 광안대교를 뛰어내리는 입, 깃발처럼 매달린 입, 풍선껌을 부는 입, 촛불을 후- 부는 입, 보송보송 잘 마른 기저귀를 걷는 입, 수능고사 점수를 말없이 읽는 입, 푸른 거북의 등을 닮은 입, 먹물 사막을 건너는 입, 물병을 떨어뜨리는 입, 요구르트를 빨아먹는 입, 병뚜껑을 따는 입, 병을 와삭와삭 애플파이처럼 씹어 먹는 입,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입, 빨랫줄을 잡아당기는 입, 집을 지키는 바비 인형의 입, 밀전병을 먹는 입,
손을 쓰고나면 손을 버립니다.
발을 쓰고나면 발을 버립니다.
눈을 쓰고나면 눈을 버립니다
코를 쓰고나면 코를 버립니다
입을 쓰고나면 입을 버립니다.
나를 쓰고나면 나를 버립니다.
시를 쓰고나면 시를 버립니다.
나를 알고나면 나를 버립니다.
시를 알고나면 시를 버립니다
- 송 진 / <플랑크톤>**
시를 쓴다는 것은 놓아버리는 정신적 배설 행위입니다.
배설을 해야 또 새로움으로 채울 수 있으니까요
뗏목을 타고 온 나그네가 강기슭에 닿았습니다.
나그네는 또 먼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아무리 미련이 남아도 무거운 뗏목(相상)을 등에 짊어지고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미련이 남아도 그 뗏목은 놓아버려야 합니다.
그 뗏목이 진리(相상)라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진리(相상)도 놓아버리는데 하물며 그릇된 법(相상)은 더 놓아야 하겠지요.
(진리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라는 생각, 남이라는 생각, 중생이라는 생각, 오래 산다는 생각의 相상 이 생깁니다. 그래서 진리라는 생각조차 놓아버려야 합니다.)
시를 놓아버려야 더 좋은 시를 쓸 수 있습니다.
손 안에 움켜쥐고 있으면 시는 손 안의 크기만큼 자랍니다.
더 넓고 깊고 다양한 세상을 보는 감각의 푸른 눈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더 깊고 풍부한 플랑크톤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약한 존재의 먹이가 될 때 우리는 가장 좋은 시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연상하기 >
손-
발-
눈-
코-
입-
** 플랑크톤은 그리스어의 ‘방랑 당하는 자’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시는 바람- 모습이 없지만 자신이 아닌 타인과 자연의 향기로움을 통해서 자신을 알린다
바람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셨는지요 우리가 길을 걸어가는 사이 우리가 잠을 자고 있는 사이 우리가 커피를 마시고 장미 담배를 한 대 피우며 잠깐 달콤한 휴식에 빠져있는 사이 말끔하게 차려입은 노숙자가 쓰레기통에서 얼음이 녹아버린 콜라와 귀퉁이 남은 햄버거를 찾아 마시고 먹을 때에도 바람은 끊임없이 자신을 알리며 지나갑니다. 일회용 컵 입구에 제대로 꽂히지 못한 하얀 몸통에 빨간 줄이 세로로 그려져 있는 빨대가 날아갑니다 환풍기 위에 올려져있던 보리박스가 날아갑니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냄새가 맡아지지도 않는 바람이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우리에게 알리고 있을까요? 바람 자신이 아닌 타인과 자연의 향기로움을 통해서입니다 조깅하는 여자의 긴 머리카락이 서쪽으로 휘날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바람이 서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나뭇잎이 어떤 움직임도 없이 차들이 빨간 신호등을 보며 횡단보도 정지선에 서 있듯 정지해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바람이 길을 걷다 생각에 잠겨 가만히 서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향기로움을 갖고있으나 향기로움을 갖고 있지 않는 것 움직임이 있지만 움직임이 있는 것이 아닌 것 단 한 번이라도 바람이 나는 바람이다 라고 말 한 적이 있을까요 그저 바람이라고 불릴 뿐입니다. 1센티미터도 안 되는 문 틈새로 스며드는 바람은 때로는 연탄가스에 취한 사람처럼 목소리가 없고 때로는 늑대에게 양떼를 모두 잃은 소년처럼 울부짖습니다. 바람이라고 이름 지은 사람들은 말합니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세게 분다 바람이 약하게 분다 그러나 바람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바람은 그저 이름이 바람일 뿐입니다. 진리도 이름이 진리일 뿐입니다. 우리가 쓰는 시도 이름이 시일뿐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시에 다이아먼드와 루비 박힌 왕관을 씌우고 붉은 벨벳 망토를 입혀도 누더기 옷을 입혀도 시는 그저 시의 강을 건너고 시의 바다를 건너 묵묵히 제 갈 길을 걸어갈 뿐입니다 타고 왔던 뗏목도 놓아버려야 합니다. 다음에 만날 강을 위해 뗏목을 죽은 소처럼 끌고 먼 길을 걸어갈 수는 없습니다. 달을 보라고 하는데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겠습니다. 달을 보아야 합니다 달도 그저 이름이 달 일 뿐입니다.
⁍ 상징에 대하여 생각해보기
‣ 돈세탁- 검은 돈, 음지에서 거래되는 돈
돈세탁 (-洗濯) [돈ː세탁]
[명사] 기업의 비자금이나 범죄, 탈세, 뇌물 따위와 관련된 정당하지 못한 돈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정당한 돈처럼 탈바꿈하여 자금 출처의 추적을 어렵게 하는 일.
돈세탁하다 (-洗濯--) [돈ː세타카다]
[동사] 기업의 비자금이나 범죄, 탈세, 뇌물 따위와 관련된 정당하지 못한 돈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정당한 돈처럼 탈바꿈하여 자금 출처의 추적을 어렵게 하다.
<출처: 네이버 어학사전>
<시 한 편>
그렇게 쉽게 죽을 거면서
- 우리밀딸기잼롤과 백원의 동전과 법륜과 예수시왕생칠경의 변상도의 시왕도十王圖와 고베 오스카 영주는 오늘 무슨 인연으로 기장 장안사 명부전에서 한자리에 모여 인정미 나무에서 열린다고 인증 받은 인정스러운 인절미를 말없이 나누어 먹고 있나 염라대왕은 부패한 어패류를 부패한 오페라라고 불러내며 콜레라에 걸린을 콜라에 중독된 이라고 불러내며
송 진
- 낮고 조용한 권유형 어조로
평생 살 것처럼 돈 끌어 모우지마 어차피 다 못 쓰고 죽어 단돈 100원이 손 안에 있다 해도 말야 죽는 순간은 너무나 눈 깜짝할 사이라서 100원으로 공중전화부스에 도착하기도 전에 넌 죽어.. 슬프게도 말야 그러나 슬퍼할 겨를도 없이 또 죽어.. 너도.. 그러니 어찌할 거야 방금 숲드림 회원가에서 20% 할인 받은 무항생제 계란으로 만든 딸기잼 롤케이크를 고베에 있는 오래된 성의 벽에 파묻힌 공주와 고양이의 눈알처럼 파먹다가 굶주린 병정들은 지쳐 잠들고 핏기 없는 노랑 파랑 초록 세모 눈동자는 민방위 깃발처럼 굴러다니고 사랑하는 오스카 영주는 롤케이크를 만들다 롤케이크에 파묻혀 잠들기를 원했지만 사랑하는 오스카 영주는 고추모종을 심다 벽에서 튀어나온 창에 찔려 죽었지 일 초 전에 사랑하는 오스카 영주는 고추모종을 심었고 고추가 무럭무럭 자라 손닿지 않는 단단한 벽으로 벽으로 오르기를 원했지 그러나 사랑하는 오스카 영주는 죽었지 일 초 전에 어마어마하게 길고 단단한 고추처럼 생긴 창에 찔려서 말야 사랑하는 오스카 영주를 한결같이 사랑했던 한결같은 백성들은 한결같이 오래된 성벽에 올라 한결같이 만세 삼창을 불렀지 어마어마하게 길고 단단한 고추에 찔려 죽은 사랑하는 오스카 영주는 알기나 할까 한결같은 백성들이 한결같은 오래된 성의 앞뜰에 쓰러진 꽃사슴의 피보다 더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한결같이 만세 삼창을 노래 부른다는 것을 그러니 안 죽고 살 것처럼 하지 말자 우리는 죽는다는 것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 그런 것 쯤 알고 살자 (사실은 다 알고 있다) 처서 하루 지난 오늘은 민방위의 날 공습경보입니다 공습경보입니다 그러나 흰 큰꽃으아리는 안다 언젠가는 세상의 목을 옥죄이고 있는 공습경보사이렌이 기똥차게 노오란 애기똥풀처럼 절벽 가장자리에 브라질 리우올림픽 펜싱 에페 박상영 선수처럼 당당히 서서 오른쪽 손바닥을 왼쪽 가슴 하트에 올리고 눈동자 주위가 먹먹해지도록 해제경보사이렌으로 울려 퍼질 거라는 걸 사랑하는 오스카 영주의 세 번째 처는 딸기성에서 송이버섯을 키우고 서자는 죽음의 사자의 볼모로 묶여 있다 사자가 사랑해서 자주 들락거리는 주모집 나루터 뱃전 말뚝에 묶여있다 곧 오도전륜대왕이 유전적 송이버섯처럼 큰 붓을 들고 법륜을 굴리며 나타날 것이다
⁋ 위의 시에서 내가 생각하는 상징적 낱말 찾기와 상징적 낱말의 뜻을 자유롭게 쓰기
(예문)
• 상징적 낱말 찾기: 롤케이크
상징적 낱말의 뜻: 중세시대에 영원한 생명을 주는 하얀 설탕이 들어간 기적의 음식물
(직접 써보기)
• 상징적 낱말 찾기:
상징적 낱말의 뜻:
• 상징적 낱말 찾기:
상징적 낱말의 뜻:
⁍ 내 주위에서 자주 쓰는 상징 찾기,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상징은? (자유롭게 상상하기)
(예문)
• 상징적 낱말 찾기: 의자
상징적 낱말의 뜻: 억압, 고정. 불필요한 세금
상징적 낱말로 문장 쓰기: 의자를 사기 위해 의자를 버린다
(이 문장이 말하고 싶은 것: 새로운 세금을 걷기 위해 기존 세금을 낮춰준다)
(직접 써보기)
• 상징적 낱말 찾기:
상징적 낱말의 뜻:
상징적 낱말로 문장 쓰기:
(이 문장이 말하고 싶은 것: )
지하철이 움직이고 에스컬레이터가 움직입니다 거대한 지하도시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기계음 속에 노출되어있고 때로는 그 소리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딱딱한 시멘트로 만든 긴 의자에 앉거나 병원처럼 창백한 하얀 벽에 기대어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그다음 지하철을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우리가 지닌 자연적인 감각기관들은 퇴화하거나 변형되어 풀벌레소리나 새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보다 현재의 필요성를 채워주는 소리들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양한 디자인의 전기차가 움직이고 새로운 지구가 나타나고 로봇들이 거리를 활보할 때 '나'라는 인간은 시를 쓰고 있을까요? '나'라는 인간은 로봇의 뒤를 따라가고 있을까요? 비에 젖은 벚꽃 잎들이 몸을 제대로 뒤척이지 못한 채 긴 잠에 빠져 듭니다 최선의 꽃을 피웠기에 그렇게 편안하게 사람들의 발자국에 밟히고 있을까요 한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갑니다 분홍빛 드레스를 입고 꽃 피었어 꽃 피었어 삼분의 이쯤 핀 목련꽃나무를 가리키지만 아이 엄마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자동차 트렁크에 짐을 싣고 있습니다 목련나무는 그런 엄마의 등을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무릎과 등이 굽을 대로 굽은 목련나무입니다 깨달은 것을 떠나보내야 하는 진리의 뗏목입니다 그러나 목련나무는 나라는 생각, 남이라는 생각, 중생이라는 생각, 오래 산다는 생각이 없습니다 그저 텅 빈 허공일뿐입니다 그러나 텅 빈 허공도, 뗏목이라는 진리도 그저 모두 이름일 뿐입니다.
웅덩이 속에 할머니가 관을 씻고 있습니다 호스가 짧아 할머니의 머리를 덧댑니다 머리가 없는 할머니가 관을 씻고 있습니다 호스가 짧아 할머니의 팔을 덧댑니다 팔 없는 할머니가 관을 씻고 있습니다 호스가 짧아 할머니의 등을 덧댑니다 등 없는 할머니가 관을 씻고 있습니다 아프리카보다 길고 아메리카보다 길고 한반도 꼬리보다 길고 긴 관을 씻고 있습니다 간이 없는 할머니는 가끔 창자가 남기고 간 주름을 꺼내 호스에 덧댑니다 혀가 남기고 간 호흡을 뽑아 호스에 덧댑니다 양손으로 뽑고 뽑아도 화단의 토끼풀처럼 자라나는 할머니의 관은 풀 베는 기계차가 서너 번 지나간 뒤로는 맥을 못 춥니다 목도 없고 팔도 없고 등도 없고 간도 없는 할머니의 틀니는 옥시경매에서 인기상승 품목 중 하나입니다 '사위가 보고 싶다' 는 뜬금없는 말을 하는 할머니의 틀니는 인간의 간의 간을 보며 관을 씻고 있습니다 물방울처럼 동그랗고 투명한 평화실버정신병원 면회실은 아름다운 넘버원입니다
- 송 진 / <벚꽃 바느질>
⁍ <언어로 삶아보는 계란의 상상 글쓰기>
<예문>
1. 생각을 연결하기
빨래를 삶는다 - 옥수수를 삶는다 -계란을 삶는다 - 삶을 삶는다
2. 의문 던지기
삶을 삶을수록 비린내가 납니다.
삶을 삶을수록 비린내가 납니까?
삶을 삶을수록 비린내가 나지 않습니다.
삶을 삶을수록 비린내가 나지 않습니까?
3. 생각하는 대로 상상하는 대로 문장 쓰기
계란을 삶기 위해서는 계란, 냄비, 물, 불이 필요합니다 물론 냄비의 종류에 따라 물없이 계란을 삶을 수도 있습니다 계란은 계란 껍질과 흰자위와 노른자위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밀어줍니다 서로가 서로를 믿어줍니다 서로가 서로를 시기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미워합니다 그래서 계란이 더워졌습니까 그래서 계란이 빵가루를 덮어썼습니까 드디어 계란이 삶아졌습니다 결벽성이 높은 계란입니다 인지도가 높은 계란입니다 소금이, 설탕이, 마요네즈가 뿌려졌습니다 여전히 계란을 삶기 위해서는 계란이 필요합니다 말이 없는 계란은 계란의 말줄임표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계란이 없는 계단의 서성거림은 빈방 속의 니은과 이응입니다 계란은 계단을 불러옵니다 아, 참 그리고 잊었군요 계단과 계란사이 얇고 부드러운 흰배추나비날개같은 흰 막을
- 송 진 / <가족>
‣ <위의 시를 직접 옮겨 적어봅니다>
1. 시와 나의 생각을 연결하여 써보기
2. 시에 의문 던지기
3. 생각하는 대로 상상하는 대로 문장 쓰기 (그리고 제목 붙여 한 편의 시로 크게 소리내어 읽기)
언어와 문장을 마음껏 상상하고 자유롭게 쓰고 크게 읽는 사이 우리의 몸과 마음은 한 층 더 시로 가기 좋은 몸과 마음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말입니다. 시는 자유이며 자연스러운 말이며 자연스러움이며 자연 그 자체입니다.
<여름호에 계속됩니다>
⁌•⁍ 문장과 문장 사이에 독자가 직접 쓸 수 있는 공간을 비워두었습니다. 저는 ‘날마다 쓰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환경과 능력에 맞춰 십 분이든 이십 분이든 날마다 쓴다면 생각이나 글의 흐름이 자유로워지고 생각보다 글이 쉽게 잘 써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필자)
송진 약력
1999년 《다층》 제1회 신인상으로 등단. 사이펀 책임편집인
시집 『지옥에 다녀오다』, 『나만 몰랐나봐』, 『시체 분류법』 ,『미장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