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고서 “경향 보면 빨갱이, 조선 보면 적폐”···교장 “일상적 언어”
김나연·남지원 기자입력 2023. 3. 9. 16:34수정 2023. 3. 9. 16:48 댓글5개
민사고 교장 “아이들 자유···문제의식 없어”
여야 의원 “입시만 신경 써” “학폭으로 비화”
한만위 민족사관고등학교 교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순신 아들 학폭과 관련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한만위 민족사관고등학교 교장이 학생들이 ‘빨갱이’ ‘적폐’와 같은 단어를 쓰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학교가 학생 간 이념 갈등을 방치해 학교폭력으로 비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정모씨는 민사고 재학 당시 동급생에게 “빨갱이 XX” 등의 언어폭력을 가해 문제가 됐다.
9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민사고의 2018년 회의록을 살펴본 결과 ‘경향신문을 보는 학생한테는 빨갱이라고 놀리고 조선일보를 보는 학생한테는 적폐라고 놀렸다’는 내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민 의원이 교내에서 이러한 표현이 만연했던 것 아니냐고 묻자 한만위 민사고 교장은 “그런 용어를 쓰는 건 아이들의 자유이기 때문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너무나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언어라고 본다”며 학교가 지도할 영역이 아니라고 말했다.
회의장에서는 민사고가 학생들의 부적절한 발언을 방치하고 갈등을 키웠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민 의원은 “(민사고가) 입시를 준비하도록 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신경 안 쓴 것 아니냐”며 “민사고가 어떤 저급한 교육을 하고 있는지 드러났다”고 말했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도 “학교가 아무것도 안 하고 교육적으로 해소를 못 해서 학교폭력으로 비화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한 교장의) 답변을 들으며 정말 안타깝게 생각했다”며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 간 이념 갈등을 그대로 방치하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민사고가 강제전학 조치를 지연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순신 변호사는 아들이 학교폭력으로 강제전학 처분을 받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9월 1심에서 패소했다. 그러나 민사고는 그로부터 약 5개월이 지난 2019년 2월이 돼서야 강원도교육청에 전학학교 배정 요청서를 보내 전학 절차를 밟았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최소한 14일 이내에 강제전학이 집행됐어야 했는데 하지 않았다”며 “강원도에서 확인해보니 학교에 이를 통보했다고 했고, 학교장의 전학 미이행조치는 위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 교장은 “법적 분쟁 중이어서 바로 시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정씨의 전학이 늦어지면서 피해 학생은 가해자와 일부 과목 수업을 함께 들어야 했다. “분리조치를 할 수 있었음에도 수업을 같이 들을 수 있도록 했냐”는 민 의원의 질문에 한 교장은 “그 과목은 어쩔 수 없었다”고 답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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