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일반 청약 첫날 12조 몰려… “중복 청약 금지에 눈치싸움”
증권사 평균 청약경쟁률 38대1
첫날 22조 몰린 SKIET엔 못미쳐
“마지막날인 오늘 투자자 몰릴것”
“오늘만 두 번째 주식 계좌를 개설하는 거예요. 미리 통장을 만들어놓고 내일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카카오뱅크 공모주에 청약하려고요.”
26일 오전 11시경 서울 하나금융투자 여의도지점을 찾은 이모 씨(63)는 직원의 도움을 받아 비대면 주식 계좌를 개설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을 방문해 계좌를 만든 뒤였다. 이 씨는 “이제부터 증권사 한 곳에만 청약증거금을 몰아넣어야 해 눈치작전이 중요하다”고 했다.
올여름 ‘공모주 슈퍼대전’의 첫 주자인 카카오뱅크가 일반 공모주 청약을 시작하자 첫날 12조 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다만 여러 증권사를 통한 ‘중복 청약’이 금지되면서 앞서 사상 최대 증거금을 모았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열기에는 못 미쳤다. 이 씨처럼 경쟁률이 조금이라도 낮은 증권사를 찾기 위해 눈치싸움을 벌이다가 둘째 날 마감 직전에 청약에 나서는 투자자가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카카오뱅크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4개 증권사에 첫날 12조522억 원의 증거금이 들어왔다. 중복 청약이 가능했던 SKIET(22조1594억 원)나 SK바이오사이언스(14조1474억 원)의 첫날 증거금에는 미치지 못했다.
4개 증권사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37.8 대 1이었다. 대표 주관사로 가장 많은 물량(881만577주)이 배정된 KB증권 경쟁률이 38.5 대 1이었고 △한국투자증권 39.4 대 1 △하나금융투자 32.4 대 1 △현대차증권 19.3 대 1이었다.
카카오뱅크는 전체 공모 물량의 25%인 1636만2500주를 일반 청약자에게 배정한다. 이 중 절반은 균등 배정(최소 증거금 이상을 낸 사람들에게 똑같이 배분), 나머지는 비례 방식이 적용된다. 황선구 한국투자증권 영업부 지점장은 “청약자가 너무 몰리지만 않으면 균등배분을 통해 1주를 받을 수 있다”며 “비례 배정을 노리는 자금력 있는 투자자라면 물량 자체가 많은 증권사를 찾는 게 좋다”고 했다.
청약 마지막 날인 27일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증거금과 경쟁률이 훨씬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기관 수요예측에서 사상 최대인 2585조 원의 주문이 몰려 흥행을 예고했다. 카카오뱅크의 공모가는 3만9000원. 상장 후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뛴 뒤 상한가)에 성공하면 주가는 10만1400원까지 올라 일반 청약자는 하루에 주당 약 6만2400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공모가 고평가 논란으로 따상에 대한 기대감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뱅크를 시작으로 크래프톤, 롯데렌탈, 카카오페이 등 대어들이 증시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증권신고서 수정으로 8월로 청약 일정이 늦춰진 크래프톤은 중복 청약이 가능한 마지막 기회다. 카카오페이는 일반 청약 물량 100%를 균등 배분하기로 해 투자자의 관심이 높다.
이상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