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이 오랫동안 야심적으로 추진해왔던 부산 서면의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 건설프로젝트가 무기 연기됐다.
포스코건설은 CJ공장부지였던 이곳에 고급주상복합아파트 및 오피스텔 1690여가구(오피스텔 319실 포함)와 부대시설을 짓는 초대형 사업을 수년간 추진해왔었다. 사업비만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규모 단지인 데다 입지여건이 좋아 부산의 고급아파트 수요층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다음달 중 분양할 예정으로 모델하우스까지 거의 다 지었다.
그런데 포스코건설은 최근 이 사업을 무기연기키로 잠정 결정했다. 회사가 내세운 명분은 “분양경기가 나빠 사업성이 불투명하므로 일단 시간을 벌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산 일대 건설업계는 달리 해석하고 있다. 시행사가 벌여놓은 채권-채무관계가 해결되지 않아 앞으로 건설과정에서 말썽이 빚어질 여지가 있기 때문에 포스코가 사업을 연기했다고 보는 것이다. 요즘 주택사업에 부쩍 몸을 사리는 포스코건설이 잡음이 생기는 프로젝트를 꺼릴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토지 이해관계자들이 포스코건설에 “채권 해결”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질 것을 감안하면 정상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규모가 작은 사업도 아니어서 공사를 시작한 이후에는 담근 발을 뺄래야 뺄 수가 없다. 따라서 회사로서는 위험 요인을 처음부터 없애고 출발하자는 의도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건설업체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 대형건설업체 임원은 “대형 주택사업을 벌이면 온갖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키게 마련인 데 어떻게 작으나마 잡음이 일지 않을 수 있느냐”며 “오랫동안 사업을 못하면 늘어나는 게 금융비용밖에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8월 서울 잠실의 스타파크 주상복합아파트 고분양가 문제로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이후 회사 경영진은 주택사업에서 작으나마 말썽이 빚어지는 것을 너무나 피하고 싶어한다.
결국 주택사업에 지독히 몸을 사리는 회사 분위기가 이 사업을 연기토록 한 것으로 풀이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어쩌면 포스코건설이 이 프로젝트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