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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전..
그리고 물론 지금도.
그 놈들은 내 인생에서 최고였고 또한 전부였다.
...............
.......
"원투..쓰리 포!!........너무 늦어. 팔을 조금만 내밀어볼래?"
"원투..쓰리..포. 이렇게??"
"응.팔은 조금만 내밀고 대신 무릎을 강하게 밀어봐"
아무도 없을..아니 없어야만 하는 밤 10시.
학교 강당.
무대 위에서 벌써 4시간째 쉬지않고 연습을 하는 6명의 아이들.
지칠법도 한데 모두가 하나같이 더 열심히해야겠다는 생각 뿐..
...
다른생각은 없다.
"누나..무릎 밀 때. 왼쪽 다리 먼저 꺾어줘야되요?"
"응..안그러면 자세가 어설퍼.다리 먼저 꺾어줘야되."
탁, 탁. 쾅.
이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왠만한 남자보다도 더 강할 것 같은 느낌이 풀풀 풍기는
여자.
그 여자가 팔을 밀고.무릎을 밀고..다리를 꺾을 때.
그 하나하나의 동작을 할때마다
쾅쾅 하는 힘있는 발소리가 까랑까랑하게 무대위를 울리고..
30분 전부터 한 동작에 쩔쩔매던 남자는
여자의 도움을 받아
이제 꽤 수월하게 그 동작을 해낼 수 있게된다.
"후..이제 좀 알 것 같아요!"
"그래? 그럼 다시 한 번 맞춰 볼까?"
끄덕끄덕.
남자아이의 고개가 끄덕여짐에 따라서 이마에 있는 땀을 스윽 닦더니
무대 중간에서 자신의 자리로 가는 여자.
"뭐야..벌써 다 연습했어?"
"응. 처음부터 같이 맞춰보자."
"그러던지."
그리고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물을 마시고 있던
나머지 4명의 아이들까지.
훌훌 자리를 털고 일어서서
무대중간.
자신의 위치를 찾아 시작준비를 하면..
쿵 쿵 쿵쿵쿵.
쿵쿵쿵쿵 쿵 쿵 쿵쿵..
노래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무대 바닥이 울릴 지경인데
그것마저 신난다는 듯 흥얼흥얼 그 노래를 따라하던 6명의 아이들이
조금씩 리듬을 타며..스텝을 밟기 시작한다.
마치 실전인 냥.
하나하나의 동작에 힘이 들어가있고 느낌이 들어가있는 춤...
거칠면서도 강하지만
무엇보다 흥겹고 즐거운듯한 분위기.
아무 말도 안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보면 느낄 수 있다.
얼마나..
기쁘고.
신나고.
얼마나..
이렇게 춤추길 기다렸고..
얼마나..
춤이 좋은지.
"원.투..쓰리 포!!!!!!!!!!!"
아까 남자아이가 쩔쩔 매던 동작도 수월하게 해낸 그 쯤.
다들 '우리 아직 죽지않았구나'라는 생각으로
춤을 추는 서로를 향해 빙긋 웃어보이고..
남은 1분여간의 노래의 동작까지..서서히 그들에 의해 완성이 되어가면.
쾅!!!!!..
...
마지막 노래에서의 쾅 하는 소리와 함께 5분여간의 그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노래가 끝난지 벌써 몇 초 째인데도
그 동작..그대로를 유지하는 아이들.
"..음악 끝났어.새끼들아."
참다못한 가운데 한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
음악이 끝난지 몇 십초가 지난 후에 처음으로 말을 꺼내면
모두 풀썩 자리에 쓰러지는 6명.
다들 웃고있다.
...힘들어서 헥헥 가쁘게 숨을 쉬고 있지만.
다리가 다 풀려버려서 미칠 지경이지만.
마치 처음 춤을 시작하는 사람들 처럼.
".....기억나냐.."
"..뭐가"
그리고..한참을 아무말없이 제자리에 멀뚱멀뚱 누워있는 아이들에게로
떨어진 한 남자의 말.
"우리..5년전에.여기서.."
"........."
"존나 최고였던 날.."
"......그걸 어떻게 잊어.병신아니고서야..잊을래야 잊을수가 없잖아"
남자가 5년전의 기억을 되짚어 보는 듯..
인상을 약간 찌푸리며 이야기를 꺼내면.
땀으로 엉켜진 머리를 매만지며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이 팀의 막내인 여자.
"그 때처럼..될수 있을까......"
"............."
"사람들이 막 환호해주고...우리 춤보고..놀라고."
"......."
"그러면 우리는 막 그거 즐기고..."
"......."
"그렇게 될수 있을까.."
다들 그 행복했던 추억들을 혼자서만 기억해내려는 듯..
조금 가라앉은 분위기로 묵묵히 있으면
처음 이야기를 꺼낸 남자가 조심스럽게 그때를 그리워하는 듯한 어투로 말을 하고.
"....글쎄."
여자는 누워있던 몸을 한 번에 일으켜 앉은채..
아이들을 등지고 씁쓸하게 미소를 지어본다.
...
"어쩌면..그 때처럼 될 수 없을지도 몰라."
"..........."
"...다시 바닥까지 내려가야 할지도."
"........."
바닥..바닥까지.
정말 맨 밑바닥이 무엇인지 경험해본 이들에게는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단어.
말을 꺼낸 남자아이가
실망스러운 듯..입을 삐죽이며 섭섭한 표정을 지어보이면.
여자는 먼지가 묻은 바지를 툭툭 털며 일어선 채.
그러나 여전히 아이들을 등진 채..
"그리고.."
"....."
"그게 우리 운명일지도."
운명..
운명이라.
참으로 의아한 말 하나를 터놓는다.
......
"......무슨소리야?"
그 소리에 누워있던 아이들이 웅성웅성거리고
아까 처음 말을 꺼내놓았던 남자아이가 다소 놀란듯.
여자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반문한다.
그러면 여자는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서
자신의 핸드폰 뒤에 붙어있던 한 남자와 자신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
........
사진속에서 웃고있는 남자를 보면서
왠지 모르게 아프게 웃어보이는 여자.
....
그리고..
이내 입을 연다.
"우리 팀 이름이 뭐냐."
"........피어스."
"피어스 뜻이 뭐냐."
"......"
도데체 우리팀의 뜻이
바닥이랑.
운명이랑..
무슨상관이 있냐는 듯 남자아이가 한껏 표정을 일그러뜨리면.
여전히 핸드폰을 손에 꼭 쥔채..
그제서야 등지고 있던 아이들을.
궁금에 차있는 아이들을 향해 몸을 빙그르 돌리는 여자.
"피.아이.이.알.씨.이.... 피어스."
"............."
"꿰뚫다.관통하다.돌파하다.헤치고 나가다."
".........."
"빛살이."
"........."
".......어둠속을 뚫고 나가다."
헤치고 나가다..
...
빛살이 어둠속을 뚫고 나가다.
여자는 핸드폰 뒤에 붙여진 사진을 더욱 힘주어 만지작거리고..
남자는 여자의 말이 무슨뜻인지.
아직 전부 이해하질 못한 탓에 고개를 한참 갸우뚱하며 있으면..
"우리가 그거잖냐."
"..........."
"피어스."
"........결국."
"결국엔.. 우리가 그 어둠.뚫고 나가잖냐..."
"...."
"피어스가."
여자는 땀이 가득한 손바닥안에 핸드폰을 놓치지 않으려는듯 꽉 쥐었다.
사진속..
그 남자의 5년전 바램이었고..
그 남자가 지금도 간절히 바라는.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
그 날의 행복.
........
그렇게 마지막 한 마디를 유유히 남긴 채...
음악도 없는 상태에서 스텝을 밟아나가며 다시 격렬하게 춤을 추는 여자.
여자의 말에..한동안 잠잠해 있던 나머지 아이들도..
이제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얼굴에 웃음을 띄더니..
한명.한명..
한명씩.
그리고 이제는 5명 모두가.
여자의 옆으로 와서 같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
결코 썩 좋지만은 않은 단어.
꿰뚫다.관통하다.돌입하다.
돌파하다.헤치고 나가다.
...빛살이 어둠속을 뚫고 나가다.
피어스.
그 이름 때문인지 어둠속에 묻혀버릴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간 그들이지만.
...그들은 믿는다.
그들 자신을.
서로를.
피어스를...
※
프롤로그 부분은 어쩔수없이 조금 진지하네요.
원래 소설은 이렇게 진지한소설이 아니랍니다..허허.
첫댓글 우와. 멋져요 -0-... 정말 .. 뭐라고 말이필요없는 .. .
뿅알님.감사합니다!!!!!!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