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를 넘어
1월이다.
매년 초 12에서 다시 1로 돌아가는 달력을 보면 설레기도 한다.
아마 시간이 다시 돌아가는 느낌이 들기도 해서 그런 게 아닐까.
새로운 마음으로 올해의 목표도 정하고, 계획도 세운다.
연말 휴가 이후 다시 출근한 사무실에서 새롭게 다가 올 1년의 업무를 그려본다.
그간 바빠서 얘기도 못 나눴던 동료나 지인들과도 만나고 새해 다짐들도 나눈다.
그러다 보면 지난해 지나왔던 어려움이나 나의 실수들은 이제 뒤로 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업이 기후변화와 관련되어 있다 보니, 매년 1로 되돌아가는 달력의 숫자처럼 기후위기 문제도
조금이라도 리셋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해본다.
물론 상상일 뿐이다.
이런 상상이 무색하게 새해 벽두부터 기후위기는 연초부터 그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일중;ㄹ 넘게 이어지고 있는 미국 로스앤젤러스에서의 산불은 1만채 넘는 주택을 태우고
20명 넘는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피해액은 2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도 한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건조해진 대기와 가뭄이 산불을 키웠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2024년 평균온도가 사상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었다는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의 발표가 있었다
2023년이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는데, 그 기록을 1년 만에 갈아치웠다.
.파리협정에서 전지구적 평균 온도의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1.5~2도 이내로 제한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숫자가 이제 잠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엘에이 산불의 피해는 그렇게 단기간에 뜨거워진 지구가 만들어낸 불확실한 기후의 한 단면일 테다.
잔인하게도 시간의 흐름과 기후위기의 강도는 정비례한다.
시간이흐른다고 그강도가 약해지직도, 지금 정도 수준에서 그치지도 않는다.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하는 한 말이다.
기후위기의 강도가 약해지거나 더 세지지 않는 건 인류가 탄소증립을 달성해야만 상상해볼 수 있는 지점이다.
그 전까지는 우리가 기후 문제를 신경 쓰건 잊고 살건, 시간이 흐를수록 기후위기의 강도는 높아진다.
시간과 정비례하는 기후위기의 과학과는 달리 인간의 기후대응은 상반된 경향을 보인다.
기후대응 노력은 시간이 흐른다고 정비례해서 강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경영 뉴스에서 보이는 사이클(경기순환)에 가깝다.
가파른 속도로 기후 대응의 강도가 세지는 시기가 있지만, 떄로 약해지기도 하고 어떤 시기는 역행하기까지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탄소중립 선언과 그린(뉴)딜 정책이 화두였던 2018년부터 2021년까지가 기후 대응의 호황기였다.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엘엔지(LNG)확장,트럼프 당성 이후 줄 이은 은행들의 기후동맹 탈퇴로 이어지는 3년은 불황기다.
기후.환경에 관심을 둔 시민들이 느끼는 좌절감이나 무력감은 아마 기후위기의 강도와
기후대응 노력 주기의 불일치에서 오는 것일 수 있겠다.
2025년 초입에서 바라본 기후위기의 강도는 전례 없이 세고, 앞으로도 강해질 예정이다.
한편 이에 맞서야 하는 기후대응 노력은 역행에 가까운 듯하다.
지금이 불황의 초입에 불과한지, 한복판인지, 끝물에 있는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한가지 유념할 게 있다.
기후 대응의 주기는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고,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4년 전 한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의 탄소중립 선언은 국내외 시민 들의 노력과 요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매 순간 우리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기후대응의 호황은 더 강하고 길게 유지될 수도, 불황은 약하고 짧게 끝나 버릴 수도 있다.
불황이 오래 지속될수도 있지만, 우리가 만들어가는 변화들에 따라서 쉬이 끝나게 될 수도 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