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앞뜰을 정리하다 이웃인 앤드루와 마주쳤다
이 동네에서 앤드루와 나는 몇 안 되는 고참으로 안면은 많지만 왕래하는 사이는 아니다
'하이 앤디' 가볍게 아는 척했는데 놀랄 만큼 추레하고 나이 들어 보인다
기름에 절은 헝클어진 머리와 꾸부정한 모양새가 평상시 하고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오랜만이기는 하지만 못 알아보겠네 - 이 양반이 왜 이렇게 변했을까?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는 곳은 27세대인 자그마한 동네다
2000년에 입주한 것 같은데 지금 이 글을 쓰며 아내에게 물어보니
2001년 이라며 그것도 기억 못 한다고 한소리 한다
입주 당시에는 다섯 집뿐이었다
그중 두집은 이사를 했고 나머지 남은 세집이 동네에서는 선임인 셈으로 앤드루도 포함된다
입주 때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에
앤드루는 자신이 교수이며 부인은 닥터라고 해서 조금 주눅이 들었다
지나고 보니 칼리지에 주일에 한두 번 나가는 시간 강사였고
부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의사가 아닌 대체의학분야 종사자였다
이곳에서는 물리 치료사 카이로프랙터 대체의학 종사자도 모두 닥터라고 한다
그 앤드루의 부인인 제인이
종일 뜰일을 하는 아내에게 다가와서 아는척하는 게 일상이었다
어느 날 아내가 제인이 조금 이상하다고 했다
'너네 아이들 모두 컸으니 언제 한국으로 돌아가느냐
'너네 집이 좋아 보인다며 내 친구가 네 집을 사고 싶다고 한다
'주말에 우리 집에서 저녁 같이하자
'너는 뜰을 잘 가꾸는데 무슨 자격증이 있느냐
'니 남편은 뜰 일에 관심이 없나 보다 한 번도 니 남편이 뜰일 하는 걸 못 보았다
이런 말을 매일 반복한다며 이상하다고 했고
쏜살같이 달려온 앤드루가 그런 부인을 데리고 가기도 했는데
쉬쉬했으니 몰랐지만 부인이 치매였다
그 부인을 요양원에 보내고 앤드루는 혼자 지낸 게 몇 년 된다
칠십 중반쯤 되었어니 적지 않은 나이지만
저렇게 추레하고 볼품없이 변한 것은 부인 없이 홀로 지내는 게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기르는 개가 세 마리였는데 이제는 한 마리뿐인지
개 한 마리 끌고 꾸부정하게 걸어가는 뒷모습이 화창한 날씨에 어울리지 않아 한동안 지켜본다
전혀 딴사람처럼 변한 처량해 보이는 뒷모습 -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보는듯해서 우울했다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매일매일 변해간다, 여러것이 소리도 없이 ~
2.
시력 때문에 꼬박 이년을 고생했다
시력이 안 좋은걸 국민학교 졸업 무렵 발견하고 오랫동안 그에 맞는 안경을 사용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격년 간격으로 안경을 쉽게 맞출 수 있어 불편하지 않았는데
몇 년 전부터 침침해지더니 특히 야간에는 빛이 번져 운전이 쉽지 않아
안과전문의 검진에 꼬박 2년이 걸렸다
결론은 나이 들어가는 일반적인 증상으로 치료가 필요하지 않으니 예민하게 생각하지 말고
시력 교정은 안과 전문의 소관이 아니니 검안의 처방을 받으라고 해서
검안의 처방을 받아 안경점에서
다초점 안경을 맞추었는데 몇 달간 어지럽고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아 포기했다
이후 바이포칼을 맞추었는데 이것도 아주 불편해서 그만두고
차선책으로
근거리와 먼 거리를 동시에 볼 수 있게 근시안경의 도수를 내려서 조정하고
작은 글씨는 노안 안경을 따로 사용하기로 했다
도수를 낮추었으니 근거리와 먼 거리가 이전처럼 선명하지 않는 단점이 있지만 어지럽지는 않으니 견딜만하다
안과 전문의는
이제 당신은 젊은 나이가 아닙니다
이전처럼 모든 것을 자세히 볼 수 없어요
당연히 머리를 갑자기 흔들어도 안됩니다,라고 했다
3.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여러 것들이 매일매일 변해간다
소중한 것들이 모르는 사이에 우리에게서 차츰 멀어져 간다 아무런 기척도 없이
어디 그것이 체력이나 시력뿐일까?
따라서
이전 같지 않은 순발력과 판단력의 무딘 고집스러움 보다는
타인에 대한 피상적인 생각과 단선적인 사고와
남을 미워하기만 했던 옹졸함과 몰염치를 되돌아보며 주변을 대한다면
열린 마음으로 가치관도 바뀔 것이니
조금은 현명해질 수 있을 것도 같다
중언부언 말이 길게 늘어졌다
말처럼 하기 쉬운 일이 어디에 있을까 ~
(맨 왼쪽이 바이포칼, 다음이 다촛점 오른쪽이 최근에 최종 결정한 싱글렌즈)
첫댓글 안경이 용도와 시대 따라 다양하네요.
저도 졸보기 안경 쓰고 운전을 하다보면 멀리는 잘 보이는데 50~70센티정도 거리의 계기판과 네비게이터가 또렷하게 보이지 않아 불편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멀리를 잘 안 보이게 낮출 수도 없고... ㅎㅎ 고민 중인데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려 합니다.
그동안 한번도 안경이 말썽 부린적이 없었는데
시대에 따른게 아닌 최근 이년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갑자기 침침해지고 뿌옇기도 하고 밤에는 번쩍거려서
원인 파악하는데 고생했어요
일반적인 노화현상인데 예민해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네요
추천하는 다촛점과 바이포칼은 거북해서 근시 도수 조금 낮추었더니 견딜만 합니다
작은 글씨는 돋보기 쓰기로 했어요
실버라는
그래도 듣기에 거북하지 않는 것에서,
점점 쇠퇴해 가는 과정을 잘 표현하고 있는 글이네요.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지만,
자신만은 늙음의 길을 피해간다는 착각입니다.
아무튼 건강하게 생활하고
지금 껏 건강하게 살아 온 자신의 삶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겠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되셔요.
거북하지 않다니 다행입니다
오랜만에 마주친 이웃이 워낙 변한 모습이라
뒤에서 바라보니 여러생각이 들데요
고집 내세우지 말고 순리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7.23 09:39
세월이 흘러가는 모습이 보이네요.
좋은말만 해서 그렇지 대개는 그런 풍경을 안고 살아갈겁니다.
안경을 보니 영화 빠삐옹이 떠오르네요.
감옥 안에서 안경을 만들어 끼던 더스틴 호프만 이요.
그래도 감옥이 아니고 또 저렇게 많은 안경들이 있으니 호프만이 보면 부러워 하겠지요.
그렇게 봐 주시니 감사합니다
석촌님께서는 이미 겪으신 일일테니 웃으면서 봐주세요
그동안 안경 고생은 없었는데
최근 이년은 어려웠습니다
이곳은 워낙 느리고 특히 눈을 포함한 의료분야는 아프지 말아야 합니다
아프면 치료도 못받고 골병든다는 말이 맞지요
ㅎ 삐삐용은 올초에 다시한번 보았습니다 더스틴 호프만이 아직 건재한지 모르겠습니다
안경이 많네요.
못 버리는 성격입니까?
ㅋㅋ
저는 잘 버려요.
아니~ 단픙과 알고 지낸시간이 얼만데
재미없지만 대충이라도 읽어 주세요
최근 이년동안 이랬다 저랬다 한 결과물이라요
대강 버리는 타입인데 오래된 노트북은 버리지 못하구요
고물 노트북은 꽤 많아요~
@단풍들것네
다,꼼꼼하게 읽었습니다.
알고 지낸지가 얼만데,
그래서 간단하게 썼구만.
답글 달지 마셔요.
돌아보면 세월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세삼
느끼게 되는 순간, 허망하고 약간은 슬퍼지지요.
그 흐름 거역할 수 없으니 받아 들이며
살아나가야 하는 우리 인생,
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세요.
맞습니다
이런것이다 하고 딱 부러지는 것은 없지만
뭔지 모르게 아쉽고 허전해서 서글퍼지기도 하지요
한스님께서는 카페모임에 참석해서 다양한 만남을 가지시니 좀 나을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장마는 조금 잦아진다고 하데요 ~ 네 건강하세요~
안경을 여러개 놓아두고
썼다가 벗고 기분에 따라서
불편이,덜하는,안경을 쓰고
버티고 있습니다.
안과는 다녀도 효과는 없고
제가 겪는 불편함과 비슷 하네요.
긴 장마에 피해는 없으신지요
올해는 유난히 장마피해가 많으니 이국에 있는 저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언젠가 어떤 분의 글에 답글로 오랜만에 듣는 장마라는 단어가 정겹다고 했던적이 있어 미안키도 하구요
맞는 말씀입니다 나이 들어가는 노화현상은 안과에서도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네요
안경이 참 많네요.
저도 안경이 참 많습니다만 그 중에 쓸만한 건 현재 쓰고 있는 다초점 안경 뿐이랍니다.
나이가 들어가니 안경 돗수도 올려야 되기 때문에 안경을 자주 맞추게 되네요.
가정에 우환이 있거나 신경을 많이 쓰면 갑자기 늙는 경우가 있는데요
단풍들것네 님 이웃도 그런 경우인 것 같습니다. 부인이 치매라니 얼마나 황당할까요.
치매는 본인뿐만 아니라 한 가정을 황폐화시키는 원흉인 것 같습니다,.
일상의 이야기지만 정이 가는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귀한 댓글 주시니 감사합니다
최근에 전문의 의견대로 다촛점과 바이포칼 안경을 시도했는데 적응을 하지 못해서
이렇게 저렇게 시도했더니 갯수가 많아졌습니다
말씀처럼 집안의 우환은 견디기 힘든 일이지요
특히 부인이 무서운 치매이니 얼마나 고통이 심했겠습니까
깔끔하고 지적으로 보이는 이웃이었는데 몰라보게 변해서 지켜보는 내내 여러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마가 조금 덜하다고 하더군요
무더운 철이지만 무탈하시고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수필방 회원 모두 화암님의 글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나브로 세월이 흐르고 또 흐르는가 싶더니 시력 뿐이 아니고 이곳저곳 총체적 난국 상황으로 접어 들어 갑니다.
불편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불편함 까지 친구 삼아 살살 달래가며 함께 살아 가는 수 밖에 뾰족한 방법이 달리 없어 보입니다. ^^~
ㅎ 총체적 난국
저도 그렇지만 제 아내에게 딱 맞아 떨어집니다
어제는 저기 오늘은 여기 내일은 등허리 모래는 관절 ~~
의사가 그러데요
이제 젊지 않으니 예민하게 굴지말라는 뜻은 불편함과 더불어 지내라는 말이겠지요~ 고맙습니다
저도 뒷집의 쟌을 한참만에 보면서 달라진
모습에 깜짝놀란적이 있습니다.
의아해 하는 내표정을 알아 차렸는지 앞단추
를 열면서 암수술로 스물몇바늘을 꿰맸다고
하더군요 .
세월이 가면서 오는 시력.청력변화는 어쩔수
없나 봅니다 .
그냥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이 편한세상을 살아
가는 요령일 수도요.
내일쯤 새안경을 하러 읍내에 갈 예정입니다.
장확한 말씀입니다
자연적인 현상이니 담담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지 싶습니다
새 안경 맞추면 그만큼 훤한게 없지요~ 고맙습니다
안과 전문의가 일반적인 증상이라고 했으니
그나마 천만다행이예요.
다초점 렌즈를 하실때 눈 굴절력하고 딱 맞춰서
하셨나봐요. 그럼 어지러울 수가 있어서요.
그래도 눈이 렌즈에 맞춰가는데요.
몇 달이면 견딜만큼 견디셨어요. 어떻게 견디셨어요ㅠㅠ
어지러운 것만큼 견디기 힘든 것도 없는데요.
근시 안경 따로 노안 안경 따로 이 또한
불편하지만 어쩌겠어요ㅠㅠ
나중에 다초점 안경이 필요하심 눈 굴절력에
딱 맞게 하시지 마시구요.
돗수를 1~ 2단계 낮게 함 해 보세요.
좋은 정보 고마워요
참조하겠습니다
며칠전 식구들과 쇼핑갔을때
태그 설명서 읽는다고 돋보기 사용하고는 그냥 두고 왔어요
다음날 전화했더니 따로 챙겨두었데요 ~ 많이 불편해요
그래서 돋보기는 끈을 사용할까 해요
몇 년전에
눈 앞에서 모기가 날아다니기에
손으로 막 휘젓다가 안과 갔지요
오십대 여의사,
비문증 인데요 (날 비 모기 문)
나이 있으니 그냥 지내세요
거실 탁자 위에 돋보기 하나
지난주 부터 나간 사무실에 하나
안경 벗은지도 몇 년째.
걍 그리 삽니다
야간 빛번짐
주간 침침
비문중
야간에 한쪽눈에서 노랑 섬광이 자주 보임
이런 증상으로 2년에 걸쳐 엠알에이 두번이나 했지만
자연적인 노화현상으로 결론 났어요
그런데 저는 아니지요 여전히 여러가지 많이 불편하답니다
돈을 내는 병원도 아니니 그냥 이렇게 지내는 수밖에 없어요 ~ ㅎ 걍 그리 살아야겠어요
올 해 들어 눈앞에 모긴지 파린지가
자주 날아다닙니다
지난 오월에 건강검진 때
당뇨도 의심스럽다는 진단도 받았으니
이젠 몸이 예전같지가 않네요
그럼에도
팔월 일일부터는 쩐버리도 나가야되니
마음은 안그런데
변해가는 모습이 정말
서글퍼 집니다
우짜던둥
단풍님
건강하시고
더 변하기전에
고향 한번 다녀 가세요^^~~
모기 한두마리 날라 다니는건 괜찮지 싶어요
당은 신경써야 할테니 야식 좀 줄이시고
팔뭘이면 내일모래인데 한창 더울때네요
그래도 잘 생각했어요
건강에는 몸 움직이며 일하는것 만큼 중요한게 없지요 ~ 재취업 축하해요
아참 고향은 내년쯤 계획하고 있습니다
치매.
참 슬픈병이지요
잃어버린 기억.
와이프가 없으면 남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후줄건 해지더군요
시력이 점점 떨어짐을 저도 느낍니다
다초점 렌즈를 해보려고 하다
어지러워서 포기했습니다
체력도 시력도 우리에게 너무도
소중한 것들인데 자꾸 약해지니
어떡하나요
그저 순응하고 사는 수밖에요
몸도 마음도 살살 달래면서 살 나이인 것
같아요
그렇지요
치매 무서운 병이니 열심히 운동하며
카페에 글 댓글 답글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것도 예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 진짜
자판 뚜드리는 손운동
글 댓글 답글 쓸려면 머리 짜내어야 합니다 ~ 참말입니다 ㅎ
매해년 차이가 날테니 할수있는 운동과 음식조절 신경써도록 해요~ 땡큐
단풍님은 안경이 진짜 많으시네요.
중요하지 않은 신체부위가 없겠지만
몸이 천냥이라면 눈은 구백냥?이던가요?
앤드루의 초췌해진 모습이
우리의 미래가 될까봐 서글프기도 합니다.
두어해 많이 불편해서 이리저리 해보았더니 이렇게 되었어요
ㅎ 손목 아프면 손이 중요해 보이고
허리 아프면 허리도 중요하고
눈은 특히 그렇지요
맞습니다 거울속의 내 자신을 보는것 같더군요
가끔 거울에 비친 주름진 모습이 새삼스럽게 보이는 것처럼 ~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