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부지런히 땅으로 부터
수분을 빨아 올려 새로운 잎을
튀우고 꽃을 피워 열매 맺을 준비를 하는 시기이다.
입춘, 우수, 지났으니 경칩, 춘분
기다릴 것도 없다.
곡우 무렵에 먹는다는 지리산 깊은 골짜기에서 나는 고로쇠물은 벌써 마트에 나와 있다. 2월에서 3월 사이에 대대적으로 단풍나무과의 樹皮를 뚫고 수액을 채취하여 상품으로 내어 놓는다.
나도 어제 마트에서 눈에 띄길래
한 병을 사서 들고 왔다.
1.5 리터 한 병에 7,100원이니
나무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 가격인지 모르겠다.
이 계절에 잠깐 맛보는 귀한 음료인지라 한 병 만나는 것도 감지덕지해야 한다.
봄에는 꽃나무들도 비료를 듬뿍 주어 한 해를 잘 견디도록 해주어야 꽃도 잘 피고 열매도 달린다. 사람도 이 무렵에 음식을 잘 골라서 섭취를 해야 일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김치를 아삭아삭 씹는 소리가 맛있게 들린다.
비싼 한우고기도 몇점 사서 지글지글 냄새를 풍기며 먹어줘야 한다.
먹거리가 아무리 풍성해도 건강을 잃어 버리면 그 맛있는
냄새며 씹는 맛에서 오는 감각적
즐거움을 만끽할 수가 없게 된다.
단백질을 보충한다고 시중에 나오는 단백질 영양제를 먹는 것
보다 입에서 살살 녹는 살코기 한 점을 구어 상추쌈에 싸 먹는 맛이
인생의 맛을 풍요롭게 해 주는 것이다.
지금 밖엘 나가 보면 나무가지들도 휑하니 비어 있고
지난 가을 누렇게 말라서 겨울을
지내고 있는 마른 풀들만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나무 줄기에서 잎눈과 꽃눈들이 조금씩 통통하게 커져 가는 변화가 하루가 다르게보이는 것이다.
고로쇠물을 한 모금 빌려 먹고
나무에 물 오르듯이 나이 먹은
이내 몸에도 생기를 조금 얻어 온다.
가게를 새로 문을 열려면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요즘에는 개점임박, 개봉박두라는 글귀보다 opening soon 이라는
표현이 더 많이 보인다. 봄도 준비를 하느라 coming soon 이다.
이미 봄냄새가 살금살금 피어 나고 있긴하다. 어디에서?
꽃집 앞을 지나노라면 히아신스와 수선화는 벌써 피어서 꽃대가 늘어져 있고 튜립도 겨우내 연탄불 피운 온실에서 잎을 튀워
꽃대가 올라 온 놈들이 바깥 공기에 적응하느라 꽃가게 주인들이 손님들 눈에 띄도록 밖으로 내몰고 있다.
와글와글 봄꽃들이 달려 오고 있는 소리가 멀리에서 들리는 듯하다.
골다공증에 좋다는 고로쇠물도
사먹고, 무릎연골에 좋다는 콘쥬란 주사도 일주일마다 맞아
두고 살살 어지럼증에 휘달리는
노화현상에 맞춰 비싼 쇠고기도 한 점 찾아 먹고 이리저리 살아
가는 방도를 찾아서 저기 저기~~~고택골 가는 길이 어디쯤인가 훠이훠이 찾아 가는
길엔 복사꽃이 아마도 흐드러지게 피어 있을 수도 있음직하다.
안평대군(1418~1453)의 꿈 속에서 만난 무릉도원을 당대의 천재 화원 안견(?~?))을 시켜 그림으로 남기게 했다는 옛사람들의 정취가 어느 계절에 이루어 졌는지 짐작이 갈 만 하다.
그리하야 우리는 안견의 몽유도원도(1447)를 이맘때쯤이면
머리 속에 펼쳐 놓게 되는가 보다.
첫댓글 박점분 후배님!
참! 현명하게 생활 하시네요.
그러셔야 온집안과 삭구들을 챙기실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