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쑥이 나오기 시작했고 냉이, 취나믈 등 봄나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어제 시내에 볼일 보러 났다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벡스코역에 내려 우동 재래시장에 들렀다.
스냅 마포도 사고 반찬거리도 조금 사기 위해서였다. 반찬가게에 들러 취나물과 갓 치댄 배추김치를사고 보니
한켠에 진열돼 있는 머구가 눈에 띄였다. 1회용 하얀 스프로폼 용기에 삶은 머구잎이10개 그리고 젓갈양념장이
들어있었다. 한 팩에 3천원이라고 했다.
집에 와서 저녁 식사때 와인 1865 한 병을 따서 잔에 부은 다음 한 모금 들이마신 뒤 안주로 머구 한잎을 젓갈장에
찍어 입에 넣었더니 쌉소롬하면서도 짭쪼롬한 맛이 시쳇말을 빌리자면 죽여 주었다
밥 숟갈은 뒷전이고 와인 잔에 손이 자주 갔다. 와인 안주로는 견과류나 치즈를 즐기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이 머구(머위)가
제일 입맛에 맞다. 곧 땅두릅이 나올 시기이다. 머구에 비길 안주라면 땅두릅이다.
창원 주남 저수지 인근에 살고 계시는 막내 고모님은 올해 연세가 아흔 일곱이다. 아직도 정신이 또록또록 하시고
TV로 야구 중계도 잘 보신다고 한다. 야구경기를 자주 보시다 보니 웬만한 야구감독보다 안목이 훨씬 높다고 하신다.
봄에 인사를 드리러 가면 언덕에 일찍 나는 어린 머구를 따다 놓으셨다가 집으로 올 때 싸 주신다. 조카가 부드러운
머구를 좋아한다고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독신이지만 고모님은 네분이셨는데 위 세분은 다 돌아가시고
중년 고생하실 때 아파서 제일 먼저 죽을 거라고 걱정했던 막내가 제일 오래 살아 계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