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과 소부대 대드론 체계’ 더 늦으면 큰 낭패본다
드론이 전쟁터의 판도와 무기체계 발전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초반에는 튀르키예의 바이락타르 TB2 드론이 등장했고, 현재는 일인칭 드론으로 불리는 FPV 드론과 샤헤드 같은 자폭 드론들이 활약하고 있다. 정찰과 감시부터 정밀 타격, 심지어 자폭까지 다양한 임무수행이 가능하다.
지난해 이스라엘을 기습(10.7)했던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의 메르카바 전차를 공격할때 대전차 미사일이나 포병화력이 아닌 드론을 활용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에서는 '지상전의 최강자'로 불리던 전차가 드론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탱크 시대의 종말'을 맞았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수십만원의 저가 자폭드론이 100억 원이 넘는 전차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기때문이다.
이란도 지난달 이스라엘을 겨냥한 미사일 공격시, 미리 170여 기의 샤헤드 드론을 발진시켜 이스라엘 방공망을 교란시키는 시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의 위협적인 군사적 운용은 멀리 다른나라, 해외에서만 발생하는게 아니다.
2014년 서울과 백령도 등에서는 북한 무인기의 행적이 발견되었고, 2017년에는 경북 성주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를 북한 드론(무인기)이 촬영했다. 2022년엔 서울 대통령실 인근까지 북한 무인기가 침투했다.
북한의 드론이 대한민국의 영공을 몰래 침투했지만, 우리 군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못해 곤경에 처했고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높였던 아픈 기억이 여전하다.
북한이 유사시 대량의 초저가 자폭드론으로 수도권과 주요 산업시설 등을 타격한다면 그 결과가 얼마나 처참할지 상상하는건 어렵지않다. 조잡하게 만들어졌지만 수㎏의 폭발물을 실은 자폭드론이 석유저장고나 공항의 여객기 등을 향하여 돌진한다면 어떻게 될까.
싸구려로 인식했던 초저가 자폭드론은 전장의 판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반도 전장환경에서도 충분한 영향력을 드러낼 수있으며, 값이 싸거나 모양이 볼품없다고 무시할 수 없다.
무인기에 관심이 높은 북한도 초저가 자폭드론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부터 우리 군 당국은 북한 드론공격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심각하게 고민해야한다. 드론을 막지못하면 전쟁에서 승리하기 어렵고, 극심한 인적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진입해있기 때문이다.
적 드론의 정찰이나 공격, 테러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인데, 탐지기술(탐지+식별), 무력화기술(HARD KILL+SOFT KILL)로 구분하여 산학연(産學硏)의 협력을 통해 최고수준의 기술과 무기체계를 개발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드론은 적군의 넓은 지역에 대한 감시와 정찰, 기계화부대에 대한 공격 등과 연관되어 관심이 높았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투상황을 보면, 소부대단위, 분권화된 전투활동이 강화되고 있으며, 당연히 드론의 타격대상도 장병 개인과 전차 등 소규모 목표들로 전환되고 있다. 실제 최근 우크라이나를 다녀온 전문가는 러시아의 FPV자폭드론으로 우크라이나 장병들이 처참한 인명피해를 당하고있다는 경험담을 전해주었다.
국내 최고의 무기체계 전문가인 양병희 한국대드론산업협회장은 “앞으로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은 물론 한반도 전장상황에서도 소부대 중심의 분권화 전투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생존성과 인명중시, 싸우는 방법, 무기체계, 조직편성 측면에서 소부대용 대드론체계는 필수”라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대드론분야는 군대뿐만이 아니라 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달 수도방위사령부 제1방공여단·한국대드론산업협회와 함께 국가중요시설인 정수센터에 대한 드론위협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서울시 정수센터는 하루 305만t 수돗물을 서울시는 물론 구리‧남양주‧하남시 일부까지 생산‧공급하는 국가핵심기반시설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러한 시설들에 대하여 북한의 특수작전부대가 직접 도달하는 것은 어렵지만, 드론으로 접근하는 것은 언제나 가능하기 때문에 대드론체계 대응을 준비하는 것은 매우 현명하고 당연한 선택이다.
북한의 드론은 군대뿐만 아니라 모든 자치단체와 기업, 중요 산업시설들을 목표로 24시간 언제나 직진할 수 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