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에게 오신다
부활하신 주님과 이를 지켜보며
놀란 경비병 표현한 ‘예수 부활상’
영원한 생명 동참 염원으로 제작
▲ 제르망 필롱(Germain Pilon, 1540~1590), ‘예수부활’, 1572년, 대리석, 루브르 박물관, 파리, 프랑스.
‘예수 부활상’에는 부활하신 주님과 이를 지켜보며 놀라서 쓰러지는 경비병들의 모습이 표현돼 있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무덤에 묻히셨던 예수님께서 부활하시어 고요한 모습으로 앞을 향해 걸어 나오고 있다. 매끈하면서도 우아한 예수님의 몸매는 거칠고 투박하게 장식된 돌무덤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작가는 이 같은 대조를 통하여 생명의 부드러움과 죽음의 경직성을 드러내주고 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더 이상 죽음의 세력에 사로잡혀 있지 않고 모든 사람의 구원을 위해 다시 우리 곁으로 다가 오신다.
현재 ‘예수 부활상’은 루브르 박물관 실내의 넓은 공간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원래 이 조각상은 파리 근교의 생드니(Saint-Denis)에 있던 헨리 2세의 무덤 경당을 장식했던 것이다. 당시에는 귀족뿐 아니라 서민들도 예수 부활상을 즐겨 제작해 무덤 경당이나 무덤을 장식하였다. 이 같은 장식을 통해 무덤의 주인공도 주님처럼 부활해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에 동참하기를 바랐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이 ‘예수 부활상’도 사람들의 이런 염원이 모아져서 제작됐다.
주님의 부활은 하느님과 이웃을 철저하게 사랑했던 예수님의 삶이 십자가 위에서 실패한 듯이 보였지만 부활을 통해서 그분의 삶이 승리했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려 주었다. 즉 예수님께서 선포하며 실천하셨던 진리는 거짓보다 강하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주님의 부활은 예수님처럼 누구나 진리를 따라 사랑을 실천하면 죽더라도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 예수부활 부분.
사계절 가운데서도 봄은 생명으로 가득하고 봄의 정원은 주님의 부활에 대해 묵상할 수 있는 좋은 장소이다. 현재 사목하고 있는 장안동성당에는 작지만 아름다운 마리아 정원이 있다. 올해 부활을 앞두고 겨우내 황량했던 정원을 손질하고 봄철의 꽃인 수선화와 튤립, 팬지와 장미, 세피니아와 애니시다를 심었다. 정원 한쪽에는 신자들이 가져온 항아리로 장독대를 만들어 놓았더니 정원의 분위기가 더욱 정겹게 됐다. 성당에 있던 화분도 손질해 신자들이 즐겨 모이는 만남의 방과 각 교리실에 장식했더니 그 안에서도 예쁜 꽃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나비와 벌이 찾아오기 전에 먼저 신자들이 작은 화단에 핀 꽃과 장독대를 바라보며 즐거워했다. 부활대축일 미사 후에는 할머니 한 분이 정원을 가리키며 “신부님, 저 꽃들을 보세요. 하느님이 활짝 웃고 있는 것 같아요”라며 미소 지으셨다. 지난 주일에는 여러 신자 가족들이 화단에 핀 꽃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며 즐거워했다. 나도 신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봄날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지금 성당의 정원에는 벚꽃과 살구꽃이 활짝 피어 신자들과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주고 있다. 겨우내 죽은 것처럼 보이던 그 메마른 가지에서 순식간에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마리아 정원을 작은 천국의 정원으로 변화시켜 주었다. 앙상하던 나뭇가지를 보면 예수님의 죽음이 생각나고 그 나뭇가지에서 핀 꽃을 보면 주님의 부활이 생각난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당신의 작품인 수많은 창조물을 통하여 생명의 소중함 강인함, 아름다움과 영원함을 전해 주고 있다.
정웅모 신부 (서울 장안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