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포크츠의 독일대표팀이 국대 게시판에 화제군요.
제가 첨으로 축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92년 스웨덴에서
열렸던 유럽선수권대회였습니다. 그때 당시 9살의 나이로 독일에서
생활했던 저에게 축구의 눈을 뜨게 했던 대회였죠.
당시 독일대표팀은 90년 월드컵 우승멤버가 대부분 건재했죠,
주장 마테우스, 공격수 클린스만, 현 독일 감독 펠러, 헤딩의 명수
리들레, 겜메이커 묄러, 프리킥의 달인 헤슬러, 당시 왼발킥으로
90년대 월드컵 결승골의 주인공 브레메, 최고의 스토퍼 콜러,
센터백 윙백을 소화하는 장신 부흐발트, 골키퍼 일그너.... 이 멤버들
을 고스란히 베켄바우어에게서 넘겨받은 포그츠는 여기에다가 구동독 선
수들을 엔트리에 포함시키죠. 동독 최고의 골잡이 안드레아스 톰, 라치
오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던 토마스 돌, 그리고 다들 아시는 미드필더 마
티아스 잠머. 또 신예로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던 스테판 에펜베르그,
뵈른스, 헬머도 발탁하지요. 당시 독일은 분명히 우승후보 0순위였습니
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는 같은조의 네덜란드, 그 당시 네덜란드도
독일만큼 강한 전력이였지요. 오렌지 삼총사 굴리트, 반바스텐,
레이카르드에다가 케넌 슛터 쿠만, 떠오르는 샛별 베르캄프.
그렇지만 대회 시작전에 주장 마테우스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독일
대표팀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첫경기인 독립국가연합(CIS)전에서 전반전에 주공격수인 펠러마저 부상
을 당하면서(아마 상대선수하고 충돌해서 팔꿈치를 다쳤던걸로 기억합니
다) 고전을 합니다. 펠러가 교체나간이후로, 독일은 수차례 CIS골문을
두드렸지만 CIS의 막강한 수비라인에 막혀 이렇다할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후반 63분에 CIS의 Dobrowolski에게 페널티킥을
허용합니다. 그렇게 경기가 끝날듯 했는데, 루즈타임 상대의 페널티
박스 앞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헤슬러가 그림같은 골로 연결시키면서
경기는 1대1 무승부로 끝이 납니다. 포그츠는 지옥에서 천당을
왔다갔다하면서 자신의 메이저 대회 데뷔전을 치릅니다.
그이후의 2경기는 직접 못봤지만, 예선 B조 2차전 스코틀랜드전에서
리들레의 헤딩골과 에펜베르그의 추가골로 2대0의 승리를 거둡니다만,
바로 이경기에서 부상의 악몽은 계속됩니다. 수비수인 부흐발트가
상대 공격수와의 헤딩대결도중 머리가 깨지면서 실려나갔고, 사이드
어테커인 로이터 역시 부상으로 교체 되지요. 독일에겐 남은
네덜란드전을 앞두고 아주 큰 손실이 아닐수 없었습니다.
마지막 3차전,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독일은
주장 마테우스, 주공격수 펠러, 주전 수비수 부흐발트없이 오렌지
트리오가 건제한 네덜란드를 맞아 선전을 했지만, 결과는 1대3 패.
전반 4분만에 레이카르트에게 중거리슛골을 허용했고, 전반 21분에는
위츠게에게 헤딩골을 헌납하면서 전반을 0대2로 뒤진체 마감했습니다.
후반전에 클린스만의 골로 추격을 하는듯 했으나, 베르캄프의 쐐기골로
그만 경기는 1대3으로 끝납니다.
이래서 독일의 전적은 1승1무1패, 네덜란드는 2승1무로 4강진출
CIS가 스코틀랜드를 이기면 독일은 예선탈락. 그렇지만 기적적으로
스코틀랜드가 CIS를 3대0으로 이기면서 독일은 조2위로 4강에 진출
합니다.(그당시 유럽선수권대회 진출팀은 8개국)
주전들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월드컵 우승국답게 노련한 경기
운영과 탄탄한 조직력으로 4강전에서 개최국 스웨덴을 맞이합니다.
스웨덴은 당시 개최국으로서 리네커, 게스코인이 버틴 잉글랜드를
누르고 A조1위로 4강에 진출합니다. 스웨덴팀에는 전설적인 GK
라벨리, 검은 바이킹 달린, 천재 겜메이커 브롤린, 빨강머리 K.안데르손
으로 구성되어있어서 독일에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였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서자, 독일은 강력한 압박과 조직력으로
스웨덴을 강력하게 밀어부치기 시작합니다. 경기시작 불과 11분만에
독일은 CIS전에서와 비슷한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냅니다. 똑같은
위치에서 이 대회의 MVP헤슬러가 자신의 토너먼트 2번째 골을 성공
시킵니다. 그때 커브가 아주 예리해서 라벨리가 손을 못쓴걸로
기억합니다. 독일은 첫골을 기록한 이후에, 쉬지않고 계속 스웨덴을
압박하면서 상대에게 찬스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전반은
끝나고 후반전에 들어서서 리들레의 헤딩으로 승리를 굳히는 골을
성공시킵니다. 독일의 완승으로 끝날것 같던 경기는 리들레의 골이후
6분만에 허용한 페널티킥으로 다시 긴장의 끈을 놓을수 없게 됩니다.
그후 홈팀 스웨덴이 독일 문전에서 여러 차례 찬스를 만들어내지만,
리들레의 추가골로 독일은 승리를 거둡니다. 경기 종료 직전에
안데르손에게 뽀록 헤딩을 허용하면서 최종 스코어는 3대2.
독일의 결승진출!
결승전 상대는 네덜란드를 승부차기로 Shut down시킨 대타 출전국
덴마크.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UEFA로부터 출전을 제제받아서 대신
출전한 덴마크는 독일의 상대가 되지 않은듯 했습니다. 도박사들을
포함한 전문가들은 대부분 독일의 압승을 점쳤습니다.
독일 선수들 역시 네덜란드보다 훨씬 쉬운 상대라고 자신감을 피력
했지만, 그것은 아주 커다란 실수였습니다.
덴마크에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선수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Bayern Munchen의 B.라우드룹, 도르트문트의 특급 공격수
파울센, Schalke 소속 Christiansen, Koeln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Christophte와 Vilvort. 이들은 독일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경기에 임했습니다.
경기 시작과 함께, 독일은 스웨덴전에서 보여준 강력한 압바과 조직력을
실종한체 오히려 덴마크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경기를 합니다. 그러다가
전반 21분, Arsenal소속 Jensen에게 뼈아픈 중거리 슛으로 선취골을
허용하고 맙니다. 전열을 정비한 독일은 클린스만과 리들레의 투톱을
앞세워 반격을 노렸지만, 번번히 덴마크 GK 슈마이헬의 선방에 막혀
득점에 실패합니다. 수차례 상대의 골문을 두드렸지만, 좀처럼 골은
터지지 않고 78분에 Vilvort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면서 완전히 경기의
흐름을 덴마크에게 넘겨주고 경기는 0대2로 덴마크의 승리.
덴마크 우승이후에, 라디오에서 들은 덴마크의 선수들의 노래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군요. "Deutschland, Deutschland Alles ist vorbei!!"
(모든것이 끝났다!)
역사에서 만약이란 단어를쓰는 것은 금지라고 하던데, 진짜로 만약
마테우스와 펠러가 뛰었으면 어떤 경기 결과가 나왔을까요?
그때 이 2선수가 독일의 핵이였었는데, 이들이 못뛴점이 아직도
아쉽군요. 포그츠 감독역시 자신의 첫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
했더라면, 밝은 미래가 열렸을수도 있네요. 글이 아주 기네요....
첫댓글 어쩌면 유로 92도 2002 월컵 못지않게 독일 축구계한텐 참 파란만장한 대회로 남을 듯...
흠.. 정말 감동적인 글이네요. 다신 한번 유로92가 생각납니다. 그때부터 에페를 팀의 중심으로 했으면 좋았으련만 그런데 잠머는 그때 주전으로 기용되지 않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