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어드벤쳐 장르의 대표적 영화인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다시 만들어졌다. [레이더스](1981년)에서 처음으로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 그리고 주연인 해리슨 포드가 손을 잡아 탄생된 이 시리즈는, 이후 [인디아나 존스](1984년)와 [인디아나 존스-최후의 성전](1989년)까지 내놓으면서 당시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액션 어드벤처의 흥분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19년 만에 부활한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2008년)을 보면, 다시 돌아온 존스 박사를 보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며 추억까지 불러 일으켜 주기도 하지만, 이 시리즈의 수명은 19년 전에 끝났어야 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너무나 진부하기 때문이다. 왜 이 시리즈가 다시 만들어졌을까, 의문점을 갖게 한다.
여전히 고고학자 존스 박사의 화려한 모험은 계속되지만, 그리고 이번에는 냉전시대의 소련군까지 끼워 넣고, 거기에 고대 마야 문명의 숨겨진 유산에 우주인까지 등장하는 SF 장르와의 결합까지 시도되지만, 이야기의 전개는 너무나 진부하다. 바닥이 난 스필버그 상상력의 종말을 보는 것 같다. 청춘시절 한때 열광했던 추억이 추억으로만 묻혀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죽은 시체를 다시 불러내어 이제는 강시가 된 인디아나 존스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하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의 시간적 배경은 미국과 소련이 가장 첨예하게 대치하던 1957년의 냉전시대.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 분)는 동료인 맥(레이 윈스톤 분)과 함께 핵실험을 시도하던 소련의 한 비행장에서 특수부대장 이리나 스필코(케이트 블란쳇 분)의 추격을 피해 겨우 탈출에 성공한다. 그러나 FBI는 존스 박사가 공산당과 연관되어 있는지 심문한다. 당시 미국에서는 매카시 선풍이 불어서 사회주의자들에 대한 마녀사냥이 진행중이었다.
매카시즘에 대한 스필버그의 냉소는 정치적으로는 올바른 것이지만, 생명이 없는 마네킹에 유행이 지난 패션을 입혀보는 것과 같다. 정치적 긴장감은 없고 도덕적 우월감을 내세우려는 제스처로만 보인다. 그런데 스필버그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순수한 액션 어드벤처로 끌고 가지 않고 왜 도입부에서 굳이 냉전시대의 소련을 다시 불러냈을까?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은 블록버스터에서 필수 조건인 힘의 양대 축을 복원하려고 한다. 냉전시대의 종말 이후 블록버스터들은 힘의 부재에 시달려야 했다. 악이 있어야 선의 가치가 증명되는 것이다. 동구권 대몰락과 냉전시대의 붕괴 이후 세계를 위협하는 세력을 만들기 위해 그동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은 제 3의 테러 세력을 등장시키는데 골몰해왔다.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은 시간적 배경을 냉전시대의 한 복판인 1957년으로 설정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악의 축을 부활시킨다.
그러나 스필버그의 이러한 전략은 성공하지 못했다. [인디아나-크리스탈]은 소련군과의 전투, 핵실험 그리고 대학 교내에 들이닥친 매카시즘의 광풍에 교수직을 위협하는 존스 박사를 그리고 있는 전반부는 어색하기만 하다. 스필버그라고 해서 정치적 상상력을 갖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존스 박사와 정치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것은 잘못 입힌 옷이다. 더구나 세계 지배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소련군이 크리스탈 해골을 차지하려고 마야문명의 은밀한 곳까지 존스 박사를 따라오는 설정은 너무나 억지스럽다.
존스 박사는 늙었다. 그를 주인공으로 모험을 시작한다면 젊은 관객들은 동질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존스 박사 앞에 새로운 청년을 등장시킨다. 고대 마야 문명의 숨겨진 보물 크리스탈 해골을 찾아서 모험을 떠날 것을 부추기는 젊은 청년 머트 윌리암스(샤이아 라보프 분)의 등장은 그런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이다. 머트 역의 샤이아 라보프는 [트랜스 포머]의 성공으로 주강 상승중인 블루칩이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머트가 존스 박사의 아들이었다는 설정은 할리우드 영화의 지상 최대의 주제, 가족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과 연결되어서 블록버스터로서의 입지를 튼튼하게 하는데 기여한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각 편마다 초자연적인 상징물을 내세웠다. 1편에서 성궤, 2편에서는 상크라 돌, 3편에서는 성배가 등장했다. 4편에 등장하는 상징물은 크리스탈 해골이다. 실제로 크리스탈 해골은 1924년 탐험가 미첼 해지스가 중앙 아메리카 루바툰에 있는 고대 마야 사원에서 발굴한 이후, 전세계 각지에서 매끄러운 표면을 가진 크리스탈 해골이 발견되었다. 크리스탈 해골은 우주인이 마야 문명을 세웠다는 가설을 영화에 접목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