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해남에 있는 대흥사에 다녀 왔어.
큰 딸 과학 상설반 자모들이랑.
매달 정기적으로 자모 모임이 있는데
작년 초 상견례 이후 한번도 나가지 않다가
이제 고등입시 정보도 궁금하고, 이런저런 귀동냥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동안 불참한 벌금 오만냥 물고 올해부터 모임에 편입했었지.
구름 잔뜩 낀
비가 오락가락한 날씨였지만
비온 후 계곡 물살의 괄괄 힘차게 흐름과
산등성이를 휘감고 뭉실뭉실 흐르는 안개 구름의 유함이 어우러져
물에 젖은 산사의 풍경은 그런대로 운치가 있었어.
대흥사는 서산대사가 삼재불입의 터라고 예언한대로
임진왜란과 육이오 등의 동란에도
전혀 재화를 입지 않고 유적을 보존하고 있는 절이라는데
절의 모습이야 어디나 비슷하겠고
입구에서 절에 이르는 긴 계곡(장춘 계곡)이 계절마다 감동이 다른 것이
백담사 입구, 계곡에 못지 않게 장관이야.
8개의 돌다리 아래로 흐르는 맑은 물..
푸른 이끼 낀 고목들의 은근한 굴곡을 좇다가
그만 내 시선도 나무따라 그대로 하늘의 끝에 닿고 만다.
정옥아! 해남의 유명한 음식점은
숯불로 구운 떡갈비로 유명한 성일식당이라고 있어.
학교 다닐 때 대흥사에 야외 스케치 나와
교수한테 얻어먹은 그 고기 맛을 잊지 못해
해남에 들를 때마다 그 식당을 찾곤 했는데
얼마 전 음식하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음식이 옛날같지 않다고 하길래 어제는 그 곳에 가지 않고
걍 각종 산채에 점심 먹고, 맑은 공기 많이 품고 돌아왔지.
형철이 5월에 목포에 올지 모른다고라?
목포는 생각보다 참 먼 거리다.
맘 뿐일지라도 고맙게 받으마.
어제 비행기 참사 소식 중 갱상도 분들께 특히 피해가 많다던데
형철이 주변에 별 일 없길 바란다.
왜 이런 일이 한번씩 일어나는지 참 가슴 아프구나.
인순이 큰 아이, 감기는 좀 나아졌니?
아이 아프면 에미 속은 더 말이 아닐 터인데..
이번 감기가 유독 독해서 삭신이 쑤시고 또 후유증이 심하데.
완치하도록 힘써줘야할 거 같더라.
모나리자 Kim, 나도 너 많이 보고싶어마.
전화로 간드러지는 네목소리 들을 때마다 달려가고 싶어서 죽을 심정이다마.
재향아 아이 수련회, 수양 많이 쌓고 잘 다녀왔니?
그런게 꼭 형식적인건만은 아닌 거 같아.
우리 아이들도 그런 곳에 다녀올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더라.
좋잖은 버릇이 하나쯤 없어진다거나 스스로 자기 일을 하나쯤 더 챙긴다거나
아주 사소한 변화이기는 하지만
집을 잠시 떠나본다는 것은 어떤 계기의 전환점이 되 주는 거 같다.
재향이, 요즘 많이 바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