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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미친 짓일까?
방송일: 20050906
동영상 : 줄거리:
극본 : 김 지 선
씬1/ 타 방송국 앞(N/ENG)
지친 표정으로 걸어나오는 미자.
터벅터벅 걸어가다 표정 밝아진다.
현우가 기다리고 있다.
현우, 미자 보고 반가워하며 뭐라 말하려는데
그대로 안겨버리는 미자.
미자 (NA) 커다란 이벤트나 달콤한 말 없이도, 그냥 현우씨가 있다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될 때가 있다. 이 따뜻함. 든든함. 안정감. 그래서 나는 이 사람과 결혼한다.
타이틀 결혼은 미친짓일까? 흐르면서
현우 오늘 힘들었구나.
미자, 현우 손 잡고 걷기 시작한다.
미자 응. 아침부터 녹음이 좀 많아서. 근데 자갸. 나 내일부터 새로 다큐 나레이션 들어가기로 했다? 자기 본적 있어? 밤 아홉시에 하는 건데...
현우 진짜?
현우에게 조잘대며 걷는 미자.
씬/ 집 외경(N)
씬2/ 부록 방(N)
우현, 가계부 정리하고 있고
부록, 누워서 신문 보고 있는데
우현 매형. 내일 몇 시에 나가세요?
부록 ...
우현 예? 몇 시에 나가세요?
부록 (거슬려) 몇 시에 나가는지는 왜 그렇게 물어봐?
우현 왜는요. 집에 있는 사람은 그런 거 궁금하죠. 몇 시에 나가나 몇 시에 들어오나.
부록 알아서 나갈 테니까 신경 쓰지 마.
우현 (가계부 들여다보다가) 형님. 이번 달에 적금 만긴데..이거 받으면 사돈어른들 효도관광 한번 보내드릴까요?
부록 (답답)...앞으로 큰돈 쓸일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냥 놔두지 그러냐.
우현 어차피 또 적금 들껀데요 뭐. 아. 그리구 이번 추석때 보너스 나오면 욕실 수리 좀 해야겠어요. 타일이고 뭐고 다 낡아서 그런지 아무리 닦아도 때도 안 지고...
부록, 말없이 돌아눕는
씬/ 다음날
씬3/ 타 방송국 회의실(D)
피디, 작가, 엔지니어 등 앉아있는데
미자 들어와 반갑게 인사한다.
미자 안녕하세요?
다들 미자와 인사 하는데
미자 (작가에게 피디 쪽 눈으로 슬쩍 가리키며. 누구?)
작가 아. 박피디님이 잠깐 연수를 가셔서요 이번주만 임시로 맡아주실 김피디님이세요.
미자 (반갑게) 아 예..처음 뵙겠습니다..
피디, 미자 힐끔 보고 대꾸도 없이 꾸뻑 목례만 하는데
작가 (미자 보고 신경쓰지마. 원래 저래. 하는 눈치)
피디 바로 녹음 들어가죠.
미자 네. 잘 부탁드립니다.
피디 뭐 나한테 잘 부탁할건 없고.
미자 (E) 어딜 가나 이런 사람들은 꼭 있다.
#상상- 예전 현우가 앉아있는 모습
현우 (차갑게) 나한테 잘 부탁할건 없구요.
미자 (픽 웃는다 E) 이런 사람들일수록 감춰져 있는 마음은 따뜻한 법이다.
피디 (찌릿) 웃겨요? 지금 뭐 장난하러 여기 왔나? 아씨...진짜 남들 다 가는 휴가도 못가고 새벽부터 땜빵하러 왔드니...(성격 더러워 보이게 대본 집어던지는)
미자 (E) 이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미자, 얼른 분위기 파악하며 대본 보는
씬4/ 녹음실(D)
피디, 작가, 엔지니어들 녹음실 밖에 있고
방송될 화면 맞춰서 신경쓰며 더빙하는 미자.
미자 (화면 보며) 10년 동안 돌아가신 할머니의 무덤을 지키는 팽만식 하나버지..할아버..(발음 꼬인다) 죄송합니다. (입 근육 푸는)
피디 최미자씨. 시간 많아요? 벌써부터 엔지내고?
미자 (방긋 웃으며) 죄송합니다. 저한텐 너무 이른 시간이라...입이 잘 안풀렸네요.
피디 아침엔 일러서 엔지내구, 밤에는 피곤해서 엔지내구, 챠...자기 좋은 시간에만 일하고 싶으면 밖에 나오지 말고 시집이나 가든가.
미자 (부르르 하는 것 같지만 곧 안정찾는 표정. E) 시집이나 가든가. 멀쩡한 여자를 한순간에 할말 없게 만들어버리는 엄청난 위력의 말. 그러나 이제 난 여유롭게 웃어줄 수 있다. 그래. 간다. 시집 가면 될거 아냐. 곧 가게 됐다고.
피디 보며 들이대는 표정 짓는데
피디와 눈 마주치자 바로 딴데 보는 미자 표정.
씬5/ 주방(D)
할 셋과 부록 우현 식사중이다.
영옥 아범 오늘은 천천히 나가나보네.
부록 (둘러대는) 예. 오늘은 바로 거래처로...
영숙 (부록 얼굴 들여다보며) 근데 조카...여름도 다 지났는데 얼굴이 왜 그래.
영옥 (부록 얼굴 걱정스럽게 보며) 그래. 요즘들어 얼굴이 안좋으네. 핼쓱하고 기운도 없어보이는게. 닭이라도 한 마리 사서 아범 좀 과 멕이지.
부록 (극구 사양) 아유 아니에요. 닭 그거 비싼데..
혜옥 그래 닭 말고 장어나 홍삼 이런 걸루 먹어.
부록 얼굴빛 허얘지고
영옥 이년아. 그중 젤 싼게 닭이다.
부록 어머니 전 괜찮아요.
우현 (눈치 없이) 그럼 이따 낮에 사돈어른들이라도 좀 드세요. 제가 이따 닭 넉넉히 사올게요.
부록 (안된다고 하지도 못하겠고 난감한데)
혜옥 (깜짝!) 어머. 바람꽃 하겠다.(일어나 나가고)
영숙 (혜옥 보며) 희한해. 드라마 시간은 안 까먹어.
영옥, 영숙 따라서 나가면
부록 ...우리집은...한달에 생활비가 얼마나 드나?
우현 생활비요? 글쎄...식구가 많으니까...아무래도 밥값이 많이 들고...딴건 뭐....
부록 음..미자는 요즘 다이어트 같은 건 안하고?
우현 걔 요즘 일 많아서 힘들다고 잘 먹고 다녀요..
부록 ...그럼..내가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밥값이 좀 주나?
우현 에이. 그래봤자 소용 없으세요. 제가 두 그릇씩 먹는데요 뭘..
부록, 영문 모르는 우현 헤드락 걸고
씬/ 집 외경(D)
부록 (OFF)다녀오겠습니다~
씬6/ 거실(D)
우현 현관에 배웅 나와있고
부록, 출근하는 척 나가면서 집안 곳곳을 둘러보는데
아무도 없는 거실에 선풍기 돌아가고 있다.
부록 (언짢다) 이제 곧 가을인데 뭐 덥다고 아직까지 선풍기를 틀어놨어. 저거 다 돈인데...
우현 끌게요. (선풍기 끄는)
부록 (신발 신다 TV에 시선 가고) 저 TV도 그냥 확 팔아버릴까?
우현 에이..저거 십년도 넘은 TV라서 어디 팔 데도 없어요. 우리집에 있는 물건 중에 어디 제값 받고 팔 수 있는 게 있는 줄 아세요.
부록 (그말에 발끈) 지금까지 기껏 잘 봐 놓고 꼭 말을 그따위로 해야 되겠나?
부록 신경질적으로 나가면
우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갸웃하며 들어오는데
이때 방에서 영옥 나와 마주치면
영옥 왜?
우현 형님이 요즘에 좀 이상하세요. 자꾸 신경질만 내시고...왜 저러시는지 모르겠네...(갸웃)
영옥 내비둬. 원래 남자들이 나이 들면 여자들보다 더 좀스러워지고 잔소리도 느는 법이야..
걱정스런 표정으로 보는 영옥
씬7/ 타방송국 로비(D/ENG)
미자, 스케쥴 흥얼흥얼 대면서 걷고 있다.
미자 두시에 대본을 받구요~네시 반에 다시 나레이션 더빙을 하구요~~~여섯시엔~
재연 (OFF) 미자야!
미자 (돌아보고 놀라는) 어머 재연아! 너 여기 웬일이야? 여기서 일해?
재연 아니. 잠깐 누구 좀 만나러. 너 진짜 오랜만이다.
미자 니 결혼식 때 보고 첨이다. 그치? 너 애기 낳았다며. 몇살이야? (E) 지금부터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겐 최대한 친한 척을 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청첩장을 건네더라도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도록. (ON) 얘. 우리 차 한잔 하자. 너 시간 있지? 나 대본 하나만 받아 갖고 오께. 요기 앞에 커피숍에서 잠깐만 기다릴래?
씬8/ 커피숍 바깥(D/ENG)
창가에 앉아있는 재연.
걸어오는 미자를 알아보고 손을 흔든다.
미자 (감회가 새로운 듯) 입사 동기 중에서 일에 대한 열정이 제일 많았던 재연이.
반갑게 손 흔들어주는 미자.
씬9/ 커피숍(D/ENG)
재연과 수다 떠는 미자.
미자 ...영진선배가 니 얘기 아직두 하잖아. 너랑 정화랑 새벽에 성우실 문 따고 들어와서 밤에 문 잠그고 들어가는 걸루 진짜 유명했다구. 그렇게 일 욕심 많고 연습 많이 하는 애들은 니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대드라.
재연 내가 그랬나? 근데 너 정화 얘기 잘꺼냈다. 걔가 지난번에 전화해서 즈이 집 싹 리모델링 했는데 공사하느라 힘들어죽을 뻔 했다고 그러는 거 있지? 아우 얄미워.
미자 (못 알아듣고)...그게 왜?
재연 자기 집이란 얘기잖아. 집 샀다고 자랑하는 거 지 뭐. 우린 아직두 전센데..
미자 표정.
재연 얘. 근데 넌 결혼 안하니?
미자 (흐뭇) 해야지.
재연 웬만하면 일 실컷 하구 해라. 지금이 좋지, 너도 결혼 해봐. 맘대로 밖에 일 하는 거 생각도 못해. 어머머 얘 나 가야 되겠다.
미자 벌써?
재연 벌써는...애 맡기구 나와서 맘이 안놓여. 저녁도 해야 되구.
미자 뭐 사갖구 들어가라. 아직 음식 하려면 더울텐데.
재연 말도 마라 얘. 우리 남편 어쩌다 사온 음식 먹이면 뭐라 그러는지 아니? 남편 빨리 죽이려면 밖에 밥 많이 먹이면 된다나? 꼭 그렇게 한마디씩 갖다 붙이는데...
재연 말하는 위로 미자 표정.
씬10/ 커피숍 앞 거리 일각(D/ENG)
재연 그럼 들어가. 연락하자. (손 흔들고 돌아서 가면)
미자, 손 흔들어주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미자 (E) 니가 제일 잘 될 줄 알았는데....
한숨 쉬는 미자.
씬11/ 결혼식장-식장 앞(D/ENG)
하객들 사이에서 윤아 자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신부 대기실 앞을 그대로 지나쳐
신랑 앞으로 또각또각 걸어가 서는 윤아.
윤아 (자신있게 손 내밀며) 승호씨. 결혼 축하해.
남자 (쿨하게 웃으며 악수하는) 올 줄 알았다. 고마워.
돌아 나가며 전화 거는 윤아.
윤아 정민씨 어디야? 나 친구 결혼식 왔다 지금 가는 길인데.
정민 (F) 어? 나도 친구 결혼식 왔는데. 잠깐이면 되니까 끝나고 볼까?
이때 윤아 시선에 나타나는 정민
윤아 뭐야..정민씨가 승호씨 친구야? (낭패다) 아씨...
정민, 신랑 앞을 뚜벅뚜벅 걸어 지나쳐
신부 대기실로 쑥 들어간다.
벙찌는 윤아.
씬12/ 공원 일각(D/ENG)
부록, 벤치에 멍하니 앉아있다가
지갑을 꺼내 열어본다.
//인서트- 얇은 지갑 안에 천원짜리 몇 장 들어있다//
부록 돈이나 찾아와야겠다...여기 은행이 어디더라...(씁쓸하게 일어나 둘러보다) 아니지. 야금야금 찾아 쓰기 시작하면 언제 바닥날지 모르는데...버티자.
다시 벤치에 앉는 부록.
부록 (지갑 보며) 우리 집 사정이 지금 이 지갑이구만. 앞으로 이렇게 얼마나 버틸수 있을래나..어디...지금보다 조금씩만 더 아끼면...(따져본다) 외식, 원래 잘 안했으니까 넘어가구. 옷값, 원래 잘 안샀으니까 넘어가구. 여행, 어차피 피서 한번 안가면서 살았으니까 넘어가구.
부록, 순간 멈칫한다. 씁쓸한 표정
부록 줄일만큼 줄여서 살고 있었구만. (한숨) 내가 나쁜 놈일세. 다들 호강 한번 못시켜주고...(착잡) 내가 굶자...뭘 잘했다고 밥을 먹나.
(E) 꼬르륵
<화면 전환>
부록 (E) 이 와중에도 배는 고프구만.
컵라면 높이 들어 한방울까지 탈탈 털어먹는 부록.
씬13/ 결혼식장 안(D/ENG)
결혼행진곡과 함께
신랑 신부 함께 입장한다.
그 모습을 나란히 서서 지켜보는 정민과 윤아.
윤아 그러니까. 저 여자랑 옛날에 사겼다구?
정민 그러는 윤아씨는, 저 남자랑 옛날에 사겼다구?
정/윤 (서로 얼굴 마주보다 기막히다는 듯 돌린다) 챠~/ 웬일이니.
정민 아무튼 (엄지손가락) 이거야.
윤아 댁도 만만치 않네요.
정민 근데 저 남자랑은 왜 결혼 안했어? 괜찮구만.
윤아 음...결혼이 주는 장점이 단점에 비해 많다는 확신이 없어서. 그러는 정민씨는 왜 저 여자랑 결혼 안했는데?
정민 글쎄. 결혼한 삶이 지금보다 행복하지 않을거 같아서.
씬14/ 결혼식장 안(D/ENG)
결혼식 진행되는 중간에
테이블 앉아서 식사하는 둘.
정민 (둘러보고) 여기 온 사람들 중에 결혼한 다음에한번이라도 더 볼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윤아 그러니까. 얼굴도 모르는 친척들이 차까지 대절해갖구 올라와서 앞으로 니들 잘사나 못사나 다 지켜보겠다, 이거 아냐.
정민 책임감 제대로 갖고 살라 이거지. 근데 오히려 그 책임감 때문에 더 무미건조하게 살게 되는 거 같지 않아?
윤아 그렇지. 원래 연애도 그렇잖아. 자꾸 소유하거나 구속하면 싫어진다구.
정민 그냥 사랑하는 사람 둘이서만, 서로를 의지하면서 그렇게 살면 참 좋을 텐데.
윤아 사랑하는 사람 둘이서만? 우리나라에서 그건 불가능해. (기막힌 표정으로) 저기 봐.
가족 사진 찍는다고
우르르 몰려 나오는 양가 가족들.
씬15/ 타 방송국 회의실(D)
미자, 약간 다운된 표정으로 들어오면
인솔 성우와 나머지 신입 성우들 3~4명 서 있다가 인사한다.
미자 (얼결에 인사 받고) 누구...
인솔성우 아. 이번에 입사한 신입 성우들이에요. 연수 중이라 방송국 견학 하고 있어요.
미자 신입? (대견한 듯 보는) 어쩐지 파릇파릇하드라~
성우들 쭉 둘러보는 미자.
미자 (E) 하긴...시간도 많이 지났지...
미자, 물끄러미 성우들 보고 있는데 예전 생각 난다.
#플래쉬백-지금 성우들 서 있는 자리에 서 있는
예전 미자와 예전 재연(지금보다 좀 어려 보이는),
예전의 동기들 셋.
미자 (선배들에게 자기 소개하듯) 최미잡니다. 전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에게 제 목소리를 입히는 게 꿈이에요.
정화 윤정화에요. 전 맥 라이언 목소리는 윤정화만 할 수 있다, 그렇게 인정받는 성우가 되고 싶어요.
미자 (정화 말하는 위로 OFF) 정화는 남편이 지방 내려가는 바람에 따라가서 산다 그랬던거 같은데..
영미 김영미입니다. 전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을 하고 싶어요.
미자 (말하는 위로 OFF) 영미씨는..남편 공부하는 거 뒷바라지 한다고 미국 갔다 그랬었구..
윤경 박윤경이구요. 전 에니메이션 전문 성우가 되고 싶어요.
미자 (말하는 위로 OFF) 윤경언니는 쌍둥이 낳는 바람에 일할 엄두를 못낸다 그랬지...그리고 나머지 한명이...
재연 김재연입니다. 다큐멘터리 나레이션 하는게 꿈이에요. 사람들 얘기 진솔하게 잘 전할 자신 있거든요.
미자 (듣고 OFF) 재연이구나.
미자, 씁쓸해진다.
현재의 신입 성우들 인사하고 나가면
미자 (E) 그러고 보니까 다들 결혼하고...지금까지 남은 건 나 밖에 없네.
미자 표정.
씬16/ 더빙실(D)
화면 보면서 더빙하는 미자
미자 (화면과 원고 번갈아 보면서. 약간 침울하다) 경북 상주에는 하루종일 개 짖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마을이 있다...
피디 (OL) 잠깐. 최미자씨. 좀더 발랄하게 할 수 없어요? 녹음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사람같잖아. 그렇게 하기 싫으면 아예 나오지말고 시집이나 가든지.
미자 (그렁한 눈으로 피디를 쳐다본다. E) 아. 사람들이 그래서 꺼떡하면 여자들한테, 시집이나 가든가, 라고 얘기하나부다. 시집가면 언제 있었냐는 듯 슬그머니 사라지니까....
풀 죽은 미자, 멍한 표정.
씬17/ 결혼식장 복도(D/ENG)
정민 윤아 식장을 걸어 나오는데
가족들 사이에서 폐백 하고 있는 신랑 신부.
그 모습을 보는 둘.
윤아 혼자 살면 편한데 왜 안해도 될 고생을 사서 하겠다고 저러는지 모르겠어.
정민 맞아. 원래 남자 혼자 먹고 사는 건 별로 돈이 안들어. 가족들 부양하기 시작하면서 고생 시작이지.
윤아 여자들도 그래.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는 가사일들이 있잖아. 명절 때면 먹지도 않을 음식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내야 되구....
정민 혼자 사는 것도 버거워 죽겠는데 그런 여자들 눈치 봐 가면서...배려하면서 살아야 되구.
윤아 배려?
정민 요즘은 남자들도 배려 많이 해. 여자만 힘든 거 아냐.
윤아 그래. 요즘 남자들 배려한다면서 이렇게 말하더라. “그래도 요즘은 남자들이 집안일 많이 해주잖아.” 하는 게 아니라 해준다고 생각해. 그렇게 생각하고 집안일을 하니까 짜증 날 수밖에 없지.
정민 그러는 여자들은. 요즘 여자들 아무리 달라졌대두 결국 가정의 책임은 남자가 더 많이 진다구. 당장 결혼할 때부터 봐라. 남녀 평등 운운하면서 집 문제 같은 건 당연히 남자 몫이라고 생각하는 거 솔직히 짜증나.
둘이 찌릿! 하고 째려보는 분위기.
씬18/ 결혼식장 앞(D/ENG)
결혼식장 밖으로 걸어나오는데
다른 신랑 신부 웨딩카 타고 신혼 여행 떠나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며
정민 (손흔들며) 잘가~~이제 행복 끝이다~~
서로 마주보고 웃다가
돌아서 차 쪽으로 걸어가며
정민 윤아씨는 혼자 늙어갈 거 생각하면 불안하지 않아?
윤아 글쎄....요즘은 실버산업도 점점 발달하고 있으니까..늙으면 실버타운에서 나 같은 사람들하고 살고 있겠지 뭐.
정민 이야. 그때도 거기서 작업 시도하는 거구?
윤아 물론이지. 거기서 관리 잘 받으면서 살면 이 미모도 유지 가능하지 않겠어? 그러는 정민씨야말로 불안하지 않아?
정민 그런 불안감 때문에 서둘러서 결혼하긴 더 싫은데? 그렇게 결혼한 사람 치고 후회 안하는 사람 별로 없더라구.
윤아 근데 말야...혹시 너무 늙어서 결혼을 하게 되면 차라리 일찍 할걸 그랬다고 후회하진 않을까?
정민 글쎄...만약 그렇게 돼서 아이를 낳게 되면 내 주위 사람들 중에 가장 늙은 아빠가 되겠지만...난 그런거 갖구 주눅 안들어. 내가 워낙 동안이잖아. 그래서 절대 후회 안함. 그냥...이렇게 살다보면 너무 외롭진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하는데...
윤아 에이. 처자식 있다고 안 외롭나. 원래 인간은 외로운 존재라구.
정민 싱긋 웃으며 차 문을 열어주면 윤아 타고.
씬19/ 거리 일각(N/ENG)
집으로 들어가는 부록.
가게 앞 테이블에 앉아서 맥주 마시고 있는 사람들 보인다.
부록 (입맛 다시며) 맥주 한잔 했으면 딱 좋겠구만....
핸드폰 꺼내 전화건다.
부록 응. 박부장. 나야. 최부장. 오늘 바빠? 술 한잔 사지. (듣고) 그래? 그럼 다음에 보지 뭐. (끊고 다시 거는) 철구냐? 나 부록이다. 오늘 뭐 하냐? (듣고) 야. 술좀 작작 마셔라. 알았어. 나중에 보지 뭐.(하다 끊고)
지갑 열어보고는 한숨 내쉬는
씬20/ 가게(N/ENG)
부록, 쭈삣대며 들어가
부록 저기..캔맥주 하나 얼맙니까?
주인 천팔백원이요.
부록 (망설인다) 아 예...그럼 저기..소주 한 병은 얼맙니까.
주인 천원이요..
부록, 표정
씬21/ 한강 둔치(N/ENG)
차 세워놓고 야경을 바라보고 있는 정민과 윤아.
기분이 센치해진다.
윤아, 고개 돌려 정민을 바라본다.
정민 옆모습보고
살짝 마음 흔들리는 윤아.-이남자랑 결혼하면 어떨까, 하는.
윤아 ...정민씨랑 같이 있으니까...참 좋다.
정민, 슬며시 윤아의 손을 잡는다.
윤아 그냥 둘이 이렇게 살 수 있는거면, 결혼도 참 좋은 건데. 약속 안해두 맨날 누가 기다리고 있구.
정민 맞아. 일하다가 어느 순간 확 허탈해질 때 있잖아. 그 허탈함을 가족이 메워 줄 수도 있구.
윤아 ...정민씬 정말 결혼 생각 없어?
정민 난 생각 없다고 한 적 없어. 결혼 한 삶이 지금보다 행복할 꺼 같으면 언제라도 결혼 할거야. 난 언제든 좋은 여자 만나서, 언제든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해.
윤아 (기대에 찬) 그게 언젠데?
정민 (무심하게 윤아 보고) 글쎄. 모르지.
윤아 (떠덩. 섭섭하다.)
씬22/ 차 안 + 까페 앞(N/ENG)
정민, 차로 윤아를 데려다주는 중
까페 앞에 차 서고
정민 자. 그럼 옛날 애인 결혼식 갔다온 무용담 신나게 얘기해주라구.
윤아 (내리고 차 문 안닫은 채로 대뜸) 정민씨. 나 좀아까 결혼이 주는 확실한 장점을 발견했거든? 그러니까 정민씨도 누군가와 결혼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할지 모른다란 느낌이 곧 들게 될꺼야.
윤아, 문 탕 닫고 가버린다.
정민, 갸웃 하다 피식 웃어버리는 데서.
씬23/ 까페(N)
미자, 지영 바에 앉아있는데
윤아, 들어오면.
지영 야. 어떻디? (미자 보고) 얘 오늘 김승호 결혼식 갔다왔잖아.
미자 김승호? (놀라) 헥 옛날에 그 김승호? 결혼했어? 뭐야~ 윤아 결혼할 마음 생길 때까지 기다린다 어쩐다 그러드니..고새를 못참고...
지영 고새는 무슨...이년이면 많이 참았다야. 너 진짜 후회 안하냐? 김승호 진짜 괜찮았는데.
윤아 하려고 맘만 먹었으면 아무나 하고 백번은 더 할 수 있었던 게 결혼인데. 내가 왜 후회를 해? 난 아직 결혼보다 일이 좋아.
미자 (발끈) 결혼이랑 일이 무슨 상관이야.
지영 왜 상관이 없어? 난 솔직히 지금 결혼 미루는 이유 중엔 오빠 더 잘돼서 결혼하면 맘놓고 일 그만둘 수 있으니까 그러는 것도 좀 있어.
미자 니가 일을 왜 그만둬! 너 여태까지 일한게 아깝지도 않아? 승진도 해야지!
지영 너 동직오빠가 결혼하면 자기 손 하나라도 까딱 할꺼 같아? 안 그래도 스트레스 많은 직업인데...나 혼자 집안일에 바깥일에 오빠 뒤치다꺼리까지 다 하다가 매일 뒷목잡고 세 번씩 구를 꺼 뻔해. 그 생각만 하면 걱정이 태산인데 뭔 소리야.
윤아 내가 쟤 얘기만 들으면 결혼하기가 싫어져요. 야. 결혼의 본질을 좀 생각하라구. (생각에 잠겨) 저런 것만 아니면 결혼 참 해볼만 한데 말야..
미자 지영아. 요즘 남자들은 그정돈 아닐꺼야. (거의 애원하듯) 우리 동직 오빤 안 그럴꺼야.
이때 동직 들어와 앉는다.
동직 아~ 집 밥 먹구 싶은데 왜 일루 오라 그래~
미자 (찌릿!)
지영 (달래듯) 대신 여기서 젤 맛있는 거 먹어. 여기요~메뉴판 주세요~
동직 아우 더워.
지영 찬 물도 좀 주시구요.
동직 물수건 없냐?
지영 여기요~ 물수건도 좀 갖다주시구요.
동직 이것부터 좀 먹고 있자. 포크랑..
지영 여기 포크..
미자 (더이상 못봐주고 OL) 오빠가 좀 해! 손이 없어 발이 없어! 아예 먹여 줘? 씹어서 입에 넣어 줘?
동직 (뻘쭘 + 겁먹은) 싫어...
미자 열받은 표정에서.
씬24/ 거리 일각(N/ENG)
현우와 걷고 있는 미자.
괜히 심술이 난다.
미자 자기가 옛날에 그랬지? 가사나 양육은 여자가 하는게 더 좋다구.
현우 글쎄...꼭 그렇게 말한 건 아니었지. 아무래도 여자들이 집안 일을 하는 게 합리적인 경우가 많으니까.
미자 (슬슬 울화가 치민다) 근데 합리적인 걸로 따지면...같이 직업이 있을 땐 남자들이 집안일을 더 해야지. 남자들이 체력이 더 좋잖아!
현우 단순한 가사일은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육아는 좀 다르잖아. 일단 아이는 엄마가 낳기 때문에 임신 기간이나 출산 기간엔 아빠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도 있고.
미자 (NA) 이거봐. 남자들은 자기 편한 때만 합리적이지. 애초에 합리적일 수가 없는 문제를 합리적으로 하자는 게 말이 되냐. 그럼 애도 합리적으로 반씩 낳던가.
현우 근데 또...그렇게 합리적으로만 따지면 가족이라고 할 수 없겠지. 난 가족은 서로 배려하고 도와줘야 된다고 생각해. 그래서 나는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도와줄거야.
미자 (그말이 맞네.... 약간 수긍하고) 그래 자갸. 자기가 그렇다면...나도 노력해볼게.
현우 그래. 나도 열심히 할게.
의지 결연한 표정으로 눈 마주친 둘.
한참 얘기하다 보니까 뭔가 분위기 이상해졌다.
미자 ....열심히 하긴? (현우 툭 치고 가버리면)
현우, 얼굴 벌개지며 슬며시 웃다가
상황 파악하고 미자 쫓아가는
씬25/ 가게 앞(N/ENG)
부록, 가게 앞 테이블에서 소주 한병을 달랑 놓고 마시고 있다.
소주를 한모금 마시고..
테이블 위에 놓인 소금 조금 집어 입속에 넣는다.
지갑 열어본다.
//인서트- 지갑 속에 천원짜리 세 장//
부록 그래. 이걸로 내일 모레까지 버텨보자...(소주 한모금 더 마시고) 그 다음엔....(막막하다)
가게 쪽을 보다 뭔가에 시선이 닿는 부록.
씬26/ 가게 안
부록, 눈치보며 들어가
부록 저기..복권 얼맙니까.
주인 (즉석복권 가리키며) 그건 한 장에 오백원요.
부록, 삼천원을 다 꺼낸다.
씬27/ 동네 일각(N/ENG)
부록, 터덜터덜 걷고 있다.
//인서트-전부 꽝인 복권//
부록 (씁쓸) 아까 맥주나 사 마실걸...
저쪽에 우현이 보인다.
우현 (반갑게) 매형!
부록 자네가 웬일이야?
우현 글이 잘 안풀려서 바람 쐬러 나왔다가...매형 오실 때 된 거 같아서요. 근데..그게 뭐에요?
부록 아 이거..(복권 집어넣으면)
우현 히익. 복권 사셨어요? 일생 그런거 안사시던 분이...(마음 아픈 듯) 매형. 아까 낮에요...사돈어른들이 선풍기도 다 집어넣으셨구요. 방에 있던 TV도 어차피 채널도 잘 안나온다구 고물상 갖다 팔라고 하셔서 그렇게 했어요.
부록 (뜨끔) 왜!
우현 아침에 매형 얘기 들으니까...매형 돈버느라 힘드신데 우리만 펑펑 낭비하는 거 같다고...다들 절약 좀 하자고 그런 얘기 나왔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복권 같은 거 사지 마세요. 매형.
부록 (가슴에서 피가 날 지경이다)....미안하네.
우현 미안은요.
부록 글은..잘 써지나.
우현 에이. 모르겠어요. 근데 매형. 제 글은요. 너무 자극두 없구 잔잔하기만 해서 사람들이 좋아할지 모르겠어요. 요즘엔 너무 독한 얘기들이 많으니까. (농담처럼) 나중에 매형 출판사에서나 내야지. (눈치보다가) 그러니까 복권 사지말고 저한테 투자하세요. 누가 알아요? 제가 당첨일지. (장난스럽게) 저 계약금도 조금 받을게요...
부록 시끄러 임마. 누가 너 같은 놈이랑 계약한대. (부록 살짝 눈 흘기고)
훈훈하게 웃으며 걷는 두 사람의 뒷모습에서.
씬28/ 거실(N)
미자, 자기가 더빙한 다큐를 보고 있는데
표정은 밝지 않다.
미자 (E) 재연이가 이 방송을 보면..얼마나 심란할까. 그렇게 하고 싶었던 일인데, 집에서 지켜만 봐야 하구.
(E) 전화벨
미자 (액정 보고 받는) 어 재연아.
재연 (F) 미자야. 지금 나오는 목소리 너지?
미자 (약간 미안한) 응
재연 (F) 잘됐다. 미자야. 너무 자랑스러워.
미자 (의외다) 어?
재연 (F) 너 결혼해두 일 그만두지 말고 열심히 해줘. 애들도 옛날 생각 얼마나 많이 하는지 아니? 그때 얘기했던 걸 조금씩 이뤄가고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거 그거...우리한테 엄청 큰 힘된다. 나두 애 좀 크면 다시 꼭 돌아갈꺼야.
미자 (점점 표정 밝아지면서) 그래.
재연 (F) 근데 얘. 넌 아직 결혼두 안하구 애도 안낳아봐서 그런지 목소리에 깊이가 좀 없다. 내가 나중에 깊이 있는 나레이션이 뭔지 꼭 보여줄게.
미자 어머 얘! 저 정도면 잘했지 더 이상 어떻게 더 잘하니! 챠...지집애 하여튼 옛날부터 잘난 척은..(하면서도 표정은 밝은 미자)
씬29/ 미자 방(N)
책상에 앉은 미자.
미자 (NA) 재연이는 나의 불안함을 한순간 부끄럽게 만들었다. 재연이가 일을 포기했다고 생각했던 건 나만의 착각이었는지 모른다. 결혼한다고 꿈을 버릴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해나가면 된다.
(E) 전화벨
미자 (받는) 어. 자기.
현우 (짐짓 심각하게 F) 자갸. 아까 우리 하던 그 얘기 있잖아. 좀더 구체적으로...
미자 (이미 잊었다. OL) 자갸. 아까 내 나레이션 그 거 모니터 했어?
현우 (F) ..어? 아니..녹화는 해놨는데..
미자 (OL) 그럼 지금 빨리 모니터 해봐. 그 목소리가 정말 깊이가 없는지 자기가 피디로서 냉정하게 좀 판단해봐. 알았지?(끊으면)
씬30/ 현우 방(N)
끊어진 전화기 보는 현우
현우 (아쉬운) 아씨...쫌만 더 했으면 가족계획까지 갈 수 있었는데...
생각만 해도 좋은지 헤~ 하고 웃는데서.
씬31/ 회의실(D)-에필로그
피디, 작가, 엔지니어, 다른 성우 몇 명 모여 있고
피디 미안하게 됐는데...지난번 더빙했던 거 사정상 방송이 못나가게 돼서 다시 좀 해야 될 거 같아요.
미자 진작 말씀을 좀 해주시지...
피디 나도 오늘 알았는데 어떡하나. 위에서 하란 대루 해야지 뭐. 에휴. 최미자씨도 이꼴 저꼴 보지 말고 그냥 얼른 시집이나 가요.
미자 (찌릿! 거슬린다. 대차게) 김피디님. 저 곧 시집 가는데요. 어떡하죠? 시집 가서도 쭈욱 여기 나올건데. 혹시 잠깐 안보이면요 애 낳으러 간줄 아세요. 근데 애만 낳으면 바로 다시 나와서 이꼴 저꼴 별꼴 다아~ 볼거니까 다시는 저한테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나 한방 질렀다! 의기양양한데)
엔지니어 (오잉?) 최미자씨 결혼해요?
작가 누군데요? 날 잡았어요?
다른 성우들도 같이 축하한다며 웅성대고
미자 (낭패) 그게 아니라요....아니..아닌건 아니고 맞긴 맞는데요...(E) 아! 최미자 진짜...프로포즈도 어리버리 해버리더니 결혼발표도 이런 식으로 어리버리하게 해버리고...미치겠다!!
사람들 축하해주고 박수치는 분위기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미자의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