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교의학 서론: I. 종교-3
4. 종교의 기원
1) 종교의 일반적인 기원
신석기시대의 유물이라고 말하는 물건 중에는 흙으로 빚어서 만든 동물상이라든가, 神像, 호신부, 제사 기구와 같은 종교적인 물건들이 많이 있습니다. 神像 중에는 女神像이 많이 있는데, 종족보존의 힘이 여성에게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과학으로 자연을 지배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얻고 있기도 한 현대에도 지진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에 대해서 인간들의 힘은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물며 그런 힘이 없었던 옛 시대에 스스로 약함을 아는 인류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있는 것 같은 커다란 바위나 큰 나무 등을 볼 때 그것들이 유한한 인간보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그것에게 절을 하고 제사를 지내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다케오市에 가면 3천 년 된 나무가 있습니다. 나무가 오래되어서 밑동이 썩었는데, 나무가 엄청나게 크고, 썩은 밑동의 구멍도 하도 커서 그 구멍 안에 신당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나무속에 왜 신당을 만들어 놓았겠습니까? 그 나무에 뭔가 영험한 능력이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종교라고 부르는 것 중에서는 이렇게 커다란 나무, 바윗덩어리들이 영험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것이 많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종교는 종교가 아니라 미신입니다. 사전에 보니까 미신은 ‘종교적으로 보편성을 지니지 못하며 일반인들 사이에서 헛되고 바르지 못하다고 인정되는 믿음이나 신앙’이라고 풀이를 해놓았습니다. 한마디로 사람을 미혹하는 헛된 믿음이라는 말입니다.
본질적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와 현실의 생활에서 받는 위협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있는 허약한 인간은 자신보다 능력이 많을 것 같은 존재를 바라보며 그것(들)에게 의지하려고 했습니다. 죽음이나 환경의 위협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의 외부에 존재하는 어떤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를 찾아서 그 존재에게 의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것 중에서 서물숭배를 원시종교의 근원이라고 말합니다.
2) 서물숭배
이 서물숭배가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Shamanism, Totemism, 정령숭배 등입니다.
(1) 무속신앙(Shamanism)
샤먼은 일종의 주술사로서 신과 접촉해서 의사소통하는 초월적 능력을 지녔다고 하여 러시아의 시베리아 퉁구스 지방에서 신처럼 받들어지는 사람을 말합니다. 샤먼은 병을 치료하고 마을의 공동제사를 주관하며, 죽은 자를 다음 세상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믿어졌습니다. 이 샤먼이 몽고족과 우리나라처럼 우랄 알타이어를 사용하는 지방에서는 환자의 병을 고치고 굿을 하는 무당으로 불렸습니다.
샤먼은 부모로부터 세습이 되거나, 부족 사람들의 선택에 의해서 됩니다. 스스로 샤먼이 되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 샤먼은 세습을 받은 샤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지위를 부여받게 됩니다.
한국의 샤머니즘은 무속신앙이라고 합니다. 무당은 신내림을 통하여 신과 닿아있다고 주장하고, 사람들의 흉사를 없애주고 길흉화복을 점치는 점술가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무당은 특별히 불교와 결합하는 독특한 형태를 만드는 예도 있습니다.
(2) 토테미즘
토템이란 말은 한 집단이나 부족에서 자신들의 상징으로서 숭배하는 동식물을 뜻하는 말입니다. 토템이라는 말은 원래 북아메리카 인디언으로부터 유래되었는데 인디언들은 특정한 동식물을 신성시하여 자신의 부족과 특수한 관계가 있다고 믿고 그 동·식물을 토템이라 하여 집단의 표상으로 삼았습니다.
토템의 예로서는 아메리칸 인디언들이나 우리나라의 고조선의 건국 신화를 들 수 있습니다. 호랑이와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서 인간이 되는 신화를 가진 곰과 호랑이를 숭배하는 부족과 환웅 부족이 결합해서 고조선이 되었습니다. 그들의 수호신인 호랑이와 곰 중에 용맹한 호랑이는 인간이 되는 것에 실패하고 유순한 곰만 인간이 되게 함으로써 그 부족의 용맹성은 버리고 순한 기질로 환웅 부족과 융화되는 것을 나타낸 것으로 봅니다.
토테미즘은 원시 사회에서 부족 신앙의 역할을 해왔고, 한 부족을 특정의 동식물과 연관시킴으로써 부족의 정신을 통일하고 종교적으로 부족을 지배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아프리카나 호주대륙 아메리카 대륙의 원시 부족사회에서는 여전히 토템신앙이 존재하고 있다고 합니다.
(3) 정령신앙-애니미즘
샤머니즘과 토테미즘이 자연물을 숭배하는 사상이라면, 정령숭배신앙- 애니미즘은 자기들이 신앙하는 특정한 물체에 精靈이 있다고 믿고 숭배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령이란 영혼을 의미한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실제적으로는 영혼과는 다른 의미의 精氣라고 하는 것이 옳습니다. 애니미즘에서 정령은 모든 생물과 함께 인공물과 자연물을 포함하는 모든 무생물에 깃든다고 주장하는 것을 볼 때 정령을 영혼이라고 하기보다는 정기라고 하는 것이 옳다는 뜻입니다.
애니미즘은 모든 물체에 정령이 있다는 신앙이지만 농경시대에는 농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태양과 물이 주된 신앙의 대상이었습니다.
일본의 신토(神道)를 애니미즘의 예로 말할 수 있습니다.
神道는 일본의 고유한 종교입니다. 고대에 농사의 신에게 제사를 지낸 것이 시초였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크게 흥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것이 19세기 초에 ‘히라타 아츠타네(平田篤胤)’라는 일본 국학자가 일본 신도의 두 가지 신조를 말하면서 크게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두 가지 신조라는 것은
첫째, 일본은 신들에 의해 창조된 나라이며,
둘째, 일본인들은 신의 후손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발전해서 1차 세계대전 이후에 천황을 진짜 신으로 받들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사람들은 집집마다 ‘가미다나(神棚)’라는 조그만 선반을 집안에 만들어 두고 그 위에 죽은 가족이나 조상들의 유물 등을 올려놓고 그 앞에 음식을 놓고, 나가고 들어올 때마다 손뼉을 치거나 종을 치고 절을 합니다. 일본사람에게는 그런 것들이 神입니다. 전쟁에 나갔던 조상이 신었던 짚신 한 짝도 神이 되는 나라이기 때문에 일본에는 천만이 넘는 신이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원시 신앙은 물체에 영혼이 있다고 하는 애니미즘과 무속신앙이 뒤섞인 신앙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서낭당처럼 커다란 나무에 있는 정기가 영험한 능력이 있어서 마을을 지켜줄 수 있다고 믿으며, 또 무당이 그곳에서 굿을 하는 것은 애니미즘과 무속신앙이 결합한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민속신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조상의 영혼이 후손들을 지켜줄 수 있다고 믿는 것인데, 조상 숭배의 방법으로 제사나 차례를 지냄으로써 조상들이 복을 베풀어줄 것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사실 제사는 중국 은나라에서 행하던 것을 은나라의 풍습을 사모하던 공자가 제사도 따라서 하도록 한 것이라고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