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무덤
사진 김종범
글 조용훈
초판 발행일 2023년 3월 15일
페이지 156
발행인 김미희
펴낸 곳 몽트
출판등록 2012.12.20 제2014-0000-38호
주소 안산시 상록구 화랑로 513, 2층 24호
전화 031-501-2322 팩스 031-501-2321
메일 memento33@menthebooks.com
값 18,000원
ISBN 978-89-6989-
<저자소개>
사진가 - 김종범
1995년부터 서울 이미지 코리아(이미지투데이) 소속 작가로서
상업사진을 계속해서 하고 있으며 동시에 파인아트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1999년에 들어서면서 미국의 빌 게이츠가 운영하는 코비스사의 한국인 최초로 스톡 사진작가로 등록되었다.
2011년 뉴질랜드로 건너가 2014년까지 머물며 사진 작업을 하였고, 귀국 후 인사동 갤러리 나우 삼청동 이노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 때문에 뉴질랜드 존키수상이 방한하면서 초대되어 서울프라자 호텔에서 전시회를 열었으며 동시에 대통령으로부터 국위선양을 했다고 초대를 받았다.
10년간 물 위에 설치 작업했던 Red fish이라는 주제로 2022년 7월과 8월에 미국 뉴욕과 뉴저지에서 순회전을 열었다. 주로 해외에서 사진 작업을 해 오다가 코로나 사태로 해외로 나가지 못하면서 2021년 충남 논산에 김종범 사진문화관에서 후진양성을 하고 있으며 주로 작업실 겸 전시 공간에서 머물고 있다. 짧은 기간에 논산의 핫플레이스의 명소로 알려지면서 꾸준히 방문객이 찾아오고 있고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 활동 계획이 세워져 있다.
이번 발표작품 이외에도 다른 장르의 두 작품이 준비되어 있으며 드론으로 촬영한 작품들이다.
문학평론가 - 조용훈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강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문학박사). 현대시를 전공했고 그림과 영화, 음악에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다. 성북동, 삼청동, 광화문, 종로, 인왕산 자락 등이 청소년기의 시적 감수성을 자극한 공간이다. 문학을 비롯한 예술 장르를 문화주제론적으로 통찰하기를 희망하며 글을 쓰고 있다. 현재 청주교육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요절>, <시와 그림의 황홀경>, <그림의 숲에서 동서양을 읽다>, <탐미의 시대>, <문화기호학으로 읽는 문학과 그림>, <에로스와 타나토스>, <시, 문화를 유혹하다>, <근대시인 연구>, <정호승 연구>, <신석초 연구>, <현대시론>, <시가 그렇게 왔다>, <월파 김상용 평전> 등이 있다.
<책 소개>
<제주의 무덤>은 사진가 김종범이 제주도의 무덤을 소재로 사진을 찍고, 문학평론가 조용훈은 그 무덤을 지상에 새긴 별이라는 소재로 글을 썼다.
제주는 육지와 달리 묘지 문화도 다르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도 손색없는 제주의 무덤을 김종범 사진가는 지난 4년간 제주도를 수시로 드나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드론 촬영으로 작업을 진행해 왔다. 무덤을 에워싼 기하학적인 자연색의 패턴과 억새 숲을 헤집고 다닌 동물들의 흔적, 그리고 후손들이 일구는 농작물은 자연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생명 그 자체이다.
제주의 무덤만 촬영한 약 4천여 장에서 조용훈 평론가의 에세이를 곁들여 낸 포토에세이 집이다.
<차례>
작가 노트
제주의 ‘무덤(산담)’ 4
PROLOGUE
지상에 새긴 별 6
PART_Ⅰ
홀로 고고한 14
PART_Ⅱ
따로 또 같이 46
PART_Ⅲ
문명과 만나는 88
PART_Ⅳ
근원과 함께 98
PART_Ⅴ
지상을 수놓다 124
EPILOGUE
그리하여, 우리는 154
<책 속으로>
제주의 무덤(산담)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형태다. 밭과 산, 오름 등에 위치한 곳이 많은데 그것은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공존하는 제주 특유의 삶에 대한 철학이 깔려 있다. 이러한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무덤을 중심으로 둘러싼 ‘돌담’ 그리고 농사를 짓기에는 척박하여 생활 자체가 어려웠던 환경 속에서 살아왔던, 그들의 삶과 죽음을 초월한 철학적인 지혜를 엿볼 수가 있다.
‘산담’은 죽어서도 망자의 혼령이 집으로 찾아오기를 바라는 ‘시문(출입문)’이 만들어져 있고 출입문 위치는 남자는 오른쪽 그리고 여자는 왼쪽으로 있다. ‘시문’이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시문’의 위치에 돌계단을 만들어 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렇듯 산 자의 풍요로운 삶은 망자의 혼령이 지켜줌으로써 지금까지 무탈하게 살아올 수 있었다고 믿었고, 앞으로도 혼령이 떠나지 않게 하려는 산 자의 간절함이 남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제주도를 찾을 때마다 제주 특유의 돌담과 산담들은 점점 사라지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김종범 작가 노트 중에서
겨울 숲.
푸른 빛이 이곳에 도착했다.
경이롭고 환상적이다,
조용하고 경건하고 찬란하다.
오름의 정상은 차고 단호하다.
고요가 숲을 점령하자 그(녀)는 고립무원이다.
눈(雪)의 푸른 슬픔이 나무를 적시고 가지를 미세하게 흔들었다.
잔설은 서늘한 가슴 속까지 이미 파고들었다.
그(녀)는 무심하게도 이곳을 떠났다.
사라졌다.
흔적만이 이렇게 절해고도에 홀로 남겨졌다.
그(녀)가 남겨 둔 눈동자가 하늘을 응시하며
자신이 이곳에 잠들었을 때를 기억한다.
숲은 홀로 남은 그(녀)의 체취를 뜨겁게 에워싸고 눈(雪)마저 가릴 것이다.
마침내 외로움도 눈(雪)에 덮일 것이다.
홀로 남겨진 외로움,
이토록 치명적이다.
너에게로 향하기 위해 나의 몸이 날렵해진다. 출항을 기다리는 배처럼 신호를 기다리지만 끝내 억겁의 세월에 갇혔다. 망망대해 푸른 물결은 파도치며 떠나는 나를 가두고 방향까지 봉쇄했다. 세계와 단절시켰다. 둘 곳 없어 어지러운 마음이 평안을 얻지 못해서 광분한 억새처럼 심란하다. 억새는, 떠나는 혹은 떠나지 못하는 나의 성정을 향해 슬픔을 마구마구 풀어낸다. 이미 오래전 너의 그리움은 내 몸을 점령해서 모세혈관의 끝까지 파고들었다. 친절한 이방인으로 다가와 끝없이 밀어를 속삭이며 새로운 인연으로 나를 품었다. 나는 광포한 슬픔을 바라보며 물결치며 폭발하는 너의 마음을 받았다. 잠시 홀로 외롭고 쓸쓸했다. 이제 시간은 어김없이 추위를 부르고 겨울은 시간마저 얼리리라. 나를 에워싸고 냉동시키리라. 부디 둘 곳조차 없는 그 마음 이제 알겠으니 그만 멈추기를.
바야흐로 너는 오름의 정상에서 영혼의 자유를 만끽한다. 정상 쪽에 머리를 두고 절대 고독을 선포한다. 탕탕한 정신이 풍경을 압도한다. 갈대의 무리는 춤을 추며 네 주변을 별처럼 반짝, 빛을 뿌린다. 길은 세필처럼 가늘고 길게 오름과 오름을 이어서 여기저기 순례자의 영혼과 만나게 한다. 천공의 빛을 정상에서 그대로 뒤집어쓰고 가장 낮은 사람을 향한다.
-조용훈 본문 중에서
<출판사 서평>
제주의 무덤은 육지의 무덤과 다르다. 무심코 이 포토에세이 집을 펼치다가 사진 속 죽음을 맞닥뜨리면 당혹과 슬픔이 훅 가슴을 파고들 것이다. 생존의 터전인 논이나 밭 주변에서 공간을 확보하고 이승의 존재에게 말을 건네는 사진 속 무덤은 현실과는 무관하다는 듯 전혀 다른 세상을 펼쳐 보인다. 견고한 돌은 무덤 주위를 격자무늬로 경계해서 산담의 칭호를 얻었다.
산담은 삶과 죽음 그사이, 아슬한 경계를 구획하고 또는 넘나들며 세속과 숭고, 이승과 저승, 삶과 죽음의 공존을 시각화했다. 이 기묘하고 독특한 풍경이 ‘죽음의 삶’ 혹은 ‘삶의 죽음’의 언어를 동시에 전해준다.
제주의 무덤은 천원지방의 형식으로 때로는 장대한 성채로 굳건해졌다. 마침내 영혼은 지상에 뿌리를 내리고 평안한 휴식에 들었다. 아름다운 시각적 형식으로 삶의 본질을 지상에 형상했다. 그리고 이제, 그리움의 언어로 우리를 소환했다. 죽음과 삶은 손잡는다.
이 책에서 죽음이란, 또 다른 삶의 양식임을 예의를 갖춰서 배울 수 있다.
<제주의 무덤>은 사진이 뿜어내는 다채롭고 풍성한 새로움을 맛본다. 그동안 눈높이 시점 혹은 오름의 높이에서 무덤을 조명한 사진이 아닌, 드론이라는 첨단 도구를 이용해서 마음껏 지상을 부감한 형식은 처음일 것이다. 사진들은 지상을 호령하듯 활달한 시야를 제공해서 작품을 만끽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했다. 평원법에 익숙한 우리에게, 새의 시선으로 시각적인 새로움과 즐거움을, 그리고 풍요로운 읽기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