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일 조선일보 편집국에서 배정원 연세대 성건강센터 소장(왼쪽부터), 박하정 보건복지가족부 저출산고령사회정책국장, 황진수 한성대 교수, 강성추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교육연구센터장이 노인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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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노후가 됐을 때 어디서 사느냐 문제도 중요한데, 농촌 지역에선 월 60만원이면 살 수 있다. 국가적 차원의 귀향(歸鄕) 운동도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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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귀향은 좋은 방식이지만 뒷받침할 의료·문화 시스템, 인간관계 등 갖춰져야 할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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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란 개념이 있다. 늙었을 땐 자기가 그 동안 살아왔던 집과 동네에서 계속 사는 게 좋다는 것이다. 요양이 필요한 경우는 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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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노인 일자리와 관련해서도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일본은 기업들에 전체 직원의 6%를 노인으로 고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의 고령자고용촉진법은 2~6% 고용을 '권고'하는 수준이다. 향후 법적인 강제조항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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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산업구조가 생산직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가고 있어 노인들이 일자리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 국가가 강제하기보다 사회가 자발적으로 노인 일자리를 만들고 채용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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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재 300인 이상 사업장 96%는 정년이 57세로 돼있지만, 정년 전에 퇴직하는 사람이 97%다. 30년 이상을 놀아야 한다. 국가가 향후 10년, 20년을 대비하는 큰 계획표를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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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인과 젊은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려면 지금부터라도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노인, 어린이, 장애인 등 모든 연령과 계층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주거·교통 등 기반시설을 갖추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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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리 사회에는 어른다운 노인상이 없다. TV 드라마에서도 노인은 잔소리나 하고 문제만 일으키는 식으로 묘사되고 있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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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노인들이 하루 13명씩 자살하고 있다. 빈곤과 질병, 가족과의 갈등 등이 원인이다. 노인들은 사회와 가정에 대해 분노와 서운함, 소외감을 갖고 있다. 노인이 심리적 안정을 찾도록 사회적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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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노인 대상 성(性)특강을 할 때마다 150~200명씩 몰린다. 70세 이상 노인들도 주 1~2회 정도는 성관계를 갖고 싶다고 말한다. 요즘은 성관계가 바로 건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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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서울 시내에 콜라텍이 82개 있다고 한다. 예전엔 청소년들이 다니던 이곳에 요즘은 노인들이 몰려들어 춤도 추고 이성도 만난다고 한다. 우리 사회엔 노인들의 성 문제를 풀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다. 한 대학교수 출신 75세 노인이 "머릿속 90% 이상이 성관계 생각"이라고 털어놓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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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외국에선 노인 대상 성인영화관이 있다. 일본엔 포르노방이 있는 양로원도 있다고 하다. 노인을 '무성(無性)적' 존재로 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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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2050년엔 일본보다 노인 비율이 더 많아진다. 일본에선 주민의 절반 이상이 노인인 기초단체가 등장하고 있다. 우리도 그렇게 될 것이다. 지역에 따라 노인 비중이 70%에 이르는 지자체도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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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본에서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과 따로 사는 노인의 자살율을 비교했더니 전자가 더 높다는 결과가 있었다. 신구 세대 간 조화는 가족이 함께 산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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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금 노인들은 자식들에게 모든 걸 바쳐 키웠고 부모도 부양했지만, 정작 자식에게 부양 못 받는 첫 세대다. 열심히 일했는데 남는 게 없다는 박탈감과 분노가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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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호주에서는 노인이 동네 스포츠클럽에 주 4회 출석만 해도 일주일에 우리 돈으로 2만5000원 정도를 주고 간단한 식사도 준다. 노인이 아프면 정부의 의료비 부담이 더 크다는 계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도 그런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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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금 노인들은 산업화·민주화에 공헌했고 여건상 국가의 보조가 필요하지만 앞으로는 스스로 은퇴와 노후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곧 노인이 사회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게 될 텐데, 무조건 '보호 대상'으로만 여긴다면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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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1·3세대를 함께 아우르는 복지관 건립 등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또 노인과 다른 세대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이 절실하다. 당장 교과서부터 바꿔야 한다. 지금은 초등학교 저학년 이외엔 노인에 대한 내용이 교과과정에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