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목요일! 태균이 일기장 첫소절같습니다. 태균이가 매일 쓰는 일기의 첫 문장이 바로 '오늘은 X요일입니다.' 굳이 목요일을 첫 문장으로 쓴 이유는 이번 주들어 월 화 수 억수같이 비가 퍼부었고 오늘도 하늘은 바닥까지 내려와있으며 어제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빗줄기가 긋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도 비내리는 날이 대부분이었으니 6월은 그야말로 빗줄기와 함께 살아갑니다. 오늘 아침은 제 나이만큼이나 오래된 명곡, Have you ever seen the rain?가 마음을 촉촉히 적십니다. 막걸리 생각나게 하는 멋진 탁주 탁성 노랫가락이, 그 원래 의미가 무엇이든, 이번 주의 딱 제 심정입니다.
https://youtu.be/qnUJHHaAIe4?si=9b7UvFo-GwcChNpR
부득불 우중걷기를 하겠다고 고집하는 태균이. 두어바퀴 돈다음 바로 포기모드로 갑니다. 수산한못 연꽃은 이제 절정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한동안 고품격 시야를 보장받은 느낌! 인적드문 곳에서 혼자서 싫컷 즐길 수 있다는 뿌듯함. 이런 공짜 정원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어제는 신천목장 올레길을 걷겠다하여 우산을 챙겨 보냈더니 태균이는 끝까지 잘 쓰고 가지고 왔는데 준이는 어디다 팽겨쳤는지 흔적도 없습니다. 바람까지 심하게 불었으니 바람에 펄럭이는 우산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놓쳐버린 게 틀림없습니다. 준이는 근육에 힘을 가하는 힘조절 기능을 아예 잃어버린 아이같습니다. 그러니 스스로 샤워가 될리가 없습니다. 머리감기, 비누칠하기 시키면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답답함이 밀려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직은 아이같은 모습이라 대신 해주는 게 부담스럽지 않았는데 갑자기 성년의 모습으로 탈바꿈되니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유난히 체모가 많은 유전자인지라 샤워시키는데 심적 부담이 갑자기 너무 증폭되었습니다. 샤워시키는 노동이야 언제나처럼 문제가 되지 않으나 갑자기 성년남성이 되어버린 상황에 저의 적응이 좀 필요합니다.
그러니 아이가 성년이 되기 전 준비시키고 독립시켜야 할 것들 중에 샤워하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요즘들어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도 노력을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가끔 답답한 마음에 소리도 지르지만 그래도 해나가야죠. 오늘 아침에는 태균이가 나서서 준이 비누칠을 막 해줍니다.
머리가 깨기 전에 이미 사람에게서 상처가 너무 많은 아이, 제게 와서는 그저 편하게 의존하고 있다가 요즘 새삼 사소하지만 독립훈련을 받으려니 심기가 불편할겁니다. 그래도 알은 깨야할텐데요, 알을 깨고나와 힘차게 커가지는 못해도 알이라도 깨야 할텐데... 지독한 무기력과 무의지가 발목을 잡아도 정작 본인은 무감각인데 저만 왜 이리 애를 태우는지!
비오는 며칠, 집 때문에 스트레스, 준이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기를 어지럽게 하지만 그래도 할 일이 많으니 덕분에 잊기도 합니다. 남의 자식 키우기가 쉽지않음을 새삼 느끼는 요즘입니다.
첫댓글 갑자기 태균씨처럼 우중 산책이 하고픕니다.
비맞는 연꽃 무리도 바라보고요.
준이 경우는 너무나 특이합니다.
절망이 형상화된 느낌입니다.
식사하는 그 동작이 샤워로 전이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