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결혼을 앞두고 IMF가 터져 한국 기업들이 무수히 도산하였다. 그중 기아 자동차도 포함되어 국민들은 국민 기업을 살리자고 기아차 사주기 운동을 벌였다. 그때 아내가 자동차를 사자고 요구하여 환경 운동의 일환으로 대중 교통만 이용하던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였다. 그럼에도 행복하게 해주자고 약속하고 어렵게 데려오는 신부인지라 결국 백기를 들고 투항하였다. 입양으로 애를 키우자는 나의 의견도 자기 자식을 가지고 싶은 아내의 소망때문에 물거품이 되었는데 너무나 아쉬운 부분이다.
그런데 그런 빠릿한 새 차를 누군가 주차 라인에서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들이 박아 박살을 내놓은 것이다. 내 차와 함께 손해를 본 차량들도 있었는데 다들 경찰이 열심히 범인을 잡지 않는다고 불만이 대단하였다. 교사 생활로도 충분히 바쁜 나는 범인 잡기를 포기하고 보험회사에 모든 걸 맞기려 하였다. 그러다 이불집 사장이 유력한 인사를 동원해 경찰에 압력을 넣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범인은 금방 잡혔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나는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잡힌 범인이 얼른 보상을 해 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의 인적 사항을 가지고 알려주지 않는 경찰을 달달 볶고 나서야 범인의 대리인이 나타나 협상을 한다. 차량 피해 견적에서도 모자라는 금액이었다. 차량을 사용하지 못하는데 대한 보상금도 없이 달랑 이게 뭐냐고 하니 돈이 모자라서 그렇다고 나중에 꼭 갚는다는 약속을 하기에 그 말을 믿고 도장을 찍어 주었다. 그러나 그후로 그들을 다시는 보지 못했다. 중 3시절 우리 아버지를 죽인 운전수 아내가 아이를 업고 울면서 나중에 은혜를 갚겠다고 한 경우와 같은 상황이고 사악한 아버지 친구가 나중에 갚겠다며 돌아가신 아버지 차를 자기 명의로 돌려간 경우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다.
세상 사람들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는게 아니고 상황을 면피하기 위해 자기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자기보다 더 비참한 사람들을 약탈해 먹기 위해 하고 있다. 화는 나지만 나는 교사인지라 너무 바쁘고 한 번 없는 시간을 쪼개 수소문해서 찾아간 집에서 마주친 범인의 초등학생 아들을 보고는 마음이 짜안하여 남은 금액 받기를 포기하였다. 나는 공직자들이 고작 백여만원을 더 받아내기 위해 각종 법정 투쟁을 통해 시간을 허비하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일을 더 많이 맡겨야 한다. 한가하니까 그 짓을 하고 있는게다. 하물며 자신에게 잘못이 있음에도 그러는 사람들은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공직자란 세상을 위하는 직업인데 그런 쪼잔한 짓을 하는 사람이 세상을 위할리는 전혀 없는 일이다. 한 둘이라면 뿌리를 뽑겠지만 너무 많은 자들이 그러하고 그런 자들이 힘을 합쳐 세상을 주도하니 이이제이로 서로를 견제해주기라도 바라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