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모름지기 떠나기 전 준비할 때가 더 마음이 설레는 법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에 며칠 밤을 뒤척이며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얼떨결에 떠나게 되었다. 3일 전에 여행사에 들러 부랴부랴 계약을 하고, 서둘러 준비를 했다.
인천공항을 떠날 때만 해도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낯가림이 심해서 아는 사람 외에는 말도 제대로 못하는 데다, 먹는 게 까다로워서 한식 외의 음식에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통에, 어떻게 5일을 견딜 것인가 걱정만 앞섰다.
타이페이를 경유 한 후, 5시간 가량 남태평양 상공을 날을 때부터 정말 꿈만 같았다. 하얀 뭉게 구름이 한없이 펼쳐져 있어서, 눈밭을 내려다보고 있는 듯 했다. 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푸르렀다. 구름을 한참 내려다보면서 내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건 아닌지 착각이 되었다. 총 8시간이 걸려서야 여행지인 '발리섬'에 도착했다.
아침에 일어나 무심코 창을 열던 나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짙푸른 야자수의 물결에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내가 늘 꿈꾸던 곳이 바로 이런 곳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가이드가 현지 인이어서 어떻게 그의 설명을 이해해야 하나 염려를 했는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리말을 잘했다. 조금씩 틀릴 때에도 웃음을 자아냈다. 예를 들면, 에어컨 스위치를 작동하면서 '이 쪽은 약하게, 그리고 점점 심하게' 라고 표현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멀리 떠나온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불면 날아갈 듯한 안남미였지만, 밥이 있어서 한 끼도 굶지 않고 탈도 나지 않았다. 이 정도면 해외여행도 하는데 지장이 없을 것 같았다.
거리의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에 대해 우호적이었다. 한국어를 한 마디라도 배우려고 하는 데에 놀랐다.
원시림의 협곡 사이를 가르며 아융계곡에서 래프팅을 할 때도 래프팅 가이드의 우리말에 흐뭇했다.
주의사항을 '앉아요. 정지. 앞으로....'등 우리말로 했다. 긴장과 흥분으로 2미터 짜리 폭포를 통과하고 물의 흐름이 잔잔해지자, 가이드는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우리도 보트를 두드리며 '예예예' 하면서 장단을 맞추었다.
다음 날은 유람선 퀵실버를 탔다. 열대어들과 함께 인어가 되어 헤엄을 치기도 하고, 잠수정을 타고 산호초가 만발한 바다 속을 구경했다.
조그마한 섬 페니다에 도착했을 때, 원주민들과 만날 수 있었다. 대여섯 살 가량 되는 아이들이 산호와 조개껍데기를 무더기로 놓고 앉아 있었다. 우리가 배에서 내리자, 갑자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짜작짝 짝짝'.
의외의 환영에 우리들은 깜짝 놀랐다. 게다가 '오, 필승 코리아'까지 외치자 모두들 감동의 물결이었다. 타국 땅에서 나라의 소중함과 국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느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지구의 마지막 낙원이라고 할 만큼 때묻지 않고 아름다운 자연과 순박한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와, 내게 있어 5일은 재충전하기에 충분했다.
'뜨리마까시'는 인도네시아어로 '감사합니다'라는 뜻이다. 어디를 가나 그들은 그렇게 인사했다. 우리에게 친절을 베푼 그들에게 나도 '뜨리마까시'라고 인사하고 싶다.
첫댓글집사님~ 행복한 여행이었군요. 득별한 목적이 없는 그저 쉬는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셨겠죠? 저는 혹 기회가 있어도 목적이 분명한(?) 여행이라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없는 짐이 있답니다. 저도 팔자가 확~ 피어서 여유로운 여행의 주인공이 되고 싶네요. ㅎㅎ.. 아 ~ 아버지 들으실라 도망가야지. 휘리~ 릭
첫댓글 집사님~ 행복한 여행이었군요. 득별한 목적이 없는 그저 쉬는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셨겠죠? 저는 혹 기회가 있어도 목적이 분명한(?) 여행이라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없는 짐이 있답니다. 저도 팔자가 확~ 피어서 여유로운 여행의 주인공이 되고 싶네요. ㅎㅎ.. 아 ~ 아버지 들으실라 도망가야지. 휘리~ 릭
즐거우셨겠어요... ㅠ_ㅠ 물론 저는 태국에서 큰 즐거움을 ㅎㅎㅎ
행복한 여행 즐거운 주말 이었군요.저도 기회가 있습니다......
야 태국에 데리고 가라.........
"발리"......넘 부럽군요....잠수정을 타고 산호초가 만발한 바다속을 구경하셨다고요?.......서윤이가 영화 [니모를찾아서]를 보면서 자기도 저기 가겠다고 때쓰던 바로 그 장면인데.......좋으셨겠습니다.....눈도 마음도 시원하고 행복하셨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