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영 『순이 삼촌』을 읽고
4월 하면 떠오르는 날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생일이, 기념일이 있을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4월 19일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을 거다.
하지만 잊혀져 있는 날이, 기억하지 못하는 날이 있다.
4월 3일 그날, 제주도에서 무차별 적으로 사람이 죽던 날.
1947년 3월 1일, 제주시에서 열린 3.1절 기념행사에서 경찰이 타던 말의 아이가 치이면서 사과나 대처를 하지 않은 경찰을 보고 시민들은 화가 나 경찰에게 항의했지만 경찰의 발포로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다시 폭발했다. 이후 경찰과 우익 청년단의 폭력, 대한민국의 단독 선거 추진(5.10 총선)에 대한 반발이 겹치며 긴장이 고조되었다.
1948년 4월 3일 새벽,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12개 경찰서를 습격하면서 본격적인 봉기가 시작되었다. 이들은 단독 선거를 저지하고 미군정과 경찰의 탄압에 맞서려 했지만 나라는 만들어지고, 정부는 이를 ‘공산 폭동’으로 규정하고 군과 경찰을 대거 투입해 진압에 나선다. 진압 과정에서 무장대뿐 아니라 무관한 주민들까지 ‘빨갱이’로 몰려 학살당한다. 마을 단위로 불태워지고, 산으로 피신한 주민들이 토벌 작전 중 희생되는 일이 이어진다.
내가 읽은 현기영의 『순이 삼촌』은 단편소설이지만 그 속에 담긴 무게는 한 시대의 역사 전체를 끌어안고 있다. 작품은 제주 4.3 사건이라는 국가 폭력의 참상을 한 여성의 삶을 통해 드러내며, 잊혀진 기억을 문학의 언어로 되살려낸다.
화자인 ‘나’가 고향 제주로 돌아와서 순이 삼촌이 죽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갑작스런 이야기에 놀라고, 사촌형 길수와 함께 순이 삼촌의 이야기를 회상하는 순간, 독자는 단순한 개인사가 아니라 집단적 비극의 심연 속으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
순이 삼촌은 북촌마을 학살에서 살아남았지만, 가족과 이웃을 잃은 상처는 그녀의 삶을 끝내 파괴한다. 환청과 피해 망상에 시달리며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다 결국 밭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그녀의 모습은 단순한 개인의 파멸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겪은 고통의 상징으로 그려진다. 그녀의 삶은 역사적 증언이자, 침묵 속에 묻혀 있던 진실의 목소리로 기억된다.
이 소설은 단순히 사건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억과 망각의 문제를 집요하게 묻는다. 화자는 서울에서 성공한 삶을 살았지만, 고향에 돌아와 순이 삼촌의 존재와 마주하며 역사를 잊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 이는 독자에게도 동일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우리는 과거의 비극을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것인가.”로
『순이 삼촌』을 읽으며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는 윤리적 책임이다. 순이 삼촌의 고통은 개인의 것이지만, 그것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공동체의 미래를 지키는 길임을 깨닫게 한다. 그녀의 삶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사회적 폭력과 억압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계하게 만드는 역사적 교훈이다.
결국 이 작품은 제주 4·3 사건을 다룬 문학적 증언으로서, 개인의 비극을 통해 집단적 역사와 사회적 책임을 성찰하게 만든다. 순이 삼촌의 삶과 죽음은 우리에게 역사를 잊지 말고 성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인간의 존엄과 공동체적 책임을 일깨우는 문학적 유산으로 남는다.
내 노트북에는 ‘과거 오늘에는...’ 또는 ‘오늘의 축제와 기념일’이라는 주제로 노트북을 키면 작게 표시된다. 이번 년을 기준으로 지지난 주 금요일에 ‘4.3사건’이라는 주제와 함께 나는 자연스럽게 달력을 보게 됐다. 그날은 4월 3일이었고 달력에는 4.19혁명이 일어난 날만 표시가 되어있었다. 다른 달력에도, 핸드폰 달력에도.
이런 참혹한 사건이 기억되지 않는다는 게 너무 부끄럽다. 나도 기억하지 못했고 기록하지 못한 게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든다. 글 때문에 영상을 찾아보게 됐는데(5년 전 거지만), 이 사건에 대해 2000년 때 정부에서 규정한 이름인 ‘제주 4.3 사건’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사건 이름 자체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게 너무 안타깝다. 빨리 정부에서 규정해 주면 좋겠다.
나는 이제 달력에 표시되지 않은 그날을 기억하려 한다. 잊힌 이름과 사건을 되살려내는 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자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순이 삼촌의 목소리는 단지 과거의 메아리가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깊게 다가온다. 역사를 잊지 않는 일, 그것이 곧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길이며, 공동체의 미래를 밝히는 길이다.
4월 3일을 단순한 날짜가 아닌, 기억과 성찰의 날로,
그날을 기억하는 것이 곧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