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가뭄
다음 날, 새벽 6시 경(?) '청도댁' 남편 '최 선생'이, 내 방으로 들어왔는데...
저는 깜짝 놀랐지요.
'아파트 경비 아저씨'드라구요.
현직이 그러니까(그 복장으로 들어오니) 그런데, 정말 그 모습이드라구요. (이틀에 하루 근무 끝나고 새벽에 돌아왔던 것으로, 돌아오자마자 저에게 인사를 하러 들렀던 건데요.)
저는 웃음이 나오드라구요. 무시해서가 아닌, 그렇게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좋아보여서였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청도댁'은 이미 집에 없었는데, 마을에 있는 교회에 새벽기도를 갔던가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있는데, 이젠 다 성인이 되어... 대구에 나가 있고, 두 부부만 오손도손 보기좋게 살아가는 집이거든요?
제 '봉화 산골 기행' 때, 우리는 바로 앞뒤 집 이웃이었는데... 그 때 정이 들어, 두 부부와(저보다는 10여 년 젊답니다.) 친구가 됐답니다.
제가 전날, 좀 늦게 잠자리에 들었는데... 시골이고 해서, 그리고 전날 낮잠도 못 잤고 피곤해서... 잠은 꽤 잘 잤지요.
그렇지만 최선생은 오전엔 쉬어야 해서, 청도댁과 저는 '밭 구경' 간답시고, 마을 밭에 나갔는데...거기에 한 마을 노파가 있었습니다.
우릴 보더니, 일장 잔소리를 늘어놓는데......
심한 경상도 사투리여서, 제가 제대로 받아쓸 수 없을 어투였지만...
대충 그 뜻은 이해가 되었는데,
지금 가을 가뭄이 너무 심해, 채소를 잘 가꾸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김장하기도 힘들겠다시면서,
왜, 채소만 심어놓고 정성을 들이지 않느냐며... '청도댁'을 막 나무라드라구요.
그런데 저는 철도 없이 그 분 옆으로 다가가 보니,
아닌 게 아니라 무를 아주 이쁘게(?) 겉잎을 따주고, 물까지 줘서... 보기가 참 좋드라구요.(아래 사진)
근데요, 그 노파 저를 보더니,
자신의 지난 날 얘기까지 꺼내가며, 농사에 대한 일장 연설을 늘어놓드라구요.
저는 열심히 경청을 했는데, 듣고 보니...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배추고 무고, 옆으로 좍 벌어지는 이파리를 따줘야 내실이 있게 자란다며(그것까지야 충분히 이해가 됐는데), 그 떼어낸 이파리들도 그냥 마구 버릴 게 아니라, 그 옆 고랑을 덮어주시던데... 그 이유도 설명하시는데,
그렇게 땅을 덮어야, 조금이라도 햇볕을 차단시켜(?)... 땅이 갈라지는 것도 막고, 그게 나중에 썩으면 거름으로도 작용하니... '1거양득'이라는 말씀에,
저는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되었답니다.
그토록 정성을 들여야 그나마 심은 채소를 제대로 키워 먹을 수 있다는 말씀,
농부들의 정성이 얼마나 깊은지를(저 같은 사람은, 그 정도까지는 상상도 못했었는데요.), 새삼스럽게 깨닫기까지 했답니다.
그래서 연신 그 분의 말씀을 경청한 끝에,
"할머니께서 손을 대신 무가 너무나 이쁘네요!" 하고 감탄을 하며 사진까지 찍자(첫 번째 사진),
그 노파는 기분이 좋으셨던가 봅니다.
물론 저는 '밭구경' 갔다가, 노파의 훈계와는 상관없이... 저도 배추와 무의 곁이파리를 따주는 일을 했는데,
저는 도시사람이지만, 그런 일을 아주 재미있어하는 사람이거든요?
(거부감이 없답니다.)
그런데 노파가 저 하는 행동을 보더니, 마음에 드셨던 듯(?)...
자신의 집이 가까우니(청도댁 집은 한참 되는데) 물을 받아다 채소에 물을 주라고 명령(?)을 하셔서,
청도댁과 저는 바케스에 물을 받아다 주기도 했는데,
대낮에 물을 주면 물이 금방 증발하니, 해걸음에(해가 질때) 주는 게 낫다며... 저녁 때 오라는 당부까지를 하시드라구요.
아무튼, 오늘은 이 시골에 와서... 한 노파의 가뭄에 대한 대처방법을 보고 배웠답니다.(?)
제가 농사를 지을 건 아니지만,
그런 정성을 들여야, 우리가 먹는 채소가 제대로 성장한다는 사실을... 직접 제 눈으로 보고, 현장 실습까지 했던 겁니다.
근데요, 가을 가뭄이 너무 심하다고 합니다.
가을을 분명 가을인데, 아직도 한낮의 햇볕은 땡볕이고...
농부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는 것 같습니다.
근데, 일을 끝내고 잠깐 보니...
그 마을 뒤편엔 개천이 흐르고, 거기엔 이미 오리들도 와 있드라구요.
그리고 호박들은 땅에 뒹굴며 익어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