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관 시인이 본 53 선지식 31차 30. 차한잔 나누는 담양 정자
차 한잔 나누는 담양 정자에는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이 보이는데
숲속의 골짝에 작은 연못이 있는데
왕 개구리가 소리를 지르고 있구나
아직도 자신이 거주할 집이 없는데
밤이 깊어 오는 어둠 속 작은 암자
목을 길게 내밀고 우는 왕 개구리
오래간만에 만난 벗들을 위하여
숲속 웅덩이에서 들려오는 육 자 박이 소리
백일홍 나무에 꽃이 어둠 속에서 떨어지고
바람이 소리치고 지나가는 소리
밤이 깊도록 차를 마시는 벗들
어느새 지쳐서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슬픔에 겨운 듯이 아쉬운 계절의 끝
깊은 산 속에 우는 먹구렁이 울음소리
차 마시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음을 잊었네!
계절의 뒤안길에는 벌써 옛길이 되어 잠을 청하니
어서 일어나 차나 한잔하게나
너무도 일찍 일어났나 보네
깊은 산, 골짝에 자라난 차나무가
자기 운명의 병을 고치지 못하고
차 나무의 운명도 막을 내리었네!
밤이 깊어도 잠이 오지 않는 밤
밤이 오는 날을 기다려야 하나 보내
그동안 산천에 푸른 옷을 입고 기다리는 밤 오면
자신의 숲속에 두었던 사랑의 속삭임이라도
온몸에 기름 바르고 기다리는 속삭임으로
푸름을 선보였던 첫사랑의 속삭임을
하늘과 땅에서 서로 이어지는 것은 꿈이었네!
저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보이고 있느냐?
아 그날에 속삭임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구나!
그날같이 서로를 속삭이며 보려 하지만
때는 이제 늦었으니 어쩔 수 없어
새로운 희망의 꽃 무리가 일어날 때
그날을 기다리는 것만이 꽃을 피움이네!
차를 마시는 시간적 여유는
무엇을 그리도 깊은 강 물속으로 들어가
차 한 잔 마시는 것이야말로 삶에 존재
삶에 존재를 지정해 주는 길을 떠나
어딘가로 가야 할 인연의 고리
그날에 만났던 시간은 숲속에 속삭임
나에게 있어서 숲속에 암자는
다정한 벗들을 맞이하는 연못
연못을 만드는 장인 정신도 한편
인연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네!
차를 마시는 인연의 작은 암자는
벗들을 만나는 꿈을 키우는 새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새가 된다.
새도 차를 한잔하는 순간을 보내
2024년 10월 19일
출처: 불교평화연대 원문보기 글쓴이: 진관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