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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 시창작 강의 7>
가을호/토토의 토마토는 모래사장 위에서 열린 토마토 도미노 놀이를 좋아합니다
토토의 토마토는 모래사장 위에서
열린 토마토 도미노 놀이를 좋아합니다
-시의 혈관에 언어의 피 수혈하기-이미지와 생각의 결합
-울먹거린다는 것의 구월- ‘슬프다’ ‘분노하다’ 관념의 형상화
송 진(시인)
제 七, 얻을 것도 설할 것도 없다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느냐. 또 여래가 말한 바 법이 있느냐.』수보리가 사뢰었다.『제가 아옵기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은 결정된 진리가 있어서 그것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 하시는 것이 아니오며, 또한 결정된 내용이 없는 진리를 여래께서 말씀해 주셨나이다. 왜 그러냐 하오면 여래께서 말씀하신 진리는 취할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고, 진리도 아니고, 진리 아닌 것도 아니기 때문이옵니다. 왜 그러냐 하오면 깨달은 현인과 성인은 상대의 세계를 뛰어난 무위(無爲)의 절대법 가운데 차별이 있기 때문이옵니다.』
-<금강반야바라밀경/요진 삼장법사 구마라습 역/선문출판사>
시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쉽게 길들일 수도 없고 쉽게 길들여지지도 않습니다. 때로는 야생마처럼 어디로 사라졌다가 때로는 순한 양처럼 곁을 내어주기도 합니다. 시의 폭풍과 환희로움에 노출된 우리는 눈과 바람과 돌산과 바다와 얼음 위를 온 몸으로 더듬으며 기어갑니다. 거센 비바람을 맞으며 밤길을 홀로 걸어가는 귀뚜라미 같다고나 할까요 때로는 안개나 달빛에 젖어 걸어가기도 합니다. 위험한 고비도 여러 번 넘기겠지요. 그 고비를 넘길 때마다 시는 자랍니다. 우리의 키는 자라지 않아도 시의 키는 자랍니다. 우리조차도 모르게 말입니다. 그렇게 의연한 모습이 시의 다양한 모습 중 하나입니다. 시를 쓰는 환경이 다르고 시를 쓰는 습관이 다르고 언어의 결도 달라 시의 경향은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우리가 시를 가지고 싶다고 시를 가져지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시를 버리고 싶다고 시를 버려지는 것도 아닙니다. 시는 우리의 몸속에 결핍과 열정과 인내라는 장기를 만들어 넣고 호랑이가 우글거리는 높은 산 고개를 넘게 합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우리의 광주리에는 몇 개의 떡이 남아 있을까요?
시의 혈관에 언어의 피 수혈하기 -이미지와 생각의 결합
<우리의 혈관>에 언어를 수혈한 적이 있는지요.
지금부터 언어의 혈관주사를 맞아보겠습니다.
간호사가 우리의 왼팔 가운데에 노란 고무줄을 묶습니다. 우리는 시간의 주먹을 쥡니다. 간호사가 언어의 주사기를 들고 오네요. 언어의 주사기 안에 든 언어의 액체를 공중으로 한 번 쏘아 올립니다. 자그마한 폭죽처럼요, 꼬마전구, 등산화, 주차장…… 몇 개의 언어들이 공중을 둥둥 떠다닙니다. 간호사가 우리의 왼팔을 톡톡 치더니 시공의 혈관을 찾았는지 언어의 주사바늘을 꽂습니다. 메리골드꽃바구니. 죽은 비둘기, 썰매, 오로라…… 혈관 속으로 언어들이 길을 찾아 들어갑니다.
@예문
<꼬마전구>
⁍이미지
가) 꼬마전구는 육각형 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에는 칠각형 거울이 앉아 있었다 거울 왼쪽에는 여덟 개의 꽃잎이 활짝 핀 토끼가 비스듬히 의자를 손에 들고 서 있었다 거울 오른쪽에는 꽃잎이 시든 아홉 개의 제라늄 화분이 팔짱을 끼고 창밖을 보며 서 있었다 꼬마전구는 열 개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열 한 개의 꽃잎을 먹던 열 두 개의 거울이 열 세 개의 불길을 용처럼 내뿜었다
- 송 진 <십방삼세: 우주, 하늘: 과거, 현재, 미래>
⁍생각
나) 다락방에 외롭게 커져있는 꼬마전구-다락방에서 혼자 꽃잎 피어나는 꼬마전구
어릴 적 유일한 내 친구 -어릴 적 내 곁에서 ‘아빠하고 나하고’ 기타 쳐 주던
야단맞을 때도 -새엄마 꾸지람에도
달래주고 -말랑말랑한 음표를 입에 물려주던
고마워 -입 안에 부드럽고 달콤한 촛불이 소곤거렸다
불이 났다 -촛불이 천장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이미지와 생각의 결합- 구체적인 시적 형상화
다) 빨간 꼬마전구는 육각형 다락방으로 들어갔다. 다락방에는 파란 꼬마전구가 꽃잎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여섯 살 때 새엄마의 꾸지람을 듣고 훌쩍이던 곳, 산산 조각난 제비꽃 접시의 값을 벌어오라던 새엄마의 말은 다락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쇠그물이 되었다. <훌쩍이는 모습>이 구석에 서 있는 거울에 비쳤다. 거울은 호주머니에서 기타를 꺼냈다 음표와 악보를 꺼냈다 <훌쩍이는 모습>은 말랑말랑한 음표랑 놀다 잠이 들었다 나무계단에 비스듬히 세워둔 촛불이 천장을 향해 손가락을 뻗는 줄도 모르고
- 송 진 <훌쩍이는 모습>
@ 직접 쓰는 시간 ( 쓰여 지는 대로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씁니다)
<꼬마전구>
가)이미지:
나)생각:
다)이미지와 생각의 구체적인 시적 형상화:
시를 공부하는 사람은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인내심을 기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신호등을 건널 때 한 번 쯤 일부러 건너지 않고 그 다음 신호등을 기다려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시간이 많은 사람처럼 게으름을 피워봅니다. 그러면서 가을에 물든 하늘도 한 번 쳐다보고 나뭇잎에 맺힌 빗방울도 한 번 쳐다보고 편의점 앞에 서있는 붉은 플라스틱 의자의 말에도 귀 기우려봅니다. 그런 순간 우리는 시인이 됩니다. 시는 기다려주지 않지만 우리가 다가가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습니다. 시는 마음으로 전달되는 불립문자(不立文字)입니다. 사물과 자연과 인간의 마음이 서로 서로 전달되어 자기 자신의 근기(根機)대로 언어라는 꽃으로 물방울이라는 웅얼거림으로 피어납니다.
근기
‣ 근기根氣 1. 근본이 되는 힘. 2. 참을성 있게 견뎌내는 힘.
[ 根機 ] 사람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종교적인 자질이나 능력.
산스크리트로는 인드리야(indriya)이며, 근기(根器) 또는 줄여서 기(機)라고도 한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바탕, 즉 본성을 나무의 뿌리[根]에 비유하고 그것의 작용을 기(機)라고 한 것이다.
불교에서는 특히 부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교화될 수 있는 능력 또는 그 대상을 가리킨다. 수행을 하고 안하는 것, 법(法)을 배우고 익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모두 이 근기의 정도에 달려 있다. 근기는 사람마다 타고난 정도가 다르므로 근기가 높은 사람은 교법을 받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에 따라 근기를 가름하는 말도 여러 가지이다. 예를 들면 소질과 능력의 높고 낮음에 따라 상근·중근·하근으로 나누고, 성품에 따라 악근과 선근으로 나누며, 자질에 따라 돈근(頓根)과 점근(漸根)으로 나누기도 한다. 또 과거세에 닦은 선근의 힘으로 갖게 되는 기를 명기(冥機)라 하고, 현세의 삼업(三業)으로 힘써 선을 실천하는 기를 현기(顯機)라 하며, 교화의 대상이 되는 기를 권기(權機), 실제로 교화를 받아야 할 상대의 기를 실기(實機)라 한다.
부처는 중생의 근기를 살펴 그에 알맞게 설법을 하는데 이를 수기(隨機) 설법이라 한다. 이 가르침에 근기가 적합한 것을 두기(逗機)라 하고, 부처가 설법의 방편으로 취하는 근기와 가르침을 받는 보살이나 중생의 근기가 일치하는 것을 감응(感應)이라 한다. (출처 두산백과)
울먹거린다는 것의 구월 - ‘슬프다’ ‘분노하다’ 관념의 형상화
새벽 다섯 시 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네요. 공작새는 어제부터 울먹이고 있네요. 울먹울먹 울먹이다보니 귀가 나뭇잎처럼 붉게 물들고 코에서 하얀 꽃잎들이 흘러내리네요. 공작새 꼬리는 강가에 잠들어 있구요. 공작새 날개는 언덕 위에 잠들어 있네요. 개둘개둘 개구리들이 연못 분수대 아래에서 연보랏빛 알로에 울타리를 만들고 있어요. 울먹울먹 죽은 울 엄마가 도착했구요 울먹울먹 죽은 울 아빠가 도착했어요 울먹울먹 죽은 오빠도 울먹울먹 죽은 동생도 울먹울먹 죽은 친구도 차례차례 구월의 상에 둘러 앉아 향을 피우고 밥을 먹어요 구월은 우레 같은 달 천둥 번개가 쳐요 구월은 난꽃 같은 달 오묘한 향기가 사방을 아우르지요 울먹이가 울목이가 되고 울목이가 울목새가 되고 울명울명 맑은 물이 고여요 보리수나무에 매달린 금빛 해먹이 울먹울먹 거려요 살아있는 아빠가 해머를 들고 달려온다고 그러네요 나쁜 이라는 말을 쓰고 싶네요 나쁜 아빠는 다 쓰레기인가요 나쁜 아빠도 한 때는 소년이었고 한 때는 귀여운 아기였죠 늘 울먹울먹 거리는 왜냐면 그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엄마가 죽었죠 신화처럼요 신화는 늘 생활전반에 걸쳐 일어나죠 생활이 신화이죠 신화 속에 자라난 소년은 늘 나쁜 소년이고 나쁜 소년은 신화처럼 성공해서 승승장구하고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그러죠 그래서 해머가 공포의 도구가 아닌 해피해머인가봅니다 그런가봅니다 울명물명 울명새 이 작은 새장 속에 구월과 울먹이와 울목이와 울명이와 울목새와 울명새가 함께 살아요 노란 조밥과 눈처럼 흰 순두부에 울먹울먹 양념장을 끼얹으며 울먹울먹 거리며 아직 나쁜 소년을 미워할 수 없어요 그 슬픔이 어떤 종류의 것이든 비오는 연못 위에 떨어진 노란 조처럼 민박의 밥을 언어의 발자국처럼 이어가고 있네요 그렇게 조가 되어.
송 진 _ <울명새>
지나친 형식에도 얽매이지 말고 지나친 삶의 성찰에도 얽매이지 말고 마음이 말을 하는 것에 따라 그대로 자유롭게 쓰시길 바랍니다.
⁍ 언어 연상 놀이 (하나의 언어를 떠올렸을 때 이어 떠오르는 언어들을 모두 적어봅니다.)
<예문>
• 울먹이는-울목-울목새- 울먹울먹-울명-울명새-우레-해먹-해머hammer-해피
• 눈썹을 치켜뜨는-입술이 실룩거리는 염소-푸른 들판의 목동-염소떼 구름
• 일그러진 턱-카운트다운- 권투선수-록키-로키산맥-수목한계선-찰리러셀의 불처럼 뜨거운 불곰사랑
⁍ 위의 문장들을 이어서 더 긴 문장이 되게 합니다
울먹이는 울목 울목새 울먹울먹 울명 울명새 우레 해먹 해머hammer 해피, 눈썹을 치켜뜨는 입술이 실룩거리는 염소, 푸른 들판의 목동 염소떼 구름, 일그러진 턱 카운트다운 권투선수 록키 로키산맥 수목한계선 찰리러셀의 불처럼 뜨거운 불곰사랑
문장을 길게 이어서 큰소리로 읽어보세요 어떤 느낌이 드나요?
<직접 쓰는 시간입니다>
⁍ 언어 연상 놀이 (하나의 언어를 떠올렸을 때 이어 떠오르는 언어들을 모두 적어봅니다.)
• 울먹이는-
• 눈썹을 치켜뜨는-
• 일그러진 턱-
⁍ 위의 문장들을 이어서 더 긴 문장이 되게 합니다.
문장을 길게 이어서 큰소리로 읽어보세요 어떤 느낌이 드나요?
어떻게 하면 좋을 시를 쓸 수 있을까요? 시에 대한 질문은 밤새도록 이어집니다. 오늘 본 것을 말하지 않기, 들은 것을 말하지 않기, 느낀 것을 말하지 않기 그리고 그것들은 오랫동안 마음 한 구석에 있는 듯 없는 듯 내 버려두었다가 시간이 흐르고 잎이 삭을 정도로 무르익었을 때 한 자 두 자 꺼내 적어볼 것. 시는 야구공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것, 시는 달팽이보다 천천히 다가오는 것, 내가 가지려고 하면 할수록 가질 수 없는 시, 아, 다리 아파. 청단풍나무 귀퉁이에 쭈그리고 앉습니다. 시도 버리고 나도 버리고 텅 빈 허공(空), 그 곳이 바로 진정한 시공간입니다
뜨거운 화롯불에 익은 듯한 적색 토마토 속에 파가니니의 칸타빌레 라장조 선율이 흐릅니다 엉덩이가 토실토실한 돼지 등 위에는 밤송이처럼 생긴 토마토가 털 없는 빨간 쥐를 뜯어 먹고 있습니다 강아지 두 마리는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토마토의 몸에서 열이 납니다 문이 삐걱- 열립니다 토마토의 얼굴에 좁쌀처럼 파란 지문이 생겼습니다 미군들이 오가며 파란 지문을 혀로 핥아줍니다 문 안의 거실에 보라 양탄자가 깔려 있습니다 재민이가 언니들 틈 사이로 뛰어 들어갑니다 미군들이 잿빛 러닝을 입고 하나 둘 하나 둘 아령을 들고 다락이 있는 좁은 방의 계단을 깔깔 웃으며 오르내립니다 빨간 머리띠를 한 언니가 햇살이 들지 않는 높은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벽이 벽에게 벽을 낳으러 간다고 윙크를 합니다 벽 사이가 너무 가깝습니다 벽은 벽 속으로 들어갑니다 비가 내리고 자갈이 잠시 젖었습니다 해가 비치더니 자갈이 잠시 말랐습니다 재민이는 바이올린을 몸속으로 삼킨 듯한 연주를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거북이가 말하기를 “바이올린 선율입니다.” 묻지도 않은 말을 했습니다 “그렇군요” 묻지도 않은 대답을 했습니다 그렇게 성의를 다해 대답했지만 재민이는 오늘도 보라 다락방에서 내려올 줄을 모릅니다
송 진 _ <자갈마당 재민이>
⁍ 아래의 음악을 찾아서 한 번 들어보시기를 바랍니다. 들으면서 생각나는 대로 단어이든 문장이든 쓰고 싶은 대로 씁니다. 혈관에 흐르는 피처럼 자연스럽게 씁니다. 생명을 살리는 시쓰기입니다.
<예문>
1. 파가니니 <칸타빌레 라장조>
https://youtu.be/vAZpwHn2X4U?si=AAawWuCLhIgIYO-8
사과, 멍석, 송곳니, 오로라, 물방울, 시냇물, 선녀의 날개옷, 귀밑머리, 흰 목선, 모시로 만든 노트를 넘기는 긴 손가락, 황매산 칠월 계곡 너럭바위에 앉아 물소리 들으며 시원하게 누워 자는 갈색 푸들 강아지 구름이, 장화 신은 햄릿과 리어왕, 왕관 쓴 장화와 홍련, 수박이 ‘풍덩!’ 범어사 계곡으로 떨어지다, 레이스 커튼의 실루엣, 낙동강의 안개..안개..안개들...안개마을로 흘러 들어가다. 자오선을 향해 날아가는 긴꼬리극락새, 치즈케이크와 아보카도 속살의 부드러운 입술, 경주 중생사 법당에서 향을 피우는, 얼굴 없는, 지장보살의, 낭산 첫배반 마을로 번지는 저녁노을 같은 엷은 미소......
2. 모차르트 <마술피리- 밤의 여왕 아리아>
https://youtu.be/s7vJcUogrEI?si=DNXwJJCU0v5xbMfG
까마귀들이 동굴 밖으로 뛰쳐나온다 고인돌이 무너진다 시체들이 일어선다 거리로 쏟아지는 가위와 칼들 말들이 말을 몰고 말을 뛰어넘는다 뜨거운 용암이 달리는 자동차 위로 떨어진다 쓰나미가 밀려온다 사람들이 산으로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멀어지는 파도소리... 들린다 쏴아..파랑.. 들린다.. 쏴아..하양.. 쏴아..노랑..해안가에 떨어진 귀와 입술과 눈알을 주워 먹는 흰죽지쇠갈매기들의 필사적인 피의 부리들.
3. 드뷔시 <달빛>
https://youtu.be/hZzt-q5YJ40?si=w9HvwwBz-YnhsYjO
내전에 지친 시리아 아이들이 잠이 든다 아이들을 쓰다듬는 달과 별과 바람들의 부드러운 속눈썹 들릴 듯 말듯 물고기의 푸른 목소리 힘내 힘내 아이들이 축구를 한다 아이들이 물을 마신다 아이들이 학교를 간다 소박한 꿈들이 흘러 다니는 운동화 속 덜컹거리는 양들의 침묵 헝겊 이불들의 입술이 붉다 밥그릇 속에 지네가 기어간다 포화 속의 아이들은 원래 있는 그대로의 사랑을 받기를 원하기에 달의 눈동자는 늘 푸르고 검고 슬프고 아름답다
<직접 음악을 듣고 쓰는 시간입니다>
1. 파가니니 <칸타빌레 라장조>
2. 모차르트 <마술피리- 밤의 여왕 아리아>
3. 드뷔시 <달빛>
(겨울호에 계속됩니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독자가 직접 쓸 수 있는 공간을 비워두었습니다. 저는 ‘날마다 쓰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환경과 능력에 맞춰 십 분이든 이십 분이든 날마다 쓴다면 생각이나 글의 흐름이 자유로워지고 생각보다 글이 쉽게 잘 써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필자)
송 진
1999년 《다층》 제1회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지옥에 다녀오다』, 『나만 몰랐나봐』, 『시체 분류법』, 『미장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