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 순대국
소생은 순대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막내 여동생 집 근처에 함경도 순대국 집 있는데,
순대국 한그릇 먹고자 열시반까지 오란다.
마누라 말을 전해듣고 시큰둥 하는 소생을 달랜다.
카스테라 빵 두쪼각
복숭아 한 개
대추차 한 잔
그리고 특별한 날에만 주는 커피
“에스프레소”
독일 프랑크푸르트 단두대 동상 앞 커피솦에서
마누라가 ‘꼬부랑영어’로 주문하여 사준 커피.
정종 사깃잔만한 조그마한 잔으로 주다.
도대체 이게 뭐야?
소태처럼 쓴 맛이 혀에 닿는 순간
반나절 비행기 여독에 어젯밤 흑맥주 주독 탓인지. . .?
흐리멍텅한 영혼을
한방에 팍 영혼 깨우는 맛.
음!
역쉬 쓴 거는 보약이여.
그 추억과 낭만을 되살려 주는 에소프레소를 특별하게,
내놓아 일순간 기분 전환되다.
여봇!
등산 바지 입고 가세요.
왜?
밥먹고 대공원 걷자구요.
그래 그러나 열시반까지는 안가.
11시30분에 도착 한다고 해.
아침도 아니고 점심도 아닌 건강식 아점에
오빠를 초대하는 식사모임이 싫어서다.
식당에 도착해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홀 세군데가 꽉 차서 손님들이 줄 서서 대기한다.
머리털나고 이런 식당은 처음 본다.
손님들 년령대가 젊거나 늙수그레 하다.
행색은 좀 초라해 보이는 검정색 계통이다.
또 얼마나 허겁지겁 맛있게 먹는다기 보다 쑤셔넣는지,
벌써 내 옆자리는 두 번이나 바뀐다.
순대와 고기 모듬 17000원
순대국 10000원
소주 5000원
뚝배기 한그릇에 밥 한공기 후르룩
금방 비운다.
만원에 이렇게 맛있게 먹을 수가 없다.
끓임없이 밀려 들어온다.
맛은 별미이나 선진국 타령하는 2023년도에도
그 옛날 우리처럼 꼭 닮은 배고픈 영혼이라서 괜히 마음 불편하다.
대공원 도착하니 가랑비가 내린다.
덥지 않아 모처럼 만보 걷기 좋은 날씨였다.
다만, 발목이 다 안나은 것 같아 월요일날 한의원 다시 가봐야겠다.
집에 도착하여 마누라가 지압봉으로 두드려준다.
혈류 장애 개선으로 청력 시력이 더 이상 나뻐지지 말라고 마음 써주는 거다.
티브이 뉴스에 4만명 젊은이가 취직 못하고 대기한다고 자막이 뜨다.
예상하지 못하는 어려움에 처한 이웃 모습을 보니,
오늘은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인다.
아울러,
마누라는 생질이 좋아한다고 여동생에게
지난 번 담은 열무김치를 한 통 전해주는 배려와 나눔을 목격하다.
작은 거 지만, 형제에게 명절 때 전해주는 마음이 고맙다.
그리고 내 자식은 순대국 먹고자 줄 서지 않는 직장에 다니니,
이 또한 마누라 공과 덕이구나라는 생각이 스친다.
끝으로 어려운 이웃이여,
어떤 일이든 수고와 노력이 성공의 기반되므로,
기다림의 여유로 내일의 밝은 새벽을 맞이 하시길.....
계묘년 중추절 앞두고 청해
첫댓글 일상의 행복이 가득
아름다운 정 이슬비 물방울 되여 흐르는듯 투둑둑...부럽 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