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시골에 살 때는 풀이나 꽃 이름을 제법 많이 알았으나
도회지로 나와 자연과 담을 쌓고난 이후로는 알았던 이름도 다 까먹고 말았다.
지난 토요일 친구들과 천태산으로 등산 갔다가 계곡으로 하산하는 길가에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었다.
친구들 가운데는 숲 해설가도 있지만 그 땐 친지의 농삿일 도와준다고 빠진 날이어서
아무도 꽃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한 친구는 꽃 모양이 바람개비처럼 생겼다고
아마 바람개비꽃이 아니겠는가 하였다. 요즘은 산으로 들로 야생화를 찾아 다니는 그룹도
있고 등산인구도 많아 스마트폰에 앱을 깔고 폰을 식물에 갖다대면 바로 이름이 뜬다고 들었다.
꽃모양이 제법 마음에 들어 사진 몇장을 찍어 왔다.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얼레지'라는 꽃이었다. 꽃말이 '바람난 여자','질투'로 나왔다. 우리가 바람난 여자라고 하면
좋은 이미지는 아니다. 왜 하필이면 예쁜 꽃에다 '바람난 여자'라고 붙였을까?
얼레지꽃은 3~4월에 피는데 꽃을 피우려면 싹이 튼 후 7~8년은 자라야 꽃을 피울 수가 있단다.
이 꽃은 낙엽이 쌓여서 썩은 깊은 계곡 근처에 군락을 형성하고 있는데 뿌리는 30~40cm나
땅속으로 깊게 박혀 있다고 한다. 꽃 봉오리는 햇살이 비추기 전에는 꽃잎이 초롱모양으로
오므려져 있다가 햇살이 나면 펴지기 시작해서 정오쯤 되면 꽃잎이 뒤로 활짝 젖혀진다고 한다.
꽃잎이 활짝 열린 모습이 마치 도도하고 콧대 높은 여자처럼 예쁘게 생겨서 꽃말이 '바람난 여자'
로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싶다..
아래 사진에는 보라색이지만 돌연변이로 흰색도 있고 노랑색 꽃도 있단다. 얼레지란 외국어 같지만 순수한 우리말이고
유래는 잎에 얼룩얼룩한 무늬에서 나왔다고 한다. 뿌리는 캐어서 약초로 쓰기도 하고 멧돼지도 좋아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