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주택에 대한 선입견
‘농가주택’이라 하면 보통 국가에서 농촌지역에 표준으로 배포한 농가주택을 떠올리기 마련이다(우리나라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농가주택 표준설계도를 배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농가주택의 기준을 규모로만 한정짓되, 재료나 형태, 공간 등의 설계에 있어서는 농가주택이라의 표준이나 조건을 애써 떠올리지 않고자 했다. 단순히 농촌에 있는 주택이라 하여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마저 같은 틀 안에서 이루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는 농가주택 프로젝트지만 이름만 농가주택이라는 것을 밝히며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Formative architects
건축주
건축주는 두 딸과 아들 하나를 둔 중년의 부부였다. 첫 만남에는 온 식구가 함께 모여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타 시골집과는 다르게 세 자녀가 주중에는 서울에서 지내다 주말에는 집으로 와서 지내기에 부부는 물론이고 자녀들의 의견 또한 귀기울여 들어야 했다. 다양한 의견들이 오고 갔지만 통상적인 주택의 모습이 아니라 가족들의 바람이 담긴 집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주된 이야기였다. 행복한 가족의 모습과 기존 집 넘어로 보이는 남한강의 풍경을 통해 우리는 이 집의 미래를 그리고 또 그려 보았다.
건축주는 가족의 바람이 담긴 집을 짓고자 했다. ⓒFormative architects
두 개의 주택
대지에는 두 개의 주택이 있었고, 그 사이에 창고가 하나 있었다. 하나는 개량 한옥 형태의 주택이었고, 또 하나는 평지붕 형식의 양옥 주택이었다. 두 주택은 시간 차이를 두고 지어졌으며 건물의 형태, 높이, 색상 등이 제각각 다른 형상을 띄고 있었다. 창고는 두 주택 사이에서 남한강 쪽으로 열려 있는 풍경을 가로 막고 있는 장애물이었다. 건축주는 그 중 개량 한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주거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새로운 집을 설계함에 있어 우리의 가장 큰 고민은 남겨진 옛 집과의 관계, 재료의 조화, 그리고 남한강 쪽으로 닫혀 있는 전망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열어 줄 수 있을 것인가에 있었다. 따라서 남쪽으로 향해 있던 옛 집의 방향 그대로 긴 장방형 매스를 구상했다. 채광이나 마당을 활용함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배치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창고를 철거함으로써 막혀 있던 남한강 전망을 확보하고 뒷편에 있던 짜투리 마당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구성 다이어그램 ⓒFormative architects
빨간 벽돌집
지어진 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빨간 벽돌의 옛 집은 대지에 꽤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었다. 때문에 새롭게 지어질 집은 그에 대응하거나 순응하는 모습이 되어야 했다. 재료를 어설프게 맞추려 하다가는 오히려 더 어색한 결과물로 나타날 것이 뻔해 보였기 때문에, 두 집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하여 과감하게 재료의 형태는 따르되 느낌은 전혀 다른 것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왼쪽 구 가옥과 오른쪽 새로 지은 집. 재료의 형태는 따르되 느낌은 다른 것을 사용했다. ⓒFormative architects
세 개 공간의 켜
특별한 형태보다는 ‘집’이라는 구성에 충실하고자 했다. 남한강을 바라 볼 수 있는 여유있는 공간과 가족 간의 커뮤니티가 일어 날 수 있는 내외부 공간의 연속성에 중점을 두었다.
외관은 세 개 공간의 켜로 구성이 된다. 첫번째는 유리박스의 투명한 온실이고 두번째는 반 외부로 이루어진 사람들이 오고 가는 출입구 겸 통로 공간, 마지막 세번째는 솔리드한 벽돌로 이루어진 집의 구성원들이 정주하는 생활의 공간이다. 각각의 켜는 그 역할에 맞는 재료를 사용했고, 그것이 외부에서 바라볼 때 다양한 행위적 요소와 건축적 재료로 이 집의 특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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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작업 공간과 온실
농가주택의 특성을 반영해 비를 피하면서 농촌 일을 할수 있는 외부 작업 공간을 주출입구로 들어가는 통로를 활용해 계획하였고 뒷마당과도 바로 연결될 수 있게 하였다. 꽃과 나무를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 건축주를 위해 온실에서 외부 작업 공간이 바로 연결되도록 했고, 온실은 반 외부 공간과 함께 작업을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작업 공간이 된다. 온실을 통해 외부에서 이 집을 바라볼 때 투명한 유리 재료와 그 안의 식생은 집의 조화를 이루는 아주 특징적인 요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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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1층은 부부가 사용하는 침실과 공용공간으로 구성하고 주방과 거실 사이 통로를 통해 구 가옥과 연결되도록 했다. 주방에서는 거실을 통해 남한강이 보이게 하고, 거실의 바닥 높이를 40cm 정도 높여, 주방과 자연스럽게 공간 구분을 하는 동시에 시야는 열리도록 해 비좁은 느낌이 들지 않도록 계획했다. 거실의 바닥 높이는 풍경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게 하는 장치가 된다. 전면의 큰 창을 통해서 데크가 깔린 외부공간으로 나갈 수 있게 했다.
1층 공용공간 ⓒFormative architects
거실의 바닥 높이를 40cm 정도 높였다. ⓒFormative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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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은 건축주의 열린 작업공간과 두 딸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경사지붕의 장점을 살려 아늑한 다락 형태의 공간을 연출했다. 열린 작업공간은 옥외 브릿지를 통해 구 가옥의 옥상과 연결되어, 자연 환경이 뛰어난 외부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또 하나의 마당을 느끼고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구 가옥은 화장실을 확장하고, 세탁실과 다용도실, 창고 공간을 계획해 신축 주택 주방공간에서의 주부 동선이 용이하고, 수납공간에 대한 부족함을 보충할 수 있도록 하였다.
2층은 건축주의 열린 작업공간이다. ⓒFormative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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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한 다락 형태의 공간 ⓒFormative architects
농가주택에서의 삶
농가주택의 내부 공간 구성은 대체로 단출하다. 하지만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결코 단출하지 않다. 우리는 내부 공간의 단출함과 간결함은 그대로 두고, 외부와 내부가 보다 풍성하게 관계를 맺도록 해 공간이 다양하게 변화하도록 설정함으로써 보다 나은 농촌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심을 두었다. 좋은 풍경을 볼 수 있는 창 하나만으로도 농촌에서의 삶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Formative architects
ⓒFormative architects
디자인 Design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Formative architects
책임 건축가 Architect in Charge고영성 Yeongseong Ko, 이성범 Seongbeom Lee디자인팀 Design team김정은 Jeongeun Kim, 이미현 Mihyeon Lee
건물 위치 Location 충청북도 충주시 소태면 복탄리 Boktan-ri, Sotae-myeon, Chungju-si, Chungcheongbuk-do, Korea
건축 형태 Type 리노베이션 Renovation
건축 용도 Programme 단독주택 Single Family House
대지 면적 Site area 1,326㎡
건축 면적 Building area 121.96㎡
연면적 Total floor area 149.67㎡
규모 Building scope 2F
건폐율 Building to land ratio 9.20%
용적률 Floor area ratio 11.29%
주요 구조 Main Structure 철골구조 Steel Frame, 철근콘크리트 RC
시공 Construction 광성이엔씨
외장 마감재 Exterior finish지붕 : 컬러강판, 외벽 : 백고벽돌타일
내부 마감재 Interior finish내벽 : 합지벽지, 바닥 : 강마루
완공 연도 Year completed 2018
사진가 Photographer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Formative architects
글 & 자료.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Formative architects 정리 & 편집. 최진보 에디터
출처 브리크매거진 magazine.brique.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