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당길 줄 아는 초고수, 비강 공명·절묘한 비성 구사력 최고
최소의 호흡으로 최대의 성대 조절,
정확한 음감과 리듬감의 예술적 경지
신작 '50'서 유지·마산 설리·아차산 아이스크림녀가 '메인급' 피처링으로
목의 길이에 따라 성대 길이도 다르다. 즉 목이 길면 성대도 길다.
긴 성대는 몇 가지 장점이 있다. 높은 음을 내려면 성대가 올라가야 하고 낮은 음을 내려면 성대가 내려가야 한다. 긴 성대는 소화할 수 있는 음폭의 영역이 그만큼 넓어짐을 의미한다. 서양인은 동양인에 비해 성대가 길다. 그래서 신체적으로 보다 넓은 음역대 소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소리 연출이 성대를 통해서만 나오는 건 아니다.
소리의 길은 가슴(흉성), 목(구강), 코(비강), 머리(두성)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김건모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소리의 길이 나뉘어져 있는 게 아니라 그 자체가 소리로 화해 공기와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온 몸을 감싼다. 물리적 에너지에 의해 인위적인 속도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창문을 열었을 때 마치 봄바람처럼 부드럽고도 차분하게 피부에 감싸오는 그런 느낌이다. 그만큼 김건모의 소리는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다.
인후부를 넓혀 호흡을 하면 소위 ‘흉성 대마왕’ 시절의 박효신과 같은 넓고 묵직한 소리 연출이 가능하지만 엄청나게 많은 호흡을 필요로 한다. 반면 인후부를 좁혀 호흡을 하면 스티비 원더나 김건모와 같은 가늘고 날카로운 음색이 연출된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로 장시간 노래하게 되면 성대에 긴장이 가해져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그런데 김건모에겐 예외다.
그는 오랫동안 이런 스타일로 노래해 왔지만 자신을 잘 가다듬으며 성대라는 악기에서 최상의 사운드를 뽑아냈다.
김건모의 소리는 정말 깊다. 소리를 당길 줄 아는 진짜 초고수다. 그래서 노래를 들어보면 소리의 질감이 아주 좋다. 잔잔한 파형이 치는 가운데 색감의 뉘앙스가 수시로 바뀌며 입체적으로 연출되는 것이다.
비강을 잘 공명시키며 탁월한 비성 구사력은 가히 최고다. 그래서 소울 맛이 제대로 나고 블루스 필도 좋다. 뿐만 아니라 한국적(국악적) 정서가 살아있다. 기타로 블루스의 뉘앙스를 낼 때 중요한 표현기제로 사용하는 ‘쿼터음’이나 국악의 ‘퇴성’이 잘 나온다는 것이다.
쿼터음은 기타의 벤딩 주법으로 표현한다. 퇴성은 음을 약간씩 떨어뜨리며 감정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판소리에서 사용되는 것이지만 김건모에게서 바로 이러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 김건모의 노래에선 한국적 정서와 흑인적 정서의 절묘한 조화가 엿보인다.
거기에 정확한 음감과 리듬감도 가히 예술적 경지다. 이것은 김건모가 피아노나 그 외의 악기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 큰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소의 호흡으로도 최대한의 성대를 조절할 수 있다면 김건모가 그 해답일 수 있다.
스티비 원더와 레이 찰스 등에게서 영향 받았다느니 하는 것들은 이제 필요 없다. 어느 때 부터인가 김건모는 자기 식대로 노래 부를 뿐이다. 전 세계 누구에게서도 찾기 힘든 김건모만의 노래와 소리 구사다.
김건모가 신작 [50]을 공개했다.
이번 작품은 ‘정규’가 아니라 ‘미니’앨범 형식으로 신곡 ‘다 당신 덕분이라오’ 외에 히트곡들을 새롭게 편곡한 4곡과 연주곡 1곡 등 총 6곡으로 구성돼 있다.
‘사랑이 떠나가네’, ‘미안해요’ 등을 비롯한 히트곡은 후배 음악인 어반자카파 조현아, 베스티 유지, 그리고 SBS ‘판타스틱 듀오’에서 멋진 가창력을 선보인 김혜인(마산 설리)과 이민정(아차산 아이스크림녀)이 함께 했다. 김건모의 노래와 소리도 아직 죽지 않았다.
혹자는 “몇 년 만에 공개된 김건모의 신작이 예전 히트곡 위주로 ‘재탕’해 좀 무성의하다”는 반응도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김건모는 EP 형태를 취해 후배 가수들의 재능을 그 안에 녹여냈다. 여타 스타 가수들의 앨범이 최소한 ‘동급’ 스타의 피처링 위주로 제작되는 ‘별들끼리의 만남’이 일반적인 반면 김건모는 다른 선택, 즉 ‘새까만’ 후배를 ‘메인급’ 피처링으로 부각시킨 것이다. 탁월한 재능을 지닌 후배 가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려는 의도, 바람직한 선배의 모습이기도 하다.
앨범 [50]은 비록 정규작이 아님에도 그래서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고 아름답다.
조성진 기자 / 스포츠한국
첫댓글 거의 지금까지도 너무 유명한 작곡가인 김창환이
왜 저렇게 생긴(?) 사람을 가수로 키웠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