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계획이 6월말이니 계획대로 되었군요. 4월 27일 부산항에서 2대의 컨테이너가 인제로 오면서 시작했으니 채 두 달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통나무집입니다. 통나무집하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이미지는 아니고 라미네이트 로그라고 하는 일종의 집성목을 한 줄 한 줄 쌓아올리는 방식입니다. 약 천 이백개에 이르는 통나무를 설계에 따라 공장에서 가공하여 현장에서는 일련번호를 찾아 맞추는 레고 같은 집짓기입니다. 추운 곳이다 보니 외벽을 두 겹으로 쌓고 중간에 단열재를 넣었는데, 더블로그하우스는 로그하우스가 진화를 하면서 비로소 가능해진 공법인 듯합니다. 한국에서 별 절차 없이 집을 지을 수 있는 가장 싼 땅에다 가장 비싼 방식으로 집을 지은 것입니다. 경제와 상식을 거스르는 방식이 생활화되다 보니까.
집짓기가 끝나고 남은 목재들로 이것저것 만들 생각에 새로운 공구도 장만했습니다. 테이블쏘, 각도절단기 등. 택배를 찾아온 지 이틀이 지났지만 아직 트럭 짐칸에서 내리지도 않았습니다. 만사 귀찮습니다. 농막에 틀어박혀 종일 바둑과 클래시카 채널만 오가며 술만 마시고 있습니다.
검은등뻐꾸기, 멧비둘기, 어치, 딱새... 그리고 이름 모를 새들만 교대로 웁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농부들이 노루와 고라니를 쫓는다고 카바이트 폭음기를 틀어 놓아 마치 전쟁터 같은 곳이었는데, 다행히 농부들이 폭음기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다 개 들을 한 마리씩 묶어 놓았습니다. 덕분에 적막함을 되찾았습니다. 제 집에 있는 개도 농부들 밭에 자원봉사를 나가서 귀찮게 하지 않으니 더 좋습니다.
그건 그렇고 음감실을 만들어야겠는데요, 1층이 32평인데 거실 겸 주방과 화장실, 다용도실이 있고 방 하나가 있습니다. 원래 계획은 그 방에다 음감실을 만들 계획이었는데, 어차피 찾아올 사람도 별로 없고, 일 년 중 2백일은 혼자 있을테니 거실에다가 오디오를 들여놓고 크게 들어볼 생각입니다. 집밖 테라스에도 하나 쯤 스피커를 달 생각이고요. 2층 방에 발코니가 있어 스피커가 비를 맞을 염려는 없으니까요. 거실 겸 주방이 20평에 조금 못미칠 듯 합니다. 거기다 중앙 공간은 2층까지 뚫려 있어 소리가 퍼질 공간은 더 넓어질 겁니다.
오디오를 장만하자면 서울을 가야하는데 요즘은 그게 아주 힘듭니다. 그리고 비교하고 선택하는 거 생각만해도 머리에 쥐납니다. 그냥 농막에 있는 30년된 인켈을 가져가서 들을까 싶기도 하고. 그런데 트위터도 맛이 가고, 엣지도 택배 받아서 대충 수리하다 보니 스피커는 곧 해체하여 모닥불용으로나 쓸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전에 이런 고민을 올렸더니 전문가를 소개시켜주신다는 고마운 분이 계셨는데, 산 속에 혼자 살다보니 낯선 이와 샵을 들르는 것이 주눅이 들어 못할 것 같습니다. 음악을 좋아할 뿐 전문 소양도 전혀 없다보니 말이죠. 그래서 말입니다. 이런 질문을 드립니다.
“당신이라면 어떤 조합의 오디오를 구매하시겠습니까? 씨디나 디브이디도 듣고 보고, 티비와 연결해 클래시카도 듣는 용도로 말입니다. 물론 라디오전파는 잡히지 않는 곳입니다. 티비는 광케이블이 들어와 있으니 걱정 없습니다. 집은 나무집이고 주변엔 집이 없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당신은 집짓는데 돈을 탕진했습니다. 오디오구매에는 겨우 한 평의 건축비만 지불할 여력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답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이층 창을 통해본 바깥 풍경
첫댓글 우와!!산천사람님~축하합니다.!!라미 네이트 로그라는 방식이군요.천 이백 개의 통나무를 레고처럼 올리는 방식이요..
아,산이 보이는 정경 속에서 음악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 지 상상이 안가네요.기회되면 꼭 가서 들어보고싶어요.
초대해 주세요~~^^/앗,정작 오디오 구매 답변은 드릴 수 없어서 죄송합니다..헤헤^^;;
매일매일,,,, 계절에 따라 변화무쌍한 풍경 액자를 소유하셨네요. 부럽습니다^^ 음악감상실 마련을 위한 오디오에 대해 ... 제가산촌사람님이라면 이왕 이렇게 된거 조금더 힘을 내려고 노력할거같아요. 저런 멋진 풍경이라면 더욱더 음악이 고플테니까요.그나저나 참 아름답습니다. 저 넘어 첩첩산중의 산자락들이 동양화 한폭같아요. 올 겨울 설경을 미리 상상해보니 음악 감상실은 단연 꼭 필요하겠습니다.~ 꼭요.!!! 집지으시느라 많이 애쓰셨겠네요. 힘들어도 보람지겠어요~ ^0^
와우~ 차경이 매우 아름다운 집을 지으셨군요!!
정말 멋진 계획을 하고, 그 계획을 실천으로 옮겨가고 있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아름답습니다.
모레 고속도 개통하면 인제ic에서 멀지 않으니 한층 가까워지네요. 지나는 길이건, 일부러 찾아오시건 환영합니다. 초청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어서, 환영한다는 말로 대신합니다. 내린천이 가깝긴 해도 집 주변엔 멋진 계곡도 없고 고랭지채소밭만 펼쳐진 황량한 곳입니다. 인가도 하나 없는 곳에 대궐같은 집을 지어놓고 썰렁한 적막을 즐기는 중이죠. 오디오 들이고 손가락빨고 살 생각을 하다가 일단 포칼 디멘션을 질렀습니다. 아는 곳도 없고 해서 와싸다 이벤트를 이용했지요. 아, 포칼 스피커와 뮤지컬 피델리티가 탐났지만. 집 준공내고 넓은 다락을 터서 그곳에 들이면 좋겠단 생각을 하고 있죠.
축하드립니다. 전 핀란드식 나무집에 살고 있습니다. 나무집은 음악 듣는 맛이 특별하지요. 포컬과 뮤피 잘 어울릴 듯 합니다. ㅎㅎ 참고로 전 소누스파베르 스피커에 오디오리서치 진공관 조합과 스펜더 스피커에 네임 분리형 2개의 조합으로 듣고 있습니다. 토렌스 126으로 LP도 듣지요
산촌사람님~ 예전에 쪽지보낸 적 있는데 못 보셨나 보군요. 내일과 모레 강원도에 잠시 갈 일이 있는데 혹 기회가 되면 잠시 들르고 싶은데 말이죠. 오디오 환경도 그렇고 집도 보고 싶고요^.^
네. 오세요. 카페회원분 누구나 환영합니다. 인제 ic에서 10킬로 정도 되고요, 경사가 심한 고갯길을 올라와야합니다. 물론 포장도로. 쪽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