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1-1. 자취방 귀신 :
https://cafe.daum.net/subdued20club/RaxJ/109953
안녕?
오늘 정말 일하기 싫다....
일하는 척 진지한 얼굴로 키보드 치면서 여시에 글이나 써야지.ㅋㅋ 히힛
고시텔 이후 다른 자취방에서 겪은 이야기 풀어볼께!
나는 그렇게 기가 쎄거나 하지 않어. 세상 쫄보ㅋㅋ
근데 귀신은 절대 산사람을 해칠수 없다고 생각하거든.?
음.. 바퀴벌레 같은? 눈에 안 보이니까 어딘가 있을꺼라는 생각에 진절머리나고 잔뜩 긴장되는데
1:1로 싸우면 내가 짱 쎈거?
우리 외할머니가 그러시는데,
내가 겁내고 쫄면 귀신한데 호구잡히는 거라고 절때 겁내면 안된다고 하셨엉.
꼬꼬마 때 할머니가 해주신 이야기였는데 관련 된 썰은 나중에 또 시간되면 푸는 걸로 하고.
여튼, 그렇게 고시텔에서 귀신과의 평화로운 동거를 끝내고 상경하여 회사생활을 시작했어.
집 구할 때까지 2달 정도 친구집에서 얹혀 살면서, 마음에 드는 집을 찾으려고 엄청 돌아다녔어.
그러다가 희한~~~~하게 맘이 동하는 집을 발견했어.
지금 생각하면.. 좀 홀렸나 싶기도 해.
그 집이 어떤 상태 였냐면,
일단 반지하였어.
사람이 오랫동안 살지 않아서 바닥은 공장창고마냥 먼지가 쌓여 있었고
심지어는 신발 신고 들락달락 거렸는지 진흙 발자국도 가득했어.
방 구석탱이마다 거미가 집을 쳐놨고 특유의 퀘퀘한 냄새도 났지.
꼭대기 층에 주인 할아버지 내외가 살고 계셨는데,
사람이 하도 안들어와서 그런지 (방꼬라지도 그렇고..?)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방을 내놓으셨었어.
주변 다른 반지하방이랑 비교해도 거의 절반정도 수준?
(이때 쎄함을 눈치 챘어야 했는데.... 쩝)
그런데 참 희한하지.
나는 그 집이 느낌이 나쁘지 않았어.
꽤 오래 비워져 있었던 터라 내 몸은 분명히 싸늘하다고 인지를 하고 있는데, 느낌이 포근한거 있잖아.
여튼 그랬어. 그래서 그 집으로 계약했지. 진짜 청소만 2주 걸렸던 거 같다................
그래도 치워놓고 보니까 꽤 아늑하더라고.
반지하지만 창문이 사람 다니지 않는 쪽으로 나있어서 생각보다 정말 쾌적하게 지냈어.
그렇게 그 곳에서 살기 시작하고 한 6개월 정도 됐을 즈음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어.
페이즈 1.
나는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나면 변기 뚜껑을 먼저 닫고 물을 내리거든?
뚜껑 열고 물내리면 배수에 있던 안 좋은 세균들이 뿜어져 나온다고 해서...
늘. 항상. 언제 어디서나.! 변기 뚜껑을 먼저 닫고 물을 내려. 거의 조건반사 수준임.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서 볼일을 보고 -> 뚜껑을 닫고 -> 물을 내리고 ->
나가려는데 뭔가 이상해.
먼저 화장실 구조를 보여줄께.
그래서 변기에서 일을 보고 나가려면 스치듯이라도 거울을 보게되.
뚜껑을 닫고 물 내리고 나가려고 거울을 보는데, 변기 뚜껑이 올라가 있는거야;;;;
이상하다 싶어서 고개 돌려 변기를 보니, 변기 뚜껑이 올라가 있어.
"이상하다... 내가 다시 올렸나?"
이러고 이 날은 그냥 찝찝함만 가지고 넘어갔지.
화장실 변기 사건을 시작으로 이상한 일을 계속 됐어.
페이즈2 시작.
그 집은 그림에서 보듯이 현관이 너무 좁아서 방에 붙어있는 창고 공간에 신발장을 뒀었어.
그래서 늘 신고 다니는 출근용 발편한 플랫슈즈 하나랑 생활용 슬리퍼 하나만 꺼내두고 생활했거든?
어느날 출근준비를 마치고 나가려고 하는데,
내가 늘 신고 다니던 플랫슈즈가 아니고 내 신발 중 가장 화려한 빨간 하이힐이 가지런히 놓여있는거야.
꼭 이거 신고 나가라고 누가 준비해둔 것처럼
바로 신고 나가기 편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말이야.
어제 신었던 플랫을 찾아보니 창고 신발장에 들어가 있어..
일단 출근이 급하니까 다른 생각은 못하고 플랫만 후다닥 꺼내 신고는 출근했지.
그리고 다음 날 부터는 계속 반복인거야.
아침마다 현관에 나와 있는 빨간 하이힐.
그리고 그 상황을 마주할 당시에는 이상하다, 섬짓하다 생각하긴 하는데;;
급하게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하고 하면 또 까먹고는 잘 지내고
아침에 또 이상하다~하고 출근하고 까먹고 퇴근하고...
축복받은 단기기억력 덕분에 이 사건도 그다지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어.
다음부터는 역시나 점점 본격적으로 변하더라.
페이즈 3야ㅋㅋㅋ
밤에 내 고양이 두마리도 같이 침대에서 자거든.
이 녀석들이 자꾸 이불속으로 파고 들어와서, 내 옆구리에 낑구고 잤어.
(아.. 고양이 사랑행..)
그런데 새벽 3시에 갑자기 엄청나게 놀라서는 "야옹"하면서 이불밖으로 도망가.
이 야옹 소리가 그냥 느긋하게 냐아아~~옹 이 아니고,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서 꼬리 밟혀서 나는 듯한 째지는 야옹이었어.
여튼 애들이 야옹하고 비명을 지르고는 다다다다 주방쪽으로 달려나가서
웅크리고 내 쪽을 보고만 있는거야.
이런 구조야. 주방에 여닫이 문이 있는데 야옹이들 화장실이 주방에 있어서 문을 한뼘정도 열어두고 자거든.
고양이 두마리가 그 한뼘 열린 틈으로 내 쪽을 보고 있는거야.
처음에는 애들이 왜 그러지? 내가 잠결에 쳤나? 하고 애들을 보는데..
애들이 나를 보는 게 아니고, 시선이 내 머리 위 천장을 향해 있는거야..
물론.. 아무것도 없는데..
애들한테 가서 한참을 달랜 후에 다시 침대로 데려올 수 있었어.
그리고 그 일은 매일 반복됐어.
매일 새벽 3시만 되면 고양이들은 놀라서 뛰쳐나가고,
내 머리 위쪽을 응시하며 겁먹어 웅크리고 있고,
나는 또 달래다가 데려와서 다시 자고..
나중에는 그냥 냅두고 잤어.. (얘들아 미안.. 엄마는 출근해서 사료값을 벌어와야 했단다...ㅠㅠ)
그리고 마지막 하이라이트.! 최종 페이즈!!
그 때는 여름이었어. 새로 정장 반바지를 샀어.
택배로 바지를 받아보고는 한번 입어보고, 잘 개서 서랍장에 넣어뒀지.
고양이들이 있으니까 옷은 무조건 서랍에 넣어두거든.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누가 입어보고 몸만 쏙 빼낸거 처럼
새 바지가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거야.
그리고 또 변기 뚜껑.
그리고 또 빨간 하이힐.
그리고 또 새벽3시...
말했다시피 나는 이런거 진짜 겁 안내.
사람이 더 무섭다는 주의라.
그런데 콤보로 누적되니까 겁이 나기 시작하는거야.
퇴근했는데.. 한번 무섭다라는 생각이 드니까 이게 파도처럼 몰려와서는 집에 들어가지를 못하겠는 거야.
머리로는 괜찮아 괜찮아 눈에 안보여. 지면 안돼 하는데.. ㅋㅋ 몸이 안 움직여.ㅋㅋㅋㅋㅋ
그렇게 편하게 내 집이, 내 집 같지 않는거야.
그래도 겁내면 안된다는 생각에 근처 KFC에서 치킨 3조각이랑 맥주 4캔을 사들고 집으로 들어갔어.
그 당시 보고 있던 미드를 크게 틀어놓고는 고양이를 쓰다듬으면서 맥주를 계속 마셔댔어.
그러고 나니까 술김에 슬슬 짜증이 올라오는 거야.ㅋㅋㅋㅋ
힘들게 일하고 와서 좀 쉬려니까
잠도 못자게 하지, 쉬 하고 나서 신경쓰이게 만들어, 자잘한 걸로 자꾸 거슬리게 해..
내가 힘들게 번 돈으로 살고 있는 집인데 너무하잖아!!!?!! 100원 한푼 안보태면서???!!!
취기도 적당히 올라왔겠다, 무서워했던 것도 잊고 허공에다 대고 엄청 화를 냈어.
"그렇게 괴롭혀 대니까 그 동안 빈집이었던 거야!!!!!!!
나 굽놓은 신발 안좋아해!!!!!!!!!!!!
우리 고양이 괴롭히지 마!!!!!!!!!!!!!
나 원래 변기 뚜껑 닫아노니까, 열지 좀 마!!!!
월세 대신 내줄 꺼 아니면, 내 물건 내 고양이 좀 건들지 마아아악!!!!!!!!!!!!!!!!!!!!!!!!!!!!!!!!!!!!!"
한번 그렇게 터트리고 나니까
무서워했던 게 민망할 정도로 기분이 아무렇지 않아지더라.
술김에 몰랐을 수도 있지만 그 날은 정말 아침까리 내리 쭉~ 편하게 잤어.
그리고 다음 날에도 변기 뚜껑도 신발도 아무렇지 않더라.
그 뒤로도 아무 일 없었고, 그 집에서 계약 만기 2년 꽉꽉 채우고 나왔어.
사람이 참.. 기억 보정인지 모르겠는데.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나 챙겨준거 같기도 하다?
나중에 쌀 때 불편할까 봐 미리 변기 뚜껑 올려주고
예쁜 신발 신고 가라고 코디해 주고
고양이들 신경쓰지 말라고 편하게 자라고 고양이 치워(?)주고.
여튼 아무리그래도 그렇게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현상은 다시 겪고 싶지 않아....
여기서 결론은 뭐다?
최고의 퇴마는 압도적인 똘끼와 자본주의?!
귀신도 월세는 무섭다?ㅋㅋㅋㅋㅋ
긴 글 읽느라 고생했어.
반응 좀 보고,ㅋㅋㅋ 다른 글 들고 올께!!!
출처 : 여성시대 ) 봉봉미미
첫댓글 앜ㅋㅋㅋㅋ너무재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정도면 여시 샤우팅에 퇴마 기운이 있나?!
귀신이 자기도 반바지 따라 입어본 거면 좀 귀엽네..
와 대박 신기하다 ㅋㅋㅋㅋㅋㅋ여샤 너무 재밌어
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
와 진짜 신기.. 카메라로 찍으면 물건이 지 혼자 막 움직이고 그랬을까?? 궁금..
ㅋㅋㅋㅋㅋㅋ재밋당 이런거좋아
또써주세요!!!!!!!
아니 얼마나 무던한거냐곡ㄲㄱㅋㅋㄱㅋㄱㅋㄱ ㅋ축적이 얼마나 되어야만 겁을 느끼는거냐구ㅠ ㅋㅋㅋㅋㄱㅋㅋ아 재밋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귀신아 월세 보탤거 아니면 존재감 드러내지마랔ㅋㅋㅋ
와 진짜 쎄닼ㅋㅋㅋㅋㅋ
ㅋㅋㅋㅋ마자 진짜 여시말대로 월세 보탤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생각하니까 귀신 의기소침해져있을 거같아ㅜㅜㅜ🥺귀신무룩 여시진짜 짱쎄다
여시 대단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짴ㅋㅋㅋㅋㅋ 무슨 일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와 역시 멋져 1편도그렇구 이번편도 잘읽엇오
존나 재밌닽ㅋㅋㅋㅋㅋ 여시 왜케 쎄냐
와 진짜 쎄닼ㅋㅋㅋㅋㅋㅋㅋ
개쎄다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잼따
와 여시 일반인 맞아?? 개무서운 심령현상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 고양이를 왜 건드려 고양이를!!!!!
맞아. 내 발작포인트지. 내 새끼들 건드리면 주옥되는 거야.
마쟈..여시야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건 월세야...카드값 갚아야 되서 출근해야 되는데 가위눌려서 깨는 것 만큼 열받는 일은 없지...
아앀ㅋㅋㅋㅋㅋ긍정적ㅋㅋㅋㅋㅋㅋ그렇게 생각하니까 진짜 글탘ㅋㅋㅋ 변기 뚜껗 올라가있음 담에 편하지.. 글고 신발끄내주면 좋아유.... 굽높은거 싫어서 글치ㅋㅋㅋ
이닠ㅋㅋㅋㅋ여시 개쎜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재밋다
근데 나도 ㅋㅋㅋㅋㅋㅋ 월세내는 자취방에서 리모컨으로 장난치더라고 그때 진짜 20분이고 찾았는데 안보여서 “하 ㅡㅡ 진짜 장난치지마라 ㅡㅡ” 이런뒤 갑자기 뒤도니까 그 원룸 중간에 떡하니 테이블에 올려져있더라...진짜 원룸이 그렇게 큰것도 아니고 그 중간테이블주위도 잘찾고 일어나서 여러번 왔다갔다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아나 여시 개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온갖 거 다 믿는 입장에서 원혼 강한 귀신들은 살아있는 것이 해를 끼치는 것도 가능하다 생각하는데 그정도면 ㄹㅇ 흉가가 되어야 맞음.. 암튼 여시 멋지다.. 젤 무서운 게 돈이지 ㅠㅠ 아 설마 진짜 챙겨주려고 했던 건가ㅠㅋㅋㅋㅋ 방 구조 그림까지 넘 고마워!! 덕분에 이해 잘 됐음 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재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