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 추위에도 식물은 쉬지 않고 봄을 준비한다.
날이 조금 풀리면 새싹을 내밀거나 매화나 벚꽃처럼 꽃부터 피우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싹을 먼저 틔우고 잎이 무성해진 다음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엊그제 지하철을 몇번 갈아타고 반여동 농산물 시장을 갔다.
차를 보르르 타고 가면 십여분이면 될 것을 한 시간 남짓 걸렸다.
단지 기름값을 아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하루 만보'를 채우기 위함이었다.
열흘전에는 한 박스(2kg)에 3만5천원 하던 땅 두릅이 2만원으로 값이 많이 내렸다.
굵기가 조금 약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무게는 같지 않은가.
땅두릅 2박스와 엉개나무 새순을 3팩 샀다. 한팩에 만원으로 꽤나 비싼 편이다.
내 어릴적 시골에 살 땐 마당가에 오래된 엉개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감나무나 밤나무 배나무 처럼 과일이 열리는 것도 아니어서 다른 집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무였다.
나무 둥치나 가지에 큰 가시가 붙어 있어서 나무에 올라갈 수도 없었다. 약재로만 쓰인다고 알았다.
봄이 되면 아버지는 엉개나무 새순을 따셨고 어머니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막걸리와 엉개나무 새순 데친 것과 초장을 상 위에 차려 주셨다.
싱싱한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엉개나무 순을 초장에 찍어 입에 넣으면 별천지가 따로 없다.
끙끙대며 들고 온 비닐봉지를 그대로 보낼 수 없어 집에 있는 막내한테 전화를 해
아이스 박스 두개를 준비해 우체국으로 오라고 하였다. 당일 택배마감시간이 5시로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체국 마당에서 짐보따리를 풀어 땅두릅, 엉개나무 순, 머위를 포장해 서울에 사는 두 딸에게 절반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