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자취방 귀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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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자취방 귀신 :
https://cafe.daum.net/subdued20club/RaxJ/109955
2. 기묘한 폐지 할머니 :
https://cafe.daum.net/subdued20club/RaxJ/109974
안녕!! 다들 즐거운 하루 보내고 있어?
다들 재밌어해주니까 나도 너무 신난다!ㅋ
저번 글 댓글에서 완전 소름돋았어.
폐지 할머니가 사실은 나한테 귀신 붙인거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무서웠구
조심하라고 알려준거 아닐까 하는 이야기도 흥미로웠어.
그래도 할머니가 재미로 해준듯한 가벼운 느낌이었으니까.. 별일 아니었을꺼야 그치? (ㄷㄷㄷㄷㄷㄷ)
이번 이야기는 울 아빠가 직접 겪으신 일이야.
나 중학교 2학년 때
아빠가 일하시던 공사 현장에서 큰 사고가 나서
꽤 오랜기간 입원하셔야 하는 시기가 있었어.
워낙에 큰 사고라 아빠도 크게 다치셔서
입원기간동안 다리도 못 쓰고 휠체어 신세를 지셨지.
그래서 간병인이 항상 붙어 있어야 했어.
거의 대부분 엄마가 밤새 아빠 옆을 지키셨지만,
주말에는 내가 아빠 병실에서 자면서 수발을 들어 드렸어.
아빠는 휠체어 적응 겸, 운동 겸
매일 새벽 2시마다 병원복도로 나와서
복도 끝에서 끝으로 왔다갔다 하는 운동을 하셨어.
새벽 2시만 되면 몸이 찌뿌둥해서 저절로 눈이 떠지셨고
마침 그 시간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으니까 편하다고 하시더라고.
정말 매일을 거의 안 빠지고 일어나서 복도왕복 운동을 하셨지.
몇번의 주말이 지나고
내가 엄마랑 간병 바톤터치를 하고
아빠침대 옆 보조침대에 딩굴거리면서
아빠랑 수다를 떨고 있는데
아빠가 신기한 일이 있었다면서 해주신 이야기야.
언제나처럼 새벽2시에 나가서 운동을 하는데,
언젠가 부턴가 자꾸 뒤에 누가 따라온대.
그게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꼭 뒤에서 휠체어를 밀어주는 간병인처럼
휠체어 뒤쪽에 바짝 붙어선 기척이 느껴진다는 거야.
그래서 뒤돌아 보면 아무도 없고.
그러다가 큰 창문쪽 복도 끝으로 가서 창문을 봤대.
보통 입원병동 복도가 한쪽은 이렇게 벽 절반 이상이 창문이잖아.
얘네는 낮에는 밖이 잘보이는데, 밤되면 거울처럼 내 모습이 비추는거 알지?
그렇게 거울처럼 비친 복도 창문에 비친 아빠는 혼자가 아니더래.
이런 식으로 누가 아빠 휠체어에 바짝 붙어 서 있더라는 거야.
아빠도 덩치가 작은 사람이 아닌데
아빠보다도 1.5~2배 정도는 덩치가 컸대.
게다가 아무리 밤이라고 해도 이목구비는 보이는 정도였는데
뒤에 붙어있는 존재는
그냥 사람형상의 새까만 그림자 덩어리더라는 거야.
처음에는 뭐에 홀렸나 싶어서
창문을 뚫어져라 보기도 하고
눈을 비벼봐도 까맣게 보이고,
샤삭!하고 뒤돌아 보면 역시나 없고 말이야.
그래서 그 날은 무서워서 호다닥 병실로 돌아갔대.
근데 그 다음부터는 없으면 섭섭할 정도로 익숙해 지셨대.
별 해를 끼치는 거 같지도 않고
그냥 휠체어만 따라 붙는거니까.
아빠와 나는 이 귀신을 등빨귀신이라고 부르기로 했어.
아빠 말로는 등빨귀신은 80% 확률로 나타났대.
아빠는 등빨귀신이 있으면 있는데로,
없으면 없는데로
그냥 본인 운동 하셨대.
주말에 나도 따라 나가봤는데
내가 간병인 포지션에 있어서 그런 지
직접 보지는 못했어.. 힝ㅜ
환자에게만 나타나주는 거였어.. 왕섭섭..
그리고 그 다음에 본 귀신은 급수실 귀신 이었어.
얘는 딱 한번 보셨대.
복도가 한쪽은 등빨귀신 확인용 전면 창문이라면,
반대쪽 복도는 달랑거리는 여닫이 문으로 된 급수실이 있었어.
그날도 어김없이 새벽2시에 나와서 운동하면서
창문있는 복도 끝에서 등빨귀신 체크하고 턴했는데.
멀리 보이는 급수실에 문이 없더래.
문이 없으니까 정수기도 보이고 의자도 보이고 하더라는거야.
문을 누가 연 채로 고정해 뒀거나 했겠지 하고
운동을 계속 하셨어.
그리고 복도 가운데
유일하게 불이 켜져있는 간호사실에 가까워질 쯤에 보니까
문은 없어서 훵하니 뚫려있는데
왠 여자가 급수실 입구 한 가운데 서있더래.
그 여자는 긴 머리에
환자복인지 소복인지 보자긴지(아빠 실제 멘트)
펑퍼짐한 하얀옷은 입고
아빠를 향해 서있었대.
아빠는 물뜨러 나온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가까이 갈수록 오싹 하더라는거야.
물을 뜨러 나왔으면 물을 떠야지.
아빠만 쳐다보며 덩그러니 서있으니까.
그러다가 간호사실 지나니까
갑자기 여자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분명 없던 문도 원래 자리에 그대로 있더래.
아빠는 너무 찝찝하고
오싹하기도 해서
그날은 바로 운동을 끝내고 병실로 들어오셨다고 해.
역시나 나는 못봤고.
한참 시간이 흐르고,
어느순간 아빠가 새벽 운동을 안하시더라고.
내가 막,
빠졌네~빠졌어 하면서 놀리니까 아빠가 하는 말이
얼마 전에 새벽 2시에 변함없이
휠체어를 타고 운동을 하는데
그날도 등빨귀신은 없고
간호사실에 간호사 분도 없었대.
아빠가 있던 층은 테라스 나가는 입구가 있었어.
그래서 아빠 병실쪽은 복도 양쪽에 병실이 있는데
간호사실 지난 반대편은 한쪽만 병실이 있고
한쪽은 테라스 쪽 창문이 있었어.
창문은 딱 벽 절반 정도고.
밤되면 이 창문들도 거울처럼 되겠지?
아빠가 앞만 보면서 간호사실을 지나 열심히 바퀴를 굴리고 있는데,
뭔가 쎄~하게 소름이 돋더라는거야.
그리고 테라스 창문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창문에 비친 모습은
아빠는 없이 휠체어만 덩그러니 있더라는거야.
놀란 아빠는 휠체어를 앞뒤로 왔다갔다 해봤는데
창문에는 비어있는 휠체어만 왔다갔다 하고
아무리 봐도 휠체어에 앉아있는 아빠 모습은 없더라는거야.
그때 진짜 무서웠대.
그래서 바퀴야 나살려라 하고 병실로 돌아오셨다고 해.
그런데 사람 심리가
당시에는 무서운데
밝은 대낮에 다시 생각해보니 짜릿하거든.
(아빠도 오컬트 겁나 좋아함)
그래서 그날 새벽2시에 또 나갔대.
그런데 막상 호기롭게 나서긴 했는데
또 오싹하니 무섭더라는 거지.
아빠는 먼저 등빨귀신 체크용 창문을 찍고.
등빨귀신 없는거 체크!
간호사실 쪽으로 가서 간호사 없는거 체크!
그리고 그 테라스 쪽 창문 구간에 진입했어.
창문을 보니
다행히 휠체어에 사람형체가 있더래.
아빠는 오늘은 아닌가보다 하고 계속 운동하려는데
뭔가 이상하더라는거야.
그래서 고개를 돌려 다시 테라스 창문에 비친 모습을 봤어.
그럼 거울처럼 변한 창문에 비친 아빠도 아빠를 봐야 하잖아?
그런데 창문 속에 사람은 정면을 보고 있더래.
아빠는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거울을 봤는데,
역시나 휠체어에 꼿꼿히 앉아서 급수실 쪽을 보고 있더라는거야.
아빠는 휠체어를 왔다갔다 해봤는데,
창문에 비친 그 사람 손은 바퀴가 아니라 팔걸이에 있는데도
아빠랑 똑같이 휠체어가 왔다갔다 하더래.
그리고 자세히 보니,
앉아 있는 사람도 아빠가 아니더라는 거야.
아빠는 진심으로 무서워가지고
미친듯이 병실로 돌아와서 엄마를 깨웠대.
그때 아빠가 운동할 때 썼던 휠체어가 병원휠체어 였는데,
아빠 생각에는
전에 썻던 사람이 병원에서 죽은 게 아닐까 하시더라고.
그래서 휠체어 다른걸로 바꿈.
아빠가 간호사한테 밤에 귀신 봤다고 하니까,
간호사 분이 마치 길게 말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아.. 네에.. 그렇다고들 하시더라구요]
라고 하고 넘겨버리더래.
그리고 장기 입원 환자분들이랑 이야기해보니까
원래 그 병원 4층 입원병동이 귀신 나오는 걸로 유명하다고 했대.
그래서 아는 사람들은 어지간해서는 새벽에 안나온다고....
그리고 새벽운동 다시는 안하셨음.
아~주 평화로운 병원생활을 하다가 퇴원하셨어.
그리고 이 이야기는 아빠의 술자리 단골 안주야.
아직도 가끔 등빨귀신은 잘 있으려나~하면서
친구 챙기듯이 말씀하셔.ㅋㅋㅋㅋ(실컷 쫄아놓고.ㅋㅋㅋ)
이야기가 길어서 나눌까 하다가
좀 어중간해서 길게 써버렸어!!!!!!
재밌게 읽어죠! ♡
출처 : 여성시대) 봉봉미미
첫댓글 와 너무 재밌어!!! 등빨귀신은 착한 넘이군..ㅋㅋ 전에 올린것들도 빨리 다 봐여겠다
헐 안비치는거 개소름....
진자 너무 재밌다... 근데 뭐였을까?? 왜 아부지 앞에 나타났던 걸까?? 와서 뭐 하려는 것 같지도 않는데..
병원에 뭐가 있나 진짜 ㅠㅠ 재밌는 얘기 고마워!!
헐 휠체어 미쳤다…….
존잼탱 아니 성불하셔야지 왜 휠체어에 묶어계셈 ㅜ
ㅇ와 진짜 안비친거 뭐야!!!! 너무 신기하다..
헐 휠체어 소름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그래도 아버지 퇴원하셔서 다행이고 별일 없으셨어서 다행이다ㅋㅋㅋ
다음글 또 기다릴게..!!
헉...너무 재밌게 잘 읽었어!!!
여시글 대박 흥미롭다 오히려 막 개무섭게 생긴 귀신이 나타나는 게 아니라서 더 진짜같어
진짜 생전 모습만 보여주던 더구나
아니 아버지 ㅠ ㅋㅋㅋㅋㅋㅋㅋㅋ
여시의 대담함이 여기서 나온 걸까?
나였음 등빨귀신 때부터 걍 병실서 잠 ㅠㅠㅍ퓨
아부지요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서운데도 다시갑니까
현실감있어서 더 무섭다
우와 근데 휠체어 귀신은 환자였다 사망했을수있으니까 그렇다치고 등빨귀신은.. 간병하다 사망한거야..?? 왜 아직 거깄노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