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지루하거나 어려울 땐 가끔 지난날 진해 상남에서 받던
각개전투를 생각해 내곤 위로를 받는다.
각개전투란 병사 개개인이 총검술 따위로 벌이는 전투를 말하는데
ROTC시절 여름방학 뙤약볕 아래서 무거운 Mi소총을 들고 뻘밭을 딩굴며
최종으로 철조망 밑을 땅바닥에 등을 대고 총신으로 철조망을 들어가며 기어 나가는 훈련이었다.
격한 훈련이었지만 마치고 나니 앞으로 어떠한 고난이 닥치더라도 물리치고 일어설 묘한 성취감이 들었다.
벌써 50년도 훨씬 넘은 세월이 흘렀어도 지금도 물에 빠진 생쥐처럼 훈련받던 당시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해군에서 전역을 하고도 배를 타고 바다에서 파도와 때로는 고독과의 전투를 이어 나갔다.
어떤이는 대통령을 하고서도 군에서 썪었다고 했지만 나는 군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특히 살아가는 에너지를 얻었다.
오늘 아침 식사를 마치고 마누라 왈, "와인 냉장고가 비었네요" 하였다.
와인 냉장고는 작년에 아들놈이 애비가 와인을 좋아한다고 해서 애비를 위해 사다 준 것이다.
와인은 종류에 따라 최고의 맛을 내는 온도가 있다. 그래서 와인 냉장고도 필요하고 와인 사전도 필요한 것이다.
요즘 마트에 갈 기회가 없어서 와인 냉장고도 비었고 창고에도 바닥이 드러났다.
마누라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꾹 참고 있었다. 나의 반응을 기다리다 드디어 다음 말이 튀어 나왔다.
"여보! 와인 냉장고에 김치통을 좀 넣을까요?"
'호랑이는 굶어 죽어도 풀을 뜯지 아니한다'고 했는데.... 와인 냉장고가 들었으면 얼마나 속상해 할까?
집에 김치 냉장고가 없는 것은 아니다. 크고 작은 가정용 냉장고 2개에다 김치냉장고가 따로 있는데도 무슨 보세창고 같이
물건을 잔뜩 채워놓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