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일 2025-02-19 10:52:28 수정일 2025-02-19 10:52:28 발행일 2025-02-23 제 3430호 22면
‘You are what you eat.’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건강과 상태가 결정된다’로 해석되는 서양의 격언이 있습니다. 이 말은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의 건강과 삶의 질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단적으로 표현해 주는 말입니다. 19세기 프랑스의 식품학자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이라는 학자가 그의 저서에 쓴 “당신이 먹는 것을 말해봐, 내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게”란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사람이 살면서 ‘먹는 거’ 참 중요하죠. 일단은 먹어야 사니까. 음식을 먹으면서 에너지를 얻고, 각종 영양소를 공급받아 신체 기능을 유지하고, 성장하고, 회복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하지요. 게다가 먹는 과정 또한 먹는 거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먹으면서 생기는 깊은 정감이 그렇고, 사회적으로도 식사하면서 맺어지는 유대감은 하나의 문화이기도 하지요.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 먹으면서 해소되는 스트레스, 심리적 만족감까지. 소위 잘나간다는 방송도 보면 기본 소재는 ‘먹방’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먹는 것은 음식 외에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나이를 먹는다’란 말이 있습니다. 좀 골똘히 생각하면 나이는 내가 먹는 게 아니고 시간이 ‘먹여 주는 거’ 아닐까요? 먹는다는 것은 내가 직접 나의 필요와 의지로 하는 건데 나이는 내가 먹고 싶다고 더 먹고, 먹기 싫다고 안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보이지 않는 손이 우리에게 억지로 먹이는 거 아닐까요? 간혹 모든 사람이 다 한 살씩 먹었다는데, 어떤 이는 한꺼번에 3년, 4년을 더 얹어서 먹었는지 ‘꼰대’ 소리를 듣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만.
또 하나 먹는 게 있습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귀가 따갑게 듣던 말이 있죠. ‘어디 가서 욕먹고 다니지 마라.’ 내가 스스로 욕을 먹고 다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욕을 하는 것이지요. 안타깝게도, 누구나 의지와는 무관하게 욕을 먹었던 경험이 몇 번씩은 있을 겁니다. 이것도 엄밀히 따지면 남이 나에게 먹여 주는 것이지 내가 스스로 먹는 것은 아니지요.
나 스스로 먹을 수 있는 것은 딱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음식을 먹는 것’과 바로 ‘마음을 먹는 것.’ 보통 해가 바뀌는 신년에 새로운 계획과 의지를 다짐하며 먹는 마음도 있지만, 또 다른 먹는 마음은 신앙으로 먹는 마음입니다. 신앙은 마음을 먹는 일입니다. 어려움과 고난 속에서 위로와 희망을 받기도 하고, 힘든 상황을 견뎌내는 긍정적인 마음을 먹게 합니다. 이웃을 생각하고 뒤처진 사람의 손을 잡고 나란히 뛸 수 있는 마음,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며 공존해야 한다는 세상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마음을 먹게 합니다.
몸에 안 좋은 음식을 먹으면 건강을 해칠 수 있듯이 맑은 마음을 먹는 방법이 바로 신앙 안에서 먹는 마음 아닐까요? 책은 마음의 양식이란 말도 있지만, 여든까지 글을 모르다가 몇 달 전 문해학교에서 한글을 배우고 열심히 성가를 따라 부르는 어느 할머니의 편안하고 인자한 얼굴에서 분명히 느끼고 배웁니다.
‘아~ 저 할머니도 오늘 맛있는 마음을 드셨구나.’
비록 책이 말하는 양식은 모자랄지 몰라도 많이 먹고 뚱뚱해도 절대 밉지 않은 예쁜 마음의 비만은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앞선 명언에 숟가락을 얹어 봅니다.
‘음식이든 마음이든 먹는 것이 바로 사람입니다.’
글 _ 장용 스테파노(방송인·한국가위바위보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