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정복자의 초상
…다비드의〈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나폴레옹은 세계 역사를 뒤흔든 위대한 정복자 중 하나입니다. 그
의 가장 큰 업적은 프랑스 혁명 정신을 유럽 여러 나라에 전파한 것
이지요. 프랑스 혁명 정신은 자유, 평등, 박애입니다. 사람은 모두가
평등하기 때문에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자유를 누리며 살아야 한다
는 것이지요. 지금은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얘기지만 200여 년 전만
해도 사정은 달랐습니다.
당시 프랑스는 왕이 다스리는 군주제였으며, 신분 간의 차별도 있
었어요. 성직자나 귀족은 많은 토지와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세
금 한 푼 내지 않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어요. 반면에 시민이나 농
민, 노동자는 가난에 허덕이면서 무거운 세금을 내야 했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계층 간에 갈등이 깊어 갔지만 지배층은 이를 해결할 생각
을 하지 않았어요. 굶주림에 시달리던 군중들이 빵을 달라며 왕궁으
로 몰려가자, 이를 내려다보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어이없게도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지!”라고 중얼거렸다고 해요. 그만큼 지배층
이 무능하고, 군중들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걸 보여 주는 일화
지요. 지배층의 타락과 안일한 대응은 결국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불러왔답니다.
혁명의 결과 왕이 다스리는 군주제가 폐지되고, 시민들이 뽑은 대표가
정치를 하는 공화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소용돌이 속에서 왕인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단두대에서 처형되었지요.
유럽의 여러 나라 왕들은 혁명의 불길이 자기 나라로 옮겨 붙을까 봐
마음을 졸였어요. 그래서 영국과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러시아 등 여
러 나라가 동맹을 맺어 프랑스를 위협했답니다.
혁명정부는 위기에 빠졌어요. 동맹군이 호시탐탐 노릴 뿐 아니라
프랑스 내에서 혁명을 반대하는 세력도 반란을 일으켰거든요. 이때
젊은 나폴레옹이 반란을 진압하고, 외국의 동맹군을 모조리 무찔렀
답니다. 처음에는 혁명을 지키기 위해 동맹 세력을 차례로 정복해 나
갔는데, 결국 혁명의 정신을 유럽 여러 나라에 퍼뜨리는 결과를 낳았
지요.
그림 속의 장면은 1800년 나폴레옹이 오스트리아 군을 격파하기
위해 알프스 산맥을 넘는 모습이에요. 당시 이탈리아 북부는 오스트
리아의 지배 아래 있었는데, 나폴레옹 군대를 막기 위해 알프스 남쪽
에 방어진을 쳤지요. 하지만 오스트리아 군이 딴 고갯길을 막느라 한
눈을 팔고 있을 때, 나폴레옹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대담한 기습
작전을 폈습니다. 쉬운 길을 버리고 가장 험준한 알프스의 대(大)생베
르나르 고개를 넘어 이탈리아 북부로 쳐들어가 오스트리아 군을 물
리쳤던 것이지요.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말은 없다!”는 나폴레옹의
명언도 이때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림을 보면 나폴레옹이 멋진 말을 탄 채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알
프스를 넘어가고 있어요. 한 손으로 저 높은 곳을 가리키며 병사들을
지휘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기운찬 말이 앞발을 쳐들고 울부짖는 소
리가 귀에 들릴 듯 생생합니다. 그림에서 나폴레옹은 누가 봐도 정복
자다운 늠름한 모습이지요.
들라로슈 -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그러나 실제 나폴레옹은 키도 작고 외모도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
었다고 합니다. 알프스를 넘을 때도 말이 아닌 노새를 탔다고 해요.
또 병사들을 이끌고 간 게 아니라 군대가 먼저 넘어가고 며칠 후 뒤
따라갔답니다. 그러니까 훤칠하고 당당한 체구의 나폴레옹이 병사를
지휘하며 알프스를 넘는 모습은 실제의 역사적 사실과 다른 것이지
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나폴레옹의 영웅다운 면모를 가장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위대한 정
복자의 이미지에 잘 들어맞기 때문이지요. 과거 초상화가들은 실제
인물의 생김새를 있는 그대로만 그리지 않았어요. 왕이나 영웅을 그
릴 때는 특히 더 그랬지요. 실제와 좀 다르더라도 보는 이들이 존경
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위엄과 권위를 갖춘 인물로 묘사하는 것이 중요
했으니까요. 그렇게 해서 인물의 특성과 분위기를 잘 살려 낸다면 그
걸 더 훌륭한 초상화로 여겼던 것이지요.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도 그런 차원에서 이해하면 좋을 겁니
다. 프랑스 혁명의 수호자이자 세계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정복자로
서의 영웅적 이미지를 이상적으로 그려 낸 것이죠. 그림 아래쪽 바위
에는 나폴레옹의 이름 보나파르트(BONAPARTE)라는 글자가 선명히 보
이는데, 그 아래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과 프랑크왕국의 샤를마뉴
대제의 이름도 함께 새겨져 있습니다. 과거 알프스를 넘었던 위인들
을 나폴레옹과 나란히 놓아 그를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한 것이랍니다.
* 별첨 사항: 이 글은 <새콤달콤한 세계명화 갤러리>(길벗어린이)에서 일부 발췌 수록한 것입니다.
글과 도판은 길벗어린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싣는 것이며, 본 내용은 저작권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