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을 배우기 시작할 때 사람들은 대개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떠올리며 연결시켜 생각하려 한다. 배우자나 자녀 또는 친구나 동료 같은 사람들은 어떤 유형일까 또는 어떤 특징일까 궁금해 한다. 까닭은 그들과 좋은 관계를 원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좋은 관계를 맺고 유지하고 또 발전시켜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사회심리학과 행동과학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 이후 이른바 ‘감수성 훈련 Sensitivity Training’ ‘인간관계실습 Human Relations Laboratory’ 프로그램을 실시하였고 근래에는 ‘휴먼 포텐셜 세미나 Human Potential Seminar’란 이름으로 잠재력 개발과 인간관계 향상을 도모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더라도 에니어그램은 어떤 것보다도 근원에서부터 접근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관계의 궁극점은 평화다. 가장 적극적인 개념으로서 평화 Shalom는 ‘은혜가 충만한 것’이며 ‘정의가 깃든 평화’이다. 이는 사람이 나를 알고 너를 알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가능하다. 평화 운동의 원칙을 다시 상기한다. (1) 상호이해, (2) 상호인정, (3) 상호신뢰, (4) 상호존중, (5) 상호협력, 이 다섯가지가 평화 운동의 기초가 된다. 이것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엠파시 Empathy 즉 감정이입 또는 공감대가 이루어지고, 가치관 CE⁴-Level과 세계관을 공유하며, 입장의 동일함을 확인하며 상호 상승하는 윈-윈 Win-Win을 통하여 평화를 이루어낸다.
이런 정도의 원리를 이야기하다 보면 모를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문제는 이런 교과서적인 지식을 알면서도 실행은커녕 외면하거나 냉소적으로 대하는 데 있다. 까닭은 첫째, 왜 사는지를 묻지도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이요, 둘째, 나 자신을 모르고 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니어그램을 배우면서 자기를 발견하고 나서도 문제가 남아 있는 것은 왜 그런가?
나 자신을 알면, 너를 알게 되어 있다. 아직 너를 잘 모른다면, 그만큼 나를 잘 모르는 것이다. 의식의 에니어그램으로 말하자면, ‘자기의식 self-consciousness’은 ‘객관적 의식 objective consciousness’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래서 자신과 세계를 객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것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을 에니어그램 유형이나 그 번호로 생각하는 함정에 빠지면 의식이 잠자는 상태 asleep에서 ‘상자곽 box’ 속에 갇혀있던 사람이, 거기서 빠져 나오는가 싶더니, 그만 ‘선잠 깬 상태 Half-asleep’에서 또 다른 상자곽 속으로 들어간 경우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태에 머물면, 사람들이 본디 이기심과 경쟁심으로 물질과 성공에만 집착하며 경쟁하다 다투게 되고 분열과 불행 속으로 빠져드는데, 에니어그램을 배우고 나서도 역시 같은 꼴로 빠져들면 여전 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에니어그램을 배웠다고 하면서도 이기적으로 그 지식을 ‘써먹기’로 말하자면, 이전보다 훨씬 더 못한 상태에 빠진다.
그러므로, 인간 상호 관계 속에서 에니어그램을 이해하고 응용하자면, 무엇보다도, 초심으로 돌아가서, 나 자신을 알고 진정한 자유와 건강과 행복을 이루어야겠다고 다짐했던 것처럼, 너를 앎으로써 더불어 자유와 건강과 행복을 이루어야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하면서 ‘관계의 에니어그램’을 배워야 한다. 그래서 ‘인류를 위하여 살아라’하는 큰 뜻을 가슴에 품고 에니어그램과 인간 상호 관계를 배워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뜻에서 스스로 경계하면서 에니어그램을 다시 확인한다.
1. 아무도 에니어그램 유형과 번호로 인식하지 않고 부르지 않는다.
2. 아무도 에니어그램 판박이 stereo- type로 보지 말아야 한다.
3. 누구도 어제의 상태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유념한다.
4. 오늘, 지금 여기서 만나는 사람을 이해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5. 나의 격정을 먼저 관찰하고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
6. 상대방의 격정을 파악했으면, 자극하거나 이용하지 말고 덕목으로 변화하도록 부축이라.
7. 나의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고집하며 남에게 적용 또는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8. ‘나 자신을 알자’ 그리고 늘 자기관찰과 자기기억을 민감히 하자.
9. ‘아무 것도 지나치지 말자.’
10. ‘매사를 스스로 검증하자.’
이상과 같이 기본을 명심하면서 자기수련을 계속하면 옛말에도 ‘지기지피 필승 知己知彼 必勝’이라 하였듯이 더불어 이기고 상승하는 윈-윈이 가능해진다. 한국인은 집합성격으로서 국민성이 에니어그램 9번이기 때문에 갈등을 몹시 두려워하며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격정을 나태로 나타내기도 하고 정반대로 나타나면 지나칠 정도로 ‘빨리 빨리’를 외치며 조급성을 들어낸다. 이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의식하기 시작하면 서로 받아들이고 편해지면서 저력을 살리고 상승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에니어그램을 배운 사람들로부터 시작하여 상호관계 속에서 서로 상승시키는 것을 시범으로 보여주며 역동적인 삶을 살아서, 모두가 함께 갈 수 있는 지혜를 살리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에니어그램을 평면적으로 또는 정태적 static으로 이해하지 않고 역동적 dynamic으로 이해하게 될 때 영속적 운동 perpetual motion으로서 에니어그램이 우리 내면의 타고난 힘을 끌어 올리고 활성화시킨다.
각자가 타고난 힘 natural strengths을 더 높은 비율로 표출시키고 살려나가기 위하여 다시 상기할 것이 있다.
1. 각자에게 모든 가능성이 들어있다. 현재 1/9로 축소되어 있을 뿐이다.
2. 격정에 사로잡히며 한쪽으로 뾰족하게 몰려서 나타난다.
3. 사람이 늘 뾰족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가변적일 수 있다.
4. 기복이 있어 오르내리고 왔다갔다 한다. 통합-비통합, 건강-평균-불건강으로 변화하지만 보통은 평균 상태다.
5. 유형과 날개로 변화가 나타난다. 지금 여기서 어떤가 그리고 이면의 동기가 어떤가를 관찰해야 한다.
6. 격정과 기피 그리고 자기비하가 어떻게 나타나고 작용하는가를 객관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7. 상대방이 격정에 사로잡힐 때 나의 격정에 붙잡히지 않도록 강박충동과 격정을 의식적으로 잡고 다루어야 한다.
8. 상대방의 미덕/덕목을 부축이고 추임새를 살려서 그의 베스트를 끌어내도록 협력한다.
9. 1대1 관계에서 상대방의 과거 언행이나, 습관이나 싫어하는 특징을 기억하면서 선입견/편견에 묶이지 말고 ‘지금 여기서’ 그의 베스트를 찾고,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갈 것을 바라며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중요하다.
10. 우리는 더불어 온전함 wholeness을 향하여 더불어 나아갈 동반자들임을 의식한다.
에니어그램은 자유와 해방을 찾는 마스터 키 master key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에니어그램의 지혜를 먼저 터득한 사람은 나이와 성별과 지위에 상관없이 상대방을 더 너그럽게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베스트를 끌어내는 일에 이바지할 따름이다. 아량과 관용과 포용력을 높이며 사랑을 실천하는 일에만 집중할 때, 에니어그램을 잘 모르는 사람이나 조금밖에 이해하지 못하던 사람도 의식의 잠에서 깨어나 자기발견의 길로 들어서게 되고 마침내 더불어서 자유와 건강과 행복을 누리게 된다.
에니어그램 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