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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정맥 변죽 울리기[제12구간]
☞ 화매재-황장재-대둔산-먹구등-느지미재[상먹동 어프로치] ☜
- 상먹동을 아시나요? : 未踏路 개척산행 -
♣ 산행개요 ♣
◆ 산행지 : 낙동정맥 제12구간[화매재-느지미재]
◆ 일시 : 2006. 4. 7.(금)/8.(토)[무박산행]
◆ 날씨 : 맑음/황사
◆ 종주경로 : ☞ 화매재(330m)/917번지방도 → 532m → 황장재(350m)/34번국도 → 갈평재 → 대둔산(905m) → 먹구등(846.1m) → 875m → 느지미재(650m) ◀
◆ 시간대별 산행코스 :
△ 03:50 화매재 출발
△ 04:25 묘지
△ 04:44 532m
△ 05:10 황장재/34번국도
△ 05:28 [↓황장재 1km, ↑먹구등 7.9km]
△ 05:34 묘 공터 봉우리
△ 05:42 쌍묘 봉우리
△ 05:44 갈평재[↓황장재2km, ←(좌)안하곡1.8km, →(우)갈평지2.4km,↑먹구등 6.9km]
△ 06:01 [↓황장재 3km, ↑먹구등 5.9km]
△ 06:15 [↓황장재 3.7km, ↑먹구등 5.2km]
△ 06:29 봉우리/묘/10분 휴식
△ 06:46 주왕산국립공원 표석
△ 06:54 대둔산 분기점/경주최씨묘
△ 06:56 대둔산(905m)/태행산 분기점
△ 07:16 대둔산 분기점 휴식 후 출발
△ 07:41 799.7m
△ 07:55 삼각점(청송417, 2004재설)
△ 08:00 새끼 통천문
△ 08:09 732.6m
△ 08:23 두고개
△ 08:29 봉우리
△ 08:37 먹구등(846.4m)/삼각점
△ 08:40 헬기장
△ 08:57 명동재
△ 09:03 875m
△ 09:09 헬기장 터
△ 09:20 옛길 안부
△ 09:25 느지미재
△ 09:50 느지미재 출발
△ 11:40 상수도보호구역 입구
△ 11:55 상먹동
△ 13:15 후포
△ 15:30 후포 출발
△ 20:15 복정역 도착
◆ 산행거리 : 15.9km[『사람과 산』자료 참조] + 상먹동 어프로치
☞ 화매재-4.2km-황장재-3.7km-대둔산-4.7km-두고개-0.7km-먹구등-1.3km-명동재-1.3km-느지미재[상먹동 하행 어프로치] ◀
◆ 산행시간 : 약 8시간(상먹동 어프로치 약 2시간 & 휴식 포함)
◆ 형태 : 덕칠이 합동산행[서훈식 고문, 夷希美 회장, 허공 대장, 창암, 뚜벅이, 대왕, 윤비, 천사, 오르고파, 돌범, 나푸른솔, 경로, 흑기사, 산정무한, 범털, 록수, 들꽃, 주유천하 : 1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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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山과 詩 ♥
이렇게 서둘러 달려갈 일이 무언가
환한 봄 햇살 꽃그늘 속의 셀렘도 보지 못하고
날아가듯 달려가 내가 할 일이 무언가
예순에 더 몇 해를 보아온 같은 풍경과 말들
종착역에서도 그것들이 기다리겠지
들판이 내려다보이는 산역에서 차를 버리자
그리고 걷자 발이 부르틀 때까지
복사꽃숲 나오면 들어가 낮잠도 자고
소매 잡는 이 있으면 하룻밤쯤 술로 지새면서
이르지 못한들 어떠랴 이르고자 한 곳에
풀씨들 날아가다 떨어져 몸을 묻은
산은 파랗고 강물은 저리 반짝이는데
- 신경림, “특급열차를 타고 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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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낙동정맥 변죽 울리기 제12구간의 포인트
낙동정맥 변죽 울리기 제12구간은 화매재에서 남진하여 황장재-대둔(돈)산-먹구등-명동재를 거쳐 느지미재까지의 약 16km구간이다. 원래는 지난 구간에 피나무재에서 느지미재를 지나 황장재까지 이어갔어야 하나, 왕거암에서 시산제를 마치고 주방천 협곡 유람을 위하여 느지미재에서 내원마을로 내려가는 바람에 느지미재에서 황장재까지의 구간이 비게 되었다.
따라서 이 비게 된 구간을 때우기 위하여 부득이 남진으로 역주행을 하기로 한다. 그런데 황장재에서 느지미재까지는 11.7km로 거리가 얼마 되지 아니하여 화매재에서 황장재까지의 4.2km의 구간을 추가하여 산행을 시작하기로 한다. 화매재 윗 지점에서는 적당한 들머리를 찾을 수 없다.
그리고 느지미재에서 주왕산 방향으로 내려가는 것은 지난 구간의 경험에 비추어 어렵기 때문에 정맥길 동쪽의 영덕 방향으로 하행 어프로치 길을 뚫어보기로 한다. 낙동정맥 종주를 하면서 정맥길 서쪽의 청송쪽에서 주산지와 달기약수 등 두 군데서 놀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정맥길 동쪽의 영덕에서 놀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느지미재에서의 하행 어프로치는 바로 정맥길 동쪽의 상먹동으로 내려가거나 대관령까지 3km를 더 진행한 후 갓바위골로 내려가야 한다. 예정대로 어프로치에 문제가 없는 경우 영덕대게로 유명한 인근의 영덕 포구로 이동하여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해산물로 한 따까리를 하면서 봄의 정취를 만끽해보기로 한다.
영덕은 복사꽃과 대게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영덕하면 영덕대게를 떠올린다. 대게는 몸집이 크다고 하여 대(大)게가 아니라 대게의 몸통에서 뻗어나간 8개의 다리가 대나무(竹)와 같이 곧다고 하여 대게라고 한다. 낙동정맥의 대돈산, 먹구등 등에서 발원하여 동남으로 흐르다가 강구항에서 동해로 흘러드는 오십천은 영덕의 젖줄이고 옛날에는 오십천의 은어도 유명했다. 몰론 영덕의 오십천은 삼척의 오십천과는 다른 물줄기다.
2. 낙동정맥을 이어가기 위하여
2006. 4. 7. 금요일 밤 3주 만에 낙동정맥으로 떠난다. 지지난 주에는 낙남정맥 무학산-천주산 구간을 다녀왔고, 지난주에는 덕칠이팀과 봄비를 맞으며 삼각산 상장능선 특별산행을 하였다. 1주일에 한번은 산에 갔다 와야 심신의 피로가 풀리는 것을 보면 산에 어떤 기운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누가 뭐라 하든 봄이다. 밤이 짧아지고 낮 시간이 길어지고 있어 본격 장거리산행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 왔다. 그러나 봄은 한가히 즐기기에는 너무 짧고 이제 한여름의 더위와 싸움을 할 준비를 해야 한다.
토요일에는 직역단체 동호회의 시산제가 있는 날이라 이곳에 가야 하지만 이번 구간 결석을 하는 경우 혼자 낙동 땜빵을 위하여 느지미재 어프로치를 하는 것이 골치 아프기 때문에 동호회에 양해를 구하고 어쩔 수 없이 낙동정맥으로 떠난다. 어차피 선택과 집중이다.
밤 11시 양재동에 출발하는 우리들의 버스에 몸을 싣는다. 고정 멤버 여럿이 빠져 이번 구간 산행인원은 18명이다. 웬만해서는 빠지지 않을 밤안개님이 급한 용무로 나오지 못했고, 일이 있다던 범털 총무님은 나왔다. 혼자 우등고속버스의 두 좌석을 차지하여 널널하게 떠난다.
한창 꿈속을 헤매다가 깨어나 보니 2006. 4. 8. 새벽 1시경 버스는 단양휴게소이다. 휴게소에서 30여분 휴식을 취하고 다시 버스는 출발한다. 다시 잠 속에서 깨어나 보니 새벽 3시 15분 버스는 정확하게 화매재에 도착해있다. 이번에는 기사가 젊은 사람치고 길을 잘 알고 빠릿빠릿해 덕을 많이 보았다.
‘어서 오십시오, 영양군입니다’라는 길쭉한 안내판에는 영양을 상징하는 고추와 사과 그림이 그려져 있다. 고추와 사과는 청송의 상징이기도 하다. 특히 매운 맛의 청송고추와 영양고추를 합하여 ‘청양고추’로 불린다(충남의 청양과는 관계가 없다). 영양군은 청송, 봉화와 함께 경북지역에서도 손꼽히는 오지지역에 속한다. 오지의 대명사로 전라도에 무진장(무주-진안-장수)이 있다면 경상도에 BYC(봉화-영양-청송) 트라이앵글이 있다.
한창 잠을 자는데 버스에서 내리는 게 하루 산행일과 중 제일 힘이 든다. 버스가 빨리 도착하는 바람에 잠을 조금이라도 더 자지 못한 것이 아깝다. 꼼지락거리다가 산행준비를 하고 버스에서 내려 흑기사 조교의 선도로 억지로 산행전 체조시간을 갖는다. 밤하늘에는 달은 없고 별뿐이다. 사방은 캄캄하고 봄 날씨답지 않게 차가운 바람만 강하게 불어댄다.
3. 새벽어둠 속에 몸 풀기 :
[화매재 → 황장재 : 4.2km//1시간20분]
화매재에서 황장재까지는 몸풀기 구간이다. 거리가 4.2km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될 것이다. 새벽 3시 50분 처음에는 주왕산으로 가는 길인지, 창수령으로 가는 길인지도 감이 잡히지 않은 채 화매재 표찰이 있는 언덕으로 올라선다. 아무렴 어떠랴! 바로 올라선 봉우리에서 내려섰다가 완만한 오르내림을 하다가 다시 오른 봉우리에서 내려선다.
새벽어둠을 뚫고 차갑지만 훈기가 느껴지는 바람과 벗하여 널널 산길을 간다. 사람들도 말이 없다. 밤길 등대와 같은 표지기를 따라 묵묵히 갈 길을 갈뿐이다. 봉우리 두개를 올라 내려섰다가 묘가 있는 봉우리로 올라선다. 봉우리라고는 하지만 고도차가 얼마 되지 아니하여 몸풀기 운동으로 딱 알맞을만한 높이다. 급한 오름길을 올라 532m봉에서 내려서니 숲 사이로 난 넓은 길이 이어지고 있다.
산길이 사면을 휘도는 느낌이 드는데 자동차소리가 들리는 것이 황장재가 가까운 것 같다. 내리막으로 내려서니 철망이 가로막고 있는데 하단부에 개구멍이 뚫려있고, 정맥 표지기들이 숱하게 걸려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극성을 당할 자 어디 있는가. 아무리 길을 막더라도 산을 향한 사람들의 마음을 막지는 못한다.
간신히 철망에서 빠져나오니 34번 국도가 지나는 황장재이다. 황장재는 안동간고등어 장사꾼들이 넘어 다녔다는 고개라고도 한다. 청송과 영덕을 잇는 중요한 고갯마루이다. 화매재에서 황장재까지 1시간 20분이 걸렸다. 이 구간은 새벽어둠 속에 그냥 스쳐지나가는 구간이었다.
4. 대둔산 올려치기 :
[황장재 → 대둔산 : 3.7km//약1시간40분]
어둠 속에 어디 볼 것도 없고 선두는 이미 길을 떠났다. 흑기사님과 함께 황장재 등산안내도가 서 있는 뒤편 언덕으로 올라선다. 여명을 준비하는 시간, 사방으로 흐릿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오르막에서 좌측사면을 도는데 길이 좌측으로 휘어지다가 다시 우측으로 휘어진다.
황장재에서 1km지난 지점으로 먹구등까지 7.9km 남았다는 이정표를 만난다. 바람은 계속 불어대나 진달래가 피어있는 모습에서 봄의 훈기를 느낄 수 있다. 묘가 있는 공터 봉우리에서 완만한 길을 가다가 내리막으로 내려서는데 대둔산이 구름 위로 우뚝 선 모습이 들어온다. 쌍묘가 있는 봉우리에서 내려선 안부4거리가 지도상의 갈평재이다. 네 방향 이정표에는 먹구등까지 6.8km 남은 것으로 되어 있다.
갈평재에서 오르막을 오르는데 노란 생강나무꽃이 만발해있다. 먹구등이 5.9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세워진 봉우리에서 좌측 내리막으로 내려선다. 다시 오르막을 오르는데 봉우리 우사면으로 우회한다. 사면을 따라 계속 진행하는데 길이 좌측으로 꺾이는 지점에는 먹구등이 5.2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급경사의 오르막을 치고 오른 봉우리에서 내려서는데 어떤 묘가 있다. 옅은 황사 속에 해가 솟아올랐다. 황사 때문인지 붉은 해가 아니라 하얀 모습의 동그란 해다. 앞에 버티고 서있는 대둔산을 바라보면서 10여 분간 떡과 과일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구간이 짧고 널널해서인지는 몰라도 몸과 마음이 편하다.
내리막 안부에서 오르막을 올라선 봉우리 능선을 따라 진행하는데 주왕산국립공원 표석이 세워져 있는 곳을 지난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낙엽송 군락지대가 이어진다. 이곳부터는 주왕산국립공원의 바운더리가 되는 것 같다. 갈색낙엽이 수북이 쌓여있는 참나무숲길을 걷는다. 아직 이곳에서는 봄이라기보다는 가을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낙엽을 밟는 소리만 들려올 뿐 심산(深山)의 호젓한 산길을 걷는 기분이 좋다.
호젓한 정맥길을 걷고 있는 녹수님 등
경주최씨묘가 있는 대둔산 3거리에는 선두들이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대둔산은 이 3거리에서 우측(서쪽)으로 200여m 비껴나 있다. 대둔(돈)산(大遯山,905m) 정상이라고 하는 곳을 가보았으나 어떤 묘가 가운데 턱하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고, 나무에 가려 조망은 없다. 나무에 대둔산 표찰이 걸려있어 대둔산임을 알려줄 뿐 별 신통치 않은 봉우리다. 서쪽으로 계속 진행하면 태행산으로 가는 길이다.
대둔산 정상
대둔산인지 대돈산인지 지도에 따라 다르게 나와 있는데 이 산은 옛날 난리가 날 때마다 이곳에 피난 온 사람들이 많았으며 더욱이 선유, 선사들이 이 산에 와서 살았다고 하여 대둔산이라고도 하나, 국토지리정보원에서는 옛날에 이곳에 도적이 많다고 하여 대돈산이라고 고시하고 있다.
경주최씨묘가 있는 대둔산 3거리로 복귀하여 술도 얻어 마시고 떡도 먹었더니 밥 생각이 나지 않는다. 막걸리 한 병을 이곳에서 소비하고 나니 배낭이 한결 가볍다. 산정무한님은 피나무재까지 이어가기 위해서 먼저 출발하고 영덕에서 합류하기로 하였다.
대둔산 3거리 휴식
5. 즐즐 널널 트레킹 :
[대둔산 → 느지미재 : 8km//약2시간10분]
대둔산3거리에서 20여분의 휴식을 마치고 느지미재 방향으로 간다. 이 구간은 낙엽송과 참나무숲 속을 거리낌 없이 널널하게 가는 구간이다. 너무 편하고 널널하게 가다보니 지도상의 봉우리와 삼각점이 매취되지도 않는다.
한 봉우리에 오른 후 편한 길을 가는데 좌우로 급사면이라 마루금 형상이 뚜렷하다. 계속 이어지는 고만고만한 봉우리 2개를 지나 능선길이 우측으로 꺾이는 지점의 봉우리 나뭇가지에 GPS 좌표가 적힌 799.7m 표찰이 붙어있다. 지도상에는 이 봉우리에 삼각점 표시가 되어 있어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삼각점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799.7m 표찰 : 창암님과 함께
지도상의 849m봉의 위치를 헷갈리며 진행하는데 묵묘가 있는 곳에서 좌측 내리막으로 내려선다. 그런데 봉우리 같은 않은 곳에 삼각점(청송417, 2004 재설)이 있다. 그렇다면 이 봉우리가 732.6m인가? 통천문이라고 거창하게 부르기는 뭐하지만 이 비슷한 바위 사이의 공간으로 통과해본다.
요런 통천문도 통과하고
바위들이 널려있는 널덜지대 비슷한 곳을 지나면서 지도상의 너덜지대와 거리가 맞지 않고 헷갈리면서 그냥 지나간다.
대문바위(?) 구멍으로 들어가고 있는 창암님과 나푸른솔님
거대한 바위 사이 구멍으로 또 통과한다. 봉우리에서 내리막으로 내려서니 4거리 안부인 두고개이다. 두고개에서 오르막을 오른 다음 다시 오르막을 치고 오른 봉우리가 먹구등(864.4m)이다. 삼각점이 있는 이 봉우리에서 우측으로는 두스람을 거쳐 금은광이-장군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분기하고, 정맥길은 좌측이다.
먹구등에서 3분쯤 진행하면 헬기장 공터가 나오고 내리막에서 급경사의 오르막을 오르면 명동재이다. 명동재는 원래 고개 모양이 두루뭉술하면서도 밋밋하게 생겼다 하여 민둥재라고도 하는 곳이다.
명동재에서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막을 오르면 헬기장이 있는 875m봉이다. 계속 편한 길을 가다보면 헬기장터에서 옛길 안부로 내려선다. 아마도 이곳에서 좌측으로 희미하게 난 길을 따라가면 상먹동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옛길 안부에서 약간 올라섰다가 내려서면 바로 느지미재 안부로 내려선다.
느지미재 휴식
시간이 갈수록 황사로 주위가 뿌옇게 보이고 시야가 좋지 않다. 화매재에서 느지미재까지 오는데 5시간 35분이 걸렸다. 가장 단시간의 낙동 구간종주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지난 구간에 그냥 느지미재에서 황장재까지 이어서 가버렸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느지미재에서 퍼질러 앉아 쉬면서 지난 구간 이곳에서 내원마을로 내려갔던 일을 생각하면서 반대 방향의 상먹동으로 내려가는 것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착한다.
6. 새로운 길 상먹동 어프로치
느지미재에서의 25분간의 휴식을 마치고 상먹동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원래는 온 길을 되돌아가 옛길안부에서 능선을 타고 내려가는 것이 정석일 것이나 재미삼아 동쪽 사면을 거슬러 내려가 본다. 낙엽이 수북이 쌓인 사면을 미끄러지면서 내려가는데 길을 만드면서 가는 길이다. 원래 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다니다보면 길이 된다. “길 밖에서 길을 바라보면 길 아닌 길 없다”
상먹동 가는 길
능선으로 붙지 않고 전인미답의 계곡으로 계속 빠지다보니 낙엽에 푹푹 빠지고 나무등걸을 헤치며 가야 하는 것이 영락없는 오지 개척산행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을 내려가다 보니 수렁에 빠지는 느낌이 들고 급기야는 폭포와 절벽을 만나 발길을 돌리게 만든다.
좌측의 바위 위로 올라붙기 위해 애를 쓰다 오르고파님은 가까스로 올라갔으나 록수님은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지 결국 회군한다. 사면을 타고 거슬러 올라가다보니 바위 틈 사이로 기어 올라간다. 올라서고 보니 멀쩡하게 길이 나 있다. 이런 길을 놔두고 1시간 가까이 이리저리 헤맨 꼴이 되고 말았다.
상먹동 가는 길
길을 따라 상먹동으로 내려가는 일은 별 일이 아니다. 진달래가 만발해있고, 원시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숲 속을 내려가다 보면 계곡이 나오고 청정 계류가 흐르고 있다. 물길을 건너기도 하면서 내려가다 보니 목청을 채취하느라 큰 참나무의 밑둥을 잘라낸 인간들의 이기심도 본다.
계곡을 따라 계속 내려가다 보니 인간의 손길을 닿은 흔적들을 보게 된다. 길은 나있지만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라 깨끗하고 호젓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계속 발걸음을 재촉하니 이곳은 마을상수도 취수원이라는 알림판이 세워져 있다. 두룹나무들이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다. 밭길을 따라 가는데 황사로 희뿌연 기운이라 답답한 느낌이 든다.
상먹동 마을의 정취
수로를 지나 상먹동 마을로 들어서는데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토담형태의 집들과 귓가에 표찰을 부착한 소들의 모습에서 전형적인 시골마을의 모습을 본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들의 버스가 이 마을까지 들어와 대기하고 있다. 어렵게 이 마을까지 들어와 준 버스 때문에 우리는 큰 길까지 걸어가는 데 소요되는 1시간 이상을 벌 수 있게 되었다.
결국 느지미재에서 상먹동까지 2시간이 소요되었고, 덕분에 원시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전인미답의 길을 걸어볼 수 있었다.
자두꽃 만발
7. 정맥길 忙中閑
상먹동 마을에서 간단히 씻고 영덕 방향으로 나간다. 산정무한님께 전화해보니 피나무재에 도착하여 914번지방도를 따라 영덕 방향으로 가면서 히치를 한다고 하여 적당한 장소에서 픽업하기로 한다. 버스는 송천리의 외먹등을 지나 34번 국도로 나온다. 34번 국도를 따라 우측으로 진행하다가 대지3거리에서 버스를 세워두고 마침 히치에 성공하여 914번 지방도를 따라 오고 있는 산정무한님을 기다린다.
기다리다보니 산정무한님이 타고 온 스타렉스 승합차에는 젊은 여자들이 잔뜩 타 있는 차였고, 우리가 괜히 무한님이 재미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은 것 같다. 버스는 영덕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어차피 진짜 영덕대게는 구경할 수도 없고 비싸서 먹을 수가 없다는 중론에 따라 울진군 후포의 횟집 집단시설로 이동하여 간단히 회맛만 보고 올라가기로 한다.
횟집 한 켠에 자리를 잡고 횟감을 안주로 맥소주로 뒷풀이를 하고 후포 해변으로 나가 정맥길 망중한을 즐긴다. 황사 때문에 바다가 뿌연 게 동해바다 본연의 모습이 아니다.
호포 앞바다 : 정맥길 망중한
오래 머물러있어 보아야 신통한 것도 없고 젖깔류 몇 개를 사들고 버스에 올라 서울을 향하여 출발한다. 오후 3시 30분 후포를 출발한 버스는 저녁 8시 15분 복정역 도착. 일정 종료.
바다와 황사
이번 구간은 어프로치 포함 산행시간이 8시간밖에 걸리지 않은 널널산행이었다. 산행시간이 얼마되지 아니하여 바로 내일 아침 영춘으로 출발하는데 부담을 덜었다. 집사람에게는 이번 주에 연짱 산행을 하는 대신 다음 주는 산행을 가지 않기로 약속하였다. 그런데 그 약속이 지켜질지는 그 때 가봐야지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른다.
고독 때문에 뼈아프게 살더라도
사랑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고통 때문에 속 아프게 살더라도
이별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사람의 일이 사람을 다칩니다
사람과 헤어지면 우린 늘 허기지고
사람과 만나면 우린 또 허기집니다
언제까지 우린 사람의 일과
싸워야 하는 것일까요
사람 때문에 하루는 살 만하고
사람 때문에 하루는 막막합니다
하루를 사는 일이 사람의 일이라고
우린 또 사람을 기다립니다
사람과 만나는 일 그것 또한
사람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 천양희, “사람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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