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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못 들어올 가능성이 높습니다.(수능 끝나기 전까지.) 어쩌면 마지막 글이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최선을 다해 썼습니다.
고딩은 슬픕니다..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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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용병은 외국인으로만 구성됩니까?
> 자국의 싸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정규군을 시키지 용병 일을 하게 냅두지는 않을테고, 아무래도 용병은 외국인이 아닐까하는 생각입니다. 동양과 서양 상관없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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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용병이란 개념은 고대 시대에도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 말하는 거죠. 그리고 그 중 유명한 것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군대 내의 용병이나, 로마 군단 내의 용병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당시의 용병이란 흔히 말하는 '돈 주고 고용하는 병사'의 용병이라기 보다는, 그리스나 로마에 의해 점령한 지역에 세금 대신 그 지역 특유의 군사들을 징발해 가는 것이지요. 혹은 로마와 같이 피지배 국가와 조약을 맺고 그 나라의 외교권을 대행하는 맹주로서 군림하는 대신, 그 나라의 군사력을 징발하여 '로마 동맹' 전체의 안위를 책임지는 관계이기도 했습니다. 즉 당시까지만 해도 '용병 = 이민족'이라는 등식이 성립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전체 군대 내에서 일종의 특수 부대로서 상당한 역할을 합니다. 즉 마케도니아나 로마나 물론 주력은 내국인으로 이루어진 중장보병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전투 능력과 규율은 최강이었지요. 하지만 이들은 어떤 일정한 전술 훈련 한 가지만을 마스터한 병력이었습니다. 즉 공화국 초기의 로마의 경우 병사들은 규정으로서 단검 하나 투창 둘 방패 하나를 들고 집단 전술을 펼쳤습니다만, 그 외의 궁수나 기병과 같은 세력은 외부 이민족에서 끌어 온다는 거죠. 예를 들어 누미디아와 에스파니아의 기병, 크레타의 궁병 등이 있죠.
하지만 로마 제국 멸망 뒤 중세 시대에는 유럽의 영역이 전체적으로 축소되고 유럽 내에도 여러 개의 독자적인 왕국들이 들어서게 됩니다. 또한 이들 왕국에서는 농경을 기반으로 한 봉건주의 체제가 들어서죠. 이 봉건주의 체제에서는 전쟁이란 오직 기사 계급만이 독점하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그렇기에 타국의 용병을 끌어 온다는 것은 물론 국내의 농민들이 용병이 되는 것 역시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죠... 하지만.
문제는 생각한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국가가 통제를 해도 가뭄이나 홍수으로 기근이 발생하거나 전염병이 돌거나 하면 농토는 황폐화되고 농민은 농토를 떠나게 됩니다. 이러한 농민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도시로 몰리거나, 도적떼가 되거나, 아니면 사실상 거지 꼴과 다름없는 용병이 되는 것이지요. 일단 용병이 된다면 이들은 자신의 일에 적극성을 띠고 또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합니다. 당연히 자기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본의 아니게 다른 용병단과 경쟁이 붙게 되니까요. 그리고 이들은 직업이 용병인 만큼 자연히 각지의 전쟁이 있을법한 곳으로 떠돌아다니게 됩니다. 이럴 경우 용병은 결국 국제성을 띠게 되는 것이지요. 16세기 스위스 용병이 스위스와 독일, 프랑스 등 각국에 고용되어 서로 죽고 죽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그리고 중세 후반기에는 국가에서도 용병에 눈을 돌리게 됩니다. 봉건 기사들의 전투라는 것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습니다. 일단 한 나라의 주력은 결국 그 나라의 제후 겸 전사인 봉건 기사들이 담당합니다만, 특권 계급인 그들의 수가 그렇게 많을 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전쟁이 발발할 경우 기사들이 왕의 명분에 호응하지 않으면 그들은 군사력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중세 시대에는 기사 수천명을 모집한다는 것조차 매우 드문 일이었습니다. 또한 전투는 기사만 하는 것이 아니어서, 일정 수의 보병들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물론 기사 1명당 종자가 2-3명은 소집되고 이들이 보병 역할을 합니다만 그래도 더 필요하게 되죠. 특히 전문 기술을 가진 용병의 경우에 말입니다. 그렇기에 궁술이라든가 공성술 등을 전문적으로 익힌 용병들이 각국에서 인기를 끌었는데, 대표적으로 제노바 석궁수, 스위스 창병 등을 들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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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용병은 어떤 사람이 되나?
> 고대라면 농업위주인 나라가 많을 테니 아무래도 용병도 농민계층에서 나올테죠? 그런데 사람수는 곧 생산력을 좌우할텐데, 누가 고향을 떠나서 용병을 하려고 하면 나라에서 도시락 싸고 말릴 것 같아요. '너 떠나면 네 가족을 가만 안 놔두겠다' 라는 말을 덧붙이고요.
> 설마 타국의 정규군이 용병이 되지는 않겠죠? 외교문제로 번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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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바와 같이 처음 봉건 체제가 확립되어 어느 정도 안정기로 접어들 때라면, 서양의 3계급의 질서는 확고해집니다 - 사제는 기도하라, 기사는 지켜라, 그리고 농민은 노동하라. 물론 국가에서 안 시켜도 그 지역 영주들이 농민들의 이주를 철저하게 감독할 것입니다. 왜냐고요? 농민의 감소는 곧 세금의 감소이고 이럴 경우 영주의 경제 기반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 이것은 영주들을 주요 군사력으로 하는 국가의 군사력 붕괴로 이어지니까요.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중세 후기 이후 농민의 기반이 무너지면서 이들이 유민이 되어 용병이고 뭐고 닥치는 데로 일을 하게 되죠.
그리고 타국의 정규군이 용병이 되는 일이... 이 정규군이라는 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중세의 정규군이란 일단 왕과 주중 관계를 맺은 봉건 영주가 왕의 소집에 응하여 자신과 자신 휘하의 기사들을 소집하여 형성되는 것이니까요. 적어도 기사들로 이루어진 정규군의 경우 봉건 주종 계약 관계를 보더라도 타국의 용병이 되는 일은 전혀 없다고 보면 됩니다. 다만 타국에서 정규군으로 써먹었던 용병들을 다시 다른 나라에서 용병으로 고용하는 것은 가능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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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용병을 고용함으로써 어떤 잇점과 해악이 있는가?
> 아무래도 국군이 딸리면 용병을 고용할 것도 같은데요, 이 놈들이 돈을 보고 싸우는 놈들이라 제대로 싸울지 의문입니다. 설마 전투가 벌어지는데 어딘가에 짱박혀서 놀고 있지는 않는지...(- -)
> 또 약탈이 장난이 아닐 것 같은데요. 외국에서 싸웠을 때 어차피 말도 잘 안통하고 낯이 선 사람들이 주민들이니 별 거리낌 없이 싹쓸이 할 것 같아요.
> 이것도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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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하면 솔직히 부정적인 입장입니다만 당대인들의 관점에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이들임에도 사실입니다. 일단 기사들로만 구성된 중세의 정규군의 경우 그 전술적인 측면에서 쓸 수 있는 작전이 많지 않습니다. 반드시 기병 + 보병 합동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중세 시대의 경우 전쟁은 기사 계급이, 노동은 농노 계급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말 잘 듣고 전문 기술까지 있고 직업 의식이 투철한 보병이 필요할 때에 손쉽게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이 바로 용병이었지요.
또 기사 및 영주들로 이루어진 중세의 정규군의 경우 위험 요소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전쟁의 명분이 영 아니올시다일 경우 영주들은 공공연하게 왕의 소집 명령을 거부합니다. 게다가 만약 기사들을 끌어모아 전쟁에서 승리할 경우, 그 전쟁에서 큰 공이 있는 영주의 경우 바로 왕의 지위를 위협할 만한 세력이 될 수 있죠. 그렇기에 왕으로서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좋은 1회용품으로서 돈 주고 계약하여 부려 먹는 용병들이 필요한 것입니다.
게다가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이나 중세 후기 화폐 상업 경제의 발전으로 등장한 자치 도시의 경우, 군사력의 기반이 되는 인구는 적은데다가 이들 대부분이 경제 이윤의 주체가 되는 상공업자들입니다. 이들을 군대로 소집하기에는 경제적으로 아쉽고, 그렇다고 군대 없이 개기다가는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봉건 영주들이 가만히 둘 리가 없죠. 그렇기에 도시를 중심으로 성벽을 쌓아서 방어 태세를 갖추고, 이 곳을 지켜 줄 군인들을 모집하게 되죠. 이 경우 얘네들이 가진 건 돈 뿐이니 당연히 용병들을 고용할 수밖에요.
물론 용병에 의존하는 것도 무리는 있습니다. 일단 결정적으로 얘네들은 돈에 묶여 있기 때문에 만약 국가에서 돈을 제때 주지 않으면(이거 중세 이후 근대에도 흔히 있는 일이었습니다) 바로 불법 무장 집단으로 변신합니다. 그리고 종종 전쟁 끝나고 줄 돈 다 주고 계약 해지했는데 이 넘들이 딴 곳으로 안 꺼지고 머물러 앉아서 도적떼가 되어 여기저기 약탈하는 경우도 있죠. 그리고 근본적으로 전투에 임하는 자세가 이후의 국민군과는 전혀 다르죠. 그리고 중세 말기에 다다르면 용병에 이골난 이들, 즉 적국의 용병대장끼리 짜고 실제 유혈 충동을 피하는 사태까지 일어납니다. 15-16세기 이탈리아의 용병대인 콘도티어러가 그 대표적인 예죠.
그리고 용병들이 약탈을 심하게 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죠. 그리고 이것이 장기적으로 승전국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도요. 하지만 실제로 용병 아니고도 중세 시대에 있어서 전쟁의 동기 중 중요한 것이 바로 적국의 부유함이었고, 기사도를 따지는 중세 군대에 있어서도 승리 이후의 약탈과 전리품 획득은 기본 중의 기본이었습니다. 막말로 자기 목숨 걸고 왕을 위해 싸운 이들에게 논공행상이 없다면 어디 싸울 맛이 날까요. 게다가 용병들의 경우 목숨의 대가는 충성심도 기사도도 뭐도 아닌 바로 돈, 오직 돈이었습니다. 이들로서는 계약의 대가로서 약탈에 열을 올리는 것도 어찌 보면 일리 있다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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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용병의 주요 무장은?
> 설마 기사들처럼 말타고 두꺼운 갑옷 두르지는 않겠죠? (내가 그것 걸칠 돈 갖고 있으면 용병 안하고 놀고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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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용병들이 기사들처럼 해 입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그럴 엄두를 못 냈죠. 기사들처럼 전신 갑옷을 걸치려면 그 비용이 어마어마했습니다(현대 기술로도 중세의 정교한 전신 갑옷을 완전히 재현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기사들의 경우 필연적으로 말을 타고 전장에 나서니, 적어도 말 여러 마리를 끌고 다녀야 하죠, 그 밑에 종자 등 딱가리들도 데리고 가야 하죠, 가서 먹을 식량이란 말먹이풀도 자기 부담이죠... 기타 등등하여 중세의 전쟁은 기사들에게 승리하였을 때의 그 득실을 생각하여 출전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할 전쟁이었습니다.
일단 용병들은 저런 엄청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국가에서도 용병들에게 기병 외의 다른 병과를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 즉 보병으로서 궁수, 석궁수, 공병대, 창병 등의 병과를 말이죠. 게다가 용병들에게 중요한 것은 장비가 아니라 바로 실전에서 우러나온 경험과 자신의 전문 기술이죠. 그리고 용병을 고용하는 국가는 바로 이러한 전문 기술을 사들이는 것이니까요. 용병의 경우 사실상 당대의 각 국가의 보병들과 유사한 장비, 즉 철모 하나에 조끼 모양의 누비옷 갑옷(gamberson), 그리고 자기 특기의 무기 즉 양수검, 장창, 미늘창, 활, 석궁 기타 등등을 들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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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용병들에 대한 국가의 대우는 어땠나?
> 좋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용병을 열라 씹었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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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는 용병들을 엄청 비난했죠. 그도 그럴 듯이 이탈리아의 통일을 추구하고 절대 군주의 철권 통치와 계략 정치를 주장한 그로서는, 뜨내기들이 모여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란 눈꼽만큼도 없는 용병 제도란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 그가 추구한 것은 그 나라의 국민으로 구성된 국민 상비군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용병에 대한 대우는 돈으로 맺어진 계약 관계답게 일단 티나게 나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좋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기사도와 국왕과 신에 대한 충성심으로 무장한 고상하신 기사님들에게는 전쟁을 따라 다니는 하이에나와 같은 이들 용병들을 좋게 볼 리가 없겠지요. 이들은 종종 이들 용병들의 전투력 자체에까지 회의를 가질 정도였습니다만, 그 때문에 기사들과 용병들간의 협동 전투라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이것도 역시 라니안 판타지에서 복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