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40대 남자가 이종 6촌 여동생에게 “매제와 이혼하고 나와 결혼하자”며 흉기를 휘두르다 지난 13일 경찰에 검거됐다. 대체 이 남자는 어쩌다가 6촌 여동생에게 사랑을 요구하며 칼부림까지 했을까.
전북의 한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K씨(41)는 4년 전 친척 모임에서 이종 6촌 여동생 P씨(35)를 우연히 만났다.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두 사람은 반가움에 손을 맞잡았지만 이것이 또 다른 불행의 시작이 되리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원래 K씨와 P씨는 어렸을 때부터 집안의 왕래가 잦아 친하게 지냈던 사이. 특히 성인이 된 후 두 사람은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지니게 됐지만 인척지간인 이들의 사랑은 결코 이뤄질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K씨와 P씨는 서로에 대한 감정을 접고 각자의 짝을 찾아 가정을 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들의 결혼생활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K씨는 아내와 사별해 외로운 신세가 됐고, P씨는 남편과의 불화로 가정에 불만이 많았다. 두 사람은 친척모임에서 각자의 처지를 얘기하다 아직도 남아 있는 서로에 대한 감정을 들여다보게 됐다. 결국 이날의 만남이 사그러진 듯했던 ‘옛 사랑’의 불씨가 되살아나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K씨와 P씨는 각자 살고 있는 전북 과 충북을 일주일에 한두 차례씩 오가며 다정한 연인처럼 지냈다. 금지된 유혹은 달콤했고 이들의 애정행각에는 브레이크가 없는 듯했다. 홀몸이던 K씨는 급기야 P씨에게 “남편과 이혼하고 나와 결혼해서 함께 살자”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P씨도 “오빠를 사랑한다”며 화답했다. 하지만 P씨는 결코 가정을 버릴 생각이 없었다.
그러던 지난 11일 오전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K씨는 P씨가 사는 지방도시까지 찾아가 “내가 더 행복하게 해주겠다”며 남편과 이혼하기를 더욱 종용했다. 끝내 P씨가 이를 거절하자 격분한 K씨는 승용차로 P씨를 납치해 자신의 집에 감금해버렸다.
K씨는 자신의 간절한 호소에도 P씨가 끝내 마음을 돌리지 않자 홧김에 흉기까지 휘둘렀고 나중에 연락을 받고 아내를 찾으러온 P씨의 남편에게도 둔기를 휘두르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에서 K씨는 “P씨가 나만을 사랑한다고 해놓고 날 계속 속이고 이혼도 하지 않아 홧김에 흉기를 휘둘렀다. 하지만 아직도 P씨를 사랑한다”고 진술했다. 한 경찰관은 “K씨가 너무 외로워서 그런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쪽은 P씨의 남편. 하지만 그는 울먹이며 결국 아내를 용서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