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발작의 유형은 간질발작의 모습과 뇌파소견으로 진단될 수 있으며, 간질발작의 유형에 따라 치료 약물의 선택이 좌우되므로 간질발작 유형의 정확한 진단은 치료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러한 간질발작의 분류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국제분류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여기서는 간질발작을 부분 발작과 전신성 발작으로 구분하고 있다.
1) 부분발작(국소성 발작)
부분발작은 발작뇌파가 뇌피질의 어느 부분 또는 한쪽 반구에서 시작될 때를 말하며 발작하는 동안 본인은 증상과 주변상황을 인식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간질 발생 부위에 따라 의식장애가 동반될 수도 있다. 이러한 의식장애의 유무에 따라 단순성 및 복합성 등으로 나누어진다. 이때의 의식장애는 자신이나 주위환경에 대한 인지능력이나 반응성이 저하되어 있거나 소실된 상태를 말한다. 또한 때에 따라서는 부분발작이 진행하여 전신발작으로 변하기도 한다.
(1) 단순부분발작
단순부분 발작은 간질병소의 위치에 따라 운동성, 감각성, 자율신경성 및 정신 증상성과 같은 단일 임상증상을 보이며, 의식장애는 없다.
① 운동성 단순부분발작
운동성 단순부분 발작에는 신체의 일부에서 간대성 혹은 긴장성 형태의 발작적 운동 증상이 한 곳에서 시작하여 주위의 인접한 다른 뇌부위로 진행하는 경우와, 원래 발생한 부위에 국한되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머리나 눈이 한쪽으로 치우쳐 지거나 몸체가 비틀려지는 현상, 발성이나 대화가 중단되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거나 특정 단어를 되풀이 하는 경우 등이 있다. 특히 목이나 눈이 돌아가는 경우는 반대측 대뇌에 간질성 병소가 있을 확률이 높다. 운동성 발작이 끝나고 수 분에서 수 시간 동안 발작부위의 마비가 지속될 수 있다.
② 감각성 단순부분발작
감각성 단순부분발작에는 체감각, 시각, 청각, 후각, 미각 및 어지러움 등의 이상증상을 보일 수 있다. 체감각 이상증상은 대개 저리거나 무엇인가에 의해 찔리는 느낌이거나 무감각이 나타나며, 운동성 발작과 마찬가지로 주위의 다른 뇌 부위로 진행될 수 있다. 시각증상은 실제로는 없는 불빛을 느끼거나 없는 사람이나 주변상황이 눈에 보이는 환시가 나타나거나, 갑자기 아무 것도 안보이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 등으로 나타난다. 청각증상으로는 단순한 소리로부터 섬세한 음악을 듣는 청각성 환청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기타 후각증상 및 미각증상을 느끼게 되거나 자신의 주위가 회전하는 느낌, 몸이 공중에 붕 뜨는 느낌을 갖는 발작도 볼 수 있다.
③ 자율신경성 및 정신성 단순부분발작
자율성 신경성 발작시에는 구토, 안면창백, 안면열감, 발한, 동공확대 등이 나타난다. 정신성 발작은 높은 수준의 뇌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에 병소가 있으며, 인지장애가 동반되는 때가 많다.
이러한 증상으로는 실어증과 같은 언어장애, 이상기억증을 보일 수가 있다. 특히 이상기억증에는 시간개념의 이상, 꿈꾸는 듯한 느낌, 순간적인 과거 회상, 과거에 친숙한 장소의 낯설은 느낌, 낯설은 곳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 혹은 강박적인 생각들의 출현 등과 같은 다양한 현상이 있다. 또한 인식에 이상이 생겨 현실감의 소실이나 자신이 분리되어 있는 느낌이 생길 수도 있다.
정서에도 이상을 느낄 수 있는데 이유없는 두려움이나 즐거움, 심한 불안감 및 우울감 등을 나타낸다. 이러한 정서이상 증상은 유발요인 없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수 초 혹은 수 분내에 사라진다. 대개 두려움이나 공포감이 흔히 나타나고, 이때는 혼자 밖으로 나가거나 다른 곳으로 뛰어가는 증상을 보이기도 하고, 공포감을 느낄 때는 동공의 확대, 발한, 혈압상승 및 안면열감 등이 동반될 수 있다.
간혹 자신의 감정이나 뜻과는 관계없이 발작적으로 웃기만 하는 발작형태도 있다. 또한 발작적인 착각이나 환각도 볼 수 있는데 착각현상은 실제 있는 물체의 형태가 변질되어 보이거나 들리는 것이며, 환각은 외부자극 없이 물체가 보이거나 소리가 들리는 현상이다.
(2) 복합부분발작
복합부분발작시에는 대개 의식이 흐려지며, 이때 자신의 생각과는 관계없이 나타나는 자동증이 동반될 때가 많다. 또한 의식이 흐려지기 전에 단순부분발작이 먼저 시작되어 환자가 발작이 올 것을 미리 알 수 있는 전조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자동증은 부분발작 및 전신성 발작 모두에서 볼 수 있으며, 대부분 복합부분발작에서 나타나며 전신성 발작에서는 발작이 끝난 후 의식이 혼미한 상태에서 나타난다. 흔히 보이는 자동증으로는 씹거나, 입맛을 다시거나, 삼키거나, 마시는 행동, 코를 훌쩍거리거나 멍청하게 있거나, 이상한 표정을 짓는 행위, 옷을 만지작 거리거나 의미없는 손동작을 하거나 방안에서 걷거나 길거리로 걸어나가는 행동 및 상황에 맞지 않거나 의미없는 말을 하는 행동 등이 있다.
2) 전신성 발작
전신성 발작은 대뇌 전체에서 동시에 발작이 시작되는 것으로 임상적으로는 신체 좌우 모두에서 동시에 시작되고 의식소실을 동반하며, 뇌파검사시 양쪽 대뇌에서 전반적으로 간질파가 나타난다. 전신성 발작의 종류에는 결신성, 긴장성 간대성, 근간대성 및 실조성 발작 등이 있다.
(1) 결신성 발작(소발작)
결신성 발작은 발작전에 하던 행동이 급작스럽게 중단되면서, 멍하니 바라보거나 고개를 약간 돌리거나 눈이 약간 위로 올라가는 것 같은 모양을 취한다. 이런 발작은 수 초 동안만 지속되다가 곧 회복되어 발작 전의 행동을 계속할 수 있게 되고 환자는 자신의 발작을 전혀 못 느낀다. 발작 전에 환자가 말을 하고 있었으면 말이 느려지다가 중단되며, 걷는 중이었으면 그 자리에 멈추어 서 있게 되고, 식사 중이었으면 씹는 행위를 멈추어 음식이 입안에 고여 있게 된다. 간혹 발작 중에 말을 걸게 되면 발작이 중지되기도 한다. 결신성 발작 중에도 자동증이 생길 수 있지만, 복합 국소성 발작에 비하여 단순하여 입술을 빨거나 삼키는 행동, 의복을 만지작거리는 행동을 보인다. 환자에게 말을 걸면 환자는 신음소리를 내거나 소리나는 쪽으로 돌아보기도 하고 몸을 접촉하면 접촉된 부위를 문지르기도 한다. 발작 빈도는 대단히 많아서 하루에도 수 십 차례 할 수 있으므로 학업에 큰 장애를 받을 수 있다. 주로 소아기때 많으며 15세 이후에는 드물다.
(2) 전신성 긴장성 간대성 발작(대발작)
전신성 발작의 가장 흔한 형태이며, 간혹 표현하기 힘든 전구증상을 느끼기도 하나 대다수는 아무런 전구증상 없이 의식을 잃는다. 급작스런 신체전반의 근긴장으로 신음소리를 내거나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 쓰러지게 되며 사지가 뻣뻣해지고, 호흡장애로 얼굴이 새파랗게 되거나 입주위로 분비물을 보일 수 있다. 수십 초 근긴장 발작이 진행되다가 이어서 근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는 간대성 발작으로 변하게 된다. 이때 혓바닥을 물게 되면 이빨자국이 나거나 피가 나게 되고, 소변의 실금이 생길 수 있다. 발작이 끝날 때쯤 깊은 호흡이 뒤따르게 되고 환자의 모든 근육이 이완하게 되며, 잠시동안 의식이 혼탁된 상태로 있거나 수면 상태에 이르게 된다. 잠에서 깨면 환자는 전신통이나 두통을 느끼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발작횟수는 결신성 발작보다는 훨씬 적으며 하루에 한 차례에서 수 년에 한 차례 정도까지 그 빈도는 다양하다.
(3) 근간대성 발작
근간대성 경련은 급작스럽게,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쇼크와 같은 근육의 경련을 일으키는 것으로 전신적으로 일어나기도 하며, 양팔, 양다리 혹은 얼굴이나 몸통에 국한되기도 한다. 대개 수면부족 상태로 수면에서 깨어날 때 또는 빛 자극에 노출될 때 잘 나타난다.
(4) 실조성 발작
실조성 발작은 소아의 심한 간질환자에서 흔히 관찰되며, 신체의 전체 근육 또는 일부의 근육의 긴장도가 갑자기 소실되어 급작스럽게 쓰러지게 되거나 목, 팔, 다리 등이 갑자기 숙여지는 발작형태로 외상을 입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조사에 의하면 이상의 발작들이 전체 간질 발작 중에 차지하는 비율은 복합부분발작의 경우가 36%, 전신성 발작이 23%, 단순부분 발작은 14%이고, 불확실 부분발작이나 미분류 발작들이 27%로써 복합부분발작과 전신성 발작이 가장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