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사임당의 초충도 새 5000원권 뒷면 도안 신사임당의 ''초충도''로 내년 상반기 중 선보이는 새 5000원권의 도안 뒷면이 현재의 오죽헌 전경에서 신사임당의 초충도(草蟲圖)로 바뀐다.
또 앞면의 율곡 이이 초상은 그대로 유지되는 대신 학 그림의 흉배((胸背)와 벼루 부문은 오죽헌
몽룡실과 검은 대나무그림으로 변경된다. 한국은행은 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화폐도안을 넣고 규격도 축소한 새 5000원권을 내년 상반기 중 발행하기로 의결했다. 한은은 먼저 새 5000원권
앞면에 율곡 이이가 태어난 오죽헌 몽룡실을 넣고 뒷면에는 8폭의 초충도 중 수박(사진 위)과
맨드라미(사진 아래) 2폭을 합성한 그림을 넣기로 했다. 이 초충도는 신사임당의 직계후손이 보존해
오다 오죽헌 시립박물관에 기증한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1호다. 앞면과 뒷면의 바탕그림으로는
전통무늬인 창호(창호지를 바르던 옛 창살)와 조각보(헝겊조각으로 만든 보자기)로 정해졌다.
또 새 5000원권의 크기는 가로 142mm, 세로 68mm로 현재보다 가로 14mm, 세로 8mm씩 축소된다.
색상은 적황색 계열로 밝고 화려해지고 일제시대의 잔재인 원형직인도 정사각형으로 바뀐다.
한은은 위·변조를 방지하기 위해 보는 각도에 따라 대한민국 지도와 액면숫자, 태극문양 및 4괘 등이
번갈아 나타나는 원형의 홀로그램을 넣고 용지 자체도 액면숫자인 ‘5000’을 돌출은화로 추가하기로 했다 * 내년 상반기에 나올 예정인 새 오천원권의 모양새가 확정됐습니다. 율곡 이이의 초상화는
그대로 남지만 율곡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이 그린 그림이 새로 들어갑니다. 한승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내년에 새로 나올 5천원권의 인물 소재는 율곡 이이 그대로입니다. 그러나 왼편의 흉배 무늬와 벼루는 오죽헌 건물 한 채와
오죽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된 검은 대나무로 바뀝니다. 뒷면에는 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이 그린 초충도에서 수박과 맨드라미를 그린 부분이 담깁니다. 크기는 작아져 가로 14mm, 세로는 8mm가 줄어듭니다. 위·변조 방지를 위해서는 보는 각도에 따라
그림이 바뀌는 홀로그램과 색이 변하는 광 가변 잉크 등이 사용됩니다. [정남석 팀장/한국은행 발권정책과 : 첨단 위조방지장치를 적용하고요, 색상은 밝고 화려하게 조정됐습니다.] 또 일제의 잔재라는 논란을 빚었던 원형 직인은 44년만에
정사각형으로 바뀝니다. * 신사임당(申師任堂)의 작품세계 (申師任堂, 1504-1551)
■ 신사임당에 대해서
504(연산군 10)-1551(명종 6) 조선 여류 문인, 서화가. 잘 알려져 있는 바대로 율곡(栗谷) 이이(李珥)의 어머니로
조선 초기의 대표적인 여류화가로 시서화(詩書畵)에 모두 뛰어났다. 그림에 있어서는 산수,
포도, 대나무, 매화꽃, 그리고 초충(草蟲-나비, 벌, 메뚜기 등 풀벌레) 등 다양한 분야의 소재를 즐겨 다루고, 산수에 있어서는
안견을 따랐다고 전해진다. 「초충도」들은 한결같이 단순한 주제, 간결한 구도, 섬세하고 여성적인 표현, 산뜻하면서도 한국적
품위를 지닌 색채감각 등을 특징으로 지니고 있다. 사실상 조선시대의 모든 초충도는 신사임당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그 분야의 절대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논란의 여지가 없는 진작(眞作)보다는,그의 작품이라 추축되는 작품들이 많이 전해진다.
『초충도』병풍중 이그림은 화면의 중앙에 곡선진 가지의 두 줄기가 좌우 대칭을 이루고,
줄기에 열려있는 가지의 빛깔도 곱기만 하다. 신사임당의 『초충도』는 안정된 구도, 섬세하고 부드러운
묘사가 빼어나며 한국적 미감이 작품의 격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가지와 방아개비

수박과들쥐

산차조기와 사마귀

맨드라미와 쇠똥벌레

원추리와 개구리

양귀비와 도마뱀

오이와 개구리 <대관령 넘으며 친정을 바라보다> 늙으신 어머님을 고향에 두고 외로이
서울 길로 가는 이 마음 돌아보니 북촌은 아득도 한데 흰 구름만 저문산을 날아 내리네.

어숭이와 개구리
화가 및 작품내력
초충도(草蟲圖)는 야생의 풀과 곤충을 그린 그림이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을 소재로 한 배경에는
어떤 심성이 작용하고 있었는가를 살피고, 소재와 표현 방법을 살펴 한국적 미의식의 실체를 파악해 보자.
시·서·화에 두루 능했던 사임당은 신명화(申命和)의 둘째 딸로 태어나 감찰 이원수(李元秀)에게 출가하여 높은 인품과
조선 유학의 거유(巨儒)인 율곡 이이(李珥)를 낳아 오늘날도 사표(師表)로 크게 칭송 받는 한국의 대표적인 어머니 상이다.
《율곡집》에 나오는 그림에 관계된 글을 살펴보면, 7세 때부터 안견(安堅)의 그림을 따라 배우기 시작하여 산수·포도·화훼·초충 등을 즐겨 그렸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유작들이 다수 있는데, 그 중에서 특히 초충도류가 단연 뛰어나다. 현재 국립 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초충도〉는 사임당 신씨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종이에 채색을 사용하여 그린 〈초충도〉는 현재 10폭으로
꾸며져 있는데, 8폭은 그림이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2폭에는 신경(申暻)과 오세창(吳世昌)의 발문이 적혀 있다.
발문에 따르면 신경이 율곡과 동시대인 이양원(李陽元)이 간직했던 것을 그 후손에게서 구입하여, 당시 정필동(鄭必東)이 지니고 있던 진품과 비교한 후 사임당의 소작으로 단정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오늘날 이 〈초충도〉를 사임당 신씨의
그림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전(傳)’ 자를 이름 앞에 붙인다.
작품 내용
〈초충도〉는 문자 그대로 풀과 벌레 등을 그린 그림이다. 전 화폭을 통하여 매우 다양한 동식물과 곤충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각 화폭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폭에는 가지·방아깨비·개미·나방·벌 등이 등장하고 있다. 땅위에 개미 한 쌍과 방아깨비가 기어다니고,
위쪽에는 나비·벌·나방이 날고 있다. 자연 생태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제2폭에는 수박·들쥐·패랭이꽃·나비·나방 등이 등장하고 있는데, 특히 수박을 파먹는 들쥐 두 마리의 모습이 흥미롭다.
민화에서는 수박이 다남(多男)의 상징물로 여기지만 이 그림에서는 그런 의미와는 상관이 없다.
제3폭은 공간을 나는 나비, 원추리꽃 줄기에 붙은 매미, 뛰어 오르려는 개구리로 구성되어 있다. 이 화폭의 것과 같은 구성
요소와 짜임새를 가진 문양이 반닫이나 장롱 등 가구 장식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원추리는 일명 망우초(忘憂草),
또는 훤초(萱草)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시경 詩經》에서 유래한 것으로, 근심을 잊고 답답함을 푼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나
여기서는 그저 흔히 보는 식물 중 하나일 뿐이다.
제4폭에는 여뀌·메꽃·잠자리·벌·사마귀 등이 등장하고 있다. 잠자리는 여뀌 주위를 날고 있고, 사마귀는 땅을 기면서
벌을 노리고 있다. 사마귀는 민화나 다른 그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소재이지만 초충도에서는 자주 등장한다.
제5폭에는 맨드라미·산국화·나비·쇠똥벌레 등이 등장하고 있다. 쇠똥벌레 세 마리가 제나름대로 일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나비는 맨드라미 주변을 무리지어 날아다니고 있다. 이 화면의 주인격인 맨드라미는 계관화(鷄冠花)라고도 부르는데,
민화에서는 관계에로의 진출을 상징하지만 이 경우에는 그것과 상관없이 보인다.
제6폭에는 어숭이꽃·도라지·나비·벌·잠자리·개구리·메뚜기가 등장하고 있다. 나비와 잠자리는 어숭이꽃과 도라지꽃 주위를
맴돌고 있고, 개구리는 땅에 기는 메뚜기보다 허공을 나는 나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잠자리는 고려 동경이나
도자기 장식 문양에 등장한 예가 있으나 다른 그림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제7폭에는 양귀비·패랭이꽃·달개비·도마뱀·갑충 등이 등장하고 있다. 도마뱀이 고개를 돌려 갑충의
거동을 살피는 모습이 재미있다.
제8폭에는 개구리·땅강아지·벌·오이·강아지풀 등이 그려져 있다. 개구리가 땅강아지를 잡아먹으려고
살금살금 다가가는 모습이 비장하기까지 하다.
표현 형식 및 소재의 성격
〈초충도〉의 각 화폭은 모두 지면(地面)과 허공이 약 1:2의 비율로 나뉘어 있으며, 각 영역에는 거기에 서식하는 곤충·파충류 등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땅에 뿌리 박고 자라는 식물은 화면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지면과 허공을 연결하고 있다. 이와 같은 화면 형식이 당대 자수의 본(本)이나 가구 장식 문양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정형화 된 것으로 생각된다.
소재를 보면, 〈초충도〉에 등장한 쇠똥벌레·도마뱀·사마귀·개미 같은 것들은 초충도류가 아닌 다른 그림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것들이다. 그리고 이것들은 민화 등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처럼 특별한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없다.
따라서 〈초충도〉는 의미상징물로서가 아니라 자연 생태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일종의 사생화와 같은 성격의 그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초충도〉에는 자연계의 생태, 또는 약육강식의 장면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는 부분이 많다.
벌을 잡아먹으려고 노려보는 사마귀의 모습이라든가, 개구리가 땅강아지를 뒤따라가 덮치려 할 때,
이미 그 낌새를 알아 챈 땅강아지가 꽁무니를 빼고 달아나는 장면, 그리고 들쥐들이 수박을 파먹고 있는 모습 등이 그것이다.
평가
이처럼 생동감과 현장감이 넘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고 하지만, 〈초충도〉는 눈앞에 전개되는 실제의 장면을 보고 그린 것이 아니라, 자연 생태계에 대한 일반적 인식 내용을 전형화된 형식을 빌어 표현한 관념적인 그림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초충도〉를 보고 원초적 심성을 자극하는 미적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은, 그림의 배면에는 자연에 대한 깊고 순수한 애정이 짙게 배어 있고, 전면에는 미추(美醜)와 호오(好惡)로써 구별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순정적인 필치로
펼쳐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동양적 사고에서 미의 근본을 ‘미여선동의(美如善同意)’에서 찾는다. 여기서 미는 외형적 아름다움을 말하며, 선은 내적인 요소로서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된 마음을 뜻한다. 〈초충도〉는 야생의 풀과 곤충을 소재로 한 그림이지만, 모든 화폭에 걸쳐 여성적 우아함과 소박한 아름다움, 그리고 자연에 대한 진솔한 애정이 스며있다. 이런 점에서 〈초충도〉는 미와 선이 융합된 세계이며,
노·장(老莊)이 말한 즐겁고 아름답고 교묘한 미의 경지에 이른 작품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