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국내 한 유명 제약회사가 회장 비서실로 걸려온 한 통의 외부 전화로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회장이 부재중이어서 전화는 비서실 직원이 받아 비서실장에게 메모로 전달됐다. 메모 내용은 이랬다. "4~5년 후면 한국에도 셀레늄 열풍이 불 것이다. 지금부터 준비하면 돈방석에 앉을 것이다. 모든 노하우를 내가 갖고 있다. 나를 회장에게 소개해달라." 물론 그 메모는 묵살됐고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다. '정신나간 사람의 장난전화'라는 비서실장의 결론으로 셀레늄은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셀레늄 열풍이 불면서 제약업계에 전설(?)처럼 떠도는 얘기다. 사실이라면 이 제약회사는 지금 땅을 치고 후회할 만하다. '정신나간 사람 장난전화' 내용대로 최근 셀레늄에 대한 연구와 이를 이용한 제품 개발에 식품업체와 제약업체 등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림 '셀 레노메티오닌 치킨' 출시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우유와 달걀 등을 생산하는 식품 관련 업체다. 특히 서울우유는 최근 미량 원소인 셀레늄이 함유된 '셀크(selk)'라는 우유를 출시해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3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셀크에는 천연 셀레늄이 40μg±10(1000㎖당, 이하 같음)이 들어 있어 일반 우유의 셀레늄 함량보다 2~3배 정도 높 다"고 설명했다. 셀레늄은 모유 중 초유에는 13μg 내외가 들어 있으나 10일 이후 성숙유에는 10μg 내외 함유로 점차 줄어들며, 국내 일반 우유의 셀레늄 함유량은 15μg 정도다. 국내 최대 닭고기 생산업체 중 하나인 하림도 2000년 5월부터 셀레늄이 첨가된 닭고기 '셀 레노메티오닌 치킨'을 내놓았다. 셀레늄 성분이 첨가된 모이를 먹고 자란 닭은 평범한 닭보다 몸값이 2배나 비싸지만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편이다. 매달 25만 마리가 7개 공장에서 출시되고 있을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다. 하림의 한성희 전무는 "셀레늄을 첨가하면 마리당 사료비가 평균 550원 더 든다"면서 "하지만 부가가치도 높은 데다 소비자가 기능성 제품을 원하고 있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닭고기와 함께 각축을 벌이고 있는 분야가 셀레늄이 첨가된 기능성 달걀이다. 셀레늄이 첨가된 기능성란과 영양란은 일반란에 비해 2~3배 높은 가격에 판매되지만 맛이 뛰어나고 영양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는 입소문이 번져 이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기능성란인 '알짜란'은 비타민A-E, 셀레늄이 강화된 계란으로 12알이 2,360원, 10알이 1,970원에 판매된다.
CJ 계열 냉동전문회사 모닝웰도 최근 흑미로 만두피(1.89% 함유)를 빚어 만든 '흑미쌀찜만두'를 출시했다. 흑미는 비타민B-E 등의 영양분이 많고 셀레늄이 다량 함유돼 있어 암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셀레늄 신드롬을 톡톡히 보고 있는 분야는 제약업종이다. 제약업체들은 영양제에 셀레늄을 이미 첨가했거나 첨가를 서두를 정도로 셀레늄은 하나의 기본 성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주)은 최근 특수인삼추출물 G115와 20여 가지의 비타민과 미네랄이 함유된 종합영양제 '게리아트릭 파마톤'을 '파마톤 캡슐'이라는 제품명으로 새롭게 출시했다. 이번에 출시된 '파마톤 캡슐'은 기존 제품에 체내의 효소합성을 도와주는 비오틴과 엽산, 노화방지 물질인 셀레늄을 추가했다. 또 지방대사 물질인 레시틴을 기존의 60㎎에서 100㎎으로 늘려 동맥경화 예방 효과를 높였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 관계자는 "파마톤 캡슐은 시중에 나와 있는 비타민 제제 중 유일하게 G115를 함유하고 있으며 인체에 필요한 성분을 균형있게 배합한 제품으로 임상시험을 통해 그 약효와 우수성이 입증되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도 최근 암-고혈압-당뇨병-심장질환 등 각종 성인병 예방에 좋은 성인 영양제 '로가톤골드 캅셀'을 개발, 시판에 들어갔다. 이 제품에는 토코페롤과 베타카로틴, 셀레늄, 비타민C-B1-B2-B3-B6-B12 등 각종 항 산화제가 복합적으로 들어 있어 노화와 근무력증, 심장기능 장애, 식욕감퇴, 구강질환, 신경과민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한미약품은 설명했다.
대형 유통업체 앞다퉈 전용 매장 개설
다단계회사인 유니시티 네트워크 코리아도 최근 유아 및 어린이용 건강보조식품 '칠드런스 포뮬라'를 내놨다. 성장 부진, 허약 체질이거나 음식을 가리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개발했다. 이 제품은 인공색소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 블루베리 맛과 향을 내도록 했다. 칼슘-철-마그네슘-셀레늄-크롬-망간-구리-아연-비타민-자일리톨 등 성분이 함유돼 있다.
게란티제약도 최근 폐와 목을 보호하는 건강보조식품인 '니코탈'을 내놓았다. 니코탈은 게르마늄이 함유된 효모인 건조효모분말G란 기능성 물질을 갖고 있어 니코틴-타르-카드뮴 등 독성을 없애주며 세포 내 일산화탄소 배출도 촉진시킨다고 설명했다. 셀레늄을 비롯해 도라지 추출물, 글리신, 바이오플라보노이드, 베타카로틴, 비타민A-C-E-B1-B2-B6 등이 들어 있다.
게란티제약 관계자는 "니코탈은 기관지 및 폐를 보호하는 영양물질과 체내에 축적된 독소 및 중금속을 배출시키는 천연식물 엑기스 등을 함유하고 있어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식품-제약업체들의 공세에 힘입어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도 앞다퉈 전용 매장을 개설하거나 농가와 직영체제를 구축하는 등 셀레늄을 이용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롯데마그넷은 전 점포에 하림에서 공급받고 있는 셀레늄 닭고기를 비롯한 각종 셀레늄이 첨가된 제품을 팔고 있다. 또 삼성플라자 분당점도 지하1층 식품관에 셀레늄을 일정량 첨가시킨 '셀라늄 팽이버섯(셀머쉬)'을 판매하고 있다.
호텔도 셀레늄을 이용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서울힐튼호텔 일식당 겐지는 최근 최고급 참치인 '블루 핀 투나' 특선을 마련, 고객 유치에 나섰다.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으로 기억력 향상, 성인병 예방, 콜레스테롤 감소, 노인성 치매 예방 등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참치에는 셀레늄을 비롯한 DHA-EPA-비타민-미네랄 성분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당분간 셀레늄은 국내 식품-제약업체 사이에서 가장 큰 화젯거리로 자리잡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