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구순자]

에어컨을 켜고 있으니
민소매 어깨가 시려웠다
긴소매 옷을 입고 있으니
혼자 있는 집에서
이것도 아닌가 싶어서
다시 에어컨을 선풍기로 바꾸었다 하지만 선풍기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더위였다
추위는 못참아도
더위는 잘 참던 내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참을성이 없어졌다
내 몸에 이상이 생겼다
붉은 반점이 몸 이곳 저곳에 생기기 시작했다
동네 병원에 가고 약국에 거서
약을 먹고 연고를 발라도 쉽게 낳을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머리라도 짧게 자르려고 단골 미장원에 갔다 

미용사가 나의 묵주위를 보고 식중독 같다고 했다
얼마전에 장염을 앓기도 했었다
미용사는 영등포에 있는 계피부과 병원을 소개해주었다 

다음날 계피부과를 찾아갔다
연세가 있는 의사선생님은 자신있게 병명을 말해 주었다
더위를 참아서 살이 물러 생긴 피부병이라 했다
왠지 낳을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병은 자랑하라는 말이 맞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