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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명 : 제1회 순창 전국 울트라 마라톤 대회
일 시 : 2006년 9월 23일 19시~ 9월 24일 10시까지
내 인생에 있어 꼭 한번은 경험해 보고픈 일이 42.195km 풀코스가 전부였는데..
울트라라니.. 나에겐 꿈도 꿔보지 못할 먼 나라 이야기였다.
울트라 선배님들은 100km, 100마일(160km), 200km 완주.. 그때 나는 그들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풀코스를 뛰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재미있다고 까지 하신다.
아무리 그렇게 말씀하셔도 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자꾸 듣다 보니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정말 나도 도전해 보고 싶어졌다.
평택 마라톤 클럽을 비롯해 평택 마라톤 연합회 7개 클럽에서 여자 울트라 주자로는 처음이고 아마 평택 전체에서도 여자 1호가 될 거라는 말이 결심을 굳히게 했다.(1호라는 말이 유치?하게도 충동질을 한다.ㅋㅋ)
그래서 회장님 이하 몇 분이서 내년에 연습해서 도전해 보기로 약속했다.
어느날 아들과 대화하다 엉뚱한 약속을 하게 되었다.
현재 고3인 아들이 몇 달 남지 않은 기간인데 성적이 월등 하지도 않으면서 왠지 유유자적 하는 모습이 자주 보여 이쯤 한마디 해야 하는데 행여나 의미없는 잔소리가 될까 싶어 조심스럽게
“내년에 나가기로 했던 울트라 100km를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지만 엄마도 잘 계획해서 짧은 시간에 성공해 보일께 우리 한번 해 보는 거야 알았지?”
에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풀코스도 겨우 제한시간 안에 들어오면서.. 에구에구~내ㅍㅉ야~^^
새로운 일에 도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품이 이유 있는 목적을 가지고 또 작동 되었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고 두려움과 셀레임과 새로운 힘이 서로 교차되며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거야.”..... “한번 해보는 거지 뭐~”
바로 마라톤 온라인에서 검색을 해본다. 춘마에 신청해 놓은 터라 날짜를 잘 보고 선택 해야했다.
9월2일 양양 울트라 대회와 9월23일 순창 울트라 대회가 눈에 들어왔다.
혼자 고민하다 울트라 선배 두 분에게 조용히 상의를 해본다.
양양을 경험한 후배님은 양양은 비포장 임도에 고저도가 장난이 아니니 연습시간도 짧고 초보에게는 힘들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울트라 고수이신 선배님은 현재 순창 70km에 접수 했고 순창이 초보에게는 수월 할 것이라고 하신다.
아들과 약속한 날짜는 7월16일이고 7월23일 과감하게 순창100km에 접수를 했다.
대회가 9월 23일이니 2달의 시간은 있지만 연습은 8월 한 달로 맞쳐야 했다.
풀코스는 제한시간에(4시간 51분) 겨우 들어오고 구력과 근력이 턱없이 부족한 터라 이 살인적인 무더위가 기승하는 8월 한 달의 연습으로 정말 가능한 일인지 하는 의문이 들었고 여러 생각들이 오고 가며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그러나 활시위는 쏘아졌고 소문을 내야 책임감이 더해져 잘 견딜 수 있다고 하시여 동네방네 소문은 다 났고 이제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차일피일 시간을 허비 할 수만은 없었다.
연습기간이 너무 짧기에 난이도를 높인 무리한 계획을 세워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해본다.
8월 훈련 - 나에겐 근력을 강화하는 훈련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8월 훈련 장소로 선택한 곳은
불악산,덕암산을 10km~15km, 주중 한번은 부엉바위까지.. 그리고
비가 오거나 너무 더워 늦은 시간에 연습 할 때는 가로등이 있는 경문대를 시작으로 자전거 도로를 달릴 때는 12~20km를..
이렇게 산과 언덕이 많은 경문대를 일주일에 평균 하루만 쉬고 휴가기간 3일과 장거리주 하는 날 빼고 매일 연습했다.
그리고 8월 장거리는 천안 비포장 임도 40km를 뛰다 걷다 하고 도일리길 45km, 훈련팀에서 춘마대비로 준비한 거리를 50km, 35km,
이렇게 훈련팀장이 알면 혼날 무식한 계획을 실천하며 8월 한달을 보냈다.
그리고 9월은 개학과 함께 바쁘기도 했지만 8월의 극한 더위에 연습해서 더위를 먹었는지 무기력증에 시달려 거의 쉬었다.
9월 훈련 - 첫 주에 한번은 종합운동장을 2시간30분간 돌았고,
둘째주는 통복천 10km를 2회,
셋째주는 대회 2틀전 5km LSD로 마무리 (9월의 훈련이 너무 적어 불안했음)
몸 상태는
한주 남겨놓고 왜 그렇게 바쁜지 몸이 혹사 되어 몸살감기가 왔고
긴장한 탓인지 연일 속은 부글거리고...
이렇게 대회 당일 컨디션은 최악 이였다.
(어찌나 몸이 안좋은지 이 대회는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11월 안에 있는 적당한 울트라 대회 날짜를 다시 검색해 보고 떠났다.^^)
대회 당일 아침 속이 편치 않음에도 가볍게 밥을 먹고 떠날 준비를 한다.
이때 여자가 대회 임하기 위해 남자 보다 힘든 점이 몇 가지 더 있음을 본다.
1. 체력을 위해 잘 먹어야 하는데 자신이 만들어 맛있게 잘 먹기가 힘들고
또 번거로워 대충 먹는 일이 많다.(훈련중 힘이 달려 어지러울 때가 자주 있었음)
2. 당일은 피곤치 않게 떠나야 하는데 아이들을 두고 떠나는 엄마는 할 일이 너무 많다.
고3인 아들은 그동안 자신을 위하여 기도하며 연습하는 엄마가 안쓰러운지 연습에 지쳐 있을때 “엄마가 잘못 되실까봐 겁나니까 힘들면 안하셔도 되요. 제가 최선을 다해 볼게요.”라며 위로와 염려의 말을 하면서도 엄마의 도전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아들이다.
대회 당일 학교로 등교 하는 아이들과 오늘은 특별히 포옹을 하며 힘이 되는 한마디를 나눈다.
아들은 “엄마 힘들면 과감히 포기 하시는 거예요. 정말 무리 하시면 절대 안돼요.” 완주라는 결과 보다 엄마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는 아들...
갑자기 눈물이 핑 돌며 그날 따라 아들의 가슴이 어찌나 넓게 느껴지든지 초등학교 이후 처음으로 엉덩이를 두드리며 “우리 아들이 다 커구나.”해 본다.
요즘 몇 달 사이 친구들의 부모님들이 지병과 사고로 몇 분이 돌아가셔서 그런지 부쩍 철이 들어 코끝 찡하게 하는 소리를 자주한다.
(사랑스런 내 아들...^^ 이제 네가 어느 대학을 가든 엄마는 자랑스럽고 든든하구나...)
딸과의 인사는 자기보다 오빠를 더 위한 엄마의 아름다운 비행?^^ 이기에 가볍고 의례적인 포옹을 하였지만 난 또 다른 사랑이 있음을 느낀다.
아이들을 보내고 엉뚱한 일에 매달리다 시간이 없어 점심을 남편만 챙겨주고 정작 뛰어야 할 나는 먹지도 못하고 친정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려 간다.(시 부모님은 돌아가심)
풀코스 나갈 때는 전 날 전화만 드렸었는데 왠지 만나 뵙고 가야 할 것 같았다.(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의 심정이 이럴까?ㅋ~)
엄마와 포옹하며 “잘 다녀올께요.” “그래 장한 우리 딸, 잘 하고 와라. 그리고 이것만 하고 그만해라. 주일을 범하는 일이 자주 있으면 못쓴다.”
에구 못지킬 약속인데... 대회전 새벽예배는 드리고 가지만 가끔은...ㅠㅠ
아빠와의 포옹은 간결하다 “잘 다녀와라.” 는 한 마디 이지만 묵직한 사랑을 느낀다.
이제 공 재구 고무님과 100km를 함께 할 박 형수 이사님과 부인 지서영씨, 그리고 우리 남편 김정래... 이렇게 다섯 명이 대 장정의 길을 떠난다.
1시 출발.. 천안 분기점에서 논산으로 가는 민자도로 휴게실에서 잠시 쉬며 찰떡초코파이 하나와 커피로 점심을 대체하고 다시 출발.. 4시 30분에 대회장에 도착했다 .
시간이 30분 정도가 남아 있어 15km정도의 주로를 답사 했다. 어이없게도 거리표시가 하나도 없었다. 설마.. 2시간 전이니 1시간 전에라도 붙이겠지..
대회장으로 돌아와 주변에 식당이 없음으로 대회장에서 파는 4,000원짜리 추어탕을 먹고 옷을 갈아 입고 잠깐 휴식을 취하며 안 일이지만 운영진이 시와의 문제가 있어 거리 표시는 전혀 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또 뛰면서 알게 된 일이지만 큰 사거리는 주로를 안내하는 분이 있지만 없는 곳도 있어 길을 잘 못 들기가 쉬웠다. (엉성한 코스맵 이라도 인쇄해 왔으니 망정이지...ㅠㅠ)
또... 15km마다 준비 한다던 음료와 간식은 1군데였고 2번의 물을 공급 받았다.
이런 사항을 알았는지 대회장에 참석자도 적고 진행요원도 적어 좀 썰렁하기 까지 했다. (신청자 311명인데 참가자는 반수인 약 백십여명으로 추산됨)
이렇게 기운 빠지는 대회 진행 사항을 알게 되었지만 내겐 첫 번 대회인지라 오로지 거리에 대한 긴장감으로 운영진 미숙은 나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았고 울트라 대회는 내가 직접 해결하는 서바이벌 대회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어려움을 감내할 수 있었다.
나는 오로지 100km 완주해야 한다는 일념과 서바이벌의 개념으로 운영진에 의지할 마음이 없었기에 만반의 준비를 다시 해본다. 가방이 묵직하다.
그런데 주변을 돌아보니 가방들이 날씬하니 가벼워 보인다. 이것을 본 공고문님은 중간 cp에서 보충하면 되니까 가방 무게를 줄이라고 하신다. 난 간식 일부를 빼고 물 주머니에 있는 이온음료를 일부 먹고 더 이상 뺄것도 없어 4kg 정도의 무게가 그대로 유지 되었다.
사진 촬영을 하고 조직 위원장과 여러 인사들의 인사말과 사회자의 구령에 맞추어 스트레칭을 하고 출발선에 선다. 그리고 떠나기전 파워젤 하나를 챙겨 먹는다.
전라북도 순창..
TV에서 순창 고추장을 선전 할 때 “청정지역”이라는 수식어가 있는데 정말 그 수식어에 걸맞는 풍광이다. 그래서 그런지 자연이 어우러지는 경계선이 멀리서도 분명히 보일 정도로 공기가 맑았다. 그리고 그 신선함으로 인해 내 신체의 모든 기관이 깨끗이 청소되어질 것만 같았다.
9월 23일 19시... 5, 4, 3, 2, 1,,,,,,,,,,크게 함성을 지르고 출~~발~~~
출발과 함께 어둠이 깔려 헤드 랜턴과 깜박이 등이 또 다른 반딧불처럼 장관을 이룬다.
5km 정도 가는데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몇 달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울트라 마라톤 대열인데..
내가 합류해 뛰고 있다는 것이 이내 가슴 벅찬 미소를 머금게 한다.
그리고..
마라톤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겁도 없이 도전한 내 무모함이 사랑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
12km쯤 지났을까 감기로 인해 힘들줄 알았는데 달리는게 벌써 체질화 되었는지 달리는 지금.. 감기 기운이 온데간데 없어지고 몸은 가볍기까지 했다. (ㅎㅎ못말린다.^^)
첫 번째 가파르게 느껴지는 어치고개가 나왔다.
어치고개를 걸어 오르기 시작하는데 밤하늘의 별들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한 눈에 들어왔다.
청정지역에서 바라 보는 별들이기에
바로 머리맡에 있는 것 같았고, 곧 바로 머리위로 솟아 질것만 같았다.
그리고 양옆 가로수는 오랜 세월이 느껴질 만큼 우람한 자태를 뽐내고 즐비하게 이어져 있는데 어둔 밤인데도 느껴지는 밤 풍광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아 정말 아름답다.”라는 탄성이 절로 난다.
우리가 한참을 뛰어 고통이 올 때 쯤에도 이 별들이 계속 아름답게 보일까?
아니겠지..
그러니 나중을 생각해 표현도 절제하고 환한 미소도 거두고 담담하게 가는 것이 점잖고 보기좋지 않을까 싶었지만...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오늘을...
지금을... 충분히 살자고...”
나중에 올 고통을 생각하며 지금의 행복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고...
밤 풍광도 아름답고 내가 좋아 하는 음악은 아니지만 앞에 가시는 분의 MP3에서 나는 음악 소리가 싫지 않았다.
귀에 직접 꼽고 듣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 나에게 적당한 거리에서 들리는 음악이기에 더욱 좋았다.
앞서신 분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 박 이사님의 무릎 통증으로 자주 걷게 되었다. 그때 마다 앞에 가시던 174번 분이 함께 걸어 주시면서 박 이사님과 동반주도 해 주시고 너무 힘들땐 콜라를 먹으면 순간 에너지가 되어 힘이 된다며 건네주시기까지 하신다.
늘 조심성이 많으시고 선비 같은 성품을 지니신 박 이사님은 힘든게 아니라 무릎이 아픈 것이기 때문이니 괜찮다고 거절 하신다. 나는 제차 권하시는 성의가 고맙고 경험자의 말이니 한번 드셔 보라고 권해본다.
평소에도 탄산음료를 즐기지 않기에 먼저 드시라고 드렸더니 먼저 먹고 달라신다.
한 모금만 마시고 드렸는데도 마셔 보니 탄산음료가 주는 에너지는 또 달랐다.
이사님도 효과를 본 듯 했다. (울트라 상식에 포함 시켜야 겠다.)
이 지면을 통해 174번(6번째 경험자) 분께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한다.
그리고 우리가 힘들 때는 함께 걸어 주셨는데 174번 분이 쉴 때 함께 하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초보자라 남 쉴 때 다 쉴 수 없고 내 페이스를 놓치면 불안해서 먼저 감)
이때 선배님들의 대회후기를 보며 들은 주의사항을 다시 살펴본다.
1. 초반에 오버 페이스 하지 말라. 2. 언덕은 무조건 빠른 걸음으로 걸어라.
3. 중간 cp에서는 충분히 쉬어라. 4. 물은 목마르기 전에 섭취하라.
5. 간식은 배고픔을 느끼기 전에 미리 먹어두어라.
그래서 우린 어치고개를 당연히 걷고 내리막길은 작은 보폭으로 빠르게 뛰어 내려갔다.
나는 언덕을 내려 갈 때 무릎이 상하지 않게 잰 걸음으로 빠르게 뛰어 내려가는 것을 연습해서 괜찮았는데 이때 박 이사님이 나와 주법이 달라 무릎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죄송ㅠ)
25km쯤 지났을까 엄지 발가락이 물집이 잡히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연습 할 때에도 물집이 잡혀 테이퍼닝 했었는데 발가락 양말 신으면 괜찮다 하여 장거리 연습때 신어 보고 괜찮아 대회때도 테이퍼닝 하지 않고 발가락 양말을 신었던 것인데 문제가 발생했다. 휴~~
하지만 물집 정도는 참을 수 있다. 문제는 벌써 고관절부터 다리 전체가 뻐근해져 옴을 느끼기 시작했다. 중반쯤이면 느끼는 뻐근함 인데 9월의 연습이 부족 했는지 초반에 찾아왔다. 하지만 이것도 크게 염려 할 일은 아닌것 같다. 참고 계속 달리다 보면 풀릴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박 이사님의 무릎이다. 40km쯤 되는 지점에서부터는 많이 아프신지 더 자주 걷게 되셨기 때문이다. 부상이 너무 일찍 와서 정말 걱정이다.
이렇게 초반의 부상으로 자주 걸었고 자꾸 빨라지는 속도를 제지해 주신 박 이사님 덕에 나는 후반부에 지속 주를 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박 이사님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꾸벅)
32.4km에 주최 측에서 준비한 찐빵을 함지박에 담긴 물 한 대접과 함께 꾸역꾸역 다 먹었다. (28km지점 쯤에서 파워젤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그래서 몸무게 변화가 없었나?^^)그리고 약간의 스트레칭을 하고 떠났다.
밤은 깊어가고 각종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진짜 시골길이라 그런지 처음 들어보는 풀벌레 소리도 있다. 기계 돌아가는 것 같은 벌레소리, 돼지 멱따는 듯한 벌레 소리등..소리가 하도 괴기해 피식 웃음이 난다.ㅋ
월정 삼거리를 지날 때 어떤 분이 되돌아 오시더니 이 길이 맞느냐며 잠깐 합류 하신다.
이렇게 가끔은 방향 표시와 거리 표시가 없어 고생하는 분이 더러 있었다.
난 후반부에 그랬다.
후반부로 갈 수록 포기 하는 주자도 있고 선두그룹은 보이지 않고 게속 추월하다 보니 사람 구경하긴 힘들지.. 시골길이라 대표하는 건물이나 이정표가 제대로 없지.. 3거리나 4거리에서 코스 맵을 들고 어찌나 이리갈까 저리갈까 했는지 초보 운전자가 경적음을 제때 울리지 못하는 것처럼 초보 달림이도 남들이 운영진의 문제를 야기 할때 조용히 있었는데 맘 고생하고 보니 나도 모르게 볼맨 소리가 나온다. "$%@#&%.....^^;;"
그래도 난 이중고를 격고 싶지 않아 정말 모를 때는 쉴 겸 제자리 걸음을 걸으며 다음 사람을 기다려 보기도해 갔던 길을 되돌아 오는 오류는 경험하지 않았다.
45km.. "메밀꽃 필 무렵" 이란 간판이 보이며 그 입구에 봉사자 인지 주인장 인지 모를 분이 물을 가득 채운 함지박에서 한 사람 한 사람 물을 떠 주신다.(여기는 특이 하게도 종이컵이 아닌 대접을 사용함..준비 소홀인가? 자연 보호 차원일까?) 내 가방 물주머니에도 이온음료가 있지만 청정지역에서 주시는 물이니 감사히 받아 먹었다. 그리고 약간의 언덕길 이였기에 꿀맛 이였다.
이사님은 자주 걷는 것이 미안한지 자꾸 먼저 가라신다. 사실 너무 자주 걸으니까 피로도가 심해져 도리어 힘들긴 했다. 하지만 남에게 피해주기 싫어 하시는 성품 때문에 여러번을 먼저 가라 해서 한 두번 앞섰지만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아 제 자리 걸음을 하며 기다려 다시 합류 하곤 했었다.
9월 24일 01시 49분에 52.7km 무사히 CP에 함께 도착했다. (6시간 49분-중간 제한시간은 7시간.. 직전에 들어옴)
도착하자마자 추어탕이 떨어졌는지 김칫국을 주었는데 너무 시어 먹지 못하고 김치에 남은 밥 반 그릇을 먹고 더 먹으라고 하는데 출발 때 1개와 중간에 2개의 파워젤을 먹어서인지 더 이상먹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밥을 먹고 새벽이라 한기가 오기에 긴 옷으로 갈아 입고 주변에 가게가 없으므로 이온음료를 꽉 채우고 특별히 부상이 없어 스프레이와 맨소래담등 의약품을 다 빼고 파워젤 4개만 가방에 담고 화장실을 다녀오니 20분이 소요 되었다.
이제 발을 높이 올리고 누워 쉴 일만 남았다. 처음으로 쉬는 것이라 참 좋았다.
이전이나 이후로도 쉬어 보질 못했다. 만약 쉬고 싶을 땐 걷는 것으로 대체 했기 때문이다. 10분을 쉬고 일어나 졸음 방지를 위해 커피 한잔을 마셨다.
이때 물집을 처리하지 못하고 떠난다. 훈련이 끝나고 나서 처리 한적 밖에 없어 중간에 잘못 건드리면 더욱 아파 뛰는 내내 고생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끝까지 거대한 물집을 달고 뜀)
9월 24일 02시 21분... 32분의 휴식을 충분히 취하고 새롭게 출발 (남은거리와 시간 - 48km와 7시간 39분 남았다.)
이제 52km이후 부터는 피로도가 더해지면 않될것 같았다. 그래서 공 고무님이 (70km 2위하심) 뛰고 오셔서 이사님과 합류 하실 것이기 때문에 이사님께 양해를 구하고 골인 지점에서 만나기로 약속 하고 죄송하지만 앞으로 나갔다.
몹시 죄송한 마음이 들어 자주 뒤를 돌아보게 된다.
사실 울트라는 긴 거리이기에 서로 챙겨주며 가는 것이 아름다울진대 초보 이기에 앞으로 남은 거리를 장담할 수도 없고 기어서라도 완주 해야 겠다는 목적이 있었기에 과감히 앞을 향해 본다.(내 사랑스런 아들과, 아들과의 약속을 아는 모든이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기에... )
사실 초보자가 실제적인 감도 없으면서 남을 돌아보는 경험자들의 흉내를 낸다는 것은 초보자인 나에게는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초보자 답게 내 몸에서 나는 소리에 충실 하기로 했다.
(울트라 마라톤100km를 뛰며 느낀 것이지만 뛰다 힘든 사람을 만나면 따듯한 미소와 힘이 되는 말과 약간의 도움이 필요하지 필요 이상의 친절은 도리어 서로를 피곤하게 함을 느낀다.)
여기 저기서 들리는 사나운 개 짖는 소리와 괴기한 소 울음 소리가 조용한 시골길에 굉음으로 들린다.(발정난 소 울음 소리라고 함)
난 여자 임에도 사실 너무 겁이 없다. (연습도 혼자 12시 넘기고 할 때가 많았음.ㅋ)
달빛도 없이 자욱한 안개속에 괴기한 동물 소리만 들리고 앞, 뒤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데 오로지 헤드렌턴에서 비치는 희미한 불 빛 하나로 혼자 유유히 달리고 있으니...
혼자 뛰게 되면서 얼마간 키로당 약 7분대로 언덕이 나올 때 까지 속도를 유지 하며 간 것 같다.
난 누군가를 앞서려고 한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쉬지 않고 꾸준히 같은 페이스를 유지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계속 수십 명을 추월하게 되었다.
칠흑 같은 깊은 밤을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렸기에 추월의 느낌을 한 동안 느끼지 못했다.
계속 뛰기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앞, 뒤 아무도 보이지 않아 길을 잘못 들어 선건 아닌지 걱정하며 뛸 때가 많아졌다.
앞에 짙은 안개 속에서 희미한 불빛이 보이면 반가워 다리 아픈 줄 모르고 열심히 따라 가다보면 앞사람과 합류하게 된다.
하지만 이내 뛰는 속도가 달라 추월하게 되고 그 때서야 내가 많은 이들을 추월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 몇 명을 추월하는 재미에 통증을 잊고 뛰었던 것 같다.
이렇게 계속 뛰다 보니 다리가 풀리는 것인지 마비가 되어 습관처럼 달리는 것인지 모르지만 몸이 가볍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남편과 지서영씨는(이사님 부인) 방향 표시와 거리 표시가 없어 밤새 걱정이 되었는지 이사님과 나 있는 곳을 번갈라 가며 동분서주 한다. 남편의 따듯한 배려는 좋지만 온전한 울트라를 맛보고 싶어 사실 반갑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박 이사님이 부상으로 힘드시니 그 쪽으로 가기를 원했다.
남편이 자꾸 차로 왔다 갔다 하니까 주최 측에서 부정을 하는 것으로 오해 하는 것 같아 조금은 불편했다.(밤새 잠못자고 함께 하고 싶어하는 남편과 서영씨껜 미안하지만 경기에는 룰이 있기에... 미안함과 고마움이 있다.)
나는 이때 아이들이 생각이 난다.
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사랑이 아이들 인생에 굴곡을 만드는 건 아닌지..
이렇게 힘든 경기에 임하는 순간에도 순창에서 바라본 별이 너무도 아름다워 난 힘들때 마다 하늘을 자주 바라 보았다.
유독 내 눈에 보이는 별자리가 있었다.
미쳤나 할지 모르지만 난 그 별들과 대화를 했고 미소를 보냈다.
심지어 길을 잘못 들어선건 아닌지 고민 될 때마다 맞느냐고 묻기도 하고 맞으면 고맙다고 인사도 했었다..
새벽 5시...
가끔 버스 정류장 의자에서 누워 주무시는 분들이 계신다. 나는 긴장한 탓인지 졸음 때문에 힘들진 않았다.
한참을 혼자 뛰다 한 무리와 만났고 큰 갈림길에서 진행 요원과 남편이 이제 부터 25km 남았다고 알려준다.
그 정보가 맞다면 하프 코스 정도만 남았고 시간은 5시간 정도가 남았다.
난 순간 언덕 외에는 쉬지 않고 달려 왔다고 이렇게 많은 시간이 남았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아직 힘도 많이 남아 있고 이대로 가면 13시간 안에 들어 갈 수 있다는 결론이다.
생각지도 않은 기록이 나올 것 같아 내심 기뻐 가슴이 두근거린다.
발걸음은 더욱 가벼워졌고 여유를 가지고 들어가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쉬어 본다.
6시 30분이 넘어가면서 서서히 물에 젖은 솜처럼 온 몸이 묵직해옴을 느낀다.
잠시 걸어본다. 순간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약간의 심장이 조여옴을 느낀다.
이러다 계속 겉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어질것 같아 마음을 다시 다잡아 본다.
어느 마을 입구에 들어섰다.
논과 산 사이에 아침 안개가 짙게 깔려 있고 서서히 밝아 오는 아침 햇살이 안개로 인하여 흑백도, 칼라도 아닌 단조롭지만 은은한 색으로 갈아 입어 새벽 밥을 짓기 위해 일어난 새색시 처럼 다소곳한 아침 풍경이다.
이렇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아침 풍경을 인적과 불빛 없는 초행길에서 밤새 고생한 나에게 선물 하듯 안겨 주었다.
시간상 10km쯤 달렸을까 이정표를 보니 풍산 초등학교로 보이는 마을로 들어섰다. 안내자가 일러준대로라면 85km지점이여야 한다. 그러나 코스맵을 보니 78km 정도 이다. 안내자가 남은 거리를 잘못 가르쳐 주었음을 알았다. (어쩐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했지..ㅠㅠ)
갑자기 또 다시 맥이 탁~ 풀리고 기운이 떨어진다. 으~~~
그래도 다행이 오래가지 않고 이른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화이팅을 외쳐 주심으로 약간의 힘이 실어졌고 또 다시 10여km 정도를 쉬지 않고 왔다.
이제 남은 거리는 세룡입구 10km... 시간은 2시간 30분정도 남았고 대마 마을 입구부터 너무 지루해 걸으며 남은 파워젤을 음료와 함께 먹고 마지막 힘을 내기 위해 화장실을 찾았다.
그 이후 뛰어 보려고 했지만 혼자여서 그런지 거의 걷다시피 했다. 이때 페이스가 맞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렇게 오래 걸어 페이스를 잃어 버리진 않았을 것이다.
한참을 걷고나니 제대로 뛰기가 상당히 버거웠다. 뛰는 모양은 갖추었지만 얼굴과 온몸은 퉁퉁 부어 한 발자욱 한 발자욱 내딛는데 구름위를 슬로우모션으로 뛰는듯 했고 귀는 멍멍하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밝은 표정을 지을 수가 없었다.
무수마을을 지나는데 남편의 전화가 왔다. 어디쯤이냐고..
전화 받기 위해 손을 약간 들었는데도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것을 느낄정도로 모든것이 소진된 상태인듯 싶어 난 간단하게 대답을 하고 끊었다.
사소한듯 하나 너무 힘들어 행동을 더욱 최소화 해야만 했다.
유천교를 지나 대회장이 가까워 오는데 남편이 배웅을 나온다.
노심초사 기다렸을 남편의 따듯한 성품을 피곤해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너무도 고맙고 나이 들어서야 장점으로 알았기에 힘들게 했음에도 감사함으로 온다.
이렇게 대장정의 울트라 100km 피니쉬라인을 14시간 13분에(무슨 의미가 있겠냐 만은 내 시계는 14시 06분 이였음ㅋㅋ) 밟고 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약간의 어지럼증이 있어 본부석에서 얼굴을 아래로 떨구고 잠깐을 쉬는데 여자 2위라고 한다. 그렇게 좋은 성적은 아닌데 여자 주자들의 수가 적어 수적인 행운인지 부끄러럽게도 가끔 등위 상을 받게 된다.
촬영을 해야 하니 아래로 내려오라는 말을 듣고 아무 생각 없이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엉금엉금 내려는 갔는데
이제와 생각해 보니 100km 뛴 다리로 가파른 계단을 내려와 기념 촬영을 하라니.. ㅠ.ㅠ
이렇게 험난 했지만 아들과의 약속, 나와의 약속이 이행 되어져 무지 행복하다.
그리고 또 다른 세계에 입문한 느낌이 가슴 가득해 기쁨이 넘친다.
울트라 마라톤을 뛰어본 하니 생각은..
↓↓
울트라 마라톤은................ 힘들다.
풀 코스 42.195km는............ 어렵다.
마라톤은 인생과 같다고 하지만 풀코스에서의 느낌 보다 울트라에서 느끼는 희노애락이 더욱 인생의 축소판으로 느껴졌다.
사람들은 인생을 성공이다.. 실패다... 섣불리 표현도 하고, 함부로 평가도 하며 살지만
사실 깊이 들여다 보면 성공도 실패도 다~ 내 최선의 일이였고 내 아름다운 인생의 일부이기에 사랑하며 가야 한다고 본다.
삶은 삶으로 살때 아름다운것 이듯 나의 삶도 내가 살아 가는 것이기에 더욱 아름다운 것이리라.
우리는 그동안 밥 먹을때 쉴 생각 하고.. 쉴 때 일할 생각하고.. 일 할때 잘 생각 하는 삶으로 피곤했다.
이제 밥 먹을때 밥 먹고 쉴 때 쉬고 일 할때 일하고 똥? 싸야 할 때 똥^^ 싸고..
남의 생각이 나를 살아 줄 수 없듯
"지금..!!!"
여기 있는 내가
이곳 되어감의 세계에서
지금까지도 잘 살아 왔지만
더도 덜도 말고 지금처럼 살아야겠다.
2006년 9월29일 5시 55분
달려라 하니~ 김 현숙
첫댓글 평마 하니 부회장님 전라도 순창 울트라 마라톤 완주 정말 정말 축하드립니다. 준비기간이 너무나 짧아 한편으로는 걱정했는데 무사 완주해 너무나 기쁩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첫도전에 입상까지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글솜씨도 아주 감칠맛이 나네요, 덕암산길에서 몇번 뵈었는데 이제 생각하니 울트라 준비를 하고 계셨군요 평택시 여성울트라 1호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훌륭한 아드님 좋은대학에 꼭 합격하길 기원드립니다 하니 부회장님 파이팅^^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평택시 마라톤 연합회의 큰 자랑입니다.
축하드립니다.....글을 읽으면서 가슴 한쪽이 찡~하네요.......그리고 제가 처음으로 풀코스에 도전하던 그때도 기억나구요...정말 무식하면 용감하다고.....ㅎㅎㅎ 아지매들의 공통점인가?...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테고 힘든 레이스였을텐데 너무도 차분하게 잘하셨네요......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부상없이 언제나 즐런하시길..
하니 부회장님의 대서사시 잘 읽었습니다. 정말 거듭축하 드립니다
하니님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처녀출전에 여자2위.글솜씨는 금매달 암튼 대단해요. 수능이 얼마남지 않았네요. 동규도 엄마처름 수능 잘치러서 좋은대학 가리라 믿습니다. 하니님 가족 화이팅.......가정에 쭈욱 좋은일이 가득하시길.........
김현숙님. 지금까지 읽어본 수기중에서 가장 제 마음을 울리는군요. 주마등처럼 흐르는 현장감과 여성스러운 섬세한 표현... 아뭏튼 full 도전했다가 중간에 버스를 타야했고 다시금 춘마를 준비하고 있는 초보자인 저에게 도전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용기있는 그 무엇이라 생각됩니다. 화이팅!!!
하니~ 님 후기 감동깊게 잘 읽었습니다..저도 2004년부터 울트라를 시작해 지금까지 하고 있는 사람인데요 평택에 여자 울트라맨이 있다는걸 이제야 알아 죄송합니다... 다시한번 울트라의 참 맛을 느껴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존경스럽습니다, 저또한 도전해 보고 싶어집니다 아직 어린 아이가 6살이 되면 ... 그때까진 열심히 연습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