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산루(北山樓) -연안 김씨(延安金氏)
북산루는 구천각(九天閣)이란 듸 가면 예사 퇴락(頹落)한 누히라. 『그 마루의 가서 마루 굼글 보니 사닥다리를 노하시니 다리로 게를 나려가니. 성을 짝왼 모양으로 갈나 구천각과 북루의 브쳐 길게 싸 북루의 가는 길흘 삼고 빠혀 누를 지어시니 북루를 바라보고 가기 뉵십 여 보는 하더라.』 ▶북산루의 위치와 모습
북루 문이 역시 낙민루 문 같으되 마이 더 크더라. 반공의 솟은 듯하고 구름 속의 비최는 듯하더라. 성둘기를 구천각으로부터 빼 그어 누를 지어시니 의사가 공교하더라.
그 문 속으로 드러가니 휘휘한 굴속 같은 집인듸, 사닥다리를 노하시니 다리 우흐로 올나가니 광한뎐 같은 큰 마루라. 구간 대청이 활낭(闊朗)하고 단청 분벽이 황홀한듸, 압흐로 내미러보니 안계(眼界) 훤츨하여 탄탄한 벌이니, 멀니 바라보이는듸 치마(馳馬)하는 터히기 기생들을 시긴다 하되 머러 못 시기다. ▶북산루 내부의 모습
동남편을 보니 무덤이 누누하여 별 버듯 하야시니 감창(感愴)하야 눈물이 나 금억(禁抑)디 못하리러라. 서편으로 보니 낙민루 앞 성천강 물줄기 게가지 창일하고, 만세교 비슥이 뵈는 것이 더욱 신긔하야 활홀이 그림 속 같더라. ▶북산루에서 바라본 조망
풍류를 일시의 주(奏)하니 대모관 풍류라. 소래 길고 화하야 가히 드럼즉하더라. 모든 기생을 쌍지어 대무(大舞)하야 종일 놀고 날이 어두오니 도라올새, 풍류를 교전(橋前)의 길게 잡히고 청사초롱 수십 쌍을 고히 닙은 기생이 쌍쌍이 들고 서시며, 홰블을 관 하인이 수업시 들고 나니 가마 속 밝기 낮 같으니, 밧겻 광경이 호말을 헬디라. 블은 사(紗)희 프른 사흘 니어 초롱을 하야시니 그림재 어롱디니 그런 장관이 업더라. ▶북산루에서 펼쳐진 풍류
군문 대장이 비록 야행의 사초롱을 현들 엇디 이대도록 장하리오. 군악은 귀를 이아이고 초롱빛은 됴요하니 『마암의 규듕쇼녀자를 아조 니치고, 허리의 다섯 인(印)이 달리고, 몸이 문무를 겸전한 장상으로 훈업(勳業)이 고대(高大)하야 어듸 군공을 일우고 승전곡을 주하며 태평 궁궐을 향하는 듯, 좌우 화광과 군악이 내 호긔(豪氣)를 돕는 듯, 몸이 뉵마겨듕(六馬車中)의 안자 대로의 달리는 듯 용약환희(勇躍歡喜)하야 오다가,』 관문의 니르러 아내(衙內) 마루 아래 가마를 노코 장한 초롱이 군성(群星)이 양긔(陽氣)를 마자 떠러딘 듯 업스니, 『심신이 황홀하여 몸이 절로 대청의 올라 머리를 만져보니 구룸 머리 꿔온 것이 고아잇고, 허리를 만디니 치마를 둘러시니 황연이 이 몸이 녀자믈 깨다라 방듕의 드러오니, 침선 방적하던 것이 좌우의 노혀시니, 박쟝하야 웃다』. 북뤼 블봇고 다시 지으니 더옥 광걸하고 단청이 새롭더라. ▶행렬에서 느끼는 호기로움
『채순상 제공이 서문루(西門樓)를 새로 지어 호왈 무검루(舞劒樓)라 하고, 경티와 누각이 긔하다 하니 한번 오르고져 하되 녀염총듕(閭閻叢中)이라 하기 못 갓더니, 신묘년 십월 망일의 월색이 여주하고 상뢰(霜露ㅣ) 긔강하야 목엽(木葉)이 진탈(盡脫)하니, 경티 소쇄(瀟灑)하고 풍경이 가려(佳麗)하니 월색을 타 누의 오르고져 원님긔 청하니 허락하시거늘,』 독교를 타고 오르니 누각이 표묘(縹緲)하야 하늘가의 빗긴 듯하고, 팔작이 표연(飄然)하야 가히 보암 즉하고 월색의 보니 희미한 누각이 반공의 소슨 듯 더욱 긔이하더라.
▶무검루에 오름
뉴듕의 드러가니 뉵간(六間)은 되고 새로 단청을 하야시니 모모 구석구석이 초롱대를 세우고 쌍쌍이 초를 혀시니 화광이 조요하냐 낮 같으니, 눈을 드러 살피매 단청을 새로 하야시니 채색 비단을 기동과 반자를 짠 듯하더라. ▶무검루 누각의 모습
서편 창호를 여니 누하의 저자 버리던 집이 서울의 예 지물가(紙物家)가 같고, 곳곳이 가가집이 겨러 잇는듸 시뎡들의 소래 고요하고, 모든 집을 칠칠이 겨러 가며 지어시니 놉흔 누상의서 즐비한 녀염을 보니 천호만가를 손으로 헬 듯 하더라. 성루(城樓)를 구비 도라 보니 밀밀제제(密密濟濟)하기 경듕낙성(京中洛城)으로 다름이 업더라. ▶무검루의 조망
이런 웅장하고 거룩하기 경성 남문루라도 이에 더하디 아니할디라. 심심이 용약하야 음식을 만히 하여다가 기생들을 슬컷 먹이고 즐기더니, 듕군이 장한 이 월색을 띄여 대완을 타고 누하문을 나가는듸, 풍뉴를 치고 만세교로 나가니 훤화가갈(喧譁呵喝)이 또한 신긔롭더라. 시뎡이 서로 손을 니어 잡담하여 무리지어 단니니 서울 같아여, 무뢰배의 기생의 집으로 단니며 호강을 하는 듯십으더라.
이 날 밤이 다하도록 놀고 오다. ▶무검루를 유람한 감회
■ 핵심 정리
지은이 : 연안 김씨(延安金氏) - 연안 김씨 김반(金盤)의 딸이며 한산 이씨 이희찬(李羲贊)의 부인. 순조 29년 가을, 남편을 따라 함흥에 가서 명승 고적을 유람하였다.
▶ 갈래 : 기행 수필
▶ 연대 : 조선 순조 29년(1829년)
▶ 성격 : 기행수필
▶ 문체 : 내간체
▶ 표현 : 자연의 풍경을 묘사함에 있어서 지적이며 섬세한 표현, 참신한 어휘 구사력, 자유 분방한 의기가 돋보인다.
▶ 주제 : 북산루의 장관과 감회
▶ 출전 : <의유당 관북 유람 일기(意幽堂關北遊覽日記)>
■ 작품 해설
<의유당 관북 유람 일기>에 수록되어 있는 ‘북산루’는 북산루에 올라가 내려다본 경관과 그 조망을 생생하게 그려 놓고, 돌아올 때의 햇불을 켜든 장관을 묘사한 일종의 기행 수필에 해당한다. 어떤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의 경관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전 수필의 대표적인 작품의 하나로 손꼽을 수 있다.
시각적 이미지와 직유법을 이용하여 경관의 생동감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은 국문체의 수필에서나 가능한 것이며, 개념적인 한문체의 수필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것이다.
또한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면서 눈앞에 펼쳐진 사물과 풍경을 마치 카메라의 앵글에 담아 내듯, 차분하고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필자의 여유롭고 관조적인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의유당김씨-북산루.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