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 동창회를 다녀와서..
그리움은 길고 만남은 짧았네.
8월 어느 무더운날, 해는 서산으로 뉘엿 뉘엿 지는데 굽고 찌지고 볶고,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는 아채골로 산넘고 물건너 천리길을 하던 일 잠시 쉬고 모두들 모였다네.
동네 입구엔 ‘환영’ 현수막이 멋지게 걸려 있고.... 모두 그리운 얼굴들 아련한 유년의 기억속에 가물가물한 그 모습이 꿈인양 그렇게 환하게 서 있었다.
반갑다. 친구야! 그 동안 잘 있었나! ..............................
행사 준비하느라 몇 일동안 애쓰신 회장사모님, 마을 부녀회원님들 그리고 김만희 회장님, 김영자 부회장님,김병화 사무국장님, 임수균 재경회장님, 전남철님, 이천규님, 뒷바라지 해준 후배님들.... 등 등, 덕분에 우린 모두 즐거웠어요. 진정 고마왔습니다.
접수보고 명찰 챙겨주느라 잘 놀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한 순모, 광섭이 수고 많았고 명숙이 사진 멋있게 찍느라 애 먹었네.
또 흥겨운 음악반주로 신명 돋우느라 수고한 향토 가수 윤석구 친구 정말 수고 많이 했구요...고마우이. ..........................
조용하고 아늑한 이 아채 동네에 그동안 이렇게 시끄러운 날이 또 있었을까?
회장님 인사 말씀과 공로자 상품수여, 임원선출, 회칙안 설명 등 다소 길어지는데.....배는 고프고 (오기에 바빠서 점심도 대충 먹었는데...) 성질 급한 누구는 몰래 음식 준비하는데 가서 입가심 몇모금에 찌짐 몇쪼가리로 허기를 면하고 회장님한테 들킬까봐 눈치를 살피고,,, ㅎ ㅎ ..........................
행사에 앞서 먼저 축하 폭죽을 터뜨리는데... 이런 데는 절대 안 빠지는 올꿍이를 비롯해서 해룡이, 교무, 순임이 등이 좋아라며 점화를 하고
깜깜한 밤하늘에
‘펑’ ‘펑’ 오색 불빛이 날아다니고 ‘와’ 함성이 터지고....동심의 세계로 돌아 간 듯했다.
명숙이 거금주고 준비한 폭죽은 이벤트 행사로 멋진 광경이었다. ( 장금이 고맙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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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이 차려지고 많이 시장했는데, 진수성찬에 맛난 음식으로 정신없이 먹고나니.... 배가 불렀다. 여기저기 술병이 오고가고.... “건배” 소리가 요란하고.... 주거니 받거니 원샷에, ..러브샷에,.......누구는 폭탄주에 그 동안 못다한 정담이 오고가고 정말 엄청 시끄럽네.
요전에 아파 쓰러졌다 나은 규상이(성님)는 그 좋아하는 술도 못하고 뻐숨하니 있는 폼이....조금은 안스러웠다. 안 올것 같던 선기를 보니 너무 반가웠고, 어릴 때 내 하고는 무척 친했는데, 세월이 흘러 사는게 바빠서 자주 못보니 우정이 식은건 아닌지?...! 영식이도 건강이 안 좋아서 걱정했는데 그래도 많이 좋아진 것 같아 기뻤다. 동창회도 다 나오고..... 또 다른 많은 친구들 다들 얼마나 반갑던지.....!
그 동안 동창회때 마다 과음해서 뒷날 고생한 경험이 있어 이번엔 술좀 적게 마실려고 한자리에 오래 있지 않고 이리저리 배회했다. .......................................
분위기가 무르익어 갔고, 배가 차다보니 요강 비우러 가는 사람이 많아졌다. 술이 취해서 자기 신발을 어디 벗어놓은줄 몰라 발에 끼는대로 남의 신발을 신고 “쉬~이”하고 와서는 아무데나 벗어놓으니 당췌 자기 신발을 찾을 수가 있어야지! ( 특히 여자 분들이 심하두만. )
모도 술은 거나하고 풍악이 울려 퍼지고 노래 한곡조 불러 볼거라고 번호표에 제목을 적어내고... 순서대로 부르는데 가수가 따로 없고, 다들 시기 잘 해여! (살림은 안살고 노래방만 댕깄나벼.)
아는 노래가 나오면 마주 보며 같이 부르기도하고 어깨동무하며 함께 따라 부르기도 했다. 은은한 부루스 곡이 나오자 어느 숫제비는 챤스다 싶어 여친 허리를 얼릉 껴안고 돌아가는데 얼굴도 비비 쌓고.. 손은 또 어딜...?
신나는 곡이 나오자 흔들고 싶어 몸살이 나는 친구들...
자! 흔~들고, 흔~들고, 돌~리고, 돌~리고, 찌~르고, 찌~르고,....... 아~싸!, 노래가 메들리로 나오는데, 정신이 없던구먼.
술이 들어가니 객기가 발동을 하고, 원범이는 몸을 날려 그 어려운 사까닥질을 여러번 하고, 술통 선생은 배를 출렁이며 바닥에 구불러 댕기고, 정룡이는 20대나 추는 광춤을 미친 듯이 쳐 재끼는데.... 가관이 아니두먼!.....
만득이도 노래 한 자락 불러 볼려고 아무리 기다려도 우째댕기 소식이 없고, 누구는 사회자한테 가서 새치기로 먼저 부르려다 꾸중을 듣고,... 내사마 아예 포기했지 뭐, 기다리다 날 새겠더라구, 웬 선수들이 그리 많은지....
드디어 우리 부산팀 해룡선사께서 당첨되어 마이크를 잡고 감칠 맛 나는 배호노래가 나오는데 만득이 장난기가 발동되어 두루마리 휴지로 선사머리에 띠를 매어 멋있게 해 주니, 순임이도 선자도 자기들도 해 돌란다.
춤판은 벌어지고 영자,순임이,선자,향기,현순이,석자,순이,......등 등 다들 너무 잘 놀아요! 순임이 다리 걷어 부치고 멋지게 흔드는 엉덩이 춤에 넋이 나간 야초는 멀찌기 치다보민서 공주님이 인터넷에선 분위기가 고상했는데, 직접 와서보이 우째저리 경거망동 하는가 싶어 안스러워하고....ㅋ ㅋ ( 이기 진짜 공주 본 모습이라카이... 뭘 몰라! )
밤은 야심한데 노래소리는 그칠줄 모르고 정말 겁나게 논다. 일년에 한번 뿐인 동창회 영계들하고 못 놀면 억울하지! (남편보다 나이가 작으니께)
놀자고 온 것 아닌감. 품위고 체면이고 자존심이고 다 갔다 내버리고 음주가무 유흥삼매에 빠져 서방이고 자식이고 안중에 없고 이 시간 만큼은 내 세상이네. 전부다 팽개치고 흔들어 재끼는데....
흐미 !.... 만득이 손 들었다. 항복!
대단한 열정이여! 도대체 당신들 나이가 몇 살이냐고? 온 산천이 놀라고 천지가 진동하니 도저히 이대로 가다간 무슨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앞으로 35회 동창회는 올해로 끝 합시다. 다들 너무 하시는거 아니에요? 정말 노는거 보이께 무수와여.. 만득이 같이 놀다가 허리 다 부숴지겠네....조심해야지.
야참으로 국시 한 그릇씩 하더니 또 발광이 걸리고... 어차피 망가진거..계속 망가지지뭐, 끝도 없다. ( 그래! 그동안 때 묵은거 다 털고 가버려!... 속이 시원하게.....) 아싸! 잘도 터네!
새벽 두시쯤인가 노래방기기는 동네가 시끄러워 이만 철수되었다.
대충 가서 잘 때도 됐는데, 갈 생각들은 안 하고 잠시 소강상태가 되는가 싶더니 다시 죽치고 앉아 갈증이 나는지 목을 축이고는.....
누군지 생음악이 실실 나오며 젓가락 장단이 시작되는데.... 슬슬 또 발동이 걸리며, 그야말로 흘러간 옛노래가 나오는데
두만강(눈물젖은 두만강)서 시작해, 대전(대전발령시 오십분), 목포(목포의눈물),.............. 해운대(해운대 엘레지) 까지 등등....... 줄줄이
상다리가 뿌러져라 뚜디리 쌓는데...
와!!! 전석자, 손선자,...등 등. 너무 잘 해여. 여친들이 일어날 생각을 안 하니 만득인들 빠질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만득이도 같이 젓가락 두드리며, 오리하고 같이 소리질렀지 궥!궥! 수균이, 병수가 주동이라... 난 뭐 엑스트라지. 괜히 만득이는 머라 하지마라고! 나중에는 목이 쉬서 노래가 안나오더라고.....
약게 마신 술도 시간이 시간인 만큼 취기가 어느 정도 되었고 눈은 실실 감겨왔다.
어느덧 시간은 새벽 네시반 멀리서 닭우는 소리가 들리고, 여명이 밝아 오는 듯 했다. 잠시 눈을 붙일 거라고 비틀거리며 가는데 멀리 가로등 밑에 우리 야초님 자리를 깔아놓고 만득일 기다리는게 아닌가! 어찌나 반갑던지 비록 두시간 남짓이지만 우린 그렇게 살을 맛대고 잠을 잤다.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은 시원했고 모기도 없었다
하늘을 이불삼아 청산을 베개삼아 별빛이 떨어지는 산천에 누웠자니 신선이 따로없고 정말 황홀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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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눈을 붙이는가 싶었는데 새소리가 귀를 간지럽히고, 시원한 개울물소리가 들리며 날은 밝아졌고, 눈은 뜨였다.
머리가 무거워 맑은 개울물에 담그고 씻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씻고 나서 유서깊은 이 아채 마을의 모습을 보기위해 저 위쪽으로 한바뀌 돌아 보았다.
멀리 북쪽으로는 옥녀봉이 보이고, 그 앞으로 영강이 흐르고 우측으로는 넓은 들이 있고, 뒤로는 갈뫼봉이 감싸고 있는 배산임수형 양택마을의 명당자리였다. 그래서 인물이 많이 나오는건지...!
아직 아침시간은 이르고 정기하고 같이 저 밑에 있는 아채보까지 갔다 왔는데 옛날 물놀이하며 놀았던 추억이 아련했다.
아침시간이 되자 다들 어디서 잠을 지대로 잤는지... 하나 둘 모여 들었고, 시원한 골뱅이국이 속도 풀리고 그 맛이 기가 막혔다.
간밤에 사정이 있어 먼저 간 친구들은 보이지 않아 아쉽기도하고 섭섭했다.
많은 이야기도 못 나누고 .... 노는데 정신이 팔려 아쉽게 지나간데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기회는 잘 오지 않는데 말이지 )
재식이와 병수는 아채보 밑으로 투망을 가지고 고기 잡으러 갔다. 정기와 나도 한참을 걸어서 갔다. 명숙이와 교무는 물에서 자빠뜨리고 장난을 하고 선기는 수영을 하고, 골뱅이도 줍고....
재식이가 투망을 던지고 병수는 바께쓰에 고기를 담고 고기는 몇 마리 안되었고, 잔챙이 뿐이었다. 큰 물이 지고 난 뒤라 물은 많은데 고기는 거의 없었다. (요전에 누가 다 잡아 먹어서 그런지?, 고기잡는 도사 재식이 솜씨로 몇 마리 못했으니 정말 고기 씨가 말랐나 보다.)
아채보밑 자갈밭은 조약돌이 보석처럼 빛났고, 흐르는 물은 시원했다. 그 옛날 여름이면 여기서 거진 살다시피 했다. 어항도 놓고, 낚시도 하고, 골배이도 줍고,........ 아련한 옛날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 세월이 다시 올 수만 있다면.......
다시 모임장소로 돌아오는데 마을 입구 강가에선 멀리 순모, 만영이, 광섭이,...등 낚시를 하는지 그물을 하는지 정신이 없다. 만영이는 고기는 안 잡고 물에서 첨벙거리며 노는 것 같았다.
점심시간 까지는 다소 시간이 있고 자리를 새로 정리하고 둘러 앉아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고,
그 후 수건돌리기를 하는데, 홍순이가 상훈이 뒤에 수건을 놓고 술래로 정했다가, 뿅 망치로 맞았는데, 맞고 또 맞고 , 또또 맞고,... 가다가 돌아와서 또 때리네!
하면서 벌칙으로 만영이는 큰 절을 몇 번하고, 병수는 야구 방망이로 거시기 흉내를 내고 만득이는 궁둥이로 이름을 쓰고....... 재롱부리고, 장난치고, 웃고 떠들며 소리지르고,,,,배꼽을 잡았다.
그렇게 우린 오십하나(51)나이가 열다섯(15)으로 변해서 잠시나마 세월을 40년 전으로 되돌려 놓았다.
점심은 꺼먹돼지 바베큐로 냄새가 진동을 했고 다 같이 둘러서서 깻잎에 싸서 밥하고 먹었는데 정말 맛이 좋았다. ................................................
가기 싫은데 정기는 이만 가자고 조른다. 해는 중천에 떠 있고,,,, 갈 길은 멀고....
아쉬운 작별을 고하며 ,,그렇게 떠나왔네.
친구들아 만나서 무척 반가웠고, 재미있었다. 다 들 건강하고,
내년에도 또 만나자.
모두 다 사랑한데이...!
2005년 여름 끝자락에
- 부산에서 치동이가 - (휴가중이라 답글이 늦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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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시간은 꿈같이 지나갔건만 올 사람이 오지 않으니 안부가 염려되는구나 다들 잘 있겠지. 올해 안 온 친구들 내년에는 꼭 얼굴한번 보여주라 기다리께!
그런데, 회장님과 제니퍼가 아프다고 하니 걱정일세
빨리 쾌유하길 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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