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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한국인은 누구인가(1)국정브리핑기사입력 2005-02-14 14:01 최종수정2005-02-14 14:01
한민족은 누구인가 즉 한국인의 기원과 형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인’과 ‘한민족’의 개념의 차이가 무엇인가를 규정해야 한다. 한국인은 한민족을 구성하고 있는 가장 작은 단위(entity)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한국인의 뿌리는 한국 민족형성 바로 전 단계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민족은 하나의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이라고 볼 수 있는데 한민족은 그런 의미에서 한국어와 한글을 공통의 문화요소로 사용하며 한반도에 집중되어 사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한민족이라는 단어에 함축된 뜻은 매우 많다. 같은 혈통에, 생김새가 비슷하고, 행동도 비슷하고, 같은 말을 쓰는 등 여러 공통점이 한민족이라는 말에 압축돼 있다. 한민족의 ‘뿌리찾기’란 결국 지금 한국이란 영토 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 한국에 정착하게 되었으며 그 유전자 풀은 어떤가 하는 것이다. 물론 어느 종족이 여러가지 이유로 어떤 특정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분리된 경우 세월이 지남에 따라 그들이 떠난 고향과 언어도 달라지고 풍습도 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간에 뿌리가 같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들 간에 떼어낼 수 없는 공통점을 다른 민족보다 많이 발견할 수 있을 때이다. 그 공통점이 무엇인가는 정의하는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데 한민족의 경우 한민족이 갖고 있는 보편적인 특징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 '한민족은 누구인가‘에 대해 3회에 걸쳐 설명한다. <아프리카 가설> 인류의 기원에 대하여 모든 것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는 학설이 아직은 없다. 다만 가설들만 제기되고 있을 뿐이다. 1987년, 세계를 경악케 만든 하나의 가설이 발표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대의 알란 윌슨이 세계 각지 147명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조사하여 계통수를 그린 결과, 현대 인류의 조상은 단 한 명이라는 것이다. 그는 각각 두개골 화석을 비교하는 방법과 분자유전학적 방법(분자시계)으로 현대 인류가 14만년에서 29만 년 전(이하 20만 년 전으로 적음)에 동아프리카의 사바나 지역에서 돌연변이를 일으켜 발생한 후 이 후손들이 세계 각 지역으로 이주하여 모든 인류의 부모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아프리카 가설(Out of Africa theory)’이라 부른다. 아프리카 가설은 인류가 ‘이브’라 불리는 한 명의 여성 선조에게서 두 개의 계통수로 나뉘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가설에 따르면 한쪽 가지는 아프리카인들뿐이었으나 다른 한쪽 가지는 아프리카인을 비롯하여 모든 인종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것은 현 인류의 선조가 아프리카에서 진화한 뒤 세계 각지에 진출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영국의 인류유전학자 브라이안 사이크스는 『이브의 일곱 딸들』이란 책에서 전 세계의 미토콘드리아 DNA형을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L형에서 나뉘어 나온 33개로 분류하고, 동양인은 여섯 개의 집단으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모든 인류의 선조가 겨우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 있었다는 가설은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먼저 이 가설이 받아들여질 경우 인류의 조상에 관한 지금까지의 모든 지식을 폐기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기 때문이다. 유전자 분석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 유전되는 생물체의 특성은 기본적으로 DNA 염기서열에 의하여 결정된다. 생명체의 종(種)이 다르면 당연히 이 염기서열도 달라진다. 염기서열에는 생명체의 청사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평균 1300염기서열에 하나의 비율로 차이가 난다. 생명체 사이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염기서열의 차이도 크다. 즉 ‘염기서열이 다른 정도’가 크면 클수록 생물간의 차이도 커진다. 생명체들이 원시적인 것에서 점차 진화해왔기 때문인데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변화하려면 유전자들의 복잡성도 커져야 하는 것이다. 이를 분자시계 개념을 도입하여 설명하면 이해하기가 쉬워지는데 이홍규 박사의 논문에서 인용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진화에는 시간이 걸리고 환경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어떤 환경에 잘 적응한 생물은 변화를 일으키지 않으나 환경의 변화가 크면 그 지역에 살던 생물의 수는 줄어들고 새로운 형질을 가진 생물의 수가 증가할 기회가 부여된다. 이러한 현상을 뒤집어보면 새로운 형질을 가진 생명체가 많을수록, 즉 다양성이 증가할수록 그러한 진화가 진행된 시간이 길고 환경의 변화도 컸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즉 어떤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크면 클수록 진화가 일어난 시간이 오래된 것이다. 이렇게 돌연변이에 의해 나타나는 단백질의 변이(나아가 단백질을 만들도록 지령하는 DNA의 변이)를 조사하여 진화가 일어난 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 ‘분자시계’의 개념으로 DNA의 분석자료와 지질학적으로 얻어진 자료들을 대비함으로써 확립된다. 이러한 분자시계 개념은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을 통해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먼저 미토콘드리아를 살펴보자.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발전소와 같은 것으로 우리가 먹는 당분이나 지방질들을 태워서 화학 에너지인 ATP를 만들어낸다. 미토콘드리아는 독자적인 DNA를 가지고 세포 안에서 분열에 의해 증식한다. 또 항생 물질에 대한 내성(耐性)이 원핵 물질과 비슷한 점으로 보아 호기성 원핵생물이 원시 진핵 생물에 흡수되어 세포 공생된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를 획득한 생물 중에는 시아노박테리아를 흡수한 생물도 있다. 세포 공생을 한 시아노박테리아는 나중에 엽록체가 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것은 다양한 유전자의 염기 배열의 비교를 통해서도 분명하다. 미토콘드리아도 엽록체도 게놈의 사이즈는 원핵생물에 비해 매우 적은데 이것은 세포 소기관으로서 정의되어 가는 과정에서 많은 유전자가 핵으로 이동하고 그 지배에 들어가게 된 것을 뜻한다. 미토콘드리아라는 고성능 에너지 변환 장치를 얻게 된 진핵 생물은 몇 가지 생물로 분화하면서 진화하고 마침내 폭발적으로 많은 생물로 변하게 된다. 즉 진핵 생물에게 빅뱅이 일어난 것과 같다. 이 결과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진핵 생물의 무리에서 현재 지구상에서 번성하고 있는 동물들이 태어난 것이다. 여하튼 한 지역에서 인류가 나타난 후 다른 지역으로 그 일부가 이주하게 되는 경우 인류의 원(原)발생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유전적 변이는 이주하여 사는 사람들의 유전적 변이보다 훨씬 다양하다. 가령 미국의 LA나 일본 오사카, 만주의 연변지역에 사는 우리 동포의 유전적 변이는 그 중심지인 서울의 유전적 다양성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이는 엄격한 의미에서 유전적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민족'의 특성을 기준으로 할 때 비유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연구한 결과 mtDNA의 변이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서 가장 다양하게 나타났고, 분자시계 개념으로 계산할 때 가장 오래된 변이를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아프리카에서 이 mtDNA를 가진 여성이 먼저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루카 카발리-스포르차 교수는 1988년 언어의 차이와 유전자 풀의 차이를 통하여 전 세계인을 분류했다. 유전자 풀(gene pool)이란 한 종류의 생물 집단이 가진 유전자의 다양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인재 풀’에서 쓰는 것과 같은 의미로, 가령 혈액형 A, B, AB, O를 가진 사람들의 분포는 각각 A란 유전자와 B란 유전자가 얼마나 그 집단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즉 A와 B 혈액형 유전자의 풀에 의해 결정된다. 실제로는 혈액형을 따지는 것이나 혈액형을 결정하는 유전자, 즉 DNA의 변이를 따지는 것은 같은 결과를 나타내는데, 후자 쪽이 훨씬 자세하게 실상을 파악하게 해준다. 아프리카 가설에 의한 세계인 분류도에 의하면 한국인과 일본인, 티베트인, 몽골인들은 에스키모, 아메리카 인디언들과 유전적으로나 언어학적으로 동일하다(북부 아시아인). 반면에 중국 남부인들은 캄보디아인, 태국인, 인도네시아인, 필리핀인들과 동일하다(남부 아시아인). 즉 남부 중국인과 북부 중국인‧한민족은 다른 갈래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북부아시아인과 남부아시아인들이 약 12만 년 전에 분지(分枝)된 것으로 본다. 이 자료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중국 사람들은 남북 아시아인으로 12만 년 전에 분지되었다가 다시 만난 한 핏줄의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학자들은 아프리카에서 나온 우리의 선조가 택한 경로를 대체로 두 갈래로 추정한다. 첫 번째는 과거 인류학에서 '버마 경로'라고 부르던 것으로 인도양과 아시아의 해안을 따라 동으로 이동한 것을 말한다. 중국의 고고학자들은 중국 땅에 현 인류가 정착한 것을 6만~7만 년 전의 일로 보는데 중국에 도달한 사람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한반도와 일본에도 정착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일본과 한국은 1만 2000년 전까지도 육지로 연결되어 있었으므로 중국에 도달한 사람들이 한국을 거쳐 일본에 정착한 것은 무리한 일이 아니다. 메모리대의 윌레스 교수는 이들 중 일부가 약 3만 5000년 전에 아메리카로 건너갔다고 추정한다. 아마도 해안을 따라 북상하던 그룹이 빙하기에 얼음으로 연결된 베링해를 지나 아메리카로 건너갔을 것이다. 두 번째의 경로는 히말라야 산맥 북쪽을 택하여 실크로드를 거치거나 시베리아를 거쳐 내려오는 것이다. 한민족의 일반적인 특징은 추위를 이겨내기 쉽도록 실눈이 많고 광대뼈가 튀어나왔으며 동그스름한 콧날, 속 쌍꺼풀, 검은머리, 단두형의 머리 등 체질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홍규 교수는 바이칼 호 근처에서 6만~7만 년 전부터 한국인의 특징을 갖고 있던 민족인 북부아시아인들이 약 1만 3000년 전에 빙하가 녹으면서 북부아시아인들이 몽골루트를 거쳐 남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빙하가 녹으면서 거대한 홍수가 자주 일어났고 바이칼 호의 저지대가 물에 잠기자 많은 사람들이 남쪽으로 이동해갔다는 것이다. 바이칼 호는 길이 636킬로미터, 최대 너비 79킬로미터, 면적 3만1500제곱킬로미터이다. 둘레는 2200킬로미터이며 최대 심도 1742킬로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넓고 가장 깊은 호수이다. 한편 리처드 앨리 박사는 1만 1000년 전 지구의 기온이 화씨 9~18도로 급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오늘날 평균기온의 3분의 1에 해당하는데 그 같은 기온 상승이 불과 10년 동안에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대기온도의 상승으로 빙하층이 녹아 해수면이 급격히 높아졌지만 아직 그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체로 학자들은 빙하가 녹아 세계 각지에서 대홍수와 같은 지구의 격변이 일어난 시기를 11,000~13,000년 전으로 추정한다. 최근 일본 오사카의과대학의 마쓰모도 교수는 사람의 혈청(血淸) 중의 항체유전자를 연구하여 몽고인종의 기원과 이동의 경로를 추적했다. 마쓰모토는 몽고인종을 특징짓는 유전자 결합이 네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몽고인종의 혈청 중에 있는 Gmab3st 유전자를 주목했다. 바이칼호 북쪽에 있는 뷰리아트 족이 몽고인종 중에서 Gmab3st 유전자가 100명 중에서 52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인은 41명, 일본 본토인은 45명인데 반하여 중국인은 화북(華北)지방이 26명 화남(華南) 지역은 9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반면에 북극지방에 사는 에스키모 족은 44명이나 몽고인종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마쓰모도 교수의 혈청에 의한 연구 결과는 시베리아로부터 남쪽으로 멀어질수록 혈청 중에 Gmab3st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수도 적어지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몽고인종이 시베리아로부터 기원한 것을 증명한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학자들은 여러 유전자 변이를 분석한 결과 최근 남자의 원형은 약 5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나타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mtDNA 분석 결과 시간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만 분자시계법으로 얻는 수치의 오차가 상당히 크므로 수만 년 정도의 차이는 인정할 정도의 숫자임을 감안해야 한다.
<다지역기원설> 현 인류의 시조가 아프리카의 이브에서 시작되었다는 ‘아프리카가설’은 최첨단 유전자기법 사용이라는 이점을 갖고 있으므로 인류의 기원을 찾는 연구에서 점차 기선을 잡고 있는 감이 있다. 그러나 마술사의 마술봉과도 같은 유전자분석은 또 다른 인류기원의 가설인 ‘다지역기원설’이라는 벽을 넘어서지 못한 감이 있다. 과거에 비교적 현대 인류의 탄생을 조리 있게 설명해 준 다지역기원설은 약 100만 년 전까지 인류는 한 뿌리였지만 호모 에렉투스 이전에 여러 갈래로 나눠져 세계 곳곳에서 각자의 특성에 따라 발달했다는 것이다. 즉 현재의 인류가 지니고 있는 인종적 특징은 각 지역에서 오랜 세월동안 진화해 온 결과라는 뜻이다. 이것은 현생 인류가 유럽과 동시에 아프리카, 중동아시아에도 존재했다는 것으로 황인종의 조상은 황인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북경원인에는 몽골로이드계 인종에서만 보이는 형태학적 특징이 있다는 점에서 북경원인은 몽골로이드의 선조라는 것이다. 이를 한민족에 적용한다면 70만 년 전에도 한반도에 원시인이 살았는데(북한의 검은모루 동굴의 원인은 100만 년 전으로 추정), 이들은 유럽에 살던 사람들과는 조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아프리카가설 자체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일부 학자들은 윌슨의 계산법에 잘못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가정조건(假定條件)이 너무나 많아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아프리카 기원설은 어떠한 특수한 조건이 존재했기에, 그곳에서 인류가 시작됐는가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으며, 아프리카에서 살고 있던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었는지도 불분명하다. 특히 아프리카 가설은 성서의 이브처럼 여성 단 한 사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유전적으로 같은 성질을 갖고 있는 여성이 1만 명이 있다고 해도 시대를 거치는 사이 계통은 점차 줄어들게 된다. 또 여자아이를 낳지 못하면 미토콘드리아 DNA의 계통은 끊어지고 만다. 그러므로 계산에 의할 경우 평균 1만 세대 뒤에는 단 한 사람의 여성 계열을 제외하고는 다른 계열은 끊긴다.
1세대를 20년에서 30년으로 잡으면 1만 세대는 20만 년에서 30만 년이 된다. 즉 여러 인류 공통의 조상인 미토콘드리아 이브가 20만 년 전에 살아있었다는 것은 그 당시 단 한 명의 여성이 살아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에도 1만 명의 다른 여성이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브’는 현생인류의 기초 유전자를 제공한 ‘특별한’ 여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한 핵 DNA는 부친과 모친 양쪽에서 유전되며 차세대에 전해지기 전에 다시 짜여 지는 과정을 거친다. 즉 미토콘드리아의 이브와 동시대에 산 많은 남녀의 DNA가 뒤섞인 형태로 우리 인류에게 남아있게 된다. 현 인류의 미토콘드리아DNA가 미토콘드리아의 이브에게서 유래하더라도 사람의 유전적 특징의 대부분을 결정하는 핵의 DNA 중 ‘이브’에서 유래하는 부분은 극히 적다는 뜻이다. 아프리카 가설에 대해 가장 큰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바로 화석인류학자들인데 그들은 소위 ‘샹델리아 모델’을 제시한다. 고고학적 증거도 제시했다. 그들은 최근 남부 중국에서 2백만 년 전 초기 인류의 석기를 발견했고 그 조상들이 원인(猿人)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다지역기원설을 지지해주는 자료로 제시한다. 2006년 7월, 일본의 〈국립과학박물관〉연구팀은 아시아인이 종전의 학설에 비해 45만 년 전인 180만 년 전경 아프리카에서 아시아로 진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과거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과거 발견된 자바원인의 치아와 턱 화석 100여개의 특징을 아프리가 원인(原人)의 화석과 비교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분석에서 자바원인의 화석은 치아가 크고 턱이 단단해 180만 년 전 아프리카원인에서 나타난 특징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원인은 진화하면서 치아가 작아졌는데 연구팀은 180만 년 경 아프리카를 떠나 최초의 여행길에 오르면서 이때 벌써 아시아 동부지역에 당도했다는 것으로 또 한 번 다지역기원설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또한 동부아시아와 북부, 북미의 복합적인 석기 제작 기술 등을 분석해볼 때, 수만 또는 수십만 년 동안 복합적인 기술이 고대 베링해 지역에 널리 퍼져 있었다는 ‘베링기아(Beringia) 인류발생설’도 제시되었다. 즉 가장 오래된 인류 공동체가 베링해를 사이에 두고 아메리카와 아시아 대륙을 하나로 묶는 문화공동체로 이루었다는 가설이다. 또 다른 증거는 알타이 지역 여러 곳에서 28만~20만 년 전 유럽의 중기 구석기 석기 제작 기법인 르발루아 기법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이 기술은 새로운 기술의 유입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석기 문화가 기술적 변화를 갖고 온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고고학적으로 한 지역의 석기문화가 지속적으로 발달 전개되었다는 증거가 제시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기 구석기시대에 석영을 석재로 사용한 자갈 돌석기 전통이 널리 퍼져 있었는데, 이 자갈 돌석기 전통은 하나의 계통성을 가지고 후기 구석기시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베링해 문화권, 알타이 지역, 우리나라의 문화권적 계통성을 통해서 볼 때 다지역기원론도 힘을 받는다.
이 가설에 의하면 어느 지역에 새로운 다른 집단이 이동해 들어와 기존 문화를 다 몰아내고 새로운 문화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기존 집단이 주변 지역에 상존하고 있던 문화와 접변을 이루며 새로운 환경에 적절한 또 다른 문화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또한 단일기원설에 따라 인류가 이동해 간 자리를 따라 추적해 보아도 어떤 일관되고 동일한 성격의 문화라고 꼭 집어 말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없다는 것도 다지역기원설을 뒷받침해주는 자료로 제시된다.
다지역기원설을 강력히 지지하는 측은 중국과 북한측 학자들인데 1989년과 1990년 중국의 운현 청곡에서 운현인이라 불리는 100만 년 전의 고인이 발견되자 더욱 기세를 올린다. 이들 고인이 발견된 것도 매우 극적이다. 중국의 십언시 박물관장 왕정화가 1989년 길을 가는데 두 농부가 밭에서 한 개의 돌조각을 놓고 싸우고 있었다. 두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고 있던 왕정화가 무슨 일이냐고 질문하면서 돌을 보니 그것은 동물의 뼈였다. 그는 곧바로 두 사람에게 땅을 파달라고 했는데 50센티미터를 파자 치아를 포함한 인간의 두개골이 발견되었다. 이것이 유명한 100만 년 전 홍적세시대의 운현인으로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였다. 학자들을 흥분시킨 것은 북경원인보다 무려 40만 년을 더 올라간다는 점이다. 1990년에 또 다른 완전한 두개골이 발견되자 영국의 『더 타임스』지는 ‘현대 인간의 조상이 근래에 아프리카에서 출발했다는 아프리카가설의 이론이 위태로워졌다’고 보도할 정도였다. 중국에서의 유물은 계속 발견되었는데 2002년 12월 중국의 삼협(三陜)댐 건설 현장 인근인 쓰촨(四川)성 펑제(奉節)현에서 세계 최고의 악기가 발견되었는데 이 악기는 무려 약 14만 년 전 인류가 사용한 것이 틀림없다고 발표되었다. 중국의 황완보(黃萬波) 교수는 펑제런(奉節人)으로 불리는 싱룽둥 고인(古人)은 약 12만~25만 년 전의 인류로서 이들이 악기를 사용했다는 것은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했다는 '아프리카 기원설'이 재고되어야 한다고 다지역기원설을 강력히 주장했다. 특히 미국 유타 대학의 클레이턴 교수는 호모 에렉투스가 100만 년 전에 아프리카를 떠나 40만 년 전에 멸종됐으며, 호모 사피엔스가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를 떠났을 것이라는 주장에 반대하여 현생 인류는 원시 인류를 만났다는 증거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2종류의 머릿니가 발견되고 있는데 머릿니는 인간의 모발에서만 서식하며 인간의 피 없이는 하루 이상 생존할 수 없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한 종류의 머릿니는 현생 인류와 다른 원시인을 통해 진화했다는 것이다.
클레이턴 박사는 이제까지 확인된 머릿니는 전 세계에 고루 분포하는 것과 미국 인디언에게서만 발견되는 것이 있는데 이 중 전 세계에서 발견되는 머릿니는 호모사피엔스에 기생하면서 진화했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발견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로 다른 유전적 특징을 감안할 때 100만 년 이상 서로 고립돼 있었을 이 2종류의 머릿니가 현생 인류에게서 발견되는 것은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사피엔스가 공존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며, 아시아에서 발견된 화석은 호모 에렉투스가 5만 년 전까지 생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생 인류의 기원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더 복잡하고 새로운 학설들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어머니 계열의 유전자 전달 체계(미토콘드리아 DNA)만 알려졌다가 부계유전(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만 전달)되는 Y염색체 DNA와 모계유전(어머니로부터 아들과 딸에게 전달)되는 미토콘드리아 DNA가 드러났고, 이것은 다시 일곱 개의 유전적 갈래로 나뉜다는 것이 최근에 알려졌다(‘아프리카 가설’이 나올 때는 부계 유전되는 DNA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모계유전만을 전제로 해서 ‘아프리카 가설’이 명명된 것임). 아프리카가설은 최근 유전학의 연구 결과에 의해 보다 설득력 있는 자료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다지역기원설도 고고학적 자료에 의해 아프리카가설이 갖고 있는 모순점을 하나하나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학문적 차이는 앞으로 유전학과 고고학의 접목으로 그 격차가 점차 좁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인류의 기원을 명쾌하게 밝힐 수 있는 연구는 이제 시작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인의 특징> 한국인이 다른 민족들과 구별되는 가장 뚜렷한 특징은 ‘머리 길이가 짧고 그 높이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특히 머리뼈의 높이가 높은 것은 구석기 시대 사람부터 현대 사람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나타나는 특징으로 알려져 있으며 다른 집단의 사람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이용되고 있다. 여기서 머리의 길이는 이마에서 뒤통수까지의 거리를 말하며, 높이는 아래턱뼈 윗부분의 ‘으뜸 점’에서 정수리까지의 거리를 말한다. 머리뼈 길이를 비교해 볼 때 한반도에서 출토된 머리뼈는 구석기시대에서 신석기시대에 오면서 길이가 매우 짧아진다. 신석기시대를 거쳐 청동기시대까지 머리뼈는 현대 한국남자보다는 약간 긴머리로 나타나며 신석기시대에 짧아진 머리뼈는 청동기시대에 변화가 없다. 반면에 초기 철기부터 7세기에 걸쳐 발굴된 머리뼈들은 머리뼈 길이가 다시 늘어나다가 현대 한국남자에 오면 길이가 다시 줄어든다. 이렇게 시대에 따라 나타나는 커다란 변화는 새로운 유전자의 유입인지 아니면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진행된 환경의 변화로 인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특히 북한은 앞에서 설명한 ‘아프리카 가설’을 강력히 반대하며 한민족의 경우 ‘다지역 기원설’의 전형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이 이와 같은 주장을 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우선 1966~1968년, 평양 상원군 흑우리 검은모루 동굴에서 원시인들이 쓰던 타제석기와 함께 29종의 짐승뼈 화석이 발견됐다. 북한은 이 석기들이 원시적이긴 하지만 갓 형성된 사람들의 목적의식에 따라 창조된 유물로 절대 연한을 대략 70만 년 전(북한은 새로운 측정 장치에 의한 측정법으로 재측정한 후 100만 년 전으로 소급하고 있음)으로 추정했다. 2002년 4월에 발견된 함북 화대군 석성리의 화산용암 속에서 인류화석도 중요한 증거로 제시했다. 이 화석을 열형광법으로 절대 연도를 측정한 결과 화석의 주인공은 거의 30만 년 전의 것이였다. 세계적으로 화산 용암 속에서 인류화석이 발견된 것은 세계 최초라며 북한측은 이 발견으로 한반도에서 인류 진화 발전과정이 꾸준히 진행되었음을 증명한다고 기염을 토했다. 북한은 이 인류화석에 ‘화대사람’이란 학명을 부여했다. 1972~1973년에는 평남 덕천 승리산 동굴의 아래층, 1977년 9월에는 평양 력포구역 대현동 동굴(7~8세의 어린이)에서 각각 구석기 중기에 해당하는 인류화석을 발굴했다. 북한은 이를 각각 ‘덕천사람’과 ‘력포사람’으로 명명했으며 원인 다음 단계의 사람이라 하여 고인(古人)으로 부르며 10만 년 전으로 추정했다. 승리산 유적의 구석기층 아래층에서 덕천사람의 치아와 어깨뼈가 발견되더니 위층에서도 신인(新人)의 아래턱뼈가 발견됐다. 위층에서 발견된 아래턱뼈 주인은 약 4~5만 년 전의 사람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승리산사람(35세 정도의 중년남자)'이라 부른다. 1979~1980년 평양 승호구역 만달리 동굴에서 거의 완전한 형태의 골격이 발견되었는데 이를 ‘만달사람(25~30세 정도의 남자)’이라 명명했으며 체질 구조로 볼 때 약 2만 년 전의 사람으로 추정했다. 북한측은 만달사람들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원인‧고인‧신인을 거쳐 더 발전된 형태를 신석기 시대의 ‘조선옛유형 사람’이라고 명명하는데 만달사람들이 이런 조선 옛 유형 사람들의 징표를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만달동굴에서 인골로 발견된 사람을 우리 민족의 직접적인 조상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한 번 상세하게 다룬다.
북한이 한민족은 한반도에서 발생해 진화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명쾌하다. 70~100만 년 전 검은모루 유적을 남긴 원인이 력포사람과 덕천사람을 거쳐 승리산사람으로 발전하였고 조선옛유형 사람을 거쳐 현대 한국인으로서의 특징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한민족의 혈청학적 특징도 제시한다. 사람들의 혈액형과 유전자형들은 인종을 식별하고 각 민족들의 친연관계나 차이들을 확증해주는 중요한 지표로 인정된다. 그런데 북한의 장우진은 한민족의 경우 적혈구혈액형들인 레주스식 혈액형에서 나타나는 항원들의 양성인자 중 D항원이 세계적으로 가장 높다고 발표했다. D항원의 양성인자는 아시아 인종에서는 99~99.5퍼센트, 유럽인종에서는 85%, 아프리카 인종에서는 91% 정도인데 한민족은 D항원의 양성자가 99.71%에 달한다. 특히 유전자 조성에 있어서도 한민족과 중국인들은 흑룡강 성의 중국인을 포함하여 완전히 다르다. 한민족의 레주스식 혈액형의 유전자는 CDe>cDe>cDE>CDE>cdE의 순위로 작아지는데 반해 흑룡강성 지역의 중국인에서는 CDe>cDE>cDe>CDE의 관계로 나타나며 귀주성 지역의 중국 사람에서는 CDe>cDE>cde>cDe>CDE의 순위로 나타난다. 이것은 한민족이 중국 사람과 혈연적 갈래가 서로 다른 집단임을 알려준다. 또한 켈식 혈액형의 K+ 인자는 유럽인들에게 특징적인 항원의 하나인데 한민족의 켈식혈액형에서 K항원의 양성인자가 전혀 발견되지 않는데 반해 유럽인들은 7~9%나 나타난다. 특히 다피식혈액형의 지리적 분포는 인종적 차이를 잘 반영하는데 한민족은 다피식혈액형의 양성인자가 92%이고 음성인자는 7.83%이다. 반면에 중국 사람의 다피식혈액형의 음성인자는 화북지역의 중국 사람에서는 4.35%, 상해지역의 중국 사람에서는 1.82%, 베이징 지역의 중국 사람에서는 0.44%이다. 따라서 한민족은 다피식혈액형의 음성비율이 화북지역의 중국 사람보다는 1.8배, 상해지역의 중국 사람보다는 4.3배, 베이징 지역의 중국 사람보다는 18.1배나 더 많다. 이러한 혈청학적 연구에 근거하여 북한은 한민족은 한반도에서 형성된 이래 고유한 혈청학적유형을 이루고 혈연적 공통성을 발전시킨 민족이므로 20만 년 전에 이브의 후손이 아프리카에서 출발하여 한반도까지 도착했다는 ‘아프리카 가설’을 전적으로 부정한다. 이를 다시 한 번 정리하면 북한의 주장은 한국인은 우리 조국강토에서 독자적으로 형성된 본토기원의 주민집단으로 파악하면서 구석기시대부터 외부의 영향 없이 독자적으로 형성되어 순수하게 혈통이 이어져왔다는 것이다. 남쪽의 많은 학자들이 북측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수긍하지 않는 것은 우리 민족의 기원에서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중석기와 신석기시대에 속하는 인골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연구논문에서 신석기시대의 인골자료가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지 못하며, 간혹 인용되는 신석기시대의 인골자료도 실제로 신석기시대 말기 또는 청동기시대의 인골자료이기 때문에 대표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 부분도 뒤에서 다시 한 번 설명한다. 그러나 안승모 박사는 북한 학계의 한민족 자체형성설은 지나친 순수 혈통을 강조하고 통계학적 결론을 왜곡하는 단점은 있지만 그래도 고인골의 체질학적 연구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후기구석기-중석기-신석기시대 주민의 계승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도 그러하다고 지적했다. 단기간에 정리될 성질이 아닌 한민족의 원류에 대한 연구는 이제 본격적인 화두로 등장한 만큼 근간 우리들에게 보다 명쾌한 답변을 주리라 믿는다. 이종호(mystery123@korea.com · 과학저술가) <이종호 님>은 1948년생. 프랑스 뻬르삐냥 대학교에서 건물에너지 공학박사학위 및 물리학(열역학 및 에너지) 과학국가박사로 88년부터 91년까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해외연구소소장(프랑스 소피아앤티폴리스)과 92년부터 이동에너지기술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세계 최고의 우리 문화유산>, <신토불이 우리 문화유산>, <세계를 속인 거짓말>, <영화에서 만난 불가능의 과학>, <로마제국의 정복자 아틸라는 한민족>등 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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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맑고 밝은 세상 원문보기 글쓴이: 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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