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혼자 자유여행으로 갔다가 그냥 돌아오려고 하는데, 도쿄(東京)에 사는 일본인친구가
하와이여행을 자기친구들과 간다고 나보고도 가잔다. 나는 미국비자를 항상 소지하고 있으니
그냥 가면 되지만, 일본사람들의 모임에 어울리기가 싫었다. 그래서 서울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니까 그럼 하와이로 가는 노선만 같이 가고 그 이후는 나혼자 지내는 자유행동을 해도 좋
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일본인들이 하와이로 가는 전세기에 자리가 남아 있었다.
어쨌든 하와이에 도착했다. 그런데 입국심사과정에서부터 기분이 나빴다. 일본친구는 무비자
에 입국심사라는 모형에만 따르고, 나는 한국인이라 비자도 제시하고 지문도 찍었다.(물론 이
글을 올리는 지금은 韓日 두 나라 국민 모두 입국사증면제국에 지문만 찍는다.)입국심사를 마
치고 나오니 친절한 하와이관광국소속 안내원은 나를 일본사람으로 알고 일본말로 자기들 관
광에 참가하란다. 나는 일부러 영어로 대답했다. “나는 일본말을 모른다. 나는 한국 사람이다.”
하와이제도는 132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중 하와이섬(HAWAII Island or Big Island)을
비롯한 오아후(OAHU)、카우아이(KAUAI)、마우이(MAUI)、몰로카이(MOLOKAI)、라나이(LANAI)、
니이하우(NIIHAU)、카호올라웨(KAHOOLAWE) 등 8개의 큰 섬을 주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하와이제도의 총인구가 130만명이 넘지만, 주도(州都)인 호놀룰루가 있는 오아후섬(OAHU Island)
에 전인구의 70%정도가 몰려 살고 있다. 이 섬의 북동쪽 끝자락인 라이에(Laie)라는 곳에 폴리네
시아문화센터가 있어 민속촌을 형성해 두었다.
젊음을 발산하려는 사람은 와이키키해변을 찾아 바닷가를 거닐면서 주위좌우의 엔터테인먼트를
폭넓게 선택하여 마음껏 인생을 노래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포켓의 위력을 뽐내면서 자신을 나
타내 보고 싶은 사람은 주변의 상가를 드나들면서 세상의 유행을 한 손에 잡고 지갑의 돈을 꺼내
그 힘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유행을 쫓는 그 많은 상품, 그렇게 넘실대며 아름다움을 자랑하
는 미인들, 바닷물에 알맞게 그을린 젊음 - 모두가 돈으로 해결될 수 있는 곳 - 하와이는 24시간
깨어있다.
▲ 너무나 맑아 멀리까지 파랗게 보이는 하와이 해변
일본 군국주의의 행동에 경계심을 갖고 과거의 만행을 잊지 말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진주만의
미국 해군 애리조나 방문센터를 찾을 것이다. 그 많은 일본인 관광객은 절대로 이곳을 찾지 않
는다. 대개 미국 본토의 부모들이 학생인 그들 자녀들과 함께 손잡고 오거나, 아니면 수학여행
단의 학생이다. 아니면 현역 군인이나 퇴역군인들이 많다.
▲ 일본군의 불법공습으로 피격되어 수장된 진주만 미조리함대에 관한 설명을 읽고 있는 미국인들
그러나 이도 저도 아닌 나 같은 사람은 아무래도 한국인의 피와 땀으로 멍들은 사탕수수밭에서
일군 우리 선인들의 얼을 찾아보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항일 독립운동의 의지를 불태운 근거
지인 한인 교회를 찾을 수밖에 없다. 또하나 하와이 원주민의 생활상과 그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백인들의 침략에 대항하면서 그들의 지배에 항거하고 있는지는 엿볼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
단지 원주민들의 조상들이 영위해온 생활과 어려움을 견뎌온 정신을 보여주는 민속촌을 돌아보
면서 미루어 짐작할 수밖에 없다.
민속촌 입구에서부터 두 원주민 아가씨의 영접을 받으면서 함께 사진을 찍자는 미소 세례에 응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좋아서도 아니고, 한국인을 잘 이해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민
족적 애환이 비슷해서도 아니다. 다만 돈을 벌고 다시 이곳에 오게 하기 위한 술책에 지나지 않
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사기성이 있거나 앞에서 알랑거리면서 면종복배하는 무리의 사람을 하
와이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 언덕위에서 바라본 하와이 해변 (잔잔히 피어난 물보라 바깥에 파란 바다가 보인다)